잿빛 가을하늘이다. 황사가 불어 온 탓인지 여의도의 오후는 차분하지 못하다.
담배를 꺼내어 물고 하늘을 향해 연기를 내 뿜었다. 동수 자신이 다니는 증권회사 옥상이다.
좀 전에 모친에게서 전화가 왔었다. 이번에는 무슨일이 있더라도 맞선보는 자리에 나가라고 독촉을 해 댔다.
이제는 여자를 만나 대면을 한다는 자체가 어색하건만, 집에서는 그런 동수를 그냥 놔 두려 하질 않는다.
담배 연기속에 흐린 기억이 떠 오른다.
벌써 3년전, 동수가 근무하는 증권회사 영업 2팀에 큰 손인 고객이 신부감을 소개했다.
워낙에 조용한 성격이고, 주변에 여자친구도 별반 없었기에 소개하는 자리에 나갔더랬다.
첫 느낌에 동수가 반했을만큼, 세련되고 늘씬한 글래머 여인네가 앉아 만면 가득 미소를 짓고 있었다.
" 키가 얼마나 돼요? "
처음만난 자리에서 수인사를 한후 첫 질문이 그러했다. 스스러움이라곤 없던 박수영이었다.
" 169.. 인데요.. "
워낙 내성적인 성격이기도 했지만, 늘씬하고 이쁜 여자의 질문인지라 주눅마저 든다.
" 앞으로는 170 이라고 하세요.호호.. 순진하시네요,169나 170이나.. "
활발한 성격에다 외제차 딜러라는 직업을 가진 그녀는 첫 만남에서부터 분위기를 이끌어 가는 스타일이었다.
대학 다닐때 변변히 여자를 사귄다거나, 그 흔한 미팅조차 몇번 못해 본 동수였다.
이후로는 주로 그녀가 데이트를 주도했고, 동수는 그저 따라만 가는 편으로 수영의 인생관까지 읽을수는 없었다.
동수가 조용한 성격이긴 하지만, 회사일을 할때는 영업이사가 믿어줄 만큼의 전문가이며 시세흐름을 주도할만큼 회사에
기여하는, 장래가 촉망되는 현장통인지라 타회사에서 눈독을 들일 정도로 뛰어난 감각을 지녀 주위의 부러움마저 사고
있을때다.
본인의 결정보다는 주변에서 그녀와의 결혼을 권하는 사람들이 많았고, 그녀 역시 적극적인 대쉬를 해 왔다.
남들처럼 평범한 결혼을 하기로 하고 꿈같은 신혼여행을 갔다. 그때 나이가 28살이었다.
사이판.
난생 처음으로 비행기를 타고 해외여행을 했다.
여행사 현지 직원이 공항에서부터 스케줄에 대해 브리핑을 했고, 그 일정에 맞춰 신혼부부 4쌍이 같이 움직였다.
그 중에서도 유난히 미모가 뛰어난 수영이다. 어느 남자가 이쁜신부를 마다할리 있겠는가..
주위의 부러운 시선을 받으면서 은근히 자랑스런 마음까지 들기도 했다.
하지만 동수의 우쭐함은 오래가지 못했다.
타고난 활달함으로, 처음 만난 신혼부부들에게도 스스럼없이 말을 건네는 수영이였다.
처음에는 분위기를 이끄는 그녀에게 호감을 보이던 여자들이, 자기 신랑과 격의없게 대하는 수영이의 행동에 차츰 표정이
좋지 않게 변해 갔으며, 심지어는 수영이로 인해 신혼여행지에서 말다툼까지 하게 된 부부까지 생겼다.
그들의 분위기에 동수는 불안했으나, 수영은 전혀 개의치를 않았다.
신혼여행의 첫날 저녁.
여행사의 일정에 따라 저녁을 먹으며 공연을 관람하는 중에 민속춤 순서가 있었는데, 현지인들로 구성된 무용단이다.
체격이 건장한 남자들이 자신의 가슴을 치며 땅에다 발을 두드리는 동작으로, 실제로도 박력이 있어 보였다.
쑈를 구경하던 그녀가, 남자 무용수들이 너무 섹시하다면서 신랑이 옆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몰입하는걸 보고는 적잖은
질투가 생겼더랬다.
둘만의 오붓한 첫날밤.
해변이 보이는 호텔의 럭셔리 룸은, 신혼부부들을 위하여 환상적인 인테리어를 자랑했다.
