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점에서 간단하게나마 술을 사 와 한강을 바라보며 앉았다. 가을바람이 시원하다.
그녀의 나이가 서른이라고 했다. 여자나이 서른이면 적은 나이가 아니다. 갑자기 그녀의 일신이 궁금해진다.
" 결혼이 늦으셨네요.. "
" ..사귀던 남자가 있었어요. 교사 임용고시 준비할때 였는데 처음엔 사랑한다고 믿었고, 그 믿음은 절대적이라 할만큼
나 혼자 최면에 걸려 있었죠, 바보같이.. "
자연앞에 있어서일까, 허심탄회하게 말을 꺼내도 어색하지 않다.
" 나중에 깨달았어요.. 그 쪽 어른들이 돈 많은 며느리를 원해서 집안에서 내세운 여자와 만나고 있음을 알게 됐고, 결국
그 남자도 그 쪽으로 돌아서더군요. 한참 힘들긴 했지만 시간이 약이라고 서서히 잊혀지데요.호호.. "
웃음소리가 공허하다. 과연 이제는 모두 지워졌을까.. 나는 지워지지가 않아서 이렇게 가슴이 아픈걸까..
" 그래서 악착같이 돈을 모으시나요? 여동생한테 들었습니다만.. "
처음 만난 여자한테 할 소리는 아닌데도, 그냥 나오는 대로 내 뱉게 된다.
" 그럴지도 모르죠. 원래부터 낭비벽은 없었어요. 어려운 집에서 태어나 열심히 공부만 했고, 알바를 하기도 하면서
대학공부를 마칠수 있었죠. 지금은 학교 선생이라, 굳이 핑계를 대자면 아이들한테 모범이 되려고 노력한다고 할까.. "
오늘 처음만난 남자에게 스스러움 없이 자신의 프라이버시를 내 보이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 초면에 나를 믿어 주는건진 모르겠지만, 하기 어려운 얘기 같은데.. "
" 작정한건 아니에요.. 걍 동수씨가 편해 보이기도 하지만, 설사 다시 못 본다 하더라도 창피할 것도 없겠구요."
" 저도 솔직히 얘기해도 되겠네요. 전처가 그러더군요. 내가 너무 편해보인다고.. 그 여자는 편해 보이는것과, 쉽게
보이는걸 구분하지 못했지만.. 살다보니 좋은 말이 아닌걸 알았죠. 편해 보인다는 말.. "
" 어머나~ 그런뜻으로 말씀드린건 아닌데.호호.. "
동수만의 느낌인지 모르지만, 아직도 그녀의 웃음소리가 공허하게 들린다.
" 물론 압니다, 미진씨가 그럴분이 아니라는걸.. 일테면 내 마음이 그렇다는거죠. "
스스로 많이 삐뚤어 진 듯 하다. 본래 떠드는것도 싫어하지만, 이런식으로 상대를 곤란하게 하지는 않았는데..
전처인 수영이가 내게 남겨놓은 상처 때문이리라. 그녀가 날 너무 편하게 봤기에 외간남자와 바람을 피면서도
죄의식 따위라곤 없었고, 시대를 너무 앞서서 살아서 그런지 몰라도 자신의 행동은 당연하다는 식 이었다.
" 어쨌든 미안합니다. 지나간 내 과거 땜에 본의 아니게 미진씨에게 실례를 하네요."
" 아뇨.. 저도 처음엔 많이 힘들었어요. 이 나이가 될때까지 주위에서 소개를 하곤 했지만, 새로운 사람을 만난다는
것이 쉽지가 않았어요. 잘은 몰라도 조금은 이해가 돼요. "
" 원래, 말투가 이렇게까진 아니었는데 나도 모르게 변했나 봐요. 아직은 여자를 만날 생각조차 없었는데, 어머니께서
닥달을 하는 바람에.. "
" 동수씨랑은 그냥 편하게 만나고 싶어요.. 결혼이 전제가 아닌 술 친구로.호호.. "
동수가 보기에도 모난데는 없어 보인다. 어쩌면 서로를 보듬어 줄수도 있겠지 싶다.
" 동수야~ 오늘 맞선 봤다며.. 어때,사람은 괜찮아 보이더냐? "
아마도 형님과 통화를 했지 싶다. 친형님의 친구이기도 하고, 대학 선배이기도 한 고차장과 한잔하는 중이다.
나이가 꽉 찬 마흔이 된 그 역시 얼마전에 이혼을 했다. 자세히 설명을 해 주질 않아 이유는 모르겠지만 , 평소에 자유
분방하던 부인의 습성으로 봤을때, 불륜 때문이겠거니 짐작만 할 뿐이다.
