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사냥

남자사냥 15

바라쿠다 2011. 11. 27. 15:40

" 반가워요,  정희씨 말대로 핸썸 하시네..   우리 처제가 복이 많구먼, 허허.. "

운전대를 잡은 영균이가 영호에게 말을 건넸다.      정희언니가 미리 얘기를 했겠지만 사람좋은 웃음으로 반겨준다.

" 처음 뵙겠습니다,   어른이 운전 하시는데 뒤에 앉아 죄송하네요. "      

나름대로 영호가 격식을 차리고자 나이차가 많은 영균이에게 예를 갖춘다.

" 그럴거 없어요,  정희씨 동생들도 격의 없이 지내던데..   영호씨라고 했던가,  그냥 편하게 손위 동서로 대해줘요..

형님이라고 불러주면 더 좋겠는데..   나도 동생처럼 말 놓을수도 있고,  허허.. "

"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형님, 후후.. "       

영호도 영균이의 마음씀에 동했는지 미소를 띄운다.

" 근데, 언니.. 단풍 구경하기엔 좀 늦은거 아닌가,  설악산 단풍도 피크가 지났는데..  그렇쵸, 형부."

" 아니야, 그 때 하고는 또 틀릴거야..  울긋불긋 장관일때도 좋지만, 단풍의 끝물때도 나름대로의 운치가 있거든..

나이가 먹어서 그런지 몰라도, 그런 분위기가 더 괜찮더라구..   아마 너도 좋아할걸. "       

" 그 펜션이 형부 친구분꺼라면서.. "      

고속도로에 올라서자 미진이가 음악만 틀어놓은 분위기를 깨뜨린다.

출발 할때부터 정희의 손을 잡아 변속기 레버에 올려 포개 놓은채 움직이지 않던 영균이가 입을 연다.   

" 산속에 있어서 산책로도 아름답고 숙박시설이 통나무로 만들어서 색다를거야..   저녁에는 바베큐를 먹을수도 있고,

캠프화이어도 할수 있어서 재밌을거구.. "

이런저런 얘기를 하는 사이 목적지에 도착한 차가 펜션입구를 지나 얕으막한 언덕을 넘어서니, 이미 관리실 마당앞에는

일행들이 승용차 앞에서 서성이고 있다가 반긴다.

" 언니가 미진이를 픽업하느라고 제일 늦었네,  반가워요 제부. "     

" 연주언니하고 소연이가 일찍왔네,  인사들 해요..  내 남자친구.. "

처음 만나는 멤버들의 애인들에게 영호를 소개하며 내심 조심스러운 미진이다.

" 반갑습니다,  어서 오세요. "

" 네, 안녕하세요..  잘 부탁합니다. "       

남자들끼리 악수를 하며 얼굴들을 익힐때도 영호의 뒤에 붙어 눈치를 살피며, 행여 나이어린 자신의 애인이 불편해

할까봐, 조바심을 내는 미진이가 영락없는 보호자로 보인다.

" 자, 모두들 짐을 풀고 잠시후에 이곳에서 만나자구..   저녁이 되기전에 산책을 할거야. "

맏언니인 정희가 일행들을 둘러보며, 시간에 맞춰 짜여진 스케줄을 설명해 준다.

 

산길을 걷기 편한 등산화로 갈아신고 바람막이 자켓까지 걸친 맏언니 정희 커플이 앞장서서 산책로로 들어선다.

두세사람만이 어깨를 부비고 걸을만큼 소박하고 협소한 오솔길에, 길게 늘어선 각양각색의 나무들이 자태를 뽐낸다.

" 저분도 큰언니가 마냥 사랑스러운가 봐. "    

두번째에 걷는 영호가 자신의 팔장을 끼고 있는 미진이를 쳐다본다.

" 그렇지.. 참, 다정스러워 보여. "      

미진이의 눈에도 정희의 어깨를 살포시 안고 걸어가는 영균이가 다감스럽다.

