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 참, 왜 이래요. "
" 가만있어, 구경 좀 하게. "
마냥 짖궃어 진 파트너가 치마속으로 손을 넣더니 기어코 팬티를 끌어 내린다.
맞은편의 윤자는 손님의 무릎위에 앉아 목덜미까지 껴 안은채 그의 시선을 차단시키더니, 대충 넘어가자는 듯 눈을
흘기며 고개를 좌우로 흔든다.
가끔 진상짓을 하는 손님이야 그럴수도 있다 싶어 시비거리를 피하기는 하지만, 제 마누라에게도 하지 못할 짓을
대책없이 들이 댈때면 이 따위로 돈을 벌어야 하는지 회의가 든다.
결국엔 벗겨 낸 팬티를 제 머리에 뒤집어 쓰고는 재밌다고 킬킬 거리는걸 보면 기가 막힐 뿐이다.
2년 정도 이 계통에서 일한 폭이지만 지금의 경우보다 더 심한 대우를 받을때가 많았다.
뻔히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몸에 걸친 옷을 몽땅 벗겨 내고는 즉석적인 성관계를 원하는 이 조차 있더랬다.
당장 뛰쳐 나가고 싶은 생각이야 굴뚝같았지만 그 놈의 돈이 뭔지 토하고 싶은 감정까지 억눌러야 했다.
" 흐흐.. 냄새 죽인다. "
" 오빠야, 팁이나 줘라. "
" 줘야지 팁,흐흐.. "
마음이 여린 탓에 직접적인 요구를 못하기에 윤자가 대신 나서서 팁을 챙겨 주고자 한다.
느물대던 파트너가 지갑에서 꺼내 쥔 지폐를 허공에서 흔들더니 기어코 가슴께로 파고 들어 브라속으로 찌른다.
모르는 척 그네들의 작태를 받아줘야 하지만 가장 힘들때가 이런 들이댐이다.
여자로서 수줍게 내숭을 떨며 교태스런 비음을 흘려야 하는 이 순간에, 일방적인 그네들의 공격을 받게되면 의무적인
받침대로 전락해야만 하는 서글픔이 있다.
우스운건 별별 짓을 다 하던 남정네들이 물총 쏘듯 제 욕심만을 채우고 나면, 강아지 꼬랑지 내리듯 김빠진 풍선이
된다는 것이다.
역시나 놈에게 기대를 한 자신이 한심스런 연숙이다.
첫날 술이 취해 용수의 작업을 은근히 기대하며 몸을 섞은게 잘못이었다.
혹시나 하는 맘으로 또 다시 엉킨 폭이지만 역시나 그 나물에 그 밥이다.
깨끗이 샤워까지 하고 녀석을 따라 나섯건만 찝찝한 풀칠로 분탕질 당한 것도 억울한 터에, 본인 스스로는 만족스러운지
흰 이까지 드러내며 미소를 띠는게 못마땅하다.
" 히프가 젤 섹시해. "
" 웬 엉덩이.. "
아직 나신인채 바닥에 누운 날 내려다 보며 볼일이 끝났다는 듯 양복바지까지 추켜 올리는 제스추어는, 여자의 뒷처리
정도는 무시한다는 태도라 환멸마저 느껴진다.
" 동창들 중에서 네가 짱이야. "
" ..당연한 얘기를.. "
겉으로만 번지르한 녀석에게 함부로 몸을 맡긴게 후회되는 중이다.
두번 다시 보기싫은 까닭에 어찌 떨궈내야 하는지 머리가 지끈거린다.
" 가끔 보자구,후후.. "
" 눈치가 구단이라 힘들어. "
도무지 개념조차 없는 녀석과 더 이상 만난다는건 고역일게다.
녀석과 함께 돌아와야 하는 처지인지라 짧은 시간이지만 내내 우울한 연숙이다.
낮시간에 콜라텍에서 땀을 흘렸고 연이어 모텔에서 거나하게 몸싸움을 했더니 허기가 진다.
시트를 덮고 있는 그녀와 엇비슷 누워 뺨을 쓰다듬는 국진이다.
" 저녁이나 먹자구. "
" 배고파? "
" 응. 집에 가야 해? "
" 글쎄.. "
결쳐 진 시트를 걷어버리고 침대곁에 서서 팬티를 끌어올리는 그녀의 자태는 늘씬한지라 시원스럽기만 하다.
매니큐어가 칠해진 손마디가 날렵하고 발목에서 이어 진 발가락도 이뻐 보인다.
제 눈에 안경이겠지만 여자의 아름다움에는 생긴대로 급수가 매겨지게 마련이다.
인기있는 탈렌트나 여배우가 보여주는 일반적인 미학이 아닌 내가 선호하는 이상형에 가깝기에 99점을 매긴다.
" 뭐 좋아해? 내가 쏠께,호호.. "
" 싫어, 내가 살래. "
여름이라 해가 길어 아직도 대낮인 모텔촌의 골목으로부터 큰길로 나섰다.
" 여기 들렸다 가자구.. "
" 어머, 옷 사주게? "
짐작가는게지만 그녀의 속옷을 보며 세파에 찌든 느낌을 받았다.
저렴한 입장료만 내고 드나들수 있는 콜라텍을 찾는 그녀에게 꼴난 저녁값마저 부담주기가 싫다.
TV에서 선전하는 속옷 전문매장으로 이끌었다.
오전에 부적을 팔아 생긴 백만원이 주머니 속에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 맘에 드는 색으로 골라. "
" 많이 비쌀텐데.. "
언제까지 사귈진 몰라도, 그 기간동안은 내 여자나 진배없다.
꾸미고 다닌걸로 봐서는 형편이 빠듯 해 보이지만, 남들 눈에까지 그렇게 비쳐지는건 내 자존심이 허락치 못하다.
법적인 여자는 아니더라도 내 옆에 나란히 걷는다면 당당하고 우아해 보여야 한다.
" 여기 들어가게? "
" 왜 싫어? "
쇼핑백까지 손에 쥔 그녀를 제법 이름있는 한우집으로 이끌었다.
" 비싸 보여서.. "
" 그말 두번째다, 듣기 싫어. "
" ................. "
남자들이 여자를 좋아하는 감정은 틀리기 마련이다.
혹자는 조강지처를 선호하는 모양이지만, 여자의 매력이란 신비한 것이다.
여자들 스스로가 자신의 매력이라는게 뭔지도 모른채, 보편적인 치장과 살 빼야 하는 사명감에 목숨 걸 뿐이다.
직업이 직업인지라 그녀들의 표정 읽어내는건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고 자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