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싯적엔 그랬다.
명분이 우선이고, 당연 이득은 천하게 취급했다.
은퇴를 앞둔 지금 통장 잔고는 노후가 불안할만치 얄팍할 뿐이다.
강남에 터를 잡고 사는 넉넉한 동창들과 만나노라면 솔직이 부러움 같은것이 이는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네들에게 꿀리기까지 한다는건, 쪽 팔리고 자존심까지 상하는지라 괜찮은 척 위안하며 내 길만을 걸었다.
비록 그 길 자체가 윤택함과는 다소 거리가 있지만, 주변 지기들과 술잔 기울이는 재미 또한 쏠쏠한지라
그 만남까지 억누르기는 싫었다.
타고난 천성이 욕심도 없거니와, 그저 정답게 담소하는 분위기만 추구하는지라, 허리띠를 졸라 매면서까지
아둥바둥하는게 체질적으로 맞지 않는 탓도 한 몫 했으리라.
해서 빈약한 잔고가 됐겠지만, 아직 그닥 절실하지는 않아도 슬며시 초조하기는 하다.
지기들과 희희낙낙 어울리고는 얼큰한 취기에 힘입어 세상 시름없이 곯아 떨어지기가 다반사, 세월이 무색한지라
예전처럼 몸이 가뿐치 못함은 당연지사..
몇년이나 더 필수불가결한 돈을 쫒을수 있을지 고심하게 됨 역시 당연지사..
쨤이 날때마다 하늘이 명한 남겨진 수명과, 돈을 따를수 있는 육체의 연령까지 비교하면서 막연한 숫자놀음에 빠지곤
한다.
황혼이 온다면 그 이름처럼 이쁘고 아름답게 살려는 마음이야 있지만, 지금 누리는 소소한 재미마저 포기하기는
싫으니 잔머리가 늘수 밖에..
그 잔머리라는 것이 먼 후일의 규모를 줄인다는 것인데, 솔찬히 속이 쓰리기는 하다.
예전부터 한적한 남도 바닷가나, 춘천 근교쯤에 동화책에 나오는 그런 통나무집을 짓고 텃밭이나마 가꾸는 꿈을
가졌더랬다.
각본대로라면야 더 할 나위 없겠지만 이렇듯 재미에 빠진 탓으로 듬성듬성 지출을 해 댄다면 퍼즐 맞추기로 짜여진
그림에서 한가지씩 소중함을 덜어낼지도 모른다는 기우가 생기는 요즘이다.
통나무집이 빈 초가집으로 바뀔수도 있고, 머그잔에 내린 커피를 담아 우아를 떠는 대신 양푼 사발에 일회용 믹스를
타 마셔야 할런지도 모른다.
심지어 상황이 더 악화된다면 갯벌이나 과수원을 돌며 품팔이로 생계를 연명해야 하는 불상사가 생길지도..
몇십년을 유유자적 쏘다닌 덕에 나름 홀가분한 자유를 구가는 했지만 나날이 옆구리가 시려 온다.
잔소리를 감수하며 살아야 될 나이가 왔음이니, 서글픔 금할수 없다.
어쩌랴, 독야청청 잘난척 해 봐야 가려운 곳이나마 긁어주는 옆지기가 절실함에, 하해와 같은 맘씨를 지닌 그 누군가를
보쌈이라도 해야 할텐데..
품팔이를 하는 주제에 욕심만 부릴수도 없을터..
제대로 힘도 못쓰는 나이이긴 하지만 고행마저 감수하는 철학 역시 지니지 못한 철부지인지라, 말동무나마 탐하긴
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를때면 지그시 두통이 따른다.
하루가 다르게 정보가 우수수 번지는 세상인지라 어리숙한 여인네 역시 눈을 씻고 봐도 찾을수 없기에, 천상 그림같은
보금자리나마 펼쳐 보여야지 싶은데..
계속 여흥이나 즐기다 보면 남은 여력이란게 콩알만 해 질건 뻔한 노릇.
누구 없슈?
근래 들어 잠 못 이루는 누군가를 위해 5억쯤 흔쾌히 희사하실 은인을 기다리며 또 주저리주저리, 한잔 술에 비몽사몽
지껄임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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