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이유

살아가는 이유 36

바라쿠다 2016. 12. 25. 20:16

" 오랜만이유. "

" 그래, 늦어서 미안하다. "

선영이가 이 곳에 온지 3개월이 지난 시점이라 주위의 모든 나무들이 파랗게 물들었고, 더위가 시작되려 한다. 

곧 들리겠다던 민수 선배가 이제야 이 곳을 찾았기에 서먹하게 인사를 나누는 진호다.

눈치로는 연락이야 되는듯 했지만, 아마도 선배가 차일피일 이 곳에 오는걸 미뤄 오늘에서야 얼굴을 보는 셈이다.

" 선영이는.. "

" 집 안에 있을거야, 들어가 봐. "

" 잠시 얘기 좀 하자. "

" 그럽시다. "

둘이서 할 말이 있지 싶어 하우스 안으로 안내를 했고, 믹스 커피를 내 밀었다.

" 맛있네.  사업은 잘 된다며.. "

" 다행히.. "

치영이가 힘이 돼 주기에 난이며 다육식물의 종자 개량쪽으로 연구를 했고, 분재까지 손을 대 탄탄대로를 가는 중이다.

강원대학과 산학협력을 맺어 모자라는 경험도 많이 쌓았기에 멀지 않은 시기에 수출의 길도 열리지 싶다.

" 소식은 들었어, 잘 돼야지. "

" 우혁이 많이 컸어요, 뒤뚱뒤뚱 걸어. "

" 그렇겠지. "

" 들어가 봐. "

" 그래, 다시 오마..  부탁한다. "

민수 선배의 근황도 가끔 접했기로, 사업이 어렵다 들었다.

오늘 모습만 봐도 뭔가 기운이 많이 떨어진 느낌마저 든다.

 

" 잘 있었어. "

" 잊어버린줄 알았네. "

진호와 같이 들어 온 남편의 모습이 예전만 못하다.

" 얘기들 나눠요. "

집 안에 들어왔던 진호가 자리를 피해 주려는 듯 밖으로 나간다.

" 올라가요. "

수경이와 우혁이가 있는지라 이층으로 오르는 선영이다.

행여 들릴까 싶어 가끔씩이나마 청소를 했기에 이층방은 깨끗하다.

" 아담하니 좋네. "

" 진호씨가 꾸며 줬어, 당신 오면 지내라구. "

" 경치도 그만이야. "

방 안을 둘러 본 민수씨의 눈길이 바깥을 향한다.

하는 사업이 힘든지 초점없이 밖을 바라보는 모습에서 나타 난다.

더할나위 없이 쾌활하고 자신감이 넘치던 사람이다.

녹록치 않은게 인생이라지만 짧은 시간에 저리 변할수 있는지 가슴이 아린다.

" 우혁 아빠~ "

" 응. "

" 당신이 잘 됐으면 해, 우혁이 어리잖어. "

곧 바로 찾아 오겠다던 애 아빠가 가끔 연락이 끊어지기에 서운한 맘이 컸었다.

직접 대하고 기운없는 그를 보니 그런 감정이 눈 녹듯 사라진다.

" 그래야 될텐데.. "

" 힘 내. 당신 우혁이 아빠야. "

" 노력할께. "

실패는 병가지상사라 했던가, 예전의 모습을 찾아주기를 바래 본다.

 

" 아가씨가 부족해. "

" 알고 있어. "

마담인 인희와 가게의 대기실에 앉아는 있지만, 거의 일방적으로 혼나는 중이다.

하기사 모든걸 그녀에게 맡겨두고 허송세월이나 보내니 할 말도 없는 편이다.

" 미연이는 툭하면 빠지고.. "

" 미안해. "

" 내가 그랬지, 사장이 아가씨한테 휘둘리면 안된다구.. "

" 그 말도 맞아. "

낮에 선영이에게 다녀 온 후로, 가뜩이나 부실한 가게지만 신경쓰이기조차 싫다.

그저 언더락스 잔을 기울이며 의미없는 대화만 이어 갈 뿐이다.

" 술 마시고 있어, 한바퀴 둘러 볼께. "

인희가 답답해 하면서 나간 뒤로 조용한 대기실이 차라리 더 맘에 드는 민수다.

어쩌다 이 지경이 됐는지 스스로 한심할 뿐이다.

월세방이라도 얻어 아내와 아들을 옆에 두고 싶은 생각은 있었으나, 임시방편이 될 것이라 여겼기에 차라리 진호에게 

맡기기로 했다.

자신의 딸인 수경이에게 푹 빠져있는 선영이에게도 그게 낫지 싶었다.

하지만 한 구석에 피어나는 질투라는 감정으로 그 곳을 찾기 싫어 종내 버티다가 오늘에야 다녀 온 폭이다.

" 웃기지도 않는다니까. "

대기실로 들어 온 미연이가 볼맨 소리를 해 댄다.

" 왜. "

" 파트너가 노인네야. "

" 그랬구나. "

마음 둘 곳 없어 미연이와 어울리다 보니, 복잡한건 잠시나마 잊을수 있었지만 그때 뿐이었다.

" 오빠야~ "

" 응. "

" 나 일하기 싫어. "

" 어쩌라구. "

" 언니한테 얘기해, 같이 나간다구. "

자주 그러다 보니 미연이까지 자신을 만만하게 보지 싶어 머리가 지끈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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