침실은 온통 하얀색으로 뒤덮여 있다. 천정에서부터 내려 펼쳐진 하얀색 망사천 속에 침대가 놓여있고, 침대옆 교탁엔
굵은 양초가 불을 밝혀 무드를 잡고있다.
샤워를 마친 신부가 침대위에 전라의 몸으로 누워 신랑을 보며, 야릇한 눈길을 보낸다.
눈이 부실만큼 아름다웠다.
늘씬한 여체의 곡선미가 양초불빛에 따라 일렁거리는데 동수의 뇌리까지 흐물거린다.
거의 동수와 키가 비슷한 그녀다. 봉긋 솟은 젖무덤과 잘룩한 허리, 그 밑으로 자신만만한 엉덩이가 압도적이다.
윤기가 흐르는 검은 수풀과, 곧게 뻗은 긴 다리며 가녀린 발목에 빨간 패디큐어가 칠해진 발톱까지..
입술에 키스를 했다.
그녀의 혀가 동수의 입속으로 들어와 헤엄을 친다. 일순간에 주도권을 빼앗긴 동수다.
그녀의 혀에서 잠시 풀려난 동수가 젖가슴을 쥐고 물어간다. 자신만이 먹을수 있다는 뿌듯함마저 인다.
여체를 많이 접해보지 못했던 동수다. 젖가슴에 머물던 동수의 머리를 그녀의 손이 아래쪽으로 밀어 누른다.
수영이의 바램대로 동수의 입술이 배꼽을 지나 계곡앞에 당도한다. 경험이 적은 동수가 혀를 내밀어, 이미 배어나온
그녀의 애액을 찍어 맛을 본다.
처음으로 여자의 그곳을 음미하게 된 동수는, 의외로 달콤함을 느끼고 부지런히 혀를 내밀어 마셔갔다.
" 아~~ 하~~~ 그 ~래~~ 아 ~~ 거 ~기~ 하아~~ "
수영이의 입에서 탄성이 배어나온다. 동수의 머리카락을 부여잡는 수영의 몸짓에 신이 나는 동수다.
벌어진 수영의 허벅지를 껴안고, 기뻐하는 신부를 위해 부지런히 혀를 놀리는 동수의 머리가 수영의 가랑이 사이에서
연신 고개짓을 이어가며 머물렀다.
" 하~~ 조 ~금 ~더 ~ 아 ~~~ 빨~리~~ "
한 동안 비음을 흘리며 머리카락을 쥐고있던 수영이가 동수를 자신의 상체쪽으로 끌어올린다.
그녀가 동수의 거시기를 쥐고서 꽃잎앞에 가져다 대고는 그 끝을 집어넣는다. 이미 벌떡 화가 나있는 거시기가
저절로 빨려 들어간다.
" 하~~ 더 ~ 깊 ~게 ~~ 아 ~~ 여 ~ 보 ~ 야 ~~ "
새 신부의 입에서 여보라는 호칭이 자연스레 흘러 나온다. 새 신부의 명령대로 부지런히 허리를 움직인다.
동수의 박음질을 받아들이던 수영이가 자신의 엉덩이를 좌우로 흔들면서 마주쳐 올기기끼지 한다.
한동안 밑에서 거사를 치루던 그녀가 동수의 몸을 뒤집더니 배 위로 올라탄다.
다시금 동수의 거시기를 쥐고는 자신의 가랑이 속으로 집어 삼키고서 이내 동수의 가슴에 두손을 짚고 엉덩이를 찧고
까불어댄다.
동수의 거시기가 동굴속에 갇혀 질식하기 직전이다.
고개까지 뒤로 젖혀진 수영이의 엉덩이가 빠르게 리듬을 탄다. 더불어 동수의 숨소리까지 높아져 간다.
" 나 ~~ 나와 ~~ 우 ~~ "
" 아 ~~ 하 ~~~ 나 ~몰 ~라 ~~ 아 ~~~ 악~~ "
동수의 가슴위로 포개진 그녀의 입에서 뜨거운 바람이 뿜어져 나온다. 동수의 두손이 아무렇게나 널브러진다.
결혼을 한 후에 느낀게지만 서로가 너무나도 정 반대의 성향을 지니고 있다는걸 알았다.
잘못 됐다는걸 알았지만 이미 너무 앞질러 지나쳐서, 바로 잡기에는 성격이 온순한 동수로서는 어림도 없는 얘기였다.
