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명하고 싶은 아가씨가 있으신지.. "
" 그런건 모르고 아무나 불러 줘, 두사람.. 아니 마담도 같이 마시자구.. "
두어번 접대차 들러 얼굴을 익힌 마담이 룸으로 들어와 이곳에 들여보낼 아가씨를 고르란다.
집에 일찍 가야 한다는 회사 관리과 최과장을 붙들고는 소주를 마신 민수다.
억지로 끌려 와 마치 고문을 당하는것 마냥 술을 마시던 최과장도 더 이상 붙잡아 두기 어려워 놔 줄수 밖에 없었다.
집으로 올때 핸폰을 하리라던 선영이는 감감 무소식이다. 가끔 회식을 위해 들렸던 선릉역 근처 룸으로 온 민수다.
" 인사드려, 김이사님이야.. "
" 안녕하세요, 미연입니다.. "
" 연희라고 해요.. "
" 나도 반가워.. 마담도 이리 앉아, 코가 삐뚤어지게 마셔 보게.후후.. "
최과장과 마신 술도 적지 않은 양이건만, 맹숭맹숭 취기가 오르지 않는다. 자꾸 이상한 상상만 하게 된다.
서로가 사랑해서 애까지 낳은 사이다. 선영이가 진호와 같이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진정되질 않는다.
" 오빠는 쏘리타리 맨이네, 분위기 짱이다.호호.. "
" 그래, 쏘리타리다.. 왜, 니가 책임질래.후후.. "
연희란 아가씨가 왼쪽 팔을 부여잡더니 몸을 밀착시키며 애교를 떤다.
" 술 사 주는거 봐서.. "
" 어머 ~ 안돼, 얘.. 내가 먼저 찍었어.. "
지지 않겠다는 듯 오른쪽에 앉아 있던 미연이도 팔짱을 낀다. 이제 갓 스물이 넘어 보일뿐인데, 착착 감기는 맛이
베테랑 못지 않다.
" 둘 다 가지시면 되겠네.. 그쵸, 이사님.호호.. "
" 나 그런 능력없어, 마담.. 그치만 준다는 음식을 사양하는 체질도 아니지.후후.. "
양쪽에서 아리따운 아가씨 둘이 분위기를 띄우는 탓에 은근히 편안해 진다. 앞에 앉은 마담의 눈빛마저 고혹스러워
보인다.
" 욕심꾸러기.. 오빠는 내꺼야, 한눈 팔지마.. 연희한테 추근거리면 이따 밤에 죽여버릴거야.. "
제법 손님의 기분을 맞춰주기 위해, 의도된 애교란걸 알면서도 그녀들의 그런 알랑거림에 넘어가고 싶으니 얼추 술기운이
오르는 모양이다. 이렇게나마 웃으면서 모든걸 잊고 싶을뿐이다.
" 제대로 한번 죽어보는게 소원인 놈이야, 계속 연희한테 추근거려야지.. "
" 그래, 오빠.. 미연이보다 내가 더 죽여줄께.호호.. "
스트레이트 잔을 든 연희가 방울 토마토를 이빨 사이로 물어 내 입으로 가져온다. 잠깐 스친 입술이지만 무척이나 달다.
" 작은건 다 비워졌는데,이사님.. "
" 큰걸로 가져와, 얘네들이 좋아하는 안주도 더 시키고.. "
" 이사님 덕에 매상 좀 올리겠네요.호호.. "
" 그러자구.. 먹고 죽은 귀신 때깔도 좋다던데.. "
어느새 그녀들의 입가에 웃음이 번지는게 좋아보이고, 만난지 한시간만에 술친구처럼 스스럼마저 없어진다.
" 어 ~ 오빠 핸폰에 불이 들어왔네.. "
테이블 한쪽에 올려놓은 핸폰이 부르르 떨어대고 있다. 액정에 마님이라는 글씨가 떳다.
" 응, 나야.. "
핸폰을 들자 약속이나 한 듯, 세여자 모두가 침묵을 지키며 나를 바라본다.
~ 치영이에요, 매형.. ~~
" 그래, 처남.. "
~ 누나가 잠든 우혁이를 안고 있어서.. 지금 출발해요.. ~~
" 천천히 와, 난 친구들이랑 술 마시는 중이야.. "
~ 네, 그럼.. ~~
통화를 끝내고 액정에 있는 시계를 보니 이미 10 시가 넘은 시간이다.
