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왕벌

여왕벌 35

바라쿠다 2011. 12. 22. 14:40

" 이제 기다리는것 밖에 할일이 없네. "

고태산을 남겨놓고 나온 진희는 숙희와 태호가 있는 불고기집으로 향했다.   

" 고사장 분위기는 어때? "       

태호도 궁금한지 당사자인 숙희 대신 물어본다.

" 충분히 알아 들었을거야.. 내가 볼때는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는 걸로 보였는데, 숙희 말대로 지독한 짠돌이라 어떻게

나올지는 모르지. "       

" 쉽지 않을거야, 자기 입으로 떠들고 다니는 사람인데, 뭐.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파는거라고 말이지..  자기한테 술을

사는 사람은 무언가 아쉬운게 있어 그런거니까 마음을 줄 필요가 없다고 말이야.."

술 때문이 아닌데도 얼굴이 벌겋게 달아 오르더란다.      목소리마저 높낮이가 없이 측은해 보이기 했단다.

" 이제부터가 중요해,  태호씨가 숙희한테 남자를 소개시켜 줄거라고 뻥을 쳐 놨거든..    고태산한테서 연락이 오더라도

쉽게 응해주면 안돼.   여태껏 고태산의 기분을 맞춰줬기 땜에 숙희를 우습게 안거야..   너 아니라도 잘해줄 남자가

있다는걸 알려줘야 대하는 눈이 틀려지거든. "

" 우리 마님 말이 맞을거야..  남자를 편안하게 대접하는건 조강지처가 할일이지,  숙희씨가 할일이 아닌것 같애..

숙희씨가 이쁘다고 들이댄 사람한테 편안함을 준다면 신비감이 떨어질거야.  과연 숙희가 내 여자일까 하는 조바심이

생겨야 숙희씨를 더 챙겨주지 않을까.."

진희와 태호가 자신의 일처럼 신경들을 쓰고있다.      그동안 고태산을 남편 대신으로 생각해서 그가 살아가는 패턴에

맞춰 알뜰하게 살림을 했던 자신이었다.     그것이 남자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 한번 해볼께..  잘 될지는 모르지만 두사람의 말대로 여우짓이란걸 해 볼께.."

" 진작 그렇게 살았어야지,  자신스스로 내 세워야 상품가치가 커지는 법이야.호호.. "

" 혹시라도 고태산이 숙희씨를 예전과 똑같이 대한다면,  진짜로 멋진 남자를 소개해 줄테니까 부담감은 느끼지 말고

 고태산에게 자신감을 가져요,후후.. "   

두사람이 가족처럼 신경을 써주니 몸둘바를 모르겠다.      특히나 태호가 친정오빠처럼 챙겨주니 든든한 지원군이

생긴듯 마음이 놓이는 것이다.

 

" 태호씨, 오늘 성음 김대표한테서 메시지가 왔는데 만나봐야 할까봐. "

이튿날 오피스텔에서 태호랑 있는데 진희가 들어오면서 태호에게 스케줄을 얘기한다.

" 웬만하면 진작에 연락이 왔을텐데 오래도 참았네.. "

" 자기나 나한테 빠져 있어서 그런거지, 김대표도 자존심이 있는데 금방 연락을 하긴 쑥스러웠을거야. "

" 남자라는건 다 거기서 거기야, 뻔히 알만한 마님이 무슨 설레발인지..     모르긴 해도 진작부터 마님의 얼굴이

아삼삼하게 떠올라 보고 싶었을거야.     김대표가 하는 사업에 낄수만 있다면 큰 건을 하나 건질수도 있으니까 잘

지켜 보라구.. "

" 요즘은 어떻게 강아지가 더 설치나 몰라,호호.. "

" 그럼, 어쩌냐..  이 짓이라도 해야 마님한테 귀여움 받을텐데.후후.. "

" 두 사람을 보고 있으면 참 부러워, 오늘 고태산을 보기로 했는데 태호씨 절반이라도 닮으면 얼마나 좋을까.. "

자신이 좋아하는 진희를 다른 남자에게 소개를 시키면서까지, 잘 되게 하기위해 애를 쓰는 태호와 고태산을 자연스레

비교할수 밖에 없는 숙희다.   

아마도 태산이는 다른 남자와 얘기하는 것만 봐도 길길이 뛸 위인인 것이다.

" 어 ~ 그럼 우리 아가씨들이 모두 나가버리면 나는 심심해서 어쩌누.. "

" 어쩌긴..  그 동안 밀린 회사 업무도 봐야지, 중요한 일은 팽개치고 여기서 눌러앉아 있는 태호씨가 내 남편이 아닌게

천만 다행이라니까, 에그 ~ "

" 그러게..  마님이 조금만 덜 이뻣어도 이렇게까진 아닐건데 말이지,후후..    숙희씨도 아까 가르쳐 준대로 잘 하고.. " 

" 강아지한테 뭘 배울게 있다고 코치씩이나 받은거야? "

" 그런게 있어, 태산씨한테 써먹어 보고 나중에 얘기 해 줄께,호호.. "

 

남산호텔에 속해 있는 칵테일 바에서 만나기로 하고 일부러 10여분을 늦게 출발한 진희다.

