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이유

살아가는 이유 14

바라쿠다 2012. 11. 28. 16:01

" 지명하고 싶은 아가씨가 있으신지.. "

" 그런건 모르고 아무나 불러 줘, 두사람..  아니 마담도 같이 마시자구.. "

두어번 접대차 들러 얼굴을 익힌 마담이 룸으로 들어와 이곳에 들여보낼 아가씨를 고르란다.

집에 일찍 가야 한다는 회사 관리과 최과장을 붙들고는 소주를 마신 민수다.    

억지로 끌려 와 마치 고문을 당하는것 마냥 술을 마시던 최과장도 더 이상 붙잡아 두기 어려워 놔 줄수 밖에 없었다.

집으로 올때 핸폰을 하리라던 선영이는 감감 무소식이다.      가끔 회식을 위해 들렸던 선릉역 근처 룸으로 온 민수다.

" 인사드려, 김이사님이야.. "

" 안녕하세요, 미연입니다.. "

" 연희라고 해요.. "

" 나도 반가워..  마담도 이리 앉아, 코가 삐뚤어지게 마셔 보게.후후.. "

최과장과 마신 술도 적지 않은 양이건만, 맹숭맹숭 취기가 오르지 않는다.      자꾸 이상한 상상만 하게 된다.

서로가 사랑해서 애까지 낳은 사이다.      선영이가 진호와 같이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진정되질 않는다. 

" 오빠는 쏘리타리 맨이네, 분위기 짱이다.호호.. "

" 그래, 쏘리타리다..   왜, 니가 책임질래.후후.. "

연희란 아가씨가 왼쪽 팔을 부여잡더니 몸을 밀착시키며 애교를 떤다.

" 술 사 주는거 봐서.. "

" 어머 ~ 안돼, 얘..   내가 먼저 찍었어.. "

지지 않겠다는 듯 오른쪽에 앉아 있던 미연이도 팔짱을 낀다.   이제 갓 스물이 넘어 보일뿐인데, 착착 감기는 맛이

베테랑 못지 않다.

" 둘 다 가지시면 되겠네..  그쵸, 이사님.호호.. "

" 나 그런 능력없어, 마담..   그치만 준다는 음식을 사양하는 체질도 아니지.후후.. "

양쪽에서 아리따운 아가씨 둘이 분위기를 띄우는 탓에 은근히 편안해 진다.     앞에 앉은 마담의 눈빛마저 고혹스러워

보인다.

" 욕심꾸러기..  오빠는 내꺼야, 한눈 팔지마..  연희한테 추근거리면 이따 밤에 죽여버릴거야.. "

제법 손님의 기분을 맞춰주기 위해, 의도된 애교란걸 알면서도 그녀들의 그런 알랑거림에 넘어가고 싶으니 얼추 술기운이

오르는 모양이다.     이렇게나마 웃으면서 모든걸 잊고 싶을뿐이다.

" 제대로 한번 죽어보는게 소원인 놈이야, 계속 연희한테 추근거려야지.. "

" 그래, 오빠..  미연이보다 내가 더 죽여줄께.호호.. "

스트레이트 잔을 든 연희가 방울 토마토를 이빨 사이로 물어 내 입으로 가져온다.    잠깐 스친 입술이지만 무척이나 달다.

" 작은건 다 비워졌는데,이사님.. "

" 큰걸로 가져와, 얘네들이 좋아하는 안주도 더 시키고.. "

" 이사님 덕에 매상 좀 올리겠네요.호호.. "

" 그러자구..  먹고 죽은 귀신 때깔도 좋다던데.. "

어느새 그녀들의 입가에 웃음이 번지는게 좋아보이고, 만난지 한시간만에 술친구처럼 스스럼마저 없어진다.

" 어 ~ 오빠 핸폰에 불이 들어왔네.. "

테이블 한쪽에 올려놓은 핸폰이 부르르 떨어대고 있다.    액정에 마님이라는 글씨가 떳다.

" 응, 나야.. "

핸폰을 들자 약속이나 한 듯, 세여자 모두가 침묵을 지키며 나를 바라본다.

~ 치영이에요, 매형.. ~~

" 그래, 처남.. "

~ 누나가 잠든 우혁이를 안고 있어서..  지금 출발해요.. ~~

" 천천히 와, 난 친구들이랑 술 마시는 중이야.. "

~ 네, 그럼.. ~~ 

통화를 끝내고 액정에 있는 시계를 보니 이미 10 시가 넘은 시간이다.