" 여자가 별거 있겠냐, 대충 끼워 맞추고 살면 되지.. 임마, 너는 너무 완벽 주의자라서 문제야.. "
회사직원들은 모르는 고차장의 고민까지 알고있는 동수다. 그의 허세를 너무도 잘 알고 있다.
그 역시 대범한 척 해도 허허로운 맘을 달래고자 마시는 술일게다. 오늘이 일요일인데도 말이다.
얼큰하게 취한 고차장에게 끌려, 먼저번 그 노래방으로 자리를 옮겼다. 휴일이라 손님이 없어 한산하다.
노래방 사장과 속삭이더니, 술이 들어오고 둘이서 몇잔을 비웠을때 그 날 그녀들이 들어오며 아는척을 한다.
" 어머~ 오빠야.. 반가워요, 안그래도 오늘은 한가해서 그냥 집에 갈려고 했는데.. "
" 그래, 나도 너무 반가워 뒤지겠다. 오늘 같이 반가워 보자.. "
여자만 옆에 있으면 목소리가 커지는 고차장이다. 들어오기 전과 후가 확연히 틀린다.
" 안녕하세요~ 오늘은 정장이 아니네요. "
기억해 주는 그녀는 오늘도 우수에 차 있다. 이상하리만치 동질감이 생긴다.
고차장의 주량은 쎈 편이다. 결혼 10년만에 이혼하기 전 까지는 술이 취한걸 별로 본 기억이 없다. 지금의 고차장은
일부러 술에 지고싶어 하는것 같다. 아직 취하기 전인데, 이미 술에 취해 버리고 싶은 심정이랄까..
동수 역시 심정은 고차장 못지 않다. 전처 수영에 대한 분노를 밖으로 표출 시키지 않으려고 참고 있을 뿐이지만,
어쩌면 고차장보다 더 망가지고 싶은 본능을 내면 속에 억누르고 있음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술기운이 오를수 밖에 없었고, 고차장과 그의 파트너는 점점 이성을 놓으려 한다.
술이란 것이 마시면 마실수록 취할수 밖에 없고, 더불어 남녀간의 터치도 술기운에 편승해 농도가 짙어져 간다.
고차장과 그의 파트너가 부둥켜 안고 서로의 입술을 더듬고 있는데, 옆에서 보는 사람이 더 민망할 정도다.
동수는 그런 고차장이 부럽기만 하다. 본인의 성격상 여자를 안고자, 얼굴에 철판을 깐다는 자체가 안되는 것이다.
" 야~ 지지배야, 이거 오늘 말빨이 영 안 먹히네.. 내가 얼마나 인기가 많은데 튕기냐, 튕기길.. "
" 튕기긴,뭘.. 처음부터 잡아 먹을려고 하는 오빠가 잘못이지, 하여간 껄덕대기는.. "
애들처럼 다투는 모습이 밉지가 않다. 오가는 말만 그럴뿐, 오래된 연인이 줄다리기 하는것처럼 자연스럽다.
" 잡아 먹긴.. 니가 잡아먹는거지, 내가 먹히는거고.. 잘난척 하는 지지배가 그런 이치도 모르면서 나 대기는.. "
" 어~ 그런가? 맞네, 내가 잡아먹는거네.호호.. "
깔깔거리며 고차장의 가슴을 때리는 그녀다. 옆에서 그들의 장난스러움에 웃기만 하는 우리 둘이다.
" 히히~ 오늘 걍, 오빠를 잡아먹어 볼까나.. "
농인지,진담인지 고차장의 말을 받아주며 마냥 즐거워 한다.
" 그래, 잘 결정했어.. 복 받을거야.. 사실 오빠가 겁이 많아서 밤이 무섭거든.. 옆에 누가 있어야 잠이 온단 말이지. "
농으로 시작한게 참이 된다고, 노래방에서 나온 두 사람은 팔장을 끼고 모텔쪽으로 걸어간다.
" 나는 집에 가야하는데, 그 쪽은 어떻게.. "
멀어져 가는 그들을 멀거니 바라보다가 파트너인 그녀를 돌아다 봤다.
고차장처럼 뻔뻔할수 없는 나의 한계점이다. 이미 자정이 넘어서 출근을 걱정해야 했다.
" 저기,나랑 한잔 할래요? 내가 살께요.. 사실은 금희랑 같이 사는데 열쇠가 없어서.. 쟤가 언제올지.. "
" 그럼,우리집으로 가십시다.. 나는 모텔에 익숙치를 못해서.. "
" 아 ~~~ 오 ~빠 ~~ 하 ~~ 빨 ~리 ~ 앙 ~~~ "
무릎꿇고 엎드린 금희 입에서 교성이 배어나오고, 고차장은 자신의 거시기를 내려다보며 박음질에 열중이다.