그녀가 세상을 바라보는 잣대로서의 동수는 항시 시대에 뒤떨어진 사람으로 취급받았다.
본인이 살아가는 방식만이 현 시대를 살아가는 지식인의 지침대였고, 동수가 고객들을 위하여 분석하고 이익을 창출하는
일 따위는 남에게 좋은 일만 해 준다는 식으로 몰아갔다.
그런 두사람의 결혼생활이 파국을 맞이한건 불과 10개월만이었다.
어느날 저녁 회사를 마치고 아파트로 들어서다가, 지하 주차장에 세뤄 놓은 자가용으로 서류를 가지러 갔다.
주차장에 있는 차 앞으로 다가서면서, 자신과 같은 차종인 렉서스가 흔들거리는 느낌에 무심코 시선이 옮겨 졌다.
차 안에선 남녀가 뱉어내는 수증기로 인해 희뿌옇게 실루엣이 비치는데, 서로가 부둥켜 안고서 몰입해 가는 중이었다.
조수석 시트가 눕혀진 상태에서 남자가 밑에 깔려있고, 그 위를 여자가 타고 앉아서는 말 달리고 있다.
보고싶어 본것은 아닌지라, 고개를 애써 돌려 옆에 주차되어 있는 본인의 차 쪽으로 몸을 트는 순간, 행위에 열중이던
여인이 고개를 꺽는 바람에 눈이 마주치고야 말았다.
순간 머리에 번개를 맞은것처럼 얼어붙어 움직일수가 없었다.
이제 결혼한지 3개월이 지났을 뿐인 동수의 아내였던 것이다.
그녀가 머리를 돌려 창밖을 내다보는 형국이 됐고, 찰나간의 기억이 억겁의 악연으로 변하는 순간이다.
다시는 떠 올리기 싫었던 그날의 악몽이 되살아 나는 바람에, 동수는 담배를 비벼끄며 사무실로 향했다.
" 어이 ~ 이대리.. 오늘 회식에 빠지면 죽는다.. "
영업 2팀장이다. 말은 거칠게 하지만 동수의 친형 친구이자, 대학 직속 선배로 회사내에서는 유일한 말벗이기도 하다.
영업 2팀은 남사원 7명에, 여사원 3명으로 짜여져 있다. 평소에는 고객상담도 하지만 요즘같이 주식동향을 예측하기
힘들때면 합숙까지 하면서까지, 전체시장의 분석까지 해야 하는 부서이기도 하다.
아무래도 오늘 회식은 그런점에서 볼때, 합숙 이전에 부서원들 간에 단합대회의 성격을 띠게 될 것이다.
결국은 술자리가 3차까지 이어졌고, 마지막까지 남은 팀장인 고차장과 동수만이 노래방까지 오게 됐다.
" 안녕하세요 ~ 반갑습니다.. "
도우미 두명이 룸에 들어서며 깍듯이 인사를 한다. 손님 맘에 들어야 하는것이다.
" 여기가 무슨 양로원인가, 니들 솔직이 몇살이냐? "
워낙 술좌석에서 활달한 고차장이 처음 본 여자들을 길 들이려 한다.
" 어머~ 오빠, 술 취했나 봐.. 영계한테 무슨 실례를 한다니.호호.. 방년 25인데.. "
" 너, 거짓말 하면 어찌되는지 알지.. 똥구멍에 털난다.흐흐.. "
괜한 트집을 잡는듯 싶지만, 고차장의 의례적인 멘트로 볼때 나쁜기분은 아니지 싶다.
또 한 여자는 동수 또래쯤 된 듯 한데, 첫눈에도 얌전하게 보이는 인상으로 노래방과는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
언제나 이런곳을 좋아하는 고차장이다. 부서 직원들하고 있을때는 자제를 하는 편이지만, 대학 후배인데다 친한친구
동생이니 꺼릴것은 없을 터다. 더구나 부인과 이혼한 후로는 이런곳에 집착이 심한편이다.
주로 노래부르고 분위기를 띄우는 것은 고차장과 그의 파트너뿐이고, 나머지 여자는 조용한 손님을 만난 덕에 덩달아
구경만 하는 중이다.
