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무게

삶의 무게 43

바라쿠다 2016. 12. 20. 10:56

" 들어 와 "

" 안녕하셨어요. "

신혼여행갔던 애들이 인사차 집에 들럿다.

" 재미있었어? "

" 네, 아버님.호호.. "

며느리가 된 미영이를 첨 봤을때부터 느낀게지만, 곱상한 미모외에 여우짓까지 하지 싶었다.

한라봉과 제주도 옥돔까지 사 들고 와서는 제 집 주방인 양 설치고 다닌다.

" 정호놈이 속 좀 썩이지? "

" 어머~ 그걸 아버님이 어찌 아신다니.. "

" 에이, 아버지는.. "

사내 녀석이란게 진중한 맛이 있어야 하는 법인데, 제 에미를 닮아 천방지축 격이다.

하나밖에 없는 자식인지라 그 못된 성격을 고쳐주지 못함을 내내 아쉬워 했다.

" 왜 니들 결혼 허락한거 같아. "

" .................... "

" 정호가 좋아하기도 했지만 네가 저 놈을 잘 이끌지 싶었어. "

" .................... "

"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라는 말이 있지만 그건 틀린말이야, 인생은 엄쳥 길어. "

" .................... " 

" 특히나 돈이 없는 상황에서 그 인생을 헤쳐나가야 한다고 생각해 봐. "

" ....................."

" 지옥도 그런 지옥이 없을거야. "

" .................... "

어릴적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자수성가한 윤수였기에 세상의 쓴 맛을 웬만큼은 안다고 자부 한다.

그랬기에 아들놈인 정호에게 남다른 애정을 쏟았지만, 그 놈은 기대와 달리 어스레기가 돼 버렸다.

" 네가 내조를 잘하지 싶었어. "

" 네, 아버님. "

내 피를 이어받은 자식이지만 맘에 드는 구석이 없는 녀석이다.

며느리라도 그런 그 놈을 감시해서 제대로 된 사회인으로 이끌기를 바라는 것이다.

"너만 믿는다, 저 놈은 허당이나 마찬가지니까. "

" 네. "

" 아버지는 나만 미워하더라. "

" 그만들 가거라, 갈데가 있어. "

" 약속 있으세요? "

오래전부터 셍각해 둔 바가 있기에 애들을 일찍 보내기로 한 윤수다.

그토록 애지중지하던 수진이를 떠나 보내고 사는게 시들해 졌기에 여행이란걸 할 생각이다.

 

" 그만 마셔. "

" 남자가 쫀쫀하기는.. "

그 동안 쭈욱 지켜봤지만 술을 워낙 좋아하는 수진이다.

나이도 어린 계집애가 소주 들이키는걸 보면 애주가가 따로 없다.

주량도 나보다 더하면 더했지 모자르지 않다.

더군다나 집이 먼 관계로 수진이보다 30분이나 일찍 출근해야 하기에 부담이 된다.

" 출근하려면 힘들어. "

" 우리집에서 자. "

" 할머니 계시다며. "

" 괜찮어. "

수진이와 찐한 에로의 시간이나마 갖고자 했지만 주말이 아니고서는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나마 저번주에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 바쁘다며 건너뛰어야 했기에 은근 기대가 된다.

 

벌써 며칠째 밖으로 나도는것만 같아 어이가 없는 미숙이다.

현장의 일이 바쁘다며 늦는 날은 독한 술냄새를 풍겼고, 핑계를 대며 가끔씩 외박하기도 했다.

꼴난 커피숍이지만 나름 애착을 가지고 열심히 살아왔다 자부한다.

결혼한지 20여년이 지난 뒤 허리띠를 졸라매며 악착같이 살았기에, 남들 눈에 떳떳하리만치 먹고 살만하게 되었지만

숨이 막힐듯 절약하는게 몸이 밴 정호아빠의 변하지 않는 모습에 점차 지쳐만 갔다.

하나뿐인 정호도 번듯이 다 키워 났기에 남은 생 내 뜻대로 하고파 이혼을 결심할수 있었다.

새 삶을 시작함에 있어 부족한 점이라면, 가끔 허전함이 밀려 올때지 싶었다.

그런 빈틈을 5살 연하인 영철이가 메꿔주듯 일상속으로 들어왔고, 마지막 연분이라 여기며 그에게 올인하고자 했다.

" 계속 늦을거야? "

" 어쩌누, 준공검사가 가까운데.. "

스스로 생각해도 중뿔나게 바가지를 긁는 여편네는 아니다.

오히려 바깥에서 힘내라고 비싼 지게차를 2대나 현장에 투입케끔 해 줬다.

먼저 만났던 현장소장 얘기로는 공정기일이 원만하게 마무리 될 것이라 했다.

가게영업 끝내고 밤 12시가 가까워 집에 왔을때, 텅 빈 집구석은 쓸쓸하다.

" 웃기네 그 인간..  일찍 끝내주마고 하더니.. "

" 허어, 이 사람이.. "

" 내 말 틀려? "

" 그 양반 없으면 다음 현장도 꽝이야. "

그까짓 돈이야 어찌되든 영철이가 밤샘까지 해야 되는건 참기 힘들다.

늦은 나이에 모처럼 쓸만한 남자를 만났기에, 그간 받지 못했던 살가운 대접이 그리웁다.

" 안되겠어, 한번 만나봐야지. "

" 여자가 바깥일까지 나선다고 흉 잡혀, 날 창피주고 싶냐? "

" 얼른 씻기나 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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