" 봐라, 지지배야.. 헉 ~ 니 동굴이.. 헉 ~ 내 거시기를 잡아 먹는.. 헉 ~ 내 말이 맞지.. 헉 ~~ "
" 하 ~~ 오 ~빠 ~ 아 ~~ 싫어 ~ 얘기 ~하지마 ~ 아 ~~ 빨 ~리~ 하~~~"
뒤에서 밀어대는 거시기에, 금희는 침대에 머리를 묻고는 아래쪽에서 온몸으로 퍼져가는 기쁨을 끌어 올리고 있다.
" 하 ~~ 앙 ~~ 나 ~이상해 ~~ 아~~~ "
엉덩이를 쥐고 뿌리 끝까지 들이대며, 금희의 끝자락을 보고싶은 고차장의 몸짓이 빨라진다. 동굴속의 샘물이 고차장의
방망이질에 질퍽거리고, 동굴입구에 거시기가 부딪치는 소리만이 방안에 메아리친다.
" 하 ~~ 오 ~빠 ~ 아 ~~~몰 ~라 ~~ 헝 ~~~~ "
달궈진 그녀의 그 곳이 터지기 시작했다. 자신도 모르게 들락거리는 요술 방망이를 물게 되고, 온몸이 떨리면서
머리속이 하얗게 부서지는듯 싶다.
정신을 놓치 않으려 엉덩이를 높이 쳐들고, 그 못된 놈을 꽉 물어간다.
그녀의 질벽이 좁혀옴에, 고차장의 늘름하던 거시기가 꼼짝없이 갇히자, 그녀의 허리를 잡고서 간신히 질벽을 비집고
끝까지 닿았을 무렵 본인도 참고있던 인내가 무너지고 만다. 울컥,울컥 ~~~~
정상의 끝에서 만난 두사람의 열기로 인해 침대주변이 뜨거워 진다.
구로구 시흥의 어느 서민아파트. 새벽 2시경.
고차장과 금희가 힘 겨루기를 하는 그 즈음, 동수는 아파트 거실에서 차분하게 맥주를 마시고 있었다.
" 그러니까 나보다 세살이 많다구여~ 그런데도 어려보이네.. 나하고 비슷하겠다 짐작은 했죠. "
" 호호~ 9살짜리 딸까지 있는데.. 고마워요, 어리게 봐 줘서.. "
" 후후.. 금희씨도 25살이 아니고 30살, 성미씨는 34살이란 말이네.. "
두여자 모두 나이를 속였다고 한다. 하기사 남자들이 어린 여자만을 찾는 탓일게다.
" 이 곳이 원래 그래요, 젊은 아가씨만 찾으니까.. 지금도 가끔 퇴짜맞는데.."
술이 약한건지, 피곤했는지 간혹 졸기도 하면서 얘기를 하고있다. 고차장 땜에 여자를 집에까지 데려올줄이야..
" 피곤하면 여기서 자고가도 되니까, 부담갖지 말아요. 나갈때 현관문 닫으면 저절로 잠기니까.. "
" 아뇨, 금희가 전화할거예요.. 아까 거기서 그냥 기다릴걸, 나 땜에 미안해서.. 근데, 총각같은데 혼자 사네요. "
한잔,두잔 하다보니 피곤했는지 쇼파에 기대고 잠이 들었나보다. 숨소리가 가늘게 들린다.
잠이 든 그녀의 모습을 보니 단아하고 이뻐 보인다. 어찌보면 푸근한 누나같은 느낌도 든다.
저 여자는 무슨 사연이 있길래, 지금 이시간 내 집에서 편치 못한 자세로 기대어 졸고있을까..
남편의 사랑을 받으며 애를 키우고 살림을 하면서 행복해야 할 나이에 밤에 나와 돈을 벌어야 하는지, 가족들은
어찌하고 나와서 살아야 하는 팔자가 됐을까.. 이런저런 생각에 안스러워 보인다.
불편하게 기대고 자는 모습이 더욱 그러하다.
그렇다고 고차장에게 전화할수도 없는지라, 잠들어 있는 그녀의 어깨를 살며시 흔들어 본다.
할수없이 그녀를 안아 들고는 내 침대에 뉘어야 했다. 덮어 준 이불위로 보이는 그녀의 얼굴이 평온해 보인다.
그녀를 편안하게 만들었다는 뿌듯함이 인다. 깊은 잠에 빠져있는 그 모습을 한참이나 내려다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