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생(殘生)

잔생 39

바라쿠다 2016. 12. 27. 21:11

~ 자? ~

~ 아니 ~

~ 기다려 ~

아침나절에 기다리고 기다리던 희정이의 메시지가 왔다.

집으로 온다는 얘기인데 그 시간이 왜 그리 긴지 초조해 진다.

스스로 생각해도 그녀에게 단단히 빠졌지 싶다.

" 멀쩡하네,호호.. "

" 응? "

" 보고 싶다고 징징거렸다며.. "

" 에이, 아무리.. "

거실로 들어 온 그녀가 어찌나 반가운지 선 채로 꼬옥 끌어 안았다.

그토록 보고싶었던 그녀였던지라 어디로 사라질까 봐 조바심마저 난다.

우려한만큼 그늘이 없기에 안심은 된다.

" 많이도 했더라. "

" 걍. "

사랑하는 여자이기에 조의금 100정도는 적당하다 싶었다.

" 딴짓 안했지. "

" 그러엄, 맛있는거 사 줄까? "

양심이 찔리는지라 화제를 옮겼다.

" 여기서 먹자, 내가 해 줄께. "

" 굳~ "

거침없이 방으로 들어가더니 간편한 옷으로 갈아 입는다.

그녀 때문인지 온 집안이 상쾌함으로 가득 찬다.

 

" 어여 와. "

" 와~ 진수성찬이네. "

" 맛있겠지. "

아마도 몇가지 반찬을 빽에다 숨겨왔지 싶다.

소주부터 두 잔에 나눠 따르고 그녀에게 내민다.

" 고생했어. "

" 미투,호호.. "

남편이 집에서 나가기 전 동훈이의 돌발스런 행동에 쇼크를 먹었다고 짐작된단다.

오랜세월 병원 뒷바라지 했으니 미안해하지 않기로 했단다.

지난 며칠간의 얘기를 잔잔히 푸는게지만 맘이 쓰이는지 술 마시는 속도가 빠르다.

" 주어진게 거기까지야, 맘쓰지 마. "

" ..봤어? "

" 응, 노후가 안 보이더라. "

" ..그랬구나. "

좋아하는 여자이기에 아들들까지 짚어 본 턱인데 남편이 보이지 않길래 어림짐작은 했었다.

그녀가 짊어진다고 해서 바뀔 사주는 아닌 것이다.

" 편히 지내라고 축수했어. "

" ..고마워. "

( 하여간 저 소리 좀 그만했으면 더 이쁘겠구만.. )

" 또 그소리..  동훈이 잘 다니지? "

" 응,재밌대. "

큰 놈이 먼 훗날 알차게 사는게 보였더랬다.

제대로 된 길만 일러 준다면 제 몫은 톡톡이 하지 싶다.

 

" 희정씨. "

" 왜 불러, 노리끼리하게. "

" 일 다닐거야? "

" 며칠 쉬구. "

" 가게 해 볼테야? "

" .................... "

" 작은걸루다..  도와줄께."

얼마전부터 그런 생각이 들었다.

연숙이와 정애에게 받은 돈이 있으니 도움이 될게다.

남의 집 생활보다는 재미도 느낄 것이다.

" ..글쎄.. "

" 밤에 일 다니는거 싫더라, 내 맘대로 만나지도 못하고.. "

그녀의 생활이 바뀌면 어찌 될지 여러 각도로 머리를 굴렸더랬다.

돈을 벌기 위해 사는게지만 그 욕심때문에 자기 자신을 잊으면 곤란하다.

요즘은 주 5일 근무하는 사람이 많이 늘었다.

악착같이 사는 것보다 취미 생활등에 시간을 할애하기 때문이다.

희정이가 가게를 꾸리더라도 돕는 사람을 둬 여유를 주고 싶다.

" 여보야~

" 응. "

" 나 그냥 냅 둘거야? " 

" 당근 아니지,후후.. "

" 저녁에 가야 돼.  제 아빠죽은지 며칠되지도 않았잖어. "

" 맞다, 침 발라 놔야지. "

오늘은 그 동안 못 푼 욕구를 풀어야 한다.

며칠 못 볼것이기에 신물나게 놀아 볼 작정이다. 

 

'잔생(殘生)'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잔생 41  (0) 2016.12.28
잔생 40  (0) 2016.12.28
잔생 38  (0) 2016.12.27
잔생 37  (0) 2016.12.27
잔생 36  (0) 2016.1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