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사냥

남자사냥 3

바라쿠다 2011. 11. 4. 14:40

일요일 아침,    딸 지연이를 챙겨 학원으로 보내놓고 어제밤의 해프닝을 떠 올리며 미소짓는 미진이다.

결국은 철부지 애인을 둔 덕에 노팬티가 되어 집으로 돌아와야 했다.       아무리 총각 이라지만  막무가내로 보채는

영호에게 냄새나는 팬티를 벗어 줄수밖에 없었다.        대책없이 졸라대는 어린 애인이 부담되는건 사실이다.     

이런식으로 응석을 받아줘야 하는 자신의 처지를 누구에게 하소연 할수도 없음이다.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잃는다고 하더니,  젊은 애인이 생긴것도 마냥 좋을수 만은 없다는걸 알게 됐다.

앞으로도 영호를 만나서 이런식으로 황당한 일을 겪게 될수도 있다는 생각에 혼자 실소를 터뜨리는 미진이다.

하지만 무료했던 자신의 인생에 즐거움으로 다가와 준 영호를 떠 올리면,  모든 불편함을 견디고 싶은 마음도 있다.

결국 남편이 집으로 돌아오기 전에,  영호를 한번 더 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야한 팬티를 고르게 되는 미진이다.

남편을 유혹하고자 까만 망사 팬티를 사서는, 속이 비치는 슬립을 위에 걸치고 남편앞을 서성거렸더니 술집 여자처럼

무슨 짓이냐며 면박을 주었더랬다.   

영호앞에서 보여주고 벗어 줄 생각을 하니 다시금 야릇한 기분이 든다. 

 

월요일 아침,  휘트니스 크럽이다.

오늘도 사인방이 모여 운동은 뒷전이고,  휴게실에 앉아 남자를 사냥한 무용담으로 무료함을 달래고 있다.

제일 맏언니 정희가 항상 주장하는게 있었다.     땀을 흘리는 어떤 운동보다 엔돌핀을 돌게 만드는건 남자라고..

" 어쩌긴 뭘, 가자마자 다른 애인 불러서 같이 있었지. "    

그날 나이트에서 연주 자신을 데리러 왔던 애인과 모처럼 같이 지낼려고 했었는데, 그곳에 놀러간 자신을 헤픈 여자라고

잔소리를 해대서 말다툼을 했더란다.

" 그럼 골프형부는 오랜만에 만나서 싸우기만 하고 재미는 다른 형부가 본거네, 호호.. "    

남들이 뭐라건 우리들 끼리는 애인들을 편하게 대한다.    특히 소연이는 연주가 애인을 데려오면 그들을 형부라고

부르면서까지 챙긴다.    

물론 연주의 애인들 간에는 절대로 알수가 없는 일이지만.

특히 애인이 셋 씩이나 있는 연주땜에 재밌는 일도 많았다.     하룻동안 애인들을 교대로 불러내는 바람에, 우리들

모두는 연주의 애인이 올때마다, 똑같은 인사말들을 건네면서 우리들만 아는 웃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애인들을 관리하는 연주의 솜씨도 남달랐다.     경제력이 있는 애인한테서 용돈을 뜯어 어려운 애인한테는 용돈을

쥐어주기도 했다.    

자신은 애인이 셋씩이나 있으면서도, 시간이 날때 마다 그들 각각의 동선을 체크하는 재주 역시 있다.

" 소연이 너도 그날 제부가 와서 없어진거지? "    

나이트에서 말없이 사라진 막내를 노려보는 미진이다.

" 어쩔수가 없었어..  그 밴댕이는 내가 나이트에 간걸 알면 난리가 뒤집어 질텐데. "

소연이의 애인은 결혼전부터 사귄 사이다.      결혼은 각자 했지만, 연애는 둘만의 묵계를 지키며 십년 넘게 줄타기를

하고 있다.    

지 신랑은 멋대로 쥐고 흔들면서, 애인한테는 잡혀서 살아가는게 이해가 안될때가 많다.

" 그래도 간다고 얘기나 할것이지,  나 혼자 큰언니 땜에 얼마나 고생을 했는데.. "

" 술이 취해서 확실치는 않지만 어떤 남자가 나를 부축했었는데.. "      

정희언니의 말에 뜨끔하는 미진이다.     사실 미진이도 영호를 사인방 앞에서 자랑하고 싶은 마음은 있다.     

하지만 영호에게 나이를 속인데다가, 자신보다 열살이나 어린걸 안다면 이들의 놀림을 감당할 자신이 없는것이다.     

