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생(殘生)

잔생 5

바라쿠다 2016. 12. 14. 06:21

역시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실오라기 하나 없이 네 활개를 펴고 침대 위에 편안히 누운 그녀의 모습은 아름답기까지 하다.

처음 고운 옷을 입은 그녀를 봤을때부터 속살이야 짐작한게지만, 몸에서 풍겨지는 느낌은 평소 꿈꾸어 오던 내 취향과

일치한다.

모텔방에 들어서서는 그녀의 허리를 끌어안고 입술부터 훔쳤다.

예상대로 눈을 지그시 감고는 모든걸 맡긴다는 듯 혀를 내밀어 호응을 한다.

아까 마신 술의 잔해가 그녀의 입에서 정화되어, 그윽하게 감미로운 향기로 변해 나를 자극한다.

모르긴 해도 수십명의 여자를 경험하게 되면서 나름 노하우라는걸 가지게 됐다.

이쁘거나 그렇지 않거나 모든 여자들의 소망은 마찬가지란게 평소의 내 지론이다.

내가 그렇다는게 아니라 상대방인 여자의 입장에서는 그럴거라는 얘기다.

혼자만의 즐거움을 위해 아둥바둥 해 봐야 일방적인 통행이 될텐데, 그건 곤란하지 싶다.

어차피 두 사람이 꼭지점을 향해 달려야 하는 놀이라면 서로 노력하여 원하는 곳에 다다라야 할 것이 아니겠는가.

하나하나 몸에 걸쳐 진 꺼플을 벗겨내며 마른침을 삼켰을만큼 그녀의 섹시한 자태는 눈을 기쁘게 한다.

흔히 얘기하듯 모델처럼 완벽한 몸매는 아니지만, 아랫배와 허벅지에 적당히 붙어있는 그 솔직한 곡선마저 욕심을 불러

일으키기에 투지를 불 태우게 한다.

허나 아무리 이쁘다 한들 결코 서두를 이유는 없다.

먹음직스러운 먹이감도 그걸 원할것이기에..

 

그의 말처럼 운이 좋은 날이지 싶다.

남편이 성불구가 되고는 적잖은 숫자의 숫놈과 만나 이른바 외도를 하곤 했지만, 몸과 마음이 충족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았다.

항시 그렇지만 숫놈들이야 자기들 표현대로 껄떡대는게 주특기인지라, 은근 기대감을 갖고 그들의 재롱을 받아주긴

했지만 제대로 여문 짓을 한 놈은 몇 안된다.

그저 자신이 마치 변강쇠라도 되는 양 호들갑스럽게 굴긴 했으나 실망감을 안겨 준 경우가 더 많았다.

나름 몇차례인가 숫놈과 어울리면서 어느 정도는 미리 점수를 매기는 버릇까지 생겼다.

여자이기 때문일까 한번도 스스로 남자를 헌팅해 본 적은 없지 싶다.

주변 친구들과 어울려 남자사냥이란걸 해 보기도 했지만, 그때 역시 호감이 가는 상대에게 눈빛만 보냈을 뿐, 대놓고

작업을 건다는 것 역시 큰 용기가 필요하기에 소극적이 될수 밖에 없었다.

" 이쁘네, 희정씨. "

" 보는 눈이 높아,호호.. "

처음 본 남자에게서 이런 기분이 된게 언제인지 아득하다.

술김이긴 하겠지만, 허리를 끌어안고 입을 맞추는 듯 싶더니 어느 틈엔가 온 몸이 벗겨 져 있다.

당연히 침대위로 따라 올라 와 한편의 에로 영화를 찍겠거니 했다.

보통의 숫놈이라면 몸을 실어 오는게 맞다.

곁으로 다가 온 그가 허리께에 붙어 앉더니 한손을 들어 몸 곳곳을 쓸어 대는데 시선 역시 그 뒤를 따른다.

차라리 엎디어 온 그를 껴안고 몰입하는게 더 쉽지 싶다.

창피까지는 아니지만 몸 곳곳을 스치는 그의 눈길이 어색하기만 한 희정이다.

한동안 노닐던 손이 가슴께에 머물더니 그 곳 주변을 쓰다듬기도 하고 정성들여 유두까지 까분다.

" 어때, 좋아? "

" 더 해줘. "

나도 모르게 허리가 뒤쳑였는가 보다.

