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게 장난이 아냐

사는게 장난이 아냐 41

바라쿠다 2013. 6. 23. 10:50

" 아~ 시원해..  이럴때 맥주 한잔하면 쥑이는데.. "

" 근데, 저 지지배가..  너 자꾸 까불래~ "

" 뭘, 얘기도 못 해?  노친네가 심술은.. "

" 뭐야 ~ 너 정말.. "

" 이제 그만들 해, 정신 사나워서 운전을 못하겠다.. "

모처럼 유정이와 미경이의 스케줄이 없는 날을 골라잡아 가까운 펜션을 빌려 놀러가는 길이다.

그동안 연예계에 첫발을 내디딘 유정이가, 예상외의 호평을 받아 인기가 치솟는 바람에 쉴수 있는 시간도 부족했거니와

감옥에 있는 남편으로 인해 울적해 보이는 미경이에게 콧바람이라도 쐬어주고 싶었다.

다행히 두 모녀의 기분이 밝아 보여 내심 밖으로 나오길 잘 했다고 스스로 자위하는 중이다.

" 자기가 이뻐해 준다고 조 년이 아주 기고만장이라니까.. "

" 그냥 놔 둬, 유정이도 많이 힘들었을거야.. "

" 그것 봐, 괜히 질투씩이나 하면서.. "

"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쬐그만게 벌써부터 술이나 밝히잖어.. "

" 마실 나이도 됐지..  우리끼리 있는데 어쩌겠어, 오늘 맘껏 마시라고 해.. "

" 호호.. 역시 삼촌밖에 없다니까.. "

마침 친구 민식이의 별장이 강화도가 보이는 언덕 강가에 있다는 얘기를 들은바가 있어 1박2일 빌렸다.    

엄미리를 소개시켜 준 덕에 녀석이 흔쾌하게 아무때나 쓰라며 통 큰 소리를 해 댄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 적당히 줘요, 쪼그만게 취해서 해롱대는 꼴은 보기 싫으니까.. "

" 피~ 엄마나 조심해, 나보다 술도 약하면서..

 멀리 초지대교가 보이는 곳에서 네비가 가르쳐 준대로 소롯길을 따라 우측으로 접어 들었다.

꾸불꾸불 농로길 비슷한 길을 따라가다 보니 얕으막한 산등성이에 그럴듯한 별장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 어머~ 경치는 좋다.. "

유럽풍으로 지어진 별장의 안마당에 주차를 시키고 트렁크에 싣고 온 먹거리를 꺼내고 있는데, 어느새 별장 뒤편까지

다녀 온 두 모녀가 감탄까지 한다.

" 구경은 나중에 하고 이것 좀 들여 놓자.. "

" 응, 삼촌.. "

유정이 모녀와 함께 1박2일 머물며 먹을 주전부리와 옷가방들을 별장 안으로 옮겼다.

" 나중에 이런데서 살았으면 좋겠다.. "

" 그래?   돈만 있으면 되지, 앞으로 많이 벌어.. "

한강이 내려다 보이는 거실 창 앞에서 미경이가 부러운듯 혼자말을 내 뱉는다.

" 진짜?   얼마나 하는데.. "

" 글쎄..  모르긴 해도 5억은 넘지 않을걸.. "

" 피~ 그게 쉬워?   늙을때까지 모아도 안되겠다.. "

" 유정이가 히트만 치면 잠깐이야, 푼돈이라구.. "

데뷔한지 얼마 되지도 않았건만 눈독을 들이는 방송국 PD들과 프로덕션까지 늘어나고 있음이다.

섭외 들어온 껀 중에 제대로 하나만 터져도 유정이의 몸 값은 천정부지로 치솟을 것이다.

" .................. "

" 원래 이 바닥이 그래, 한번 줏가가 오르면 그까짓 거 아무것도 아냐.. "

" 진짜 그럴까? " 

" 그렇다니까, 그래서 유정이한테 공을 들이는거구.. "

" 엄마, 들었지?   나한테 잘 해.. "

" 조 지지배가 또 버릇없이.. "

모녀 사이지만 어찌보면 자매마냥 수시로 토닥이는 그녀들의 앙탈을 지켜보는 것도 이력이 나는 참이다.

