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사냥

남자사냥 14

바라쿠다 2011. 11. 26. 10:52

사인방이 방배동 카페골목에 있는 꽃게집에서 점심을 먹으며, 며칠후에 놀러가는 것에 대해 의논중이다.

" 일단 비수철이래서 숙박할수 있는 통나무 집이 여유가 있다니까 예약은 끝냈어.. "        

정희의 애인인 영균이가 펜션사업을 하는 친구에게 방갈로 4개를 예약하고, 다양한 프로그램까지 부탁했단다.

" 타고 갈 차량은 어떻게 정할까..    조금은 불편해도 승용차 2 대로 가는게 단촐할텐데.. "

" 어머 ~ 난 싫어, 비좁게 5 명이 끼여 가는건 불편해. "       

" 아니..  넌 아직도 정하질 못하고 두사람과 같이 간단 말이냐.. "       

소연이가 두 애인과 같이 갈 생각에 이의를 달자 연주가 이해가 되지 않는 표정이다.

" 응,  쉽지가 않어..  이번에도 둘이 같이 가겠다고 난리들이지 뭐야,  남녀가 둘이 있으면 사고가 난다나..     서로가

못 믿겠다고 감시를 해야 된다고 굳이 같이 간대요, 글쎄.. "

몇번씩이나 잠자리를 하고, 바로 어제만 하더라도 두 애인과 쓰리섬까지 즐기고도 시치미를 떼는 소연이다.

" 잠잘땐 어쩔려구.. 방갈로를 4개만 예약을 했다는데.. "        

각자 애인과의 밀회를 위해 커플끼리 지내기로 했는데, 소연이가 시치미를 떼는 바람에 방갈로가 부족하다고 걱정하는

멤버들이다.  

" 통나무집이라 이쁜 다락방도 있다면서..    어릴때부터 다락방에서 자보고 싶었는데, 호호.. "

어제의 질펀했던 향연이 되살아난 소연이가 아래가 묵직하게 부어오르는 느낌이다.      며칠후에 밤이 새도록 펼쳐질

두 애인과의 정사를 떠 올리며 뿌듯해 진다.       점심을 먹고있는 언니들에게 자랑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 그럼, 소연이는 두애인과 같이 타고가면 될것이고, 미진이는 나랑 같이 가자. "

큰언니 정희와 넷이서 타고 가기로 했다.       차량 3 대로 움직이기로 하고 오늘의 모임을 마치기로 했다. 

 

사람이란게 처음이 어렵지 두세번 반복이 되면 만성이 되는 모양이다.

영호에게 저녁을 차려주고 집으로 올라치면, 굳이 따라 나서며 보채는 바람에 집까지 데려오게 된다.

미진이도 딸아이 때문에 조바심을 냈던 첫날과는 달리 너무도 느긋해지는 자신에게 스스로 놀라기도 했으며, 심지어는

영호에게 집으로 가지 말고 자신의 집으로 퇴근을 하라는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오늘도 영호에게 맛보일 요리를 책까지 들쳐보며 준비를 해 놓고, 남편을 기다리는 주부가 되어 그의 퇴근을 기다린다.

무릎까지 오는 원피스를 입고 앞치마까지 두른 그녀는 신혼시절의 새색시가 된 것이다.

" 삐 ~리리.. "      

현관문을 열고 들어오는 영호에게 달려들어 목에 매달리는 미진이다.     

전철역에 내렸다는 영호의 메시지를 확인하고서, 베란다 창문을 통해 아파트 입구로 들어오는 그의 모습이 보이자

현관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서류가방을 든 영호가 한손으로 미진이를 들어올리자 그의 허리를 다리로 깍지를 끼고 매달려 키스를 해댄다.

중년이 된 그녀가 나이어린 새신랑을 맞아 신혼시절로 되돌아 간 폭이다.

" 우리 자기.. 오늘도 돈 많이 벌어쪄 ~~ "        

코맹맹이 소리까지 해가며 재롱을 떨어댄다.

서류가방을 바닥에 떨구고는 미진이의 엉덩이를 받쳐서 안아들고 젖가슴을 물고자 머리를 들이댄다.

