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기 좋네. "
" 어서 와. "
제법 장사가 자리잡은 티가 난다.
그간 바쁘다며 툭하면 가게로 불러 내 알바가 해야 할 일까지 시킨 희정이다.
그게 미안했던지 친구인 인아를 끌어 들여 둘이서 꾸려 나간다.
밤 11시쯤 가게가 끝나기에 두 여자의 퇴근을 도왔고, 그 좋아하던 술은 입에 대지도 못했다.
하루의 일과를 마무리하려는 그녀들의 움직임은 빠르고 경쾌하다.
몸이야 피곤하겠지만 집으로 간다는 기대가 많이 작용했을 것이다.
" 국진씨 불쌍해서 어쩌누.. "
" 뭐가.. "
" 너 퇴근시키느라 좋아하는 술도 못 마시구,호호.. "
" 당연한거지, 이년아. "
" 헐~ 괜히 장사를 시켜설랑.. "
" 호호.. 완죤 코 꿰서리.. "
가게 정리를 끝낸 그녀들을 싣고 퇴근하는 길이다.
" 둥이야~ "
" 응. "
" 둥이라니.. "
" 있어 기집애야.. 요즘 용호씨 바빠? "
" 왜? "
" 인아년 만난지 한참 됐대. "
" 글쎄.. "
" 자기도 못 봤어? "
" 바쁜가 보지. "
" 됐어, 얘. "
그리고 보니 용호선배와 연락이 끊어진게 오래지 싶다.
가끔 어울리기야 했지만, 사는 방법이 틀린지라 서로간의 프라이버시는 존중한다.
" 가요, 그럼.. "
" 그래요. "
골목 입구에 인아가 내리고, 언덕 위에 집이 있는 희정이를 내려 줄 차례다.
" 커피마시고 가. "
" 애들은.. "
" 자겠지. "
" 별나다, 애들있다고 오지 말라고 하더니.. "
" 그래서 싫다는거야, 지금? "
" 누가 싫대, 그렇다는거지.. "
어차피 애들도 국진이가 가게를 차려준건 아는 일이다.
집에서 재우지는 못하더라도 커피정도 마시는건 괜찮지 싶다.
" 기다려, 방에서.. "
" 응. "
걱정과는 달리 이대로만 간다면 적은 수익이나마 낼수 있을것이다.
남의 집에 다니며 꼴난 일당을 받는것과는 비교조차 안 된다.
그때와는 달리 몸이 편안하고 시간에 쫒기지 않아 좋다.
좋아하는 맘이 있다 한들 큰 돈까지 들여 가게를 차려준 국진이가 고마울 뿐이다.
" 마셔.. "
" 문은.. "
" 안돼, 애들이 보면.. "
" 참내.. "
혹여 애들이 나오더라도 이상스레 볼까 봐 문은 열어두어야 한다.
애들이 국진이에게 호감이야 보이지만 눈치를 안 볼수는 없다.
" 내일은 차 가지고 오지 마. "
" 왜.. "
" 토요일이잖어, 하루는 자기랑 있을께. "
" 흐흐.. 웬일이래.. "
" 싫어? "
" 하여간, 무슨 말을 못하게 한다니까.. "
" 그러니까 까불지 마,호호.. "
힘겹게 세상과 맞서 싸우던 그 시절이 아니다.
작지만 보람마저 느낄 정도로 가게는 틀이 잡혀간다.
여유라는걸 모르고 살았던 지난 날이다.
~ 자냐 ~
~ 아직 ~
~ 한잔하자 ~
~ 그래요 ~
~ 거기서 보자 ~
~ 응 ~
희정이의 집을 나서 돌아가는 길이다.
궁금해 하던 용호 선배에게서 메시지가 왔다.
" 어쩐 일이유.. "
" 후후.. 니가 보고싶더라. "
오랜만에 자주 가던 퓨전포차에서 선배랑 마주 앉았다.
느낌인지 모르겠지만 못 본사이 얼굴에 그늘이 보인다.
선한 사람이기에 보여지는 표정 또한 밝아 보였던 그다.
" 입에 침이나 발라, 인아씨가 보고싶다면 몰라도.. "
" 진짜야, 니 얼굴이 떠 오르더라. "
" 털어 놔. "
" ..................... "
" 얼굴에 씌여 있어, 경맥이 막혀 푸석거리구.. "
수심 가득한 이유가 있을것이다.
그렇기에 모질지 못한 사람이 이 야밤에 나를 찾았을게다.
" 국진아, 어쩜 좋으냐. "
" 어쩌긴, 술값이나 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