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빠진거 없어? "
" 응, 대충.. "
마지막 밤을 윤수와 지새고 난 아침이다.
헤어지는 아쉬움이 두사람 모두에게 컸기 때문이었을까 뜬 눈으로 밤을 지새며 여러번 찐한 향연을 일궈냈다.
그가 그 동안 사 두었던 이쁜 속옷들과 몇개인가의 운동화와 힐까지 담아 낸 짐이 한가득이다.
" 나가자. "
" 데려다 주게? "
" 당연하지. "
여러개의 쇼핑백을 나눠 들고는 지하주차장에 있는 윤수 승용차의 뒷좌석에 실었다.
" 잘 살아야 돼. "
" 걱정 마. "
앞을 바라보고 운전하는 윤수의 다짐하는듯 한 말투마저 아련한 슬픔이 느껴진다.
나도 이렇듯 마음이 아픈데 주구장창 나만의 해바라기였던 그의 맘은 능히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 저기 좀 들렸다 가자. "
" 뭐하게.. "
아파트 앞 상가에 차를 주차시키는 윤수의 저의가 궁금하다.
" 잠깐만 기다려. "
" ................. "
시동 켜 둔채 차에서 내린 윤수가 은행으로 들어서는 모습이 차창을 톻해 보여진다.
( 그대는 나만의 여인이여~ 보고 또 보고 싶은 나만의 사랑~ 그대는 나만의 등불이여~ 어둡고 험한 세상 밝게 비춰
주네요 ~ )
들겨 듣던 김건모의 노래가 라디오에서 잔잔하게 흐른다.
" 띵~똥.. "
메시지 도착음이 울리기에 핸폰을 들여다 보게 된 수진이는 마음이 찡해 진다.
무려 이천만원이나 되는 돈이 윤수에게서 입금되었기로 아련한 속내까지 짐작되어지기 때문이다.
따지고 보면 자기를 떠나고자 하는 철없는 계집이상은 아닐진대 이렇듯 마지막까지 챙기려 드는 그의 마음씀에 담담히
쌩 까기가 어렵다.
" 자기야.. "
" 그냥 받아 놔, 혹 필요할때 쓰고.. "
볼일을 마친 윤수가 운전석에 앉았을때 기어코 슬픔이 밀려 와 참아내 지지가 않는다.
" ... 내가 뭐라구.. "
" 행복해야 한다, 그래야 나도 맘이 편하지. "
" .................. "
" 나가자. "
" 잠시만.. 바람이 춥더라. "
저녁께 신혼여행지인 제주도 호텔에 짐을 풀고는 바깥 구경을 위해 나서기로 했다.
호텔 나이트에서 작은 양주를 두병씩이나 비웠기에 시원한 바람을 쐬고 싶었다.
정호가 꺼내 준 점퍼를 입지 않았더라면 추위에 떨었을만큼 제주의 밤바다는 바람이 제법 매섭다.
앞이 보이지 않을만큼 시커먼 바다와 맞닿아있는 방파제에 오르자, 여기가 어딘지 동화속 세계처럼 그 신비한 풍광에
가슴이 뻥 뚤린듯 시원스럽다.
" 야호~ "
" 여자가 목소리도 커요. "
자주 접하지 못한 자연의 신비가 아름다워 소리를 질렀더니 정호가 잔소리하는 폭이다.
" 목소리커서 싫어? "
" 너무 조용하니까. "
제 딴에는 불알달린 사내라고 결혼 첫날부터 쥐어 잡으려는 음흉한 속내가 보인다.
같잖게 게임거리도 안되는 인간이 대놓고 맞먹으려 든다.
" 내 신음소리가 매력적이라며.. "
" 그거랑은 틀리지. "
" 진짜 같이 못 놀겠네, 나 먼저 들어갈께. "
" 어~ 미영아 같이 가. "
여자 다루는 법도 서툴면서 권위만 앞세우려는 정호를 어찌 틀어잡아야 할지 고민해 본다.
성질 돋궈봐야 자기한테 손해가 나리란걸 깨우치게 해야 한다.
옴싹달싹 못하게끔 치마폭에 가두고선 순한 양으로 길들여야지 싶다.
" 화 풀어라. "
" 저리 가, 나 잘거야. "
아무리 부부라 한들 제 멋대로 몸을 다루게 할수는 없는 일이다.
" 또 그런다, 잘못했다니까. "
" 떨어 져, 비행기타고 돌아가는 수가 있어. "
쉽게 넘어가면 고질병처럼 또 다시 대들지 싶어 매정하게 뿌리치고 잠든 척 했다.
침대에 누워 있었더니 진짜로 잠이 들었었나 보다.
뭔가 야릇한 기분이 들기에 설핏 잠에서 깨었기로, 그 느낌이 일어나게 된 이유가 궁금하다.
방 안에는 스텐드 불빛으로 희미하게 침대 머리맡 주변만 은은히 비칠 뿐이다.
다시금 허벅지께에 더운 입김이 쏘아 지기에, 자신의 잠을 깨운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조심스러워 하는 정호의 혀가 허벅지 근처를 간지르며 위로 오르려고 하는 게지만, 평소 옆으로 몸을 엎디어 자는
습관인지라 더 이상 그 곳으로 닿기는 어렵지 싶다.
터지려는 웃음을 속으로 삼키면서도 장난끼가 스멀거리기에, 뒤척이는 양 몸을 뒤집어 한쪽 무릎을 세워서는 정호의
행동을 지켜보기로 한다.
아니나 다를까 침대가 약하게 꿀렁이는가 싶더니 사타구니 근처에 그의 머리가 얹혀져서는 팬티주변을 탐색코자 한다.
" 아~웅 "
잠꼬대 하는 양 두다리를 펼치자 정호가 움찔거리는게 느껴지기까지 한다.
정호 역시 술이 취했을텐데, 기어코 이루려는 뜻을 거두지 않음에 귀여운 생각마저 든다.
지루할만큼 그의 노력이 이어지고 모른척해야 하는 나도 힘들기는 마찬가지다.
차츰 그 곳을 욕심내는 정호의 움직임이 점차 대담해 지고, 작은 가려움에 나 역시 은근히 그 다음이 기다려진다.
깊은 잠에 빠졌다고 생각하는지 팬티마저 벗기려 하기에 몇번씩인가 몸을 뒤집는 척 그의 손길을 도와줘야 했다.
기어코 완전 나체가 되어야 했고 그의 애무를 편안히 즐길수 있게 되어 느긋한 마음이다.
원하는 기술이야 직접 세세히 가르쳤기에 제법 꼼꼼스레 성감을 이끌어 낸다.
공들여 그 곳을 탐하는 정호로 인해 손이 닿는 곳마다 스파크가 일어 나 불꽃을 피우고, 혀의 장난으로 그 곳이 벌어지면서
애액이 번졌음이 감지된다.
그나저나 마지막 교접중에도 모른척 해야 하는건지 갈피를 잡지 못하겠다.
기어코 두다리를 들어 무릎을 세우게끔 벌리더니 익숙한 그것이 툭툭 입구를 찔러댄다.
종내 묵직한 그 놈이 민감해 진 그 곳이 제 집인 양 들락거리기에 더 이상 참아내 지지가 않는다.
" 이 나쁜 놈, 일찍 끝나면 혼난다. "
두 팔과 두 다리를 들어 정호의 몸에 매달리고는 어딘지 모를 여행지로 떠나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