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이유

살아가는 이유 38

바라쿠다 2016. 12. 26. 15:01

" 뭐하러 와요. "

" 어쩌니, 얼굴이라도 봐야지. "

동생 치영이를 닥달해 기어코 우혁이의 돐잔치에 끼여 든 엄마다.

잔치랄것도 없이 간단하게 미역국을 끓였고, 떡은 동네 방앗간에서 사 왔다.

차라리 아빠까지 오시지 않은게 다행스럽다.

" 우혁애비는.. "

" ..몰라요. "

" ..그 사람도.. "

뭔가 하고 싶은 얘기야 많았겠지만 스스로 말을 아끼는듯 하다.

전 남편인 진호와는 현관에서 눈인사로 대신했고, 그런 엄마를 이층으로 이끌었다.

민수씨를 끔찍이 편애했던 엄마로서는 오늘의 이 현실이 어색했을 것이다.

" 아줌마~ 나 떡 먹을래. "

딱히 나눌 얘기도 없이 서먹했을때 수경이가 이층으로 올라 왔다.

" 그래, 내려가자. "

" ..쟤가 수경이로구나. "

" 많이 컸지. "

" ..너 닮았네. "

" 내년에 학교가요. "

오래 머물지도 못하고 우혁이 주라며 돐반지를 건네고는 그렇게 떠나갔다.

" 늙으셨네. "

" 세월이 만든거야. "

치영이 차가 마당을 빠져나가는 뒷모습을 볼때 진호가 옆에 다가 왔다.

" 민수선배는.. "

" 신경쓰지 마. "

모든게 엉망이 된 지금 어찌해야 할지 갈피를 잡을수가 없다.

 

" 김서방은 안 올 모양이네. "

" 그러길래 엄마도 오시지 말라니까.. "

이렇게 되려고 선영이를 닥달한건 아닌데 이 현실이 못내 가슴 아프다.

순수하게 하나뿐인 딸자식의 행복을 원한 욕심이었을 뿐이다.

애들이야 오해하겠지만 사위가 주는 그깟 용돈을 탐 내서는 아니다.

" 잘 돼야 할텐데.. "

" 모른척 하세요, 누나나 매형 다 힘들어요. "

" ..그렇겠지. "

" 진호형이 착해요, 매형왔을때도 누나한테 위로해 주라며 부탁까지 하더라구요. "

" ..그래. "

사람이 어진건 진작부터 눈치챈 게지만 선영이를 힘들게 하는 나약함이라 여겼다.

그랬기에 전쟁터에서 행방불명됐을때 어린 수경이에게서 떼어 낸 폭이다.

" 연락해라, 우혁이 돐이라고.. "

" 알고 있더라구요. "

스스로의 잘못이라고 생각지는 않았지만, 선영이의 아픔은 어찌 달래줘야 할지 암담하기만 하다.

 

" 빨리나와, 시승식해야지. "

미연이의 성화에 한바퀴 근처를 돌아야 했다.

어릴적 만화영화에서 본 성냥갑같은 그 차가 뭐가 맘에 드는겐지 연신 즐거워 한다.

" 커피마시자. "

집에 들어온 미연이가 머그잔을 건네줬고 거실에 마주 앉았다.

마냥 다루기 쉬운 호구로 여기는지 허벅지가 다 보이는 짧은 반바지에 속이 환히 비치는 나시만을 입고 눈을 현혹하는

차림새다.

" 인희언니 조심해. "

" 왜? "

" 미수금 받았다는 얘기 있더라. "

어느 정도 눈치채고 있었지만 그러려니 넘어가는 중이다.

어차피 영업에는 자신이 없고 새로이 마담을 갈아야 하는 부담이 큰 까닭이다.

" 그래? "

" 바보같이..  관리 잘 해. "

" 네,마님 후후.. "

" 돌쇠가 저 모양이니 내가 이 꼴이지. "

이 계통의 여자를 믿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알면서 속고 모르면서 속는 세상이다.

" 내가 어때서.. "

" 까페하나 차려주면 내가 먹여 살릴텐데.. "

나이가 어리지만 웬만한 남자야 찜 쪄 먹는 여우나 다름없는 미연이다.

자기 딴에는 날 이용한다 생각하겠지만 달리 갈곳이 없는 형편이기에 이렇게 지낼수밖에 없는 것이다.

" 됐어 이 사람아, 술이나 한잔하자. "

" 저 봐, 또 대들잖어. "

오늘이 우혁이 돐이기에 찾아가고야 싶지만 쉽게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다.

그저 내 맘을 달래주는건 술밖에 없지 싶다.

" 자기야~ "

" 또 왜. "

" 우리 놀러가자. "

" 어디를.. "

" 음, 영화도 보고 맛있는것도 먹구. "

이제 이 집에 머무르는 것도 부담이 되려 한다.

마음 편히 쉬고자 하지만 그런 자유조차 누리기 어렵다.

" 안돼, 약속있어. "

" 나 가게 나가야 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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