숨겨놓고 볼수밖에 없는 현실인 것이다.

" 그나저나 요즘은 큰언니 형부 본지도 꽤 오래됐네. "      

막내 소연이의 말에 정희 언니에게 모두의 시선이 모인다.

" 그래서 그날 술이 취한거야,  와이프가 핸폰에 찍힌 메시지를 본 모양이야.. "

성품이 차분한 편인 정희는 연애 역시 조용하게 하는 스타일이다.     만나기 어려울때는 간간이 메시지를 주고

받으며 은근한 마음을 전하곤 했었는데,   딴에는 건강을 챙기라며 애뜻하게 보낸 메시지를 들켜버린 것이다.

" 그럼 이번주에 놀러가기로 한 약속은 어쩌누.. "     

연주의 돈많은 애인이 경비 일체를 부담하고 제주도에 일박이일 예정으로 놀러가기로 했었다.     

가끔 애인들을 불러 술자리를 했는데, 연주의 애인이 모두에게 같이 가자고 제의를 하는 바람에 정해진 약속이었다.

모두가 시무룩해서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특히 정희와 연주가 더욱 그러했을 것이다.

미진이는 속으로 다행스럽다.      약속이 깨어져야만 영호와 오붓하게 지낼수 있음이다.

" 연주언니, 그러지 말고 골프형부나 불러냅시다.  천상 점심이나 먹으면서 의논해야겠네. "

 

남태령 깊숙이 자리한 우리들의 아지트인 장어 전문집에 모여 앉았다.      남자는 연주 애인 한사람 뿐이다.

" 정 안되면 남은 사람끼리 가던가,  이틀전에 취소하든가 해야지, 뭐..   처형이 같이 가야 재밌을텐데.. "

연주의 골프애인은 강남이 땅투기로 들썩이던 시절에,  농사를 짓던 선대의 덕으로 졸지에 갑부가 된 사람이다.

어릴때부터 부모의 은혜를 입어 온갖 호사를 누리며 젊은 시절을 보냈지만,  부모가 정해준 혼사를 거부할 배짱이

없었던 사람인지라 같은 처지의 벼락부자 딸을 배우자로 맞았다.        

하지만 농부의 딸인 지금의 부인이 요즈음의 여자들과 달리,  예전의 사고방식을 고집하고 미모 역시 딸리는

 편인지라 밖으로만 나돈다는 최사장이다.

자신보다 일곱살이나 어린 연주를 금이야 옥이야 아껴주며 즐거워 하는 룸펜이기도 하다. 

" 미안해요, 제부.. 나 때문에 틀어지게 되서.. "

" 할수없지, 뭐..  형님이 주량이 비슷해서 기대를 했었는데.후후..   다음에 또 기회가 되겠지. "

영호에게서 메시지가 와서 방 바깥으로 나간 미진이가 핸폰을 열어 통화버튼을 누른다.    컬러링이 재밌다.

" 컬러링이 왜 그렇게 촌스러워. 호호.. "       

이승기의 누나는 내 여자니까, 어쩌구 저쩌구가 들렸던 것이다.

~ 나는 좋은데..  일부러 미진씨를 생각해서 바꿨어요, 히히.. ~~

" 너무 웃기잖어,  유행이 한참 지난 노래를.. "      

말은 그렇게 했지만 싫지 않은 기분이다.     이 나이에 누가 있어 이처럼 자신을 생각하고 챙겨 주겠는가.     

~ 오늘 보고싶은데..  시간 어때요? ~~

" 안돼,  유부녀는 할일이 많거든.. "

~ 미진씨 냄새가 생각이 안나..  무슨 팬티가 그렇게 깨끗한가 몰라. ~~      

" 뭐야, 그럼..  지금 회사에 있을 시간이잖어. "

~ 히 ~ 맞아요, 회사..   미진씨 팬티, 주머니에 있어요..   옆사람이 안볼때 몰래 꺼내서 코에 댔는데,  냄새가 몽땅

날라가서 하나도 없어요. ~~       

어이가 없어서 잠시 멍해지는 미진이다.      아무리 보고 싶다기로서니 자신이 입었던 냄새나는 팬티를 회사까지 가져간단

말인가.      

팬티를 꺼내 냄새를 맡는 그의 모습이 떠올라 한편 귀엽기도 하다.

~ 앞으로는 갈아입지 말아요,  미진씨 보고 싶을때 냄새라도 맡아야 하니까. ~~

핸폰을 끊은후,  사인방과 식사를 하면서도 내내 웃음을 참느라고 힘들었던 미진이다.      

