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무게

삶의 무게 40

바라쿠다 2016. 12. 15. 10:36

" 미안해, 결혼식 못가서.. "

" 뭐하러 와, 잘했어. "

오늘은 윤수의 아들 결혼식이 치뤄진 토요일이다.

참석하고는 싶었지만 윤수 입장도 있을게고, 개업한지 얼마 안 된 커피숍의 문을 닫을수는 없었다.

처음으로 자신의 명의로 된 가게를 오픈했기로 남다른 애착이 있을수 밖에 없었기에,  그간 얼굴을 마주한지 두달

가까이 된 시점이다.

미리 핸폰통화를 했고 당연한 듯 주방에 술상이 차려져 있기에 마주 앉았다.

하나밖에 없는 아들 결혼식이기라  딴에는 바빳을텐데 가벼운 옷차림으로 변한 윤수가 부지런히 준비했지 싶다.

" 하객많었어? "

" 그냥..  너 장사 잘 되더라. "

" 너?  버릇없이 누나한테,호호..  봤어? "

" 응,후후.. "

뭐가 그리 좋은지 항시 웃어 주는 사람이기에 모든걸 의지할수 있었다.

어린 나이에 누가 있어 이렇듯 희망을 갖고 각박한 세상과 맞설 용기를 가질수 있었겠는가.

" 들어오지 그랬어. "

" 에구,됐어..   자리잡은것 같아 좋더라. "

아마도 가게가 잘 되는지 밖에서 지켜봤지 싶다.

항시 돌아가신 아빠처럼 꼼꼼하게 챙겨 준 윤수기에. 그런 그의 마음을 받아들였던 수진이다.

오늘 이 곳으로 들린 이유가 있기에 수진이는 맘이 편치 못하다.

" .. 저기 나 할 말있어. "

" 뭔데 뜸 들여.  걍 편하게 해, 안 그러더니.. "

" .. 그러니까 그게.. "

" 그 친구랑 뭔 일 있구나. "

" .. 미안해. "

예전부터 눈치가 빠른 윤수였기에 어떤 일인지 짐작이 된다는 듯 고개를 주억인다.

제 일처럼 열심히 일하는 영민이를 그 동안 유심히 살폈더랬다.

덕분에 가게 역시 안정을 찾는듯 싶고, 변하지 않는 그의 착실함이 미더웠다.

손발맞춰 꾸려간다면 제법 저축이란것까지 해 가며 살아질수도 있다는 희망이 생긴 수진이다.

그랬기에 한 집에서 같이 지내고 싶어 하는 영민이의 요구가 마냥 반가웠는지도 모른다. 

 

" 축하 해. "

" 고마워. "

" 우리 건배하자. "

" ................ "

미안한 듯 말없이 잔을 부디치는 수진이의 모습이 오히려 안쓰럽다.

이 나이에 엄두조차 내지 못할 행복한 시간을 누린건 순전히 수진이 덕이었기에 늘 고마운 마음이었다.

하지만 딸이나 진배없는 그녀를 언젠간 놔 줘야 한다고 스스로 최면걸듯 다짐했었다.

보고 싶을때마다 몰래 가게를 찾기도 여러번이고, 바쁘게 움직이는 수진이를 먼 발치서 한참이나 지켜보다 말없이

발길을 돌리기도 했다. 

" 나 괜찮어, 열심히 해. "

" ................. "

평소 발랄하던 그녀의 말수가 적은걸 봐서 그 젊은 친구에게 상당한 애정이 있는걸로 보인다.

마음이야 찢어질듯 아프지만 수진이의 행복을 위해서라면 보내줘야지 싶다.

" 찌게 다 식었다, 다시 데워야지. "

" 담배하나 줘. "

식어버린 찌게를 렌지에 올리고 담배와 재떨이를 가져 와 수진이에게 건넸다.

" 여기서 잘래. "

" 나야 고맙지. "

" 씻고 올테니까 방에 술상 차려. "

" 그래. "

피우던 담배를 재덜이에 비벼 끈 수진이가 욕실로 사라진다.

 

침대옆 교탁에 술과 안주를 가져다 놓고 잠시 생각에 잠기는 윤수다.

이 곳에 온 수진이가 내내 우울해 하던 이유가 짐작된다.

아마도 제 딴에는 오늘이 마지막 밤이라는 생각을 하지 싶다.

제 나이와 걸맞은 새로운 남자친구도 생겼고, 번듯한 가게까지 생긴 터에, 나 같은 노친네와 인연을 이어 나가는게

보기좋은 모양새는 아닐것이다.

이제는 천사같은 그녀를 다시 못 본다는 생각에 가슴이 저려 온다.

" 뭐하니, 너도 얼른 씻어. "

" 알았다,후후.. "

젖은 머리에 수건만을 두른 수진이의 몸매가 유난히 탐스럽다.

더운 물로 덥혀진 욕실은 수증기로 자욱하다.

세면대 위의 거울에 샤워기의 물을 뿌리자 세월이 덕지덕지 묻은 얼굴이 드러난다.

( 그래, 이젠 잊어야지.. 이런 모습으로 잡을순 없어. )

 

" 이긍, 느려 터져서는..  빨리 와 술 따라 줘. "

" 먼저 시작하지 그랬어. "

제 딴에도 생각이 많은지 술잔은 비워져 있고 교탁 앞에 앉아 담배 연기만 내 뿜어 댄다.

오래된 습관일텐데 가게에서는 여건상 애써 참아내고 있으리라.

" 미쳤어?  내 쫄다구 있는데.. "

" 네이~ 마님. "

" 마님 싫어, 걍 누나할래. "

" 원하는대로 하셔,후후.. "

속마음을 내 보이지 않으려는 듯 애써 밝은척 하는 내심이 들여다 보인다.

항시 봐 오던 나신이지만 언제 봐도 아름다운 수진이의 몸이다.

흰수건이 젖은 머리위에 올려져 있고 생기있어 보이는 얼굴이 보기에 좋다.

무릎위로 꼬아 내린 다리의 선이며 봉긋한 가슴과 옴팡 파여진 귀여운 배꼽까지 지금도 두근거림만큼 눈을 현혹한다.

빈잔 두 곳에 술을 따르고 그녀를 마주 봤다.

" 기다려, 누나가 줄께. "

" ..................... "

한 모금 술을 머금은 그녀가 내 무릎에 올라 앉더니 입술을 부디쳐 온다.

수진이의 입을 통해 전해진 술이 한가득 입속으로 가득 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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