" 야 ~ 그래서 한번 준다는거야,뭐야? 지지배가 내 머리 꼭대기에서 놀려고 하네.. "
" 오빠야 ~ 오늘 처음 만났는데, 잡아 먹을려고 들면 섭하지.. 행여 소원대로 치마를 벗어줘도 싸구려 취급 할거면서.. "
둘이서 티격태격 농담인지, 진담인지 쉬지도 않고 떠들어 대는데 지치지도 않는다.
" 사장님은 이런데 오실분이 아닌거 같아요, 덕분에 제가 편하네요."
" 맞아요, 걍 편하게 있다가 가면 돼요.후후.. 그리고 나 사장아닌데.. "
처음으로 내게 말을 시키는 그녀를 자세히 쳐다보게 되었다.
갸름하니 이쁜 얼굴이다. 특별히 꾸미지 않은 옷차림새는 집밖에 마실 나온듯한 그런 차림이다.
흔히 손님들의 시선을 끄는 그런 야한 모습이 아니기에 오히려 걱정마저 인다.
평범하게 길거리에서 마주칠수 있는 그런 모습이긴 하지만 은근히 눈매가 촉촉하니 매력은 있다.
술들이 오고가면서 분위기는 점점 어질러지는 상태가 되고, 고차장은 파트너가 마음에 드는지 계속 들이대고 있다.
일요일 오전이다. 집에서 결정한 맞선을 보기위해 아침부터 번거로운 동수다.
부모님의 닥달에 여동생이 초등학교에 근무하는 여선생을 소개했고, 동수는 마지못해 외출을 준비중이다.
은행에 근무하는 여동생이 전화를 해서는, 요즘 여자들 하고는 많이 틀리다며 바람을 넣는다.
가끔씩 은행에서 마주쳤는데, 행동거지가 조심스럽고 알뜰한 성품이라, 전처인 수영이하고는 비교가 되지 않을만큼 좋은
여자란다.
적금 통장을 포함하여 몇가지를 불입하는데 월급의 상당부분을 예치하는 모양이고, 오랫동안 봐 왔지만 얘기하는 품새
하나만 보더라도 조신한 여자임에 틀림없다며 극구 칭찬 일색이다.
오빠가 결혼에 실패한 얘기도 했고, 증권회사에서 인정받는 사람이라고도 했단다.
마침 그녀가 주식형 투자에 관심을 갖기에, 자연스럽게 소개를 한 모양새가 됐다고 한다.
만나는 장소도 쓸데없이 커피숍에서 돈 버리지 말고, 한강공원에서 편안한 차림으로 만나자고 그녀가 선택 했단다.
사당역에서 4호선 지하철로 환승을 해 동작역에 내렸다. 약속장소인 구반포 공원을 향해 10 여분을 걸어가야 했다.
하기사, 오랜만에 밖으로 나오니 산들거리는 한강바람이 시원하게는 느껴진다.
공원옆에는 한강 물줄기를 돌려 만든 낚시터에 한가로운 낚시꾼들의 모습이 여유로워 보이고, 자전거 하이킹을 하는
사람들과 인라인을 타는 사람들, 마라톤을 하는 사람까지..
자신들의 취미생활을 즐기는 모습은, 회사에서 복잡한 숫자 싸움에 골머리를 싸 매던 동수의 눈에는 상쾌한 부러움으로
다가오는 중이다.
만나기로 한 공원 관리사무소 앞에, 청바지를 입고 운동화를 신은 여자가 서 있다.
" 안녕하세요.. 이동수라고 합니다. "
처음 만난 여자와 악수를 하기도 멋 적기에 가볍게 목례를 건넸다.
" 찾기는 어렵지 않으셨죠, 최미진이에요. "
맑게 웃는 그녀의 하얀 치아가 가지런하니 상큼하다.
매점에서 산 캔커피를 들고, 인공섬을 잇는 다리를 건너 시원스레 흘러가는 한강변에 나란히 앉았다.
" 동생분한테 들으니 조용한 성격이시라던데.. "
그 지지배가 무슨 말을 얼마나 떠 들었는지 궁금하다.
" 혹시, 술 할줄 아시나요? 어디 가서 한잔 하실래요? "
처음만난 여자한테 할 얘기는 아니지만, 웬지 한잔하고 싶은 생각뿐이다.
그녀 미진이 의외라는듯, 잠시 내얼굴을 들여다 보더니 이내 싱긋이 웃는다.
" 드시고 싶은가 봐요.호호.. 그러세요. 근데, 걍 여기서 마시면 안될까요? 매점에서 사다 마시죠,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