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사냥

남자사냥 5

바라쿠다 2011. 11. 10. 11:15

" 자기 너무하잖아,  뭐야 이 새벽에 밥상앞에서.. "     

어제 저녁부터 아무것도 입에 대지 못한 미진이였다.

배가 고프다는 자신을 알몸인채로 식탁 의자에 들어다 앉혀 놓은 영호와 식사를 하며 투정을 부리는 중이다.

" 내가 그랬잖어,  나랑 있을때는 벗고 있어야 한다고.. "

" 아무리 그래도 밥 먹을때는 옷을 걸쳐야지,  어색하고 이상해..   오늘 저녁때 까지는 시간도 많은데.. "

" 그래도 싫어,  내가 완전히 미진씨 몸에 익숙해 질때 까지는 벗겨 놓을거야. "

" 병원에 한번 가봐라,  변태가 맞는지..   냄새나는 팬티만 찾지를 않나,  오줌누는 앞에서 지키고 있질 않나. 호호.. "

말은 그렇게 해도 자신을 이뻐해 주는 영호의 재롱에 흐뭇해 지는 미진이다.     남편은 자신을 여자 취급조차 않을때가

많은데, 누가 있어 이토록 자신을 아껴주는 사람이 있을손가.      평생을 숨겨둔 채 즐기고 싶은 욕심까지 나는 것이다.

" 됐다니까,  내가 할래.. "       

식사를 끝내고 양치질을 한다니까 굳이 자신이 해 주겠노라며 고집을 부린다.

" 자 ~ 입 벌려 봐, 깨끗이 닦아줄께.. "      

결국 고집쟁이 애인에게 입을 벌려줄수 밖에 없었다.

양치질을 해주는 영호를 쳐다보며,  나중에는 밥도 먹여주고 오줌도 대신 누려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마저 든다.

아니, 아예 주머니 속에 자신을 넣어서 가지고 다니겠다고 우길지도 모를 일이다.     

자신의 입을 가까이서 들여다 보면서 진지하게 양치질을 하는 그의 표정이 사랑스럽긴 하다.      

그나저나 피곤한데 재워줄 생각이 없어 보인다.    넓은 그의 가슴에 안겨 꿈속으로 가고 싶은데,  젊은 애인은 눈이

초롱초롱 빛나서 나랑 놀기만을 원하고 있다.

아무리 총각이지만 무슨 남자가 두번씩이나 기절을 시키고도,  아직도 생생해서는 소꼽장난만 하려 드니..

컵을 들어 입에 대주기까지 하면서 양치를 끝낸 입을 닦아주고는,  다시금 안아들고서 침대로 간다.

" 자기야 ~ 누나가 이쁘다면서..    적당히 해야지 이러다간 내가 죽을지도 몰라.. "

" 응, 오늘 죽여 버릴거야..    죽인 다음에 박제를 만들어서 아무데도 못가게 할거야.. 후후.. "

또 다시 젖가슴으로 파고 들면서 껴 안는다.      죽이든지 살리든지 니 맘대로 하라고 자포자기의 심정이 된다.

그런데 영호가 문제가 아니었다.      피곤한데도 불구하고 미진이 스스로가 영호와 지내는 시간이 꿈처럼 달콤하다.

하물며 그와 지내는 이 순간이 신혼처럼 행복하기까지 한 미진이다.  

영호의 큰 손이 닿는곳마다 세포가 깨워져서  아래가 젖어들고,  당당한 방망이가 그속을 채우고 짓쳐 들어오면 당장

죽어도 좋을만큼 어느새 영호보다 자신 스스로가 그를 더 원하고 있음을 깨닫는다.

영호의 힘찬 박음질로 인해 또 다시 까무러 쳐야 했고,   한올의 기운마저 남아있지 못한 자신의 몸을 젖은수건으로

닦아주는 영호의 손길에 죽었던 세포들이 다시금 스멀거리고 있다.

 

정희도 자신의 주량을 넘어선듯 하다.      오랜만에 좋은 친구와 회포를 풀다보니 술기운도 기분좋게 올라온다.

친구도 기분좋게 술이취해 평소 안하던 노래까지 하면서 약간은 풀어진 모습이다.

그때 단란주점 주인여자가 와서는 자신들의 뒤편에 앉아있는 손님들이 술값을 계산한다며 합석을 하잔다.

아까 그들이 노래부를때 얼핏보니 정희와 비슷한 또래로 보였고 부르는 노래도 통키타 풍이라서 말이 통할듯 싶다.

자신과는 달리 친구를 위함이었겠지만,  친구가 동의를 하자 주인여자가 그들을 자신의 좌석으로 데려왔다.

간단히 수인사를 하고 어울려 술을 마셨다.       어깨동무를 하고는 같이 노래도 하면서 자신도 모르게 취해갔다.

점잖은 사람들 같아서 긴장을 놓은듯 했는데 그 뒤로 필림이 끊어져 아무것도 기억이 나질 않는다.

낯선 곳에서 눈을 뜬 정희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알몸으로 누워있는 자신의 곁에 어제의 그 남자가 자고 있었다.

친구도 옆에 있었던지라 술이 약한 자신의 마음이 풀어져서 취했을텐데,  여기까지 온 경위를 모르겠다.

일어서서 몰래 나가야 할런지,  샤워부터 해야 하는지 판단조차 서질 않는다.        그러던 중에 옆에 누워있던

남자가 몸을 뒤척이더니 눈을 뜨고서 자신을 쳐다 본다.       이런 상황에 처한건 처음인 정희다.