" 우리가 졸지에 친구가 됐네.호호.. "
" 친구지.후후.. 외로운 나를 심심치 않게 해 주는 친구들, 마담은 올해 몇이야? "
" 술집 같애.. 음악소리도 들리고.. "
" 룸싸롱일거야, 가끔씩 가는 모양이더라.. "
차에 시동을 건 치영이가 뒷 좌석으로 핸폰을 건넨다.
" 아가씨를 끼고 술 마신다고? "
" 그럴수도 있겠지, 사업하다 보면.. "
동생인 치영이에게는 대충 얼버무려야 했지만, 남편인 민수의 속내를 미루어 짐작하는 선영이다.
먼저번에도 진호와 만난걸 알고는, 잔뜩 술에 취한 채 새벽녘이 되어서야 집에 들어왔던 민수다.
그의 심정을 모르는 바가 아니기에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야 했다. 오늘 역시 괴로움을 잊고자 아가씨들이 있는 술집을
찾았을 것이다.
그의 그런 행동을 탓 할 자격도 이미 없거니와, 그렇게 해서라도 스스로 해결을 해 줬으면 하는 바램까지 인다.
" 매형한테 당분간 가 있을까 봐.. "
" 왜, 진호씨가 도와달래? "
" 그건 아니구.. 다리도 불편한데 힘들어 보여서.. "
" 그래주면 내가 고맙지.. 수경이한테 대신 전해 줄것도 있을게고.. "
" 아까 보니까 일거리가 제법 많겠더라구.. "
" 일단 진호씨한테 의향을 물어 봐.. 워낙에 자존심이 센 사람이라.. "
진호를 볼때 마냥 순하게만 알고 있는 사람도 있지만, 기실 자존심이 남달리 센 편이다.
처음 우리집에 인사를 하러 왔을때도, 능력이 없다는 이유로 엄마나 아빠가 탐탁지 않게 대하자 나와 헤어지자고까지 했던
사람이다.
그 당시 수경이를 가졌을 때라, 진호의 꼬인 화를 풀어주기 위해 몇날 며칠을 빌기도 했다.
" 집에 가려구? "
" 아니, 오줌 마려서.. "
방광이 꽉 찬 느낌에 눈을 뜨니 알몸이 된 마담이 팔베개를 하고 안겨있다.
" 근데 옷은 왜 입어, 덤벼들땐 언제고 이제 와서 내외하기는.. "
" 그것도 그러네.후후.. "
마담의 놀림에 집어 들었던 바지를 그대로 바닥에 떨구고는 화장실에 가야 했다.
어림 잡아 마담의 아파트인 듯 침대 옆의 가구들이 그러했고, 방문을 나서자 거실 유리창 바깥인 베란다로 햇빛이 들어와
아침임을 짐작케 한다.
엊저녁 연희와 미연이를 번갈아 가며 껴안고서 노래며 춤까지 추면서 술을 마시긴 한 했는데, 그 후로는 필림이 끊어져
기억이 나질 않는다.
여지껏 여자로 인한 외박은 처음인지라 근심스런 선영이의 얼굴마저 떠 오른다.
" 술이 많이 취했었나 봐.. "
" 그럼 양주 큰걸 2 병이나 비웠는데.. "
" 실수는 없었지.. "
" 응, 취한거 밖에는.. 나중에 걔네들한테 팁 좀 두둑히 줘야 할걸.. 여기까지 오빠를 부축하고 오느라고 혼났어.. "
" 그랬구나.. 고마워.. "
끊어진 기억속에 여자들이 자신을 껴 안으며 승용차에 태운 듯도 하다.
" 근데, 술 취한 사람이 웬 힘이 그렇게나 좋은지 무섭게 달겨들대.호호.. "
선영이에 대한 질투 때문에 그랬을 것이다. 진호와 같이 있는 모습이 그려지자 흥분이 가라앉질 않았었다.
" 그랬어? "
" 응, 어찌나 덤비던지.호호.. 참, 시원한 국물이라도 마셔야지.. "
시트를 제낀 마담이 알몸을 드러낸 채 침대에서 내려온다. 제법 잘 빠져 보이는 그녀와 뒹군 기억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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