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생(殘生)

잔생 62

바라쿠다 2017. 1. 9. 08:40

" 딸내미가 재밌대? "

" 아휴, 말도 마.. "

희정이가 시키는대로 가게 영업이 끝나는 시간에 맞춰 이 곳으로 왔다.

내일 일요일은 쉬는 날인지라, 제법 정리가 필요한 모양이다.

마무리 하는 동안 테이블에 앉아 인아의 딸에 대한 소스나마 얻고 싶은 국진이다.

" 왜.. "

" 맨날 술 쳐 먹고 늦어..  꼭지까지 돌아설랑.. "

" 헐~ "

" 그 눔의 회사에서 일은 제대로 하는겐지.. "

" 잘 하겠지.. "

" 용호씨한테 미안해 죽겠어. "

" 걱정하지 마. "

" 용호씨 나쁜 일 있는건 아니겠지, 요즘 통 연락도 없고.. "

인아가 골머리를 썩을 정도면 딸 아이의 품성은 안 봐도 뻔할 뻔이다.

잘 쳐 놓은 그물이 필요한지라 이것저것 점검이 필요할게다.

" 가요~ "

" 응, 인아씨 미안해.  오늘은 못 데려다 줘. "

" 이긍, 깨 쏟아지겠다.호호.. "

준비가 끝났다며 주방에서 나온 희정이로 인해 둘의 대화는 잠시 접어야 했다.

가게 앞에서 인아가 택시를 타고 떠나자, 당연한 듯 희정이가 팔장을 끼어 온다.

" 애들.. 괜찮겠어? "

" 자기들 앞가림은 해, 그래서 일 다닌거구.. "

" 착하네. "

" 그 맛에 버틴거야, 내가.. "

요즘 주위에 있는 세여자의 순위를 따진다면 당연 희정이가 첫번째다.

젤 어린 순희와 섹스를 할때는 크나 큰 쾌감이야 주긴 하지만 그게 다는 아니다.

나이많은 연숙이의 경우, 놈씨들이 군침을 질질 흘릴만큼 이쁘긴 하다.

거기에다 내 말이라면 껌벅 죽는 고분함까지 지녔지만 역시 뭔가 뒤쳐지는게 있다.

굳이 순위가 매겨지는 이유야, 맘 속에 자리잡은 연정 때문일게다.

 

" 와, 이리. "

" 응. "

욕실에서 나오니 먼저 씻은 희정이가 주방에서 부른다.

어느새 식탁위에는 먹음직스러운 찌개에서 더운 김이 모락모락 핀다.

브라와 팬티만 입은 그녀의 머리에 흰 수건이 말아져 있다.

" 와~ 맛있겠다,후후.. "

" 호호.. 좋아? "

" 당근, 말밥이지.. "

" 자주 해 주고 싶었는데.. "

혼자 사는 내게 먹거리나마 챙겨주고 싶다는 애기를 한적이 있다.

사내놈인지라 홀로 삶을 꾸려나가는 모습이 안쓰러워 보였을게다.

" 됐어, 술이나 한잔해. "

" 응, 건배~ "

눈 앞의 그녀를 보니 처음 몸을 섞었을때의 기억이 떠 오른다.

거의 그렇게 입겠지만 속옷인 브라와 팬티가 따로 노는 시장표길래 눈에 거슬렸다.

비록 속옷이지만 브랜드인지라 예전과 달리 우아해 보이기까지 하다.

" 희정씨.. "

" 응? "

" 이쁘다, 오늘.. "

" 또 놀린다..  자기 눈에만 그런거야. "

잘 해 주고자 맘 먹고 있건만, 자기 자신 비하를 할때면 속상하다.

흔히 여자들 스스로 기준하는 미의 잣대라는게 참으로 어리숙하다.

얼굴이나 몸매 또한 그 기준에 맞춰 점수를 매기고자 한다.

술잔을 꺽는 저 손이 이쁘고, 맛있게 삼키는 모습조차 아름답기에 내 가슴속 깊이 새겨지는지를 모르고 있다.

참으로 우매스럽긴 해도 그런 순진함이 더 맘에 드는건 아닐런지..

" 못믿네, 이쁘다니까.. "

" 킥~ 리얼리? "

아무래도 이쁨받는 이유를 깨닫게 해 자긍심이나마 키워줘야지 싶다.

내가 이뻐하는 여자라면 그에 상응하는 대접을 받아야 마땅하다.

제 미모를 스스로 낮추는 무지를 고쳐, 뛰어난 여자임을 자각하도록 하고 싶다.

" 내 눈엔 전지현이보다 더 이뻐. "

" 에이, 뻥이 심하다. "

사람들이 평가하는 기준이야 대체적으로 비슷하리라 본다.

양귀비나 클레오파트라가 어찌 생겼는진 모르지만 단지 미모라는 이유만으로 칭송받진 않았을게다.

조각같은 고운 선을 지녔다 한들 그 매력에 백치미가 더해 진다면 그 미모는 빛을 보지 못했을 것이다.

" 이룬 한심하기는.. 제 미모에 이리 자신없으니.. "

" 내가 그렇게 이뻐? "

" 그래 임마, 이쪽으로 와. "

" 그리로? "

평상시에도 이쁘지만 얼추 술기운이 올랐기로 희정이의 몸에서 풍기는 매력이 더 돋보인다.

맞은편에 앉아 있는 그녀를 옆 자리로 옮겨 탐하고픈 마음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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