" 차 안에서도 졸고있는 언니가 깰까봐, 포개고 있는 손은 움직이지 않고 한손으로만 운전하고 왔어. "

" 호호.. 자기는 우리들 중에 누가 이쁘니..  소연이가 제일 이쁘지.. "     

문득 궁금한 미진이다.      우여곡절 끝에 멤버들에게 영호를 소개 시켰지만 남들이 보는 시선이 아직까지 편할수만은

없다.     

겉으로 표현들은 안 하지만 막내보다 한참어린 애인과 같이 온 자신을 손가락질 할까봐 두렵다.

" 소연씨도 이쁘긴 하지만  나는 큰언니 같은 여자가 좋아..   뭐랄까, 분위기 자체가 단아하고 얼굴선도 이쁘잖어. "

보통의 남자들은 통통튀는 소연이를 좋아하는데 이 사람의 취향은 약간 틀리지 싶다.

" 그럼, 네사람중에 나는 몇번째야.. "       

자신의 입으로 말을 꺼내놓고도 간지럽다.

" 자기 바보같애, 후후..    자기는 내가 고른 사람이야, 꽁꽁 숨겨놓고 나만 볼수있는 사람이면 더 좋겠지만.. "

처음엔 그저 자신의 몸만을 탐내는 젊은이라고 의심까지 했었다.     그러나 보면 볼수록 나이많은 자신을 끔찍하게

애지중지 하는 영호의 마음씀이 진실이란걸 알게됐다.     요즘엔 오히려 이 행복이 깨질까 봐 두렵기까지 한 것이다.

 

" 나이가 너무 어린거 아냐. "       

앞서 걷는 미진이 커플을 보며 성훈이가 말을 건넨다.

이번에 새로 샀는지 신발부터 자켓까지 똑같은 커플룩으로 입고 영호의 팔을 낀 미진이가 언덕을 오르고 있다.

" 그래도 보기만 좋은데, 뭐.    오빠도 나보다 2살이나 어리잖어. "        

미진이나 소연이, 심지어 정희 언니까지 부럽기만 한 연주다.      모든 남자들이 여자들을 살뜰하게 보살피는데,  이

인간만은 독재자 마냥 나쁜남자 행세를 하면서도 그것을 당연하다고 여기고 있다.    

승우나 명수랑 왔으면 자신도 멤버들처럼 귀여움을 받았을텐데, 소연이때문에 성훈이랑 왔다고 생각을 하니 소연이가

괘씸스러워 뒤를 돌아보게 된다.

" 어머 ~ 번갈아 업고 오네.. "       

멀찌감치서 따라오는 그들은 가위바위보를 하며 교대로 소연이를 업고 온다.

" 후후.. 처제는 재밌겠지만, 지는 놈이 언덕을 올라 오려면 힘께나 들겠다. "

가위바위보를 해서 지는 사람이 업는게 아니고, 소연이를 업어주고 싶어서 이기려고 기를 쓰는걸 모르는 성훈이다.

 

높지 않은 산등성이를 따라 길게 이어진 오솔길은, 내리막을 거쳐 섬강까지 이어져 있었다.      

일행들의 시야에 계곡을 따라 차분히 흘러가는 강물이 나타나자, 환호셩을 지르고 강변을 거닐며 사진촬영을 하기도

했다.

상대편 커플들의 사진을 찍어주며 어릴적 시절로 돌아간 듯, 나이들을 잊고서 웃고 떠들며 즐거워 하는 모습들이다.

날이 어둑해서야 관리소로 돌아온 일행들은, 펜션측에서 준비한 고기들을 굽는다고 숯불을 피우는 중이다.

관리소에서 나온 사람과 남자들이 준비를 하는동안 여자들은 간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나왔다.

마당에 놓여진 테이블에 삼삼오오 모여앉아, 숯불에 익힌 고기를 안주삼아 술잔들을 서로에게 건네주며 마시고..

어두워진 마당에 모닥불을 피워 불꽃이 타 오르자, 명근이는 키타를 치며 노래까지 곁들인다.

" 날씨도 선선한데 그만 방으로 들어가서 마시면 어떨까.. "      

영균이는 정희가 몸을 움츠리자 제일 큰 숙소로 자리를 옮기잔다.     개중에 소연이가 묵기로 한 다락방이 있는곳이 

제일 큰 편이다.

