살아가는 이유

살아가는 이유 39

바라쿠다 2016. 12. 27. 14:28

" 수고많네. "

" .................. "

" 왔수. "

술의 힘을 빌리지 않고는 이 곳에 오기 힘들었던 민수다.

해가 기울어 노을이 지는 시간에 하우스에서 일하는 선영이와 진호의 그림이 그지 없이 다정스러워 보인다.

진호가 나타난 이후로 느끼는게지만 그 둘 사이에 낀 이물질 같은 생각을 지울수 없다.

" 저녁은.. "

" 괜찮어. "

" 선영이가 저녁 차려 줘, 난 할일이 많아. "

" 가요.. "

하우스를 나서는 선영이의 뒤를 따르기로 한다.

많이 자란 우혁이의 재롱은 보고 싶기에 온 만큼 그 소원은 이루고 싶다.

우혁이도 우혁이지만 기실 선영이를 보고 싶은 맘이 더 컸을 것이다.

" 여기서 자나 봐, 이층이라며.. "

" 진호씨가 당신오면 머물라고 했어, 이층은 무서워서.. "

이층이라 여겼는데 작은방에 우혁이가 잠들어있고 선영이가 작은 밥상을 가져 온다.

" 그랬구나.

" 언제든 와요, 힘들면.. "

안쪽 큰 방엔 진호가 딸과 함께 머물지 싶다.

둘이서 지내지 싶었는데 아이들 때문에 외견상 내외하는듯 보인다.

한지붕 아래에 있는데 원하기만 한다면 언제든 같이 지낼것이다.

" ..이층에서 먹고 싶은데.. "

" ..그래요. "

" 이리 줘, 내가 가져갈께. "

그 둘이 사는 공간에 같이 한다는것 자체가 고통이다.

선영이가 챙겨 준 저녁상을 들고 이층으로 올랐다.

그 공간에서 다소나마 떨어진 곳이라면 어디라도 좋다.

" 깨끗할거야, 청소하니까. "

" 당신도 한잔하지. "

" ..응. "

둘의 신세가 이리 되리라곤 상상도 못했기에 적지 않은 얘기를 나눴고 그에 따라 취기도 오른다.

" 여전히 이뻐 당신. "

" 재밌네, 그런 말.. "

내가 원하는 현모양처가 되기 위해 항상 빈틈없이 가꾸고자 노력하는 사람이었다.

언제나 정갈한 옷을 입었으며 머리모양도 곱게 유지하려 애썻고, 집에서조차 맨발을 보이기 싫어한 그녀였다.

그런 그녀에게서 흐트러진 모습을 보고 싶어, 술이 취해 들이댔고 이상한 요구를 하기도 여러번이다.

그랬던 그녀는 시골 사람처럼 막 자란 머리를 질끈 동였을 뿐이고, 입은 옷도 펑퍼짐한 바지 차림이다.

" 진호도 그러겠지. "

" 이런 말 어찌 들릴지 모르지만 진호씨 나 안 건드려, 내가 덤빈다면 모를까.. "

" 내가 원한다면.. "

" ..따라야겠지, 우혁이 아빠니까.. "

처음 그녀를 봤을때처럼 가슴이 두근거리고 숨이 가빠온다.

" 이리와. "

 

진호를 잃고 나서 힘들던 그 시기에 자신의 아픔을 쓰다듬던 사람이다.

그의 구애가 미더웠기에 시댁이 될 어른들에게 처녀인 양 행세를 했고 나름 행복한 신혼이었다.

벌을 받아 지금의 모양새가 된 게지만, 그의 사랑을 의심하지는 않았다.

" 이리와. "

그런 그가 예전의 발랄함을 잃고 방황을 하고 있다.

잘난 몸뚱아리도 아닌데 아까울 이유는 없다.

술냄새가 싸아하니 입속으로 번지지만 그의 체취는 그전 그대로다.

그의 손길에 몸에 걸친 모든 옷이 벗겨지고 알몸이 됐기로 익숙해 진 그의 애무가 기억된다.

혀 끝으로 굴려지는 젖가슴에 스파크가 일고, 사타구니에 그의 손이 침범했을때 흥분이 번지기 시작한다.

나보다도 더 구석구석 취약점을 끄집어 내는 그에 의해 정신이 아득해 질때 쯤 그 곳이 뻐근해 진다.

" 아우~ 어떠케.. "

그 곳에서 시작된 불꽃이 온통 전신으로 번져 나를 괴롭힌다.

" 하아~ 여보.. "

볼이 홀쭉하리만치 말라 보이는 그의 몸 어느 곳에 그런 세찬 담금질이 숨어 있는지 신기하기만 하다.

산산이 부서질지 모른다는 두려움으로 그의 몸을 팔과 다리로 감싸고는 그의 박음질에 치를 떨어야 했다.

" 아웅~ 나 미쳐~ "

오랜만에 교접을 해서인지 그 곳에서는 풀무질 소리까지 귀를 간지른다.

" 뿌걱~뿌걱~ "

" 허~엉~몰라~ "

 

지쳐보이는 선배에게 위로나마 건네라 했기에 다행히 얘기가 잘 되지 싶다.

선영이와 선배가 들어간지 오래됐기로 그런 분위기를 도와주고자 했다.

아랫방은 불이 꺼져 있기에 이층으로 계단을 오르는 진호다.

" 하아~ 여보.. "

귀에 익은 가느다란 선영이의 신음소리에 되돌아 가고 싶었지만 발걸음은 자신도 모르게 그쪽으로 향한다.

선영이의 팔과 다리에 결박된 선배는 힘차게 절구질을 해 대는 중이다.

" 아웅~ 나 미쳐~ "

생생히 들리는 선영이의 울부짖음에 주책없는 가운데 다리가 묵직하게 힘이 실린다.

" 뿌걱~뿌걱~ "

" 허~엉~몰라~ "

살짝 열려진 문 틈사이로 고개를 도리도리 휘저으며 끝을 달리는 선영이의 눈과 불시에 마주 친다.

뭐랄까 그 눈은 기쁨에 겨워 하면서도 애절한 그 무엇을 얘기하는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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