그 전에 태호랑 두어번 들렸던 곳이라 구조가 특이한걸 알고 있다.       나선형으로 된 계단을 통해 내려가야만이

칵테일 바로 들어갈수 있다.    

반대로 그곳에 앉아있는 사람들은 계단에서 내려오는 사람의 모든걸 지켜볼수 있는 구조인 것이다.     

그런 점을 이용해 일부러 집에서부터 옆선이 약간 트인 타이트한 치마를 입고 나왔다.

은은한 조명아래 칵테일 바의 전경이 들어오기 시작한다.      한발한발 몸까지 외로 틀고서 천천히 계단을 내려가며

칵테일 바에 앉아있는 사람들을 둘러보는데, 모두의 시선이 자신을 향해 모여지는게 보인다.

안쪽 테이블에 앉아있던 김대표가 반쯤 몸을 일으키는 시늉을 하면서 한손을 들어 자신의 위치를 알려준다.

뭇 남자들의 시선을 당당히 받으며 홀을 가로질러, 김대표에게 다가가서는 맞은편 쇼파에 등을 기대고 다리를 포개어

앉았다.      

김대표의 시선이 꼬아진 다리를 주시하면서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번진다.

" 바쁘신 김대표께서 이렇듯 찾아 주실줄 몰랐네요,  진작에 먼저 연락을 드렸어야 했는데.호호.. "

" 웬걸요,  이제라도 나와주셔서 고마울 뿐이죠.   오늘 더욱 아름다우십니다.후후.. "

" 또 그러신다.. 이쁘고 젊은 아가씨들도 많을텐데 자꾸 놀리시네요. "

여지껏 자신을 싫다는 남자는 보지 못했던 진희다.      점잖게 행동은 하지만 태호의 경우처럼 겉보기와는 완전히

틀린게 남자들의 속성이다.     

자신을 만족시켜 줄 능력을 갖추었는지는 추후의 일이다.

" 아가씨들이야 많치만 감히 진희씨와 비교가 되나요,후후..  최사장한테 들으셨겠지만 광고쪽에도 손을 대다보니,

모델들과 자주 어울려 식사는 했어도 여지껏 눈을 돌려 본 적은 없습니다.  믿거나 말거나지만.. "

" 그런데도 제가 눈에 들어오더라..  듣기 싫은 멘트는 아니군요, 김대표가 선수 출신인줄은 몰랐어요. "

" 좋은 여자를 분별하는 눈은 정확한 편이죠.   더군다나 덜 익은 과일은 싫어하는 놈이라.. "

" 호 ~ 첫눈에 보고도 제가 어떤 여자인지를 벌써 파악을 하셨다는 얘기네요,  그렇게 장담까지 하실 정도로.. "

" 틀리진 않을겁니다.    한번도 어긋나 본적이 없으니까.. "

김종철의 말을 들으면서 어떤 종류의 남자인지 궁금해진다.      태호의 습성을 가지고 있는지 박영필이처럼 여자를

기막히게 다루는 작업꾼인지 겪어봐야 알겠지만..

" 이 정도로 대놓고 작업을 거는 남자도 흔치 않죠,  자신감이 큰 만큼 실망을 시키면 안 될텐데.. "

"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면 당연히 그래야겠죠..   집에서 살림만 하는 평범한 분은 아닐테고 진희씨가 나한테 바라는

것을 들어봐도 될까요. "

남자에게 기대는 그저 그런 여자로 비춰질 뿐이다.    어차피 나에게 빠진다면 달라고 하지 않아도, 주고 싶어서 안달을

하는게 남자들의 허세인 것이다.     

그럴듯한 여자로 포장을 하는 것만이 줏가를 올리는 첩경이다.

" 주위의 남자친구들에게 물질적인 도움을 바라는 여자는 아닙니다.    나도 쓸만큼의 돈은 있으니까..   원래가

사업쪽으로 회사를 키우는 꿈을 가지고 있어요.    지금도 작은 규모의 무역은 하고 있지만 안심하고 내 돈을 맡길수

있는 사업적인 파트너가 필요하다고 할까.. "

" 확실한 곳에 투자를 하겠단 말이네요..   좋습니다, 수익은 크지 않더라도 안전한 곳에다 박아둘수 있게 해 드리죠.

서로의 뜻만 맞으면 좋은 파트너가 될수 있겠네요..  아니, 좋은 친구가 되길 바라는 뜻으로 건배나 할까요? "

다 된 밥인듯 결론을 내려고 하는 김종철이다.    하지만 상대는 여왕벌이다.

" 건배를 하기는 이른것 같네요, 과연 김대표가 파트너가 될런지는 내가 결정을 해야죠.   남자에게 속해서 매달리는

여자는 아닌지라, 잠자리에서도 나를 만족 시켜줄 능력이 있는지 시험을 치루기로 하죠.    화장 좀 고치고 올테니까

방이라도 하나 잡아 줄래요? "

자리에서 일어나 화장실로 향하면서 전의를 다지는 진희다.      또 하나의 먹이감이 생긴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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