하지만 알수없는건 자신의 마음이다.      영호를 다시 만날수 있는 금요일까지 팬티를 갈아입지 않기로 했다.

심지어 술을 마시고 들어 온 남편이 오랜만에 들이 댔을때는 생리를 한다고 거짓말까지 하며 피하기도 했다.

 

금요일 휘트니스에서 모인 사인방이 작전계획을 짜는 중이다.

이미 보름전부터 각자의 남편들에게 제주도로 놀러간다고 통보를 한만큼,  애초의 계획이 틀어졌을 망정 절호의

찬스를 묵힐순 없는 일이다.     

몇년전부터 남편들과도 교류를 해 온지라,  네명이서 놀러 간다는데 반대를 하는 남편은 있을수가 없다.     

혼자서 반대를 해봐야 그들 중에서 쫌팽이로 낙인이 찍힐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 니들은 갈데가 있지만 나는 혼자서 어쩌라구.. "      

갈데가 없는 정희로서는 자신의 실수로 약속이 깨졌기 땜에 벙어리 냉가슴을 앓아야 했다.     

더군다나 자신으로 인해 동생들의 천금같은 휴가를 망칠수는 없었으니..

" 미진이는 친구 만나지 말고 나랑 같이 가지 그러니,  그 사람이 후배를 소개 시켜 준다는데.. "

" 아냐, 연주언니나 재밌게 놀다와..    오래동안 못 본 동창이라 이번 기회 아니면 힘들어. "

그들과 헤어져 집으로 돌아온 미진이는 영호와 같이 있을수 있다는 생각에 오후 내내 들떠 있었다.

입고 갈 속옷을 고르면서, 며칠동안 잠잘때 입었던 팬티까지 챙겼다.      영호의 큰손이 떠올라 아래가 젖어온다.

" 지연 엄마 ~ 가기전에 당신 팬티한장 주고가지.. "     

느닷없는 남편의 말에 가슴이 철렁한 미진이다.    속마음을 남편에게 들킨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 오늘 친구들과 카드게임 할거야,  누가 그러는데 여자팬티를 입으면 끗발이 오른다네.. "    

별소리를 다 듣는다.    아무래도 팬티를 열장은 더 사 놔야지 싶다.      팬티의 수난시대다.

구반포에 계시는 친정엄마에게 지연이를 부탁하고는, 공항에 가는것처럼 작은가방을 하나들고 택시를 집어탔다.

 

그시간 소연이는 애인인 철수의 차를 타고 강원도 춘천으로 가는중이다.     결혼전에 철수와 기차를 타고 여행을

가기도 했던 곳으로,  경치좋은 강물앞에 지어진 민박집에서 첫날밤을 치렀던 곳이다.

철수와 소연이는 처음에 교회에서 만나 연애를 시작했다.    철수의 와이프도 같은 교회를 다닌 친구다.

둘이서 몰래 데이트를 했기 때문에 철수의 와이프인 애영이는 전혀 눈치를 채지 못했음이다.

워낙 철수가 인기가 많아 주위에서 눈길을 주는 여자들이 많았지만,  당시에도 이쁘고 당돌했던 소연이와 짝이

되었던 것이다.    

남자애들이 다시한번 뒤돌아 볼 정도로 인기가 있던 소연이지만, 잘난 철수가 옆에 있었기에 다른 남자들의 데이트 신청을

거절하면서도 도도하게 굴수 있었다.    

결코 철수에게 의리를 지킨다는 마음이 아니라, 자신의 미모를 앞세워 남자들의 애를 태우는 것에 더 큰 즐거움을 삼았던

것이다.

그러던 차에 부모가 원하는 맞선 자리에 나가 지금의 남편을 만났으며, 자신의 미모에 빠진 그에게서 맹목적인 구애를

받았었다.     

자신을 위해서라면 물불을 안 가리는 남편의 충성심에 마음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무렵 치과 인턴으로 있던 철수는 부유한 애영이의 부모가 병원 개업을 미끼삼아 정책적으로 밀어붙이자, 소연이와

영애를 놓고 나름대로 진지한 고민을 했다.    

소연이가 이쁘긴 했지만 자신을 밀어줄 뒷받침은 없었기 때문이다.

소연이도 마찬가지였다.   부모가 소개해준 남편은 능력이 되는 집안이었고,  더군다나 자신의 아빠가 하는 사업에

지금의 시아버지가 도움을 줬던 것이다.

요즈음 젊은이답게 결혼은 각자,  연애는 자신이 원하는 상대로 남아 같이 가기로 야합을 하기에 이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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