" 그만들 하고 저녁부터 차려, 배고파.. "

" 나가서 먹으면 안될까?   여기까지 와서 밥순이를 만드냐, 저 밑 경치도 좋구만.. "

처음으로 그녀들과 나온 나들이라 그런지 미경이가 들 뜬 모양새다.

" ...그럴까? "

" 그래요, 삼촌.히히~ "

보통때는 시도 때도 없이 다투다가도 노는쪽으로는 의견 일치를 보이는 모녀간이다.

 

별장에서 걸어 포구까지 오는 길이 제법 멀다.

여러가지 해산물과 밴댕이 젓갈을 파는 대명리 공판장까지 오자 어느덧 어둠이 깃든다.

" 어머, 저 배 디따 크다.. "

" 못보던 거네, 한번 가보자.. "

" 배 고프다며, 먹고 가던지.. "

" 가만 있어봐.. "

작은 포구인 대명리에 군함처럼 보이는 큰 배가 땅 위에 전시 돼 있다.    아마도 관광객들을 위해 일부러 가져다 논 듯

싶다.

앞서 걷던 유정이가 그 배를 보고는 호기심어린 눈빛을 보냈고, 나 역시 오랜만에 군함을 보니 궁금하긴 했다.

그런쪽엔 관심이 없는 미경이가 툴툴거리기에, 회집에 들어가 안주거리인 광어와 우럭을 시켰고 매운탕도 준비해

달라고 이르고는 군함 구경을 하기로 했다.

지형 자체가 한강이 끝나면서 바다와 만나는 지점이다.

바닷물 자체가 얕을수 밖에 없는 이 곳까지 어찌 큰 배를 옮길수 있었는지 신기하기만 하다.

" 여기 왜 군인들이 있대요? "

갑판위를 이리저리 살피던 유정이의 눈에 철책 근무를 서는 군인들이 들어온 모양이다.

남과 북이 첨예하게 대립이 심했던 예전에는 한강 물속을 통해 이북의 간첩들이 자주 출몰하던 지역이다.

이 근처에서 군 복무를 했었다.     간첩들이 나타났다는 징후가 발견됐다며 비상이 떨어지는 바람에, 이틀간이나 잠

한숨 못자고 그네들의 동선을 수색했던 적도 있는 동훈이다.

" 전방이라 그래.. "

" 여기가 전방이야? "

" 멋있어 삼촌, 총까지 메고.. "

군함 뒤로 철책이 강을 따라 둘러쳐 져 있고, 그 한강을 바라보고 감시 망루위에 군인 둘이 근무를 서고 있다.

어린 유정이 눈엔 묵묵히 보초를 서는 해병들이 멋있게 보이지도 싶다.

남북이 대처를 하기에, 젊은 나이지만 집을 떠나 군복무를 해야 하는 그네들의 심사까지는 헤아리지 못할 유정이다.

" 멋있긴, 내 눈엔 안돼 보이는구만..  한창 놀러다닐 나이일텐데.. "

" ..그런가? "

" 그럼, 너보다 두어살 많을뿐이야.. "

" 한번 꼬셔볼까? "

" 이 지지배가 근데.. "

아직은 어린지라 겁도 없고 세상 물정에도 어둡다.    몇년전인가 금강산에 관광을 갔던 민간인 여인네가 북한군이

쏜 총에 맞아 사망한 일이 있었다.

" 왜, 어때서.. "

" 저기 들어가면 총 맞을지도 몰라, 임마.. "

" 어머나~ 정말? "

" 그렇다니까..   깜깜한 밤에 부스럭거리기만 해도 총을 쏘게끔 교육받았걸랑.. "

" 그것 봐, 이년아..  아무때나 나서지 좀 마.. "

" 이제 그만 가자, 매운탕 다 쫄겠다.후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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