" 아이 ~ 하지마..  저녁부터 먹어야지. "      

영호의 머리를 밀며 앙탈을 부리는 미진이는 영락없는 신혼의 주부다.

자신의 남편과는 달리 키가 큰 영호가 가볍게 다뤄 줄때면, 마치 애기가 된듯한 착각에 빠지기도 한다.

양복을 받아 옷장에 걸고 영호 집에서 가져온 편한옷을 건네주고는, 입었던 와이셔츠까지 세수대야에 담근다.

식탁에 앉아 자신이 차려준 밥을 맛있게 먹고있는 모습이 흐뭇해서, 지켜보는 재미에 빠진 그녀다.

" 시골집에서 전화가 왔었어. "       

영호의 한 마디에 가슴이 철렁해지는 미진이다.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알고 있는것이다.      일언반구 말도 없이 거처를 옮긴 영호에게, 약혼자에게서 연락이 왔던게

일주일 전이다.     

시골집에서도 한번 내려와서 결혼식 날짜를 잡으라며 통보가 오기도 했다.

언젠가는 보내줘야 한다고 막연히 생각은 했지만, 이미 자신의 인생에 큰 의미로 자리잡은 그를 보내줘야 할 용기가

생기질 않는것이다.      

그 생각을 할때마다 가슴이 답답하고 입안이 바싹바싹 마르는 것이다.

" 너무 걱정하지마,   절대 그럴일은 없을테니까.. "

약혼녀와 결혼하지 않겠다고는 했지만 그것은 그의 생각일 뿐이고, 집안 식구들끼리 정한 혼사를 그리 쉽게 깰수도 없는

일임에 초조할수 밖에 없는것이다.      

더군다나 영호네 가족들의 입장에서 본다면, 자신은 한낱 바람난 유뷰녀로서 천한여자 취급을 받을 것이기 때문이다.      

전도가 창창한 알프레도를 꾀어 인생을 망쳐주는 못된 창녀 비올레타로 몰릴것이다.

 

토요일 휘트니스에서 만나 운동을 끝낸 사인방은 집에 들렸다가 오후 2시쯤 각자 출발하기로 했다.

미진이는 친정에 미리 지연이를 부탁한 탓에 집에서 꾸려갈 옷들을 챙기고 집안 정리를 하고서 영호집으로 향했다.

그 때까지 미진이가 오기만을 기다리던 영호에게 식사를 챙겨주고 빨래감들을 모아 세탁기에 넣었다.

" 다음주 토요일에 시골집에 다녀올께. "       

식탁의 맞은편에 앉자 밥을 먹던 영호가 미진이를 바라본다.

" ............ "        

아무런 말도 할수없었다.      그에게 무슨 말을 할수 있겠는가.       자신의 처지로서 그를 붙잡는다는건 상식적으로는

어림도 없는 일이다.        그저 처분에 맡길수 밖에 없는것이다.

" 걱정하지마, 자기가 생각하는 그런일은 없을테니까.. "      

결연한 얼굴로 말하는 영호지만 그의 다짐을 기대 할 입장은 아니다.

" 그만하고 밥이나 먹어..   도착할때까지는 먹기 어려워. "     

즐겁게 놀러가는 날에 어두운 소식으로 인해 우울해지는 두 사람이다.

 

정희 언니와 만나기로 한 올림픽대로 입구를 향하여 반포 주공아파트 사이를 걸어가는 중이다.

" 엄마 ~ 어디가.. "      

딸 지연이가 길 건너편에서 미진이를 보고는 길을 건너오고 있다.

어찌해야 할지 아득해 지는 미진이다.      졸지에 만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기에 당황스럽다.

" 근데..  누구.. "       

길을 건너온 지연이가 영호를 쳐다보며 궁금해 하는데, 죄를 지은 탓인지라 놀란 가슴이 진정이 되질 않는다.

" 니가 지연이구나, 엄마를 닮아서 이쁘게 생겼네..  반가워. "

영호가 손을 내밀며 지연이에게 악수를 청하고, 얼떨결에 그 손을 잡아 가면서도 미진이를 살펴본다.

