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사냥

남자사냥 7

바라쿠다 2011. 11. 15. 09:46

" 너 집에 안들어가도 되는거야? "       

맏언니인 정희가 막내 소연이를 보며 걱정스러워 한다.

" 조금만 더 있다 들어갈래,  신랑한테 전화했어.  언니랑 여기 같이 있다고.. "

집에서 쉬고 있는데 소연이가 속상한 일이 있다고 해서 나온 정희다.      무명 가수들이 노래를 부르는 여기 호프집은

소연이 신랑도 알고 있으니 안심할 터이다.        

자신에게 십년이 넘은 애인하고 헤어 졌다고 하소연 하는 소연이를 위로 해 줄만한, 그럴듯 한 말이 떠오르지 않는다.     

그저 들어줄 뿐이지만 지금 자신의 심정도 복잡하기는 마찬가지 아니던가.

그렇다고 막내인 소연이를 붙들고 새로 만난 남자에 대해서 얘기를 할수도 없는지라,    머리속 에서는 자신의 고민을

정리중이고 소연이의 하소연은 한귀로 흘려 들을 뿐이다.

" 미안해요, 언니..    연주 언니한테 얘기 해봐야 대책없는 말만 늘어놓을게 뻔하고..   미진이 언니는 친구가 아퍼서

병원에 있다고 하길래 큰언니를 불러낼수 밖에 없었어. "

" 괜찮어, 미안하긴..   기집애도, 별소릴 다 듣네. "      

소연이 말마따나 연주한테 얘기 해봐야 수시로 바뀌는 남자를 자신의 액세사리 쯤으로 취급을 하는 여자이니, 소연이의

심정을 이해 하려고도 않을것이다.

" 두번 다시 만나지 않을거야,   그리고 연주 언니처럼 애인들을 많이 만들어서 보란듯이 즐기고 살테니까.. "

배신을 당한 쇼크가 컸던 모양이다.       평소에 애지중지 했던 애인을 떠나보낸 소연이의 반응이, 저런식으로 표출이 될

정도로 힘이 들어 보인다.

" 언니도 이 기회에 나랑 같이 애인이나 만듭시다.   우리라고 연주 언니보다 못할일은 없잖우.. "

맞는 말이지 싶다.     어차피 남편을 속이고 애인들이 있는 마당에,  애인에게 일부종사 한다고 누가 알아 주겠는가.

자신만 하더라도 와이프가 있는 애인이 집에서 감시를 당하고 있는 처지에,  일편단심 기다린다는 것도 웃기는 일이다.

 

그 시간 연주는 증권회사에 다니면서 혼자 기러기 아빠 노릇을 하고있는 명수집에서 술을 마시는 중이다.

조금전에 헤어진 나이많은 승우와의 섹스가 개운치 못해 명수집에 와서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고 있다.     

어찌 된 남자가 섹스에 대한 욕구가 별로 없는 인간이다.       생기긴 멀쩡해서 데리고 다녀도 남들이 부러워 할 정도인데

그저 자신이 무슨 영국 신사인 양, 점잖은게 남자의 도리인줄 알고 살아간다.      처음 만났을때도 멋있게 생긴 명수를

꼬셔서 술까지 마신 다음 취한척 하고 기댔건만,  안아줄 생각은 않고 술 깨는 약을 산다고 약국을 전전한 인간이다.

얼마나 답답했으면 만난지 두달만에 외롭다고 거짓말까지 하면서 자신이 먼저 덮쳤을까..

오늘만 하더라도 술을 마시며 얘기만 하고 있다.      성격이 급한 여자라면 다른 남자를 찾아 뛰쳐 나갔을 것이다.

그나마 명수가 착한 사람이라 뒤끝이 없음에 안심이 되고,  더군다나 그의 물건이 쓸만한 까닭이다.