다른 손이 삼각주를 덮는데 따스한 기운이 전해진다.

" 아웅~ "

" 여기가 약하구나. "

날개 주변을 덥히던 그의 손이 입구를 헤치고는 겉음순을 느리게 부비기 시작하자 말간 이슬이 맺혔을게고, 그걸

그가 보았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얼굴이 화끈거린다.

" 뜨겁네. "

" 헉~ 천천히.. "

손가락 하나가 얕으막하게 들어오더니 구부려저서는 안쪽 주변을 훓어 댄다.

비록 애무 수준이지만 평소와는 달리 쉽게 몸이 달아 오른다.

그의 손길에 다리마저 저절로 벌어지며 참아 내기가 어렵고, 그의 눈길이 닿는곳마다 온 몸이 녹듯 흐물거린다.

 

여자와 몸을 섞음에 있어 내 기분만 우선시 하는 때가 있었다.

과거의 얘기지만 넘쳐나는 여자들로 인해 하루의 시간을 쪼개기가 힘들었고, 그저 나에게 주어진 오락거리라 여기며

그 놀이에 빠져 희희낙낙했더랬다.

당일 아침 제일 먼저 떠 오르는 여자를 불러냈고, 기분에 따라 산 정상에 깃발 꽂듯 정복하는 그런 자만심만이 가득하던

시절이었다.

오는 여자 안 막고 가는 여자 안 붙잡는다는 신조로 일관했기에, 결국엔 그녀들끼리 신당에서 마주치게 되어 머리끄댕이

부여잡는 볼썽 사나운 드라마까지 보게 됐다.

그즈음 신빨이 급격히 퇴화하는 느낌을 받았고, 손님도 자연히 떨어져 나갔다.

심지어 몰래 정을 통하던 유부녀의 남편이 찾아 와 그 근방을 떠들썩거리게 하는 소란까지 보여주게 되어, 결국엔 그

곳을 떠나 이 곳으로 옮기게 된 것이다.

실의에 빠져 하루하루 무위도식에 빠져 시간만 보내던 그때, 마치 조강지처마냥 모든걸 감싸주는 여자가 있었다.

며칠에 한번씩 밑반찬이며 보양식을 가져다 날랐고, 빨래며 집안 청소까지 살뜰하게 챙겨주며 마음의 안식을 찾게 했다.

그런 그녀가 고마워 가끔씩이나마 뜨거운 밤을 지새우게 됐고, 그랬기에 그녀가 좋아하는 체위나 성감대를 찾는 재미도

나름 터득하게 됐다.

그녀를 들뜨게 하는 기교까지 구사하게 되면서, 과장되게 얘기하면 그런 행위가 예술에 가깝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 아응~ "

" 여기가 약하구나. "

오늘 처음 만났지만 서두를 이유가 없는 국진이다.

어느 여자든 본격적인 합치를 위해서는 적절한 애무를 해 줘야 편안한 기분이 되는 법이다.

그녀의 눈을 들여다 보며 최대한으로 흥분을 끌어내게끔 할 것이다.

" 뜨겁네. "

" 헉~ 천천히.. "

보통의 여자와는 달리 제법 자기 자신의 성감을 드러내는 여자다.

가장 다루기 힘든 여자란 갖은 방법으로 교감을 이끌어 내고자 해도 나무토막처럼 반응이 없는 석녀일 것이다.

아직 시작하기 전이건만 삼각주 주위가 따뜻해 지고 손 끝에 이슬까지 묻어 나온다.

더불어 내 사타구니에 묵직하니 신호가 오지만, 본격적인 게임을 치루기엔 이른 감이 있어 보인다.

예전에야 욕심을 채우고자 서둘러 교접만을 서둘렀을테지만, 작금에 와서는 상대방의 숨 고르는 행태까지 눈 여기게

되고 더불어 그런 변화를 느긋하게 즐기게 됐다.

어느새 검붉게 유두의 색깔이 변하고, 화가 잔뜩 났는지 손 끝에서 딱딱해 져 가는 느낌마저 전해 진다.

" 맛있게 생겼네. "

" 헝~ 몰라.. "

아마도 성이 난 젖꼭지는 쓰라릴 것이다.

혀에 침을 묻혀 살며시 달래 줘야만이 머나 먼 여정을 떠날 준비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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