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술 먹다보니 곯아 떨어졌어.. "
" 그랬어? 밥은.. "
외박을 하고 집에 들어왔더니 우혁이는 쇼파 앞 요람에 눕혀 져 있고, 그 옆에서 선영이가 와이셔츠를 다리고 있다.
" 먹었어.. 진호는 잘 된대? "
" 모르지, 이제 시작이니까.. "
" 그 어머니는.. "
" 많이 안 좋아.. 빨리 일어서기가 그렇더라구.. "
긴 생머리를 뒤로 묶은채 다림질을 하고 있는 와이프의 하얀 목덜미가 유난히 싱그러워 보인다. 집에서 입는 가디건
쉐타 사이로 언뜻 보이는 가슴골이, 다림질을 하느라 앞뒤로 허리가 숙여질때마다 그 깊이마저 달라보인다.
통이 넓은 치마를 입은 탓에 한쪽 무릎을 구부리고 와이셔츠를 뒤집느라 엉덩이가 움직여지자 안쪽 허벅지도 드러난다.
남편이 외박을 했는데도 불구하고, 별일 아니라는듯 일언반구 묻지도 않는 선영이에게 서운함이 생기는 민수다.
" 커피 한잔 줄래? "
" 잠깐만.. "
역시 별일 아니라는듯 다리미를 바닥에 세워놓더니, 주방쪽으로 걸어가는 그녀의 뒤태에서 서늘한 바람이 분다.
술이 취한 탓에 와이프와 동갑이라는 새끼 마담 조인희와의 섹스마저 기억에 없었더랬다. 쓰린 속을 달래 주겠다며,
원초적인 알몸임에도 개의치 않고 북어국을 끓이느라 주방에서의 움직임이 나름 싱싱해 보였다.
나신을 지켜보며, 어제 밤의 느낌이 어땠었는지 다시금 궁금하던 차에 참고 있을수는 없었다.
그만큼 그녀의 잘룩한 허리밑으로 제법 풍만해 보이는 엉덩이가 유혹을 하듯 실룩였기에 다가가서는 뒤에서 품었다.
" 아이 ~ 왜 이래.. "
" 가만 있어 봐, 어제밤도 기억이 안 나.. "
씽크대에서 돌려 세운 그녀의 허리를 안고는 젖가슴 하나를 물었다.
" 침대로 가던가.. "
" 나, 지금 바뻐.. "
머리 위쪽에서 앙탈스런 그녀의 목소리가 들렸지만, 불끈 솟아 버린 욕구를 자제하기 싫었다.
" 아이 ~ 짖궃긴.. "
달디 단 선영이의 옹달샘인 그 맛과 비교가 하고 싶어, 무릎을 꿇고 앉아 그녀의 계곡에 머리를 파묻고는 혀를 집어
넣었다.
처음엔 밋밋하고 메말랐던 그 곳에서 차츰 습기가 번져 혀 끝에 단물이 묻어 나오기 이르렀다.
" 하 ~ 자기야 ~ 너무해 ~ "
그녀의 한쪽 다리가 들려져 내 어깨위에 발을 딛더니, 엉덩이까지 들이밀며 내 입에 부디쳐 온다.
엊저녁 마신 술로 인해 까칠하게 메말라 있던 입 안에, 그녀의 달콤한 애액이 번져 갈증마저 해소가 된다.
" 하 ~~ 아 ~ 몰 ~라 ~ "
한 손을 뒤로 짚어 씽크대에 의지하고, 나머지 한 손으로 내 머리를 쓰다듬던 그녀의 애타는 비음이 들리고서야
몸을 세웠다.
다리에 힘이 풀렸는지 나에게 쓰러지듯 안겨오는, 그녀의 엉덩이를 모두어 끌어안고 내 허리께까지 들어올렸다.
커피를 타는 와이프를 지켜보며, 조금전 인희와의 불꽃같은 섹스가 떠 올라 다시금 아랫도리가 불끈 솟아 오른다.
불현듯 인희와 선영이를 비교하고 싶었다. 아니, 진호와 만나고도 별다른 내색을 보이지 않는 선영이의 속내가
궁금했고, 외박을 하고 들어온 남편에게 눈길조차 없는 와이프가 야속했는지도 모르겠다.