" 야 ~ 명수야, 언제까지 술만 마실래..   나를 보면 안고싶은 생각이 안드니. "       

동갑이기도 했지만 그동안 많이 잠자리를 한 덕에 마음 편히 대할수 있었다.       그럼에도 아직도 자신이 먼저 들이대야

하는것이다.

" 에구, 답답한 인간아..  그러니까 처자식을 필리핀에 보내놓고 독수공방을 하지. 에이.. "      

뭐라고 약을 올려도 빙그레 웃기만 할뿐 반응이 없다.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판다고 자리에서 일어난 연주가 옷을 벗어 던진다.

 

" 이제 좀 괜찮은거야?   열은 다 내려갔네. "      

미진이가 영호의 이마를 짚어보고는 안심이 되는 표정이다.

골프 모임이 있다고 아침일찍 남편이 나간후에도, 지연이의 아침을 챙겨주고서 딸아이가 나갈때까지 안절부절 하다가

친구들과 놀러간다며 집을 나가자 마자 영호에게 달려온 미진이다.

" 내가 아픈줄은 어찌알고 왔다갔네. "      

자신이 왔다간지 알게 된 영호는 아직도 기운이 없어 보인다.

" 그러길래 밥도 챙겨먹고 규칙적으로 생활 하라니까.. "    

속이 상한 미진이가 누워있는 영호를 나무란다.

" 이리와 봐.. "    

침대에 누워있던 영호가 자신의 손을 잡아끌어 안고는 쉐타속으로 손을 넣고서 젖가슴을 쥔다.

" 아이 ~ 왜 그래, 밤새 아퍼서 끙끙 앓던 사람이 가만있질 못하고..    얌전히 누워 있어. "

" 싫어, 죽어도 놓치 않을거야..    어제 미진씨가 가 버리고 추워지더라,   보고 싶은데 그럴수 없어서 더 힘들었어,

또 아프더래도 좋아..    눈치 보일텐데 와 줘서 고마워.  사랑해 미진아.. "

아무말도 할수가 없었다.    이렇게까지 나를 좋아하는 이 사람이 하는대로 모든걸 맡기고 싶다.    

힘도 없을텐데 내 옷을 모두 벗기고는, 자신의 가슴에 품고서 나를 기억하고자 머리부터 시작해서 냄새를 맡으려고 한다.

젖꼭지를 입안에 넣고 오물거리더니 계곡쪽으로 머리를 묻고는 애액을 씻어가며 맛을 보기도 한다.

" 자기야, 오늘은 참아줘.. 거기가 아퍼서 간신히 왔어. "        

온 몸을 떠 돌아 다니던 영호가, 웬일인지 착한 아이처럼 내 말에 따라 옆에 누워 팔베게를 해 준다.

" 나도 힘들어서 못하겠어, 그냥 이렇게 있을래.. "       

하기사 밤새 앓았을 그에게 힘이 있을리도 없을것이다.    그의 품안에 있는것 만으로도 행복에 겨운 미진이다.

 

월요일 아침.    사인방이 휘트니스 휴게실에 모였다.

" 그 약아빠진 놈이 먼저 헤어지자고 한거야. "      

성격이 가장 급한 연주가 먼저 흥분을 한다.

" 얘기는 안 했어도 그게 그 뜻 아니겠냐구,    우리 막내가 그동안 지를 위해서 얼마나 잘 했는지 아는놈이.. "

사인방의 남자들은 한번 사이가 나빠지면 공동의 적이 되어 버리는 것이다.     그녀들의 입장에서 매도가 되는것이

당연한 결과다.      비슷한 취미에 생활태도 마저 따라하는 그들에게 애초에 인격적인 대접 이란게 허울일 뿐이다.

자신들에게 잘 해주는 남편이나 애인들만이 있을 뿐이고,  이탈 하려는 남자들은 모두 적이 돼 버리는 것이다.

그것은 남편이란 직함을 가지고 있어도 마찬가지였다.      오인방에서 떨어져 나간 성미의 남편이 사기죄로 기소가

되어 쫒겨 다닐때,  성미의 친정집에 많은 부채를 안겨 주자 사람을 사서까지 똘똘 뭉쳐 성미 남편을 잡기도 했다.