" 어머 ~ 진짜로 이쁘다.. 나도 여기서 자고 싶다, 호호.. "       

일행들이 1층 거실에 모여 바닥에 음식들을 놓는 중에도, 2층에 있는 다락방에 올라간 연주가 아래층에 대고

호들갑이다.

" 어이구 ~ 하여간 잠시도 가만히 있질 못하니.. "       

같은 말이라도 주위사람을 인식하지 않는 성훈이다.

" 왜, 처제가 발랄해서 보기 좋구만,  우리 정희씨는 너무 얌전해서 걱정인데.. "       

영균이가 정희를 바라보며 미소를 짓는다.      정희 역시 영균이가 연주를 생각해서 배려 한다는걸 알고 있다.

" 그나저나 소연이는 좋겠다.   공주님은 다락방에서 잠을 자고 밑에서는 든든한 보디가드가 둘이나 지키고 있으니.. "

1층으로 내려온 연주가 성훈이 옆에 앉으며 괜한 부러움을 내 뱉자 성훈이가 혀까지 찬다.

" 미진이 언니는 형부한테서 좀 떨어져라..  그저 누가 채 갈까봐 꼭 붙어있네. 호호.. "        

 나이어린 애인 옆에서 잠시도 떨어지지 않는 미진이를 놀리는 소연이다.     모두들 새로운 커플에게 눈을 모은다.

" 얘 ~ 우리 제부 부끄럽게 왜 그래,  지는 애인을 둘씩이나 양쪽에 끼고 있으면서.. "

이번에는 소연이와 그들에게 눈들이 쏠리며 바라보는 중이다.      아무래도 처음 만나 어울리다 보니, 서로에게 관심을

보이는게 당연한듯 싶다.     

" 여러사람이 모이니까 떠들석하니 좋구만, 자주 모여도 재밌겠어요. "     

" 젊은 사람들이 우리랑 노는게 뭐가 재밌겠어, 지루하겠지.. "       

혼자 외롭게 살아가는 영균이의 말에, 동생들이 불편할까봐 정희가 나선다.

" 아냐, 언니.. 형부가 점잖게 이끌어 주니까 이나마 모이는거야,  우리끼리 모였다면 배가 산으로 갔을지도 몰라. "

맏언니를 빼고나면 이상하게 끝이 안좋게 헤어지던 일을 겪기도 했기에, 미진이가 언니를 두둔하는 것이다.

둘째인 연주가 동생들을 이끌어야 하는데, 조석으로 변하는 성격탓에 전체적인 분위기를 포용하질 못하는 편이다.

막내인 소연이야 언니들을 믿고 자기 멋대로 튀는 행동을 하지만, 그나마 큰언니를 어려워 하기에 잡음이 없다.

미진이도 떠드는 편은 아니라서, 연주처럼 변화가 많은것 보다는 정희의 조용한 리드에 따르는게 맘이 편하다.

" 말이라도 고맙다.     오늘은 늦었으니까 이만 쉬기로 하고 내일 아침에 만나기로 하자구.. "

오랜만에 모닥불 앞이라서 그런지 적지 않은 술병들이 비워졌고, 이곳에서도 웃고 떠들며 권커니주거니 남자들의

주량이 많다 싶자 정희가 자리를 털고 일어날 태세다.

" 언니가 신혼여행 왔다고 오붓하게 형부랑 지내고 싶은가 보다. 호호.. "        

" 연주 언니만 빼고는 전부가 신혼여행이네, 뭐. 히히.."        

소연이의 얘기에 모두가 수긍들을 하는 표정들이다.

" 그럼, 여기가 소연이의 신혼방이네.. 대충 청소라도 해줘야겠다. 호호.."    

미진이가 나서서 음식들을 치우자 영호가 거든다고 휴지통을 들고와 쓸어담고, 모두들 주섬주섬 정리들을 하는중이다.

 

'남자사냥'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남자사냥 17  (0) 2011.12.02
남자사냥 16  (0) 2011.11.29
남자사냥 14  (0) 2011.11.26
남자사냥 13  (0) 2011.11.24
남자사냥 12  (0) 2011.1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