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생(殘生)

잔생 60

바라쿠다 2017. 1. 2. 01:31

" 보기 좋네. "

" 어서 와. "

제법 장사가 자리잡은 티가 난다.

그간 바쁘다며 툭하면 가게로 불러 내 알바가 해야 할 일까지 시킨 희정이다.

그게 미안했던지 친구인 인아를 끌어 들여 둘이서 꾸려 나간다.

밤 11시쯤 가게가 끝나기에 두 여자의 퇴근을 도왔고, 그 좋아하던 술은 입에 대지도 못했다.

하루의 일과를 마무리하려는 그녀들의 움직임은 빠르고 경쾌하다.

몸이야 피곤하겠지만 집으로 간다는 기대가 많이 작용했을 것이다.

" 국진씨 불쌍해서 어쩌누.. "

" 뭐가.. "

" 너 퇴근시키느라 좋아하는 술도 못 마시구,호호.. "

" 당연한거지, 이년아. "

" 헐~ 괜히 장사를 시켜설랑.. "

" 호호.. 완죤 코 꿰서리.. "

가게 정리를 끝낸 그녀들을 싣고 퇴근하는 길이다.

" 둥이야~ "

" 응. "

" 둥이라니.. "

" 있어 기집애야..  요즘 용호씨 바빠? "

" 왜? "

" 인아년 만난지 한참 됐대. "

" 글쎄.. "

" 자기도 못 봤어? "

" 바쁜가 보지. "

" 됐어, 얘. "

그리고 보니 용호선배와 연락이 끊어진게 오래지 싶다.

가끔 어울리기야 했지만, 사는 방법이 틀린지라 서로간의 프라이버시는 존중한다.

" 가요, 그럼.. "

" 그래요. "

골목 입구에 인아가 내리고, 언덕 위에 집이 있는 희정이를 내려 줄 차례다. 

" 커피마시고 가. "

" 애들은.. "

" 자겠지. "

" 별나다, 애들있다고 오지 말라고 하더니.. "

" 그래서 싫다는거야, 지금? "

" 누가 싫대, 그렇다는거지.. "

 

어차피 애들도 국진이가 가게를 차려준건 아는 일이다.

집에서 재우지는 못하더라도 커피정도 마시는건 괜찮지 싶다.

" 기다려, 방에서.. "

" 응. "

걱정과는 달리 이대로만 간다면 적은 수익이나마 낼수 있을것이다.

남의 집에 다니며 꼴난 일당을 받는것과는 비교조차 안 된다.

그때와는 달리 몸이 편안하고 시간에 쫒기지 않아 좋다.

좋아하는 맘이 있다 한들 큰 돈까지 들여 가게를 차려준 국진이가 고마울 뿐이다.

" 마셔.. "

" 문은.. "

" 안돼, 애들이 보면.. "

" 참내.. "

혹여 애들이 나오더라도 이상스레 볼까 봐 문은 열어두어야 한다.

애들이 국진이에게 호감이야 보이지만 눈치를 안 볼수는 없다.

" 내일은 차 가지고 오지 마. "

" 왜.. "

" 토요일이잖어, 하루는 자기랑 있을께. "

" 흐흐..  웬일이래.. "

" 싫어? "

" 하여간, 무슨 말을 못하게 한다니까.. "

" 그러니까 까불지 마,호호.. "

힘겹게 세상과 맞서 싸우던 그 시절이 아니다.

작지만 보람마저 느낄 정도로 가게는 틀이 잡혀간다.

여유라는걸 모르고 살았던 지난 날이다.

 

~ 자냐 ~

~ 아직 ~

~ 한잔하자 ~

~ 그래요 ~

~ 거기서 보자 ~

~ 응 ~

희정이의 집을 나서 돌아가는 길이다.

궁금해 하던 용호 선배에게서 메시지가 왔다.

" 어쩐 일이유.. "

" 후후.. 니가 보고싶더라. "

오랜만에 자주 가던 퓨전포차에서 선배랑 마주 앉았다.

느낌인지 모르겠지만 못 본사이 얼굴에 그늘이 보인다.

선한 사람이기에 보여지는 표정 또한 밝아 보였던 그다.

" 입에 침이나 발라, 인아씨가 보고싶다면 몰라도.. "

" 진짜야, 니 얼굴이 떠 오르더라. "

" 털어 놔. "

" ..................... "

" 얼굴에 씌여 있어, 경맥이 막혀 푸석거리구.. "

수심 가득한 이유가 있을것이다.

그렇기에 모질지 못한 사람이 이 야밤에 나를 찾았을게다.

" 국진아, 어쩜 좋으냐. "

" 어쩌긴, 술값이나 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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