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왕벌

여왕벌 23

바라쿠다 2011. 11. 14. 07:32

" 왜 그렇게 욕심을 부려..   지금 들어온 물건도 만만치 않구만. "

수입고기를 다른 나라에서도 들여오자는 진희의 말에 성식이가 걱정되어 말리는 중이다.

" 많기는..  주문은 밀려드는데 줄 물건이 없어서 팔지를 못한다니까.. "

" 그래도 형편대로 가야지, 무턱대고 들여온다고 좋은게 아냐..   시장이란게 수요가 모자른 듯 해야지, 넘쳐버리면 가격이

떨어져서 니가 어려워 진다니까. "

" 하여간에 무슨 남자가 미리 겁을 집어 먹기는..    내가 알아서 할테니까 칠레쪽으로 알아 보기나 해 줘. "

어차피 물건이 들어오면 창고에 들여만 놔도 안심이 된다.     남들은 임대료가 비싸다고 울상이지만 자신에게는 태산이

있기에 여유가 있는것이다.      

더군다나 물건을 들여오는 자금도 영필이에게서 충당할테니 어려움은 없을 것이다.

" 난 모르겠다.    예전에도 욕심이 많은건 알았지만, 모험까지 하면서 일을 크게 벌릴려고 하는게 이해가 안돼. "

" 자꾸만 그런식으로 몰지 마, 지금 벌어놔야 계획대로 갈수가 있어. "

이 정도로 만족할수는 없는 일이다.     지금까지 어려움을 무릅쓰고 잘 하고는 있지만, 여건이 만들어 졌을때 확실하게

기반을 잡으리라 마음을 먹었다.      조금은 더 키워놔야 안정되게 여유가 생길것이다.

 

성식이와 헤어진 진희가 사무실에 들어서자 식품회사를 하는 정재윤이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 조금 일찍 오셨네요,  약속시간에 맞춰 나오는 중인데.. "       

맞은편 쇼파에 몸을 기대며 정사장에게 미소를 짓는다.

" 시간도 남길래 진희씨 이쁜 얼굴이나 더 볼까 싶어서,후후.. "    

나름대로 남자를 보는 눈이 있다고 자부하는 진희도 정사장의 속내를 가늠하기가 어렵다.       

알고 지낸지는 얼마 안됐지만 돈을 쫒아가는 눈은 빨라 보인다.

물론 산전수전 겪은 사람이겠지만, 전국의 특산물들을 꿰고 있는 그의 경험을 배워 사업영역을 넓히고 싶은것이다.

" 이쁘긴요, 이제는 한물 갔어요.호호..    그래도 오랜만에 칭찬을 들으니까 기분은 좋네.. "

" 어이구 ~ 무슨 말씀을..    여지껏 진희씨만큼 이쁜 여자는 본적도 없는데.. "

커피잔을 내려 놓으며 손사래까지 치는 정사장의 넉살에 문득 기분이 편안해지는 느낌이다.

" 정사장님은 사람을 띄워주는 재주가 있나봐요..    그래, 이번에 같이 매입할 물건이 뭐라고 하셨죠? "

" 나야 돈이 된다면 배추라도 사서 김치를 담그는 사람이지만, 우리 여왕벌께 그런 시시한 품목을 들이밀수는 없고.. "

" 잠깐만, 말씀 도중에 미안하지만 내가 왜 여왕벌이죠?   궁금하네.. "

" 아, 그거..   고사장이 그러더군요..   벤츠를 탄 기사까지 두고 주위에 도와주는 남자들도 많다면서, 여왕벌같이 남자들

위에 군림하는 여걸이라고..    통이 커서 하시는 사업도, 규모가 장난이 아니니까 잘 도와 드리라던데.. "

" 그래서 여왕벌이라,호호..    괜찮네요. "

" 냉동 창고 부근에서는 이미 여왕벌로 통해요,  여자분이 남자들보다 배짱도 큰 편이라고.. "

" 하여간 정사장님 말 재주는..    아까 그 얘기나 하시죠. "

" 사실 이건 나혼자 해도 되는 일이지만, 진희씨하고 첫작품이니까 홍어로 한번 해보죠..   홍어는 드셔 보셨나? "

" 홍어라..   그건 어떻게 해야죠? "

" 워낙 비싼 물건인데다 수량도 부족해서 수입산을 쓸수밖에 없어요.    이번에 들어오는게 있는데 반타작 합시다. "

" 액수나 이익 분배는 어떻게 하실래요. "

" 이천만원 정도밖에 안돼요.    물건은 고사장 창고에 절반씩 넣으면 되니까 이윤은 각자 챙기면 되겠고.. "

" 그럼 처음 손잡은 기념으로 홍어에 소주나 한잔 해야겠네,호호.. "

 

저녁에 고사장과 같이 만나기로 약속을 하고는 휴게실로 들어가는 진희다.

태호가 쇼파에 앉아 있다가 진희가 들어오자 서류봉투를 내민다.       그 전에 10억을 밀어준 뒤 부터는 때리는걸 자제하는

중인데,  오히려 태호가 채찍이나 모형성기를 사들고 와서 진희에게 들이밀곤 했다.