요즘 애들이야 쉽게도 몸을 섞는다지만,  이 나이에 술집에서 만난 남자와 원나잇이라니 입이 있어도 할말이 없음이다.

그 남자의 눈치만 살피고 있을때,  아무 꺼리낌 없이 이불속에서 나온 남자는 알몸으로 욕실로 들어간다.

그 남자가 씻는중에도 옷을 입고 빠져 나갈지를 수도 없이 생각했지만, 끊어진 기억을 남자에게서 듣고 싶은 마음도 있고

이왕지사 알몸까지 본 사이에 기다려 보자는 쪽으로 생각을 굳혔다.

" 나가서 간단하게 해장이라도 하죠. "     

샤워를 하고 나온 남자가 말을 건네자,  별다른 대안이 없는 정희는 속옷 차림으로 욕실로 들어가서 씻기 시작했다.

" 덕분에 어제 좋았어요,   오랜만에 여자를 안아본 터라.. "     

해장국 집에 마주 앉아서는, 음식을 식탁위에 내려 놓은 종업원이 주방으로 사라지자 그제서야 입을 여는 남자다.     

처지가 애매한지라 여전히 할 말이 떠 오르지 않는다.    어제밤이 기억에 없노라고 할수도 없는 노릇이라 벙어리 냉가슴이

되는 정희다.     이기지도 못할 술을 마신 자신이 한심할 뿐이다.

" 죄송한데 그쪽..   이름도 모르는데.. "

" 먼저 알려줘야 하는거 아닌가요. "     

이제서야 겨우 돌파구를 찾은 기분이다.

" 아 ~ 미안..   내 이름은 최영균이고 나이는 50 이죠.  지금 애들을 가르치고 있어요. "

말하는 투를 보니, 다행히 선한 사람처럼 보이고 생김새 역시 말끔해 보인다.

" 나이는 동갑이네요,  이름은 정희라고 해요.   내가 원래 술이 약해서.. "

" 어제 그 친구분도 술이 취해서 제 친구가 바래다 준다고 같이 나갔죠.    정희씨가 몸을 가누지 못 하길래 모텔에

모시고 갔는데..   그만 누워있는 모습이 이쁘길래, 미안해요..   혼자 지낸지 오래다 보니 욕심이 생겨설랑. "

이제야 조금 퍼즐이 맞춰지는 정희다.       술이 취한거 외에는 별다른 추태가 없었음에 안심도 된다.

" 근데 그 나이에 어떻게,  혼자 지내려면.. "

" 큰 어려움은 없어요, 가끔 여자생각이 날때 빼고는.후후..   그 친구하고는 어릴적부터 지낸 사인데 가끔 산에도 같이

다니고 술도 마시곤 하죠. "

" 나도 제일 친한 친구랑 그곳에 처음 갔다가.. "      

처음 만남에 모텔까지 왔으니, 더 이상은 남새스러워 말을 잇기도 어렵다.

" 괜찮다면 다음에도 만나고 싶은데.. "       

조심스럽게 의향을 물어오는 그를 보며 잠시 고민이 되는 정희다.

 

자신들의 추억이 깃든 곳에서 아침을 맞은 소연이와 철수는 춘천의 강변이 보이는 식당에서 아침을 먹는중이다.

" 그래서 그만 헤어지자고 통보 하는거니? "      

소연이의 낮은 목소리가 비수처럼 철수에게 꽂힌다.

외동딸인 애영이와 철수 사이에는 애기가 없었다.     몇번인가 들어섰던 애기가 유산을 하는 바람에 여지껏 자식없이

살았었는데,  이번에 시험관을 통해 성공한 임신이 잘못 될까봐 애영이의 부모가 처가집으로 들어오라고 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당분간은 소연이를 만나기 어렵다고 이해를 구하는 철수였다.     하지만 소연이의 입장은 철수와는 달랐다.

당분간이라는 철수의 말이지만 애를 낳을때까지 볼수 없다면 8 개월씩이나 기다려야 되는 것이다.    

자신에게는 첫 정을 준 철수였기에 그동안 남편보다도 그에게 더 마음을 주고 살았던 소연이다.     

남편은 손아귀에 놓고 쥐락펴락 했어도, 애인인 철수의 눈치를 살피며 십년이 넘게 지내온 것이다.     

여지껏 철수가 소연이에게 따뜻하게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 없었고,  자신이 받는 대우가 당연한 듯이 군림했던 철수다.

그렇게까지 한 자신에게 긴 시간을 기다리라는 철수의 처사에,  여지껏 참았던 감정이 솟구치는 소연이다.

" 잘 알면서 왜 그러니..   이 나이에 애기를 낳겠다는데 모른척 할수도 없잖어. "

" 애영이가 애기가 생겼다는건 축하를 해 줘야지,  내가 화가 나는건 애영이 때문이 아니고 철수씨 때문이야.

나하고 알고 지낸지가 십년이 넘었어..     애영이와 결혼 한다고 했을때도 오늘만큼 서운하지는 않았다구,

내가 철수씨한테 도대체 뭐니,  남편보다도 철수씨를 어려워 하고 살아온 내가 이런식으로 대접 받아야 하냐구~ "

결국 테이블위에 얼굴을 묻고 눈물을 쏟는 소연이다.      이른 시간이라 식당에 손님이 없음이 다행이다.

양단간에 어쩔수 없는 입장에 처한 철수 역시 뾰족한 수가 나올리는 없는지라 난감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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