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와~ 싸부님~ "
" 호호.. "
첫날부터 지각하면 안 되기에 맘이 급해 진다.
늦었다 싶길래 뛰어 가는데 순희가 고기집 앞에 서 있다.
연한 하늘색 반팔티와 시원스레 통이 넓고 꽃그림이 가득한 치마를 입었는데, 굽이 얕은 힐과 어울려 제법 늘씬하다.
뒤뚱이며 뛰는 내 모습이 우스웠는지 입을 가리고 미소를 짓는다.
우환을 겪고 있던 첫날의 그 우울함이 아닌, 젊은 나이에 어울리는 그런 밝은 표정이다.
" 어~ 5분전이네. "
" 네, 나도 방금 왔어요. "
여지껏 내 쪽에서 약속하고 늦어진 기억은 없다.
엉덩이에 뿔난 여자의 자존심을 눈 감아주긴 했어도..
" 휴~ 다행이다. "
" 먼저 들어가기가 그래서.. "
" 잘 했어, 지금부터 나는 흑기사야. 에스코트 해야지,흐흐.. "
" 영광이네요,호호.. "
장난스레 팔을 굽혀 순희에게 내 밀었더니 수줍은듯 팔짱을 낀다.
제법 주변에서 인기있는 집인지라 파트너에게 책 잡히진 않는다.
아직 이른 시간이지만 가족들과 단체 손님들로 북적북적 거린다.
" 뭐 좋아해. "
" 아무거나.. "
" 두번째입니다, 싸부님 체면이 있지 아무거나라니.. 이모~ "
" 네, 손님 주문 받을께요. "
" 여기 아무거나 5인분 주세요. "
싸부지만 초장부터 길 들여야, 다음 만남에서는 자기 주장을 할 것이다.
그리고 보니 전체적으로 풍기는 느낌이 희정이와 비슷하다.
" ..말씀을 하셔야.. "
" 흠.. 그러면 다 섞어서 5인분 주세요. "
" 네, 준비할께요. "
주문 받은 종업원이 카운터 쪽으로 사라지자 순희가 입을 삐죽인다.
" 너무 많아요. "
" 여기 양 적어, 남으면 싸부가 가져가든지.. "
" 제자가 넘 허풍이 쎄다,호호.. "
" 앗~ 그랬나,후후.. "
숯불위에서 고기가 지글지글 익어 간다.
타고 난 사주가 고난은 있으나 앞 뜰에 해가 비치는 상이다.
불과 며칠전과 지금의 인상은 천지차이다.
" 그걸 배워 뭣 하게요. "
" 써 먹어야지, 피가 되고 살이 될텐데.. "
제법 술 마시는 폼이 술만 밝히는 어스레기가 아니다.
날 상대로 대작하면서도 몸의 균형은 변함없이 꿋꿋하다.
" 도사님 가만히 보면 날도둑 같애요. "
" 어~ 그런 누명을.. "
" 아빠한테 20년 가까이 배웠어요, 사람 몸의 혈이며 관절, 급소까지 외워야 했구요. 그에 따른 반응까지.. "
" 안마사가 되겠다는건 아닌데.. "
" 알죠, 무슨 뜻인지.. 그래도 하루아침에 되는게 아니니까.. "
" 이렇게 하지.. 순희씨랑 이렇게 술 마시면서 이론 배우고, 내가 손님으로 갈때는 실습하는 걸루다.. "
" 도사님.. 좋은 분 같아요, 그 가격에 그런 수고하는 사람은 없을테니까.. 가르쳐 드리고는 싶지만 제대로 도사님이
소화할지는 자신 없네요. "
남의 우환을 없애기 위해 기원을 드리는 것인데 눈 가리고 아웅할수는 없는 일이다.
아픈 고초를 겪는 사람의 마음을 헤아리는 것이 진정한 무당의 도리라 본다.
신령님께 은혜를 구하는 의식을 치루는 일인데, 하늘에 정성이 닿게끔 진심이 실린 자세 역시 필요한 법이다.
" 그게 순희씨가 오버하는거야, 내가 대학입시 보는것도 아닌데 걱정이 너무 앞서. "
" 가 보자구요, 될지 모르겠지만.. "
남들이 들었으면 코웃음을 쳤을게지만 당사자인 우리는 진지하다.
그저 힘으로만 여자를 정복하려는 나와, 몸의 균형을 잃은 환자를 치료하는 순희는 시작부터 보는 눈이 틀리다.
순희에게서 찐한 쾌감을 일궈 냈기에 그 기술을 기본이나마 배우고 싶은게고, 보답 차원에서 피곤이나마 풀어주고자
봉사를 한 그녀는 내 조름이 황당했을게다.
가르치는 사람과 배우려는 사람의 욕심이 틀리기에 이뤄지지 않을 확률이 크다.
방금 전에도 연숙이와의 느낌은 평소와는 많이 틀렸기로 쉽게 자극을 주는 기초만 알아도 응용이 될 것이다.
진지하게 얘기하는 동안 ,어느덧 소주병이 3개나 비워 졌다
" 한잔 더 해. "
" 그만 가요, 실습해야죠. "
" ......................... "
" 혼자 된지 오래 됐어요, 부담갖지 마시고.. "
" 나야 영광이지, 싸부한테 가르침 받으니.. "
지나 온 세월은 동년배나 연상의 여인네들과 만났기에, 순간 당황한 폭이지만 나이 차이는 8살에 불과하다.
돌아가신 우리 아버님 말씀이 외로운 여자는 품어줘야 한다고 하셨다.
그녀가 원한다면 하늘이 뒤집어 질지언정 몸 사리는 못난이는 되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