" 소연이 기분도 풀어줄겸 남자나 하나 소개시켜 보자니까.. "      

" 어려울게 뭐 있어,  소연아.. 얘기만 해라, 이 언니가 원하는 스타일에 맞춰서 대령 시킬테니까..    어느 남자가

너같은 미인을 싫다고 할까..   이빨이나 만지는 주제에 지 복을 걷어 차고있네, 미친놈. "

" 그냥 편하게 술이나 한잔 했으면 좋겠어,  기분전환이나 할래.."

" 성훈이 오빠..  잘생긴 후배 있으면 데리고 나와, 오늘 한턱 쏠께. "      

두살이나 어린 성훈이에게 오빠라고 부르는 연주가 핸폰을 내려 놓는다.      

먼저 승우하고 만났던 장아집에서 만나기로 하고,  부지런히 집안의 정리들을 대충 마치고는 다시 뭉친 사인방이다.

성훈이가 운동하는 후배들과 같이 아구집으로 들어오는데 입구부터 떠들석 거리는 바람에 자연히 시선들이 모인다.

" 막내 처제가 남친이 필요하다믄서..    이 놈들 중에 골라보고 맘에 안들면 내일 한타스 가져다 줄테니까 맘 풀어. "

생각을 해 주는건지, 동네방네 광고해서 창피를 줄려고 작정을 했는지 방안에 있는 손님들이 킥킥거리고 후배들마저

신기한 동물을 보듯이 소연이를 관찰하는 중이다.

낌새를 눈치챈 연주가 미안해서 성훈이의 옆구리를 찌르고,  정희와 미진이는 웃음을 참느라고 코가 씰룩거린다.

" 형부 ~ 아예 마이크를 들고 떠들지 그래.. "      

그제서야 주위를 둘러보며 머쓱한 표정이 되는 성훈이다.

" 아, 미안해 처제.  괜히 흥분이 되는 바람에.. "      

작은소리로 속삭이는 모습에 또한번 웃음을 자아낸다.

" 이번 기회에 미진이도 한번 나서보지 그러니.. "       

맏언니인 정희의 말에 모두의 시선이 미진이에게 쏠린다.

" 나도 그게 궁금하더라,  얼굴도 이쁜 처제가 남자 친구가 하나도 없다는게..   혹시 숨겨놓고 몰래 만나는거 아닌가. "

성훈의 말에 자신도 모르게 뜨끔하는 미진이다.      멤버들이 안다면 배신자라고 난리들이 났을것이다.

" 괜찮어, 언니..   요즘 지연이 때문에 정신 없는거 알면서 그러우. "      

나이어린 애인을 숨길수 밖에 없었고, 자신만 빼놓고 애인들이 있는 멤버들 앞에서 고고한 척을 할수도 없는 일이다.

 

일행들과 웃고 떠들면서 시간을 보내곤 있지만 술은 거의 입에 대지 않은 미진이다.

바쁜일이 있다고 핑계를 대고 자리에서 일어난 미진이는 정육점에서 사골을 사 가지고 영호의 집으로 갔다.

몸살을 앓고 난 영호를 챙겨주고 싶은 까닭이다.      두시간이나 센 불로 끓인 국물맛을 보고는 가스불을 줄여놨다.

곰국이 끓는 동안 영호의 속옷까지 챙겨 세탁기를 돌리고 집안까지 대충 청소를 하기도 했다.

식탁위에 메모를 해 놓고 급히 나온 미진이는 다시한번 마트에 들러 반찬거리를 사서 집으로 향했다.

학원에 간 지연이가 돌아올 시간이라 마음이 조급하다.     아울러 저녁을 준비해야 남편을 맞을 것이다.

" 어디 갔었어,  아빠가 전화하래. "         

현관을 들어선 미진이를 보는 딸아이의 시선이 곱지 않다.