" 아는 친구가 부동산과 채권을 매입하는 사업을 하는데 마님 얘기를 했더니, 돈이 되는 사업이라면 자신도 투자를 해

보겠다고 하드라구..     재산은 꽤 있는 편인데 주위에서 돈놀이 한다고 무시하는게 싫다나. "

" 그러니까 투자를 해서 같이 해 보겠다는 얘기네..     한번 만나 보기나 하지, 뭐. " 

" 그리고 집에서 와이프랑 잘 지낼거 같애, 밖에서 하는일에 상관하지 않겠다고.. "

" 와이프는 신경도 안 써..   아버지인 최회장 눈 밖에 날까봐 태호씨를 집에 들여 보내는 거지.   조금 있다 나가봐야 하니까

두시간만 잘께..      이따가 노량진에 데려다 줘. "

맘에 들진 않았지만 요즘 들어 자신을 도우려는 태호에게 부드러워 진 진희다.       열살이나 많은 태호를 하인처럼 부리고,

때리면서 정이 들었는지 가끔 살갑게 느껴진다.        침대에 누워 잠을 자는 진희를 태호가 지켜보고 있다.

 

누군가 발 끝을 간지르는 느낌에 잠을 깬 진희는 태호가 자신의 발가락을 혀 끝으로 빨아대고 있음이 보인다.

"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어? "        

그나마 이렇게라도 자신을 챙겨주는 태호가 새삼스레 고마워진다.

" 마실것도 없는데.. "       

태호의 말에 욕실로 가던 진희가 설렁탕 그릇에 오줌을 눠서 밀어준다.

" 매를 맞고 오줌까지 마시는게 그렇게나 좋아? "       

노량진으로 가면서 운전을 하는 태호에게 묻는다.

" 변태짓을 하는 나도 이해가 안 되지만, 언제부터인가 진희의 하인 노릇을 하는게 당연한 일이 돼 버렸어. "

어찌 보면 학대까지 당하면서, 자신의 곁을 지키려는 태호에게 미안한 마음이 드는지라 잘 해주고 싶은 마음도 든다.

하기사 처음에는 야릇한 느낌이었던 자신까지도, 태호를 때리면서 희열에 젖어들곤 했다.

" 오늘은 일찍 끝낼테니까 근처에서 기다려.. "         

이것도 섹스의 일종이라면 진지하게 빠져보고 싶은 마음이다.

 

" 정사장에게서 얘기는 들었고, 두사람이 들여오는 물건을 절반씩 나눠서 창고에 넣어주면 되겠네. "

태산이 바쁜일이 있는지, 오늘 의논할 일을 매듭부터 지려고 본론을 꺼낸다.

" 그건 그렇지만 정사장에게 못한 얘기도 있어요.    아무래도 나보다는 흐름을 아시는 분이니까, 수입하는 품목들을 

내게도 알려주면 좋겠어요.   수입절차는 내가 맡고 판매는 정사장이 책임지는 쪽으로 논의를 했으면 어떨지.. "

이왕이면 성식이와 철호의 도움을 받아 수입업무를 자신이 맡아서 하는것이 정사장에게 말 빨도 설것이고, 국내시장에서

편법을 쓸지도 모를 그를 견제하기도 쉬울것이라 판단한 진희다.

" 고사장에게 들어서 알고는 있지만 무역쪽에 자신이 있다는 말이네요.    이번 파스를 마무리 짓고 세부사항을 의논하는

걸로 합시다. "        

정사장 역시 이의를 달 이유가 없음에, 일단은 수긍을 한다.

" 그리고 먼저번에 창고에 들어가 보니까 다른 집 물건들과 뒤 섞여 있던데..   고사장께서 내 물건 만큼은 따로 방을

지정해 줬으면 좋겠어요..    수량도 그 정도면 복잡하지 않을테고.. "

" 역시 여왕벌답게 보는 눈이 틀리시네..   창고업자인 나도 생각지 못했는데,후후..   명령에 따르리다. "

" 보아하니 고사장님도 바쁘신거 같은데 오늘은 이 정도로 마치고 나중에 다시 뵙죠. "

자신이 하는 일이 조금씩 틀이 잡혀감에 만족스런 진희가 먼저 일어선다.

 

" 오늘은 얘기가 잘 풀렸어..    앞으로는 규모도 커질테고 바쁘게 돌아가게 될거야. "

그 전에는 무시하느라 태호에게 일에 대한 얘기가 없던 진희다.        변태적인 성향을 가지고는 있지만, 자신이 잘 되기를

진심으로 바라는 태호가 점점 믿음직스러워 진다.      

어찌보면 자신을 맹목적으로 떠 받드는 태호가, 가장 믿을만한 내 편일수도 있다는 생각까지 든다.        

자신을 좋아 하면서도, 잔소리를 해 대는 성식이나 영필이와는 틀린점이다.

" 우리 마님이 잘 됐다니까 나도 기분이 좋구만..   일하면서도 끼니만큼은 꼭 챙기라구.. "

" 에고, 그래도 우리 강아지 뿐이네.호호..     이뻐서 상이나 줘야겠다. "

오피스텔에 주차를 시키는 태호에게 맥주를 사 오라고 이르고는 철호에게 핸폰을 했다.       

며칠안으로 성식이와 셋이 만나 일에 대한 의논을 하면서, 그들에게서도 한가지씩 도움을 받고자 함이다.

" 자기도 참, 큰일이네..   그냥 하자니까, 흥분이 안 된다니.. "      

쇼파에 앉아 캔맥주를 마시는 진희앞에, 가죽 목걸이를 한 태호가 벗은채로 무릎을 꿇고 있다.      

" 나도 모르겠어..  마님한테 학대를 받지 않으면 짜릿하지가 않으니.. "

" 그게 내 탓인것 같아, 마음이 께름찍하네.. "        

자신이 태호를 무시한게 시초가 된것 같아서 안쓰러운 진희다.

" 할수없지, 뭐..  그런대로 진희가 내치지 않아서 다행이야. "      

" 이쪽으로 와서 누워. "      

태호를 발밑에 눕게 하고는, 맥주캔을 놓고 일어서서 옷을 벗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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