" 응.. 소연이 아줌마 알지, 친척 동생인데 엄마랑 같이 만나러 가는길이야. "      

지연이가 고개를 끄떡이며 수긍하는 눈치를 본 미진이는 안도의 숨을 쉬며 가슴을 쓸어 내린다.

" 지연이는 어디 가는 길인데? "       

처음 본 자신의 딸에게 다정하게 말을 붙이는 영호의 눈빛이 따뜻하다.

" 친구랑 만나고 외할머니 집에 가는거예요,  엄마가 소연이 아줌마랑 놀러간다고 해서.. "

" 그렇구나..  시간만 있다면 아저씨가 맛있는거 사주고 싶은데.. "

" 빨리 들어가, 할머니가 걱정하겠다. "        

조마조마 했던 미진이는 지연이를 빨리 보내고 싶다.

" 응, 알았어..  다음에 사 주세요, 잘 다녀와 엄마. "     

영호에게 인사를 하고는 아파트 쪽으로 걸어가는 딸의 뒷 모습을 보면서, 미진이는 다리에 힘이 빠져 영호의 팔을 붙잡아

의지를 한다.

" 자기는 어쩜 그렇게 태평스럽게 거짓말을 잘하냐,  난 떨려서 아찔 했는데.. "

" 내가 겁먹을 일은 아니지..   그리고 자기를 닮아서 그런지 지연이가 남같지가 않어. "

 

" 바쁜일이 많았나봐,  그동안 밖에도 안 나오고.. "        

명근이가 차에서 내려 뒷문을 열고 소연이를 에스콧 한다.

갑용이가 운전을 하고 조수석에 앉아있던 명근이가 차에서 내린것이다.       명근이의 뺨에 가볍게 뽀뽀를 해 준다.

" 나는 왜 안해 주는데.. "      

차를 출발시키면서 운전을 하는 갑용이가 툴툴거린다.    

" 하여간에 오빠는.. "         

눈을 흘기던 소연이가 운전석 시트를 잡고 일어나 갑용이의 뺨에도 입술을 댄다.

" 소연이가 없어서 우리들끼리 만나 술 마셨어. "       

조수석에서 몸을 돌린 명근이가 소연이를 쳐다본다.

" 술만 마셨을라구..  늑대들이 모여서 헤집고 다녔겠지.. "       

" 그건 아니고..   소연이 얘기를 많이 했어,  우리도 처음이었거든.. "      

" 그 날 무리했나봐,   이틀동안 집에서 꼼짝도 못했어.. "       

어느새 스스럼 없이 근황을 얘기할 정도로 편해진 애인들이다.

" 갑용이하고 많은 얘기를 나눴지, 우리들의 공주님에 대해서 의논도 하고.. "

" 나만 빼놓고 둘이서 무슨 모의들을 했을까, 궁금하네. 호호.. "

자신이 없는곳에서 두사람의 애인들이 무슨 얘기가 오갔을까 궁금하기도 했지만, 야릇한 기분이 든다.

" 이런 상황이 어색하기는 하지만..    소연이를 만나게 될때 같이 만나기로 했어,  그래야 공평하지 싶어서.. "

" 사실은 내가 더 이상해,  두사람 사이에서 어떻게 처신해야 할지 나도 잘 모르겠어.    괜히 욕심을 부린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 "       

어찌됐든 자신과 몸을 섞은 두사람이다.      이미 공식적인 애인이 된 그들이다.

하지만 두사람을 상대로 해서 어느 한쪽으로 치우칠수도 없는 노릇이라, 누구 하나라도 불만을 갖게 될까봐 조심

스럽고 어려운 것이다.      어느곳에서도 이런 경우를 대처할수 있는 매개체가 없음이다.

" 마찬가지야, 경험이 없기로는..   그래서 만났던거지. 소연이한테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 만나자구..    서로간에

질투같은 오해가 생기면 오래가지 못할것 같아서 .. "      

" 이따가 도착해서도 딴 사람들이 눈치채지 못하게 해 줬으면 좋겠어,  언니들은 아직도 오빠들 사이에서 결정을

못하고 있다고 생각하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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