" 아줌마들이랑 수다를 떨다보니 늦었네,  핸폰으로 하지..   무슨 일이래. "

딸한테까지 거짓을 말해야 하는 자신이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소중하게 마음속으로 들어온 영호를 놓치고 싶지도 않다.

남편과 통화를 하고 지연이에게 저녁을 차려준 미진이는 영호를 자주 볼수 있다는 생각에 뿌듯해 진다.

교환교수로 일본에 1년 정도 갈수도 있다는 남편의 전화에, 벌써부터 설레어 영호에게 달려가고 싶은것이다.

 

같은시간 연주와 소연이는 성훈이를 포함한 세남자들과 함께 구반포에 있는 7080 호프집에서 생맥주를 마시고 있었다.

통키타 가수들의 생음악을 들을수 있는곳으로, 100여평이나 되는 홀에는 이미 많은 사람들로 북적인다.

" 내일 이곳에서 모임이 있거든..   한 열명정도 참석 할거니까 처제도 와서 쓸만한 놈으로 골라 봐. "

" 아니 선배님은 우리들을 놔두고 그러시면 안돼죠,  이제 겨우 친해져 가는데.. "

" 그래, 오빠가 좀 심했다.   두 사람을 소개시켜 준다고 데려 와서는 소연이가 맘에 있는지도 물어보고 해야지. "

" 내 말은 혹시 맘에 안들면 그럴수도 있다는 거지..   하기사 얘네들이 그중에서 제일 준수한 편이야. "

" 형부는 참, 다 좋은데 성격이 너무 급하다니까..   한두번은 만나 봐야 알지.   여하튼 신경 써줘서 고마워요. "

" 소연아 ~ 그러지 말고 더블 데이트 어떠니,  두사람을 따로 만나지 말고 같이 만나서 영화도 보고, 술도 마시면

진짜 재밌겠는데.. 호호..    양쪽에 있으면 얼마나 든든할까. "

무슨 상상을 하는지 연주가 좋아서 웃는중이고, 나머지 사람들은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어색한 표정들이다.

" 나야 좋지만 두분들이 싫어하겠지,   아마도 서로 질투할수도 있고. 호호.. "

연주의 이중, 아니 삼중 플레이를 아는 소연이도 장난스러운 맘이 들어 장단을 맞추는 중이다.

" 나는 상관 없을것 같은데..   그러다 맘에 드는 사람과 사귈수도 있잖어, 너는 어떠냐. "

스포츠용품 사업을 한다던 명근이라는 친구가 학교에서 체육교사를 하는 갑용이의 의견을 묻는다.

" 글쎄..  나도 반대 할 이유는 없겠네, 모처럼 너랑도 자주 볼수도 있고.. "      

" 어머, 소연이는 좋겠다. 졸지에 보디가드가 둘씩이나 생겼네. 호호.. "       

 

" 원래 술이 약하신가 봐요. "      

연주 일당과 헤어진 정희는 영균을 만나 사당동의 카페에 앉아있다.    장어집에서 몇잔의 술을 마신 정희가 술 때문에

인연이 된 영균이 앞에서 또 다시 추태를 보일까봐 조신을 떠는중이다.

" 그래요,  어느 정도까지는 괜찮은데 기분이 좋아지면 나도 모르게 과음하게 되네요. "

" 어떻게 해야 정희씨가 기분이 좋아질까, 후후.. "        

잠시 갸웃하던 정희가 말뜻을 알아 채고는 눈을 흘긴다.

" 어쩜,  여자한테 짖궃게 그런말을.. "        

나이가 들어도 여자인지라, 남자앞에서는 아닌척까지 하면서 내숭이다.

" 뭘 그래요, 이미 다 본 사이끼리..   그나저나 놀랬어요,  몸 관리를 어찌나 이쁘게 했는지 한참을 감상까지 하느라

잠을 못 잤다니까, 후후.. "       

한번 겪었다고 스스러움이 없어진 영균이가 정희를 놀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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