주방 씽크대를 향해 서있는 그녀에게 다가가 가만히 끌어 안았다.
" 이러지 마, 커피 쏟아져.. "
" 가만 있어 봐, 하고싶어.. "
" 싫다니까.. 당신한테서 냄새 나.. "
조용했지만 날이 선 것 같은 목소리에, 껴안고 있던 손을 거두어야 했다.
미루어 짐작컨데 외박을 하고 들어온 자신을 쳐다보지 않았을 뿐, 편치 못한 심사를 가진건 분명해 보인다.
다만 그 이유가 선영이 역시 진호를 만나고 들어온 것이 떳떳치 못했기로 암묵적인 거래를 하는지도 모른다.
" 냄새라.. 씻어야겠지.. "
" 커피부터 마셔.. "
주방 식탁위에 커피잔을 내려놓은 와이프가 아무일도 없었다는듯, 우혁이의 요람을 들여다 보더니 다시금 거실에 앉아
다림질을 시작한다.
" 아줌마 ~ "
" 잘 있었어? 근데, 강아지 집이 없어졌네.. "
토요일마다 치영이의 차를 타고 양평으로 오기 시작했다. 안마당에 들어서는 차를 본 수경이가 품 속으로 파고든다.
" 하우스 안에 있어.. 짜리가 추워서 벌벌 떨었어.. "
" 그랬구나.. 짜리 보러가자.. "
수경이와 같이 애견센터가 많은 충무로에 갔었고, 눈을 떼지 못할만큼 이뻐하는 닥스훈트 한마리를 사 왔다.
유난히 다리가 짧아 뒤뚱거리며 걷는 닥스에게 짜리라는 이름도 붙여 줬다.
" 왔구나.. "
" 장사는 잘 된다며.. "
" 치영이 덕분이야.. "
하우스에서 난들의 묘종을 살피던 진호가 반긴다. 테라스 옆에 있던 짜리의 집이, 하우스 안에 만들어 놓은 쪽방 앞에
놓여져 있고, 따뜻한 훈기가 도는 하우스 안에서 까불며 노는 짜리도 건강해 보인다.
양평을 찾아 예전의 시어머니를 뵌지도 두어달이 지나 어느덧 새해가 가깝다. 동생 치영이가 다행히 진호와 뜻이 맞아
이 곳에서 같이 난을 키우고, 주문된 화분들을 배달까지 한다고 했다.
기존의 꽃시장에 꽃대가 피어난 동양란과 서양란을 정기적으로 납품할수 있었고, 일반 소비자들의 주문량도 늘어나
제법 타산이 맞다고 들었다.
또 하나 다행스러운건, 치영이를 통해 밑반찬과 예전 시어머니에게 드릴 찌게거리도 보낼수 있어 다소 마음이 짐이
덜어 져 좋았다.
" 내 덕은.. 매형이 난을 잘 보살펴서 그런거지.. "
" 취직이나 하라니까, 여기서 이러고 있는지 모르겠다.. "
" 그냥 냅 둬, 지가 하고 싶어서 하는거니까.. "
도움을 받는걸 달가워 하면서도, 대학까지 마친 치영이가 이곳에 있는걸 미안해 하는 눈치다.
" 그러게, 월급도 주면서.. "
" 그까짓게 몇푼이나 된다고..
" 어 ~ 요즘에 취직해 봐야 초봉 200 도 안돼.. "
" 그게 똑같냐? 취직을 해야 미래가 뚜렷해지고, 여자 친구도 만들지.. "
서로를 감싸 주고자 하는, 치영이와 진호를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진호와 신혼의 단꿈을 꾸던 그 시절과 흡사하다.
" 어머니는.. "
" 그저 그래, 좋아지지가 않네.. "
" 병원에선 뭐래.. "
" 노환이라 방법이 없대.. "
" 일들 해.. 난, 어머니 뵈러 들어갈테니까.. "
" 응, 이따 봐.. "
토요일마다 와서는 안방에 우혁이부터 눕히고, 식구들의 빨래며 청소를 한 다음에 저녁거리를 차리곤 했다.
매주 반복되는 일과였기에 남편인 민수도 그러려니 했고, 그 역시 토요일마다 당연한 듯 외박을 해 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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