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무게

삶의 무게 19

바라쿠다 2012. 11. 23. 16:27

" 갔다 올테니까 가게 잘 봐.. "

" 빨리 갔다 와.. "

PC 50대 중에 가장 상태가 급한 3개를 용산 전자상가에서 수리를 하기로 했다.

기식이와 하나씩 들고 나가 정호의 차에 실어줬다.    그의 차가 주차장을 빠져 나가자 기식이가 옆으로 다가왔다.

" 저 형 왕재수 아냐? "

" 너무 그러지 마, 그래도 내 말은 잘 듣는 편이니까.. "

" 결혼이라도 하게? "

마침 입대를 남겨두고 집에서 놀고있는 기식이를 끌어들인 것이다.

" 쟤 하는거 봐서.호호.. "

" 그건 잘 해? "

" 쬐그만게 못하는 소리가 없어..  빨리 청소나 해, 손님들 올 시간이야.. "

녀석의 총각 딱지를 떼어주고도, 몇번인가 졸라대는 기식이와 잠자리를 같이 했다.    어떤 감정이 있어서가 아닌 순수하게

그 짓만을 위한 섹스였다.    

나름 가르쳐 준대로 쓸만한 느낌을 가져다 주기도 했지만, 제법 실한 물건을 가지고 있는 기식이는 힘도 좋아 밤새 덤벼오기

일쑤였다.   

" 우리는 언제 만나는데.. "

" 까불지 마, 정호가 눈치채면 안 돼.. "

" 내가 그까짓 푼돈이나 받자고 왔냐?    보고 싶으니까 왔지.. "

" 앞으로 잘 해..  너 하는거 봐서 가끔 만나줄께.. "

기식이가 군에 입대할때까지는 데리고 놀 생각이다.    녀석과 하루밤을 홀랑 새우다시피 하게 되면, 며칠간은 그 생각이

없을만큼 제법 테크닉도 많이 늘었다.

내 취향에 맞춰 가르친 탓이겠지만, 담금질 하나는 제법이다.

" 노는날 한잔 하자구.. "

" 알았어, 그때 봐서.. "

 

" 나, 심심해.. "

~ 이제 곧 끝나, 어디 바람쐬러 갈까? ~~

" 귀찮어, 걍 술이나 사 줘.. "

~ 응, 알았어.. 집 앞에서 핸폰할께.. ~~

할머니가 입원을 한 뒤로는 편의점에 나가지 않던 수진이다.    여고를 졸업하고 이토록 오랜시간 쉬어본 적이 없다.

이사를 해 놓고 집에서 쉬는 동안, 백천이의 보증 서류를 떼 준 그날 하루만 외출했을 뿐이다.

그 동안 윤수와는 핸폰으로만 목소리를 들었을 뿐, 오늘에서야 근 일주일만에 만나게 되는 것이다. 

" 할머니~ 나갔다 올께.. "

" 언제 오는데? "

" 좀 늦을거야.. "

집 앞에 윤수가 왔다는 핸폰을 받고는 아파트를 나섰다.

" 밥 안 먹었지? "

" 그러엄~ 자기랑 같이 먹을건데.. "

아파트 현관에서 기다리고 있는 윤수의 승용차에 올랐다.

" 뭐 먹을까.. "

" 아무거나, 그냥 술이 고파.. "

안전벨트를 매 주고는 차를 움직이는 윤수다.    시트를 뒤로 눕히고는 조수석 박스 위에 발을 얹는다.

윤수와 있으면 저절로 맘이 편해지기도 하거니와, 따로 구애를 받을 필요가 없다.

" 이런..  우리 공주님이 술꾼이 다 됐네.. "

" 누가 이렇게 만들었는데..  우리 처음 만난 날도 날 꼬실려고 술부터 먹여 놓고.. "

" 그랬나.후후..   수산시장에 가서 회 먹자 "

" 차 가지고 왔으니까 자기는 조금만 마셔.. "

" 집에 사 가지고 가서 먹으면 어때? "

" 자기네 집? "

" 응..  아무도 없으니까.. "

 

" 뭔 집이 이렇게 커? "

" 별거 아냐, 42평.. "

수산시장에서 광어와 우럭을 사서 회를 뜨고는 오징어까지 썰어왔다.

윤수가 주방 식탁에 술상을 차리는 동안 아파트를 둘러 봤는데, 방이 4개였고 주방이며 거실도 넓어 보인다.

" 우리집 두배는 되겠다.. "

" 수진이 집하고 바꿀까? "

" 됐어, 관리비만 해도 엄청 나오겠네.. "

" 다 됐어, 이리와.. "

주방 식탁에 마주 앉아 윤수가 따라 준 술로 건배를 했다.     넓은 집이 썰렁해 보인다.

" 혼자 있긴 좀 그렇겠다..   아들은 엄마한테 가 있나 봐.. "

" PC방 차려줬어..  요즘 거기서 잔대.. "

" PC방?   제대로 할것 같지도 않겠던데, 순 날라리같이 생겨서.. "

첫인상부터 마음에 들지 않았던 윤수 아들이다.     어찌보면 그가 고약하게 굴었던 탓에, 보복 심리로 윤수를 만나 친해진

계기가 됐다.

" 그래서 걱정이야..  하도 졸라대서 차려주긴 했는데, 얼마 안 가 날려 버릴까 봐.. "

" 그런건 내가 해야 잘 할텐데.. "

망나니같은 아들녀석이 그런 장사를 잘 해낼것 같지 않았다.     차라리 적은 돈도 무서워 벌벌 떠는 내가 그 녀석보다는

낫지 싶었다. 

" 수진이도 가게 하나 해 볼래? "

" 내가?   어떤거.. "

" 아는 친구 건물에 좋은 자리가 있거든..  빌딩 안에 작은 공간이 있는데, 거기서 커피같은걸 팔면 잘 되겠더라.. "

" 커피..  난 아무것도 모르는데, 뭐.. "

" 배워야지..  바리스타라고 커피 만드는 기술을 가르키는 학원이 있대.. "

" 그래?    좋긴 하겠지만 그때까지 놀순 없잖어.. "

" 한 두달이면 되겠지..  그때까진 내가 월급 주면 되잖어.. "

" ....좀 생각해 보고.. "

집에서 쉬면서 여러가지 경우를 따져 본 수진이다.    윤수에게 기댄 탓인지는 몰라도, 그전처럼 편의점 알바를 다시 할

생각을 하니 영 내키지가 않는다.    그만큼 알바 수입이 시들해 진 탓이다.

할머니와 둘이 근근히 살때는 그런 푼돈이나마 벌기 위해 악착을 떨었을테지만, 어느덧 그런 일이 우습게 보이는 것이다.

" 뭐든 열심히만 하면 돼, 그때까진 내가 도와줄께.. "

" 응, 알았어..  술이나 따라 줘, 술잔이 빈지가 언젠데.. "

" 그랬나.후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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