" 우리가 졸지에 친구가 됐네.호호.. "

" 친구지.후후..  외로운 나를 심심치 않게 해 주는 친구들, 마담은 올해 몇이야? "

 

" 술집 같애..  음악소리도 들리고.. "

" 룸싸롱일거야, 가끔씩 가는 모양이더라.. "

차에 시동을 건 치영이가 뒷 좌석으로 핸폰을 건넨다.

" 아가씨를 끼고 술 마신다고? "

" 그럴수도 있겠지, 사업하다 보면.. "

동생인 치영이에게는 대충 얼버무려야 했지만, 남편인 민수의 속내를 미루어 짐작하는 선영이다.

먼저번에도 진호와 만난걸 알고는, 잔뜩 술에 취한 채 새벽녘이 되어서야 집에 들어왔던 민수다.

그의 심정을 모르는 바가 아니기에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야 했다.     오늘 역시 괴로움을 잊고자 아가씨들이 있는 술집을

찾았을 것이다.   

그의 그런 행동을 탓 할 자격도 이미 없거니와, 그렇게 해서라도 스스로 해결을 해 줬으면 하는 바램까지 인다.

" 매형한테 당분간 가 있을까 봐.. "

" 왜, 진호씨가 도와달래? "

" 그건 아니구..   다리도 불편한데 힘들어 보여서.. "

" 그래주면 내가 고맙지..  수경이한테 대신 전해 줄것도 있을게고.. "

" 아까 보니까 일거리가 제법 많겠더라구.. "

" 일단 진호씨한테 의향을 물어 봐..   워낙에 자존심이 센 사람이라.. "

진호를 볼때 마냥 순하게만 알고 있는 사람도 있지만, 기실 자존심이 남달리 센 편이다.

처음 우리집에 인사를 하러 왔을때도, 능력이 없다는 이유로 엄마나 아빠가 탐탁지 않게 대하자 나와 헤어지자고까지 했던

사람이다.

그 당시 수경이를 가졌을 때라, 진호의 꼬인 화를 풀어주기 위해 몇날 며칠을 빌기도 했다.

 

" 집에 가려구? "

" 아니, 오줌 마려서.. "

방광이 꽉 찬 느낌에 눈을 뜨니 알몸이 된 마담이 팔베개를 하고 안겨있다.

" 근데 옷은 왜 입어, 덤벼들땐 언제고 이제 와서 내외하기는.. "

" 그것도 그러네.후후.. "

마담의 놀림에 집어 들었던 바지를 그대로 바닥에 떨구고는 화장실에 가야 했다.

어림 잡아 마담의 아파트인 듯 침대 옆의 가구들이 그러했고, 방문을 나서자 거실 유리창 바깥인 베란다로 햇빛이 들어와

아침임을 짐작케 한다.   

엊저녁 연희와 미연이를 번갈아 가며 껴안고서 노래며 춤까지 추면서 술을 마시긴 한 했는데, 그 후로는 필림이 끊어져

기억이 나질 않는다.

여지껏 여자로 인한 외박은 처음인지라 근심스런 선영이의 얼굴마저 떠 오른다.

" 술이 많이 취했었나 봐.. "

" 그럼 양주 큰걸 2 병이나 비웠는데.. "

" 실수는 없었지.. "

" 응, 취한거 밖에는..  나중에 걔네들한테 팁 좀 두둑히 줘야 할걸..  여기까지 오빠를 부축하고 오느라고 혼났어.. "  

" 그랬구나..  고마워.. "

끊어진 기억속에 여자들이 자신을 껴 안으며 승용차에 태운 듯도 하다.

" 근데, 술 취한 사람이 웬 힘이 그렇게나 좋은지 무섭게 달겨들대.호호.. "

선영이에 대한 질투 때문에 그랬을 것이다.    진호와 같이 있는 모습이 그려지자 흥분이 가라앉질 않았었다.

" 그랬어? "

" 응, 어찌나 덤비던지.호호..   참, 시원한 국물이라도 마셔야지.. "

시트를 제낀 마담이 알몸을 드러낸 채 침대에서 내려온다.    제법 잘 빠져 보이는 그녀와 뒹군 기억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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