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갔다 올테니까 가게 잘 봐.. "
" 빨리 갔다 와.. "
PC 50대 중에 가장 상태가 급한 3개를 용산 전자상가에서 수리를 하기로 했다.
기식이와 하나씩 들고 나가 정호의 차에 실어줬다. 그의 차가 주차장을 빠져 나가자 기식이가 옆으로 다가왔다.
" 저 형 왕재수 아냐? "
" 너무 그러지 마, 그래도 내 말은 잘 듣는 편이니까.. "
" 결혼이라도 하게? "
마침 입대를 남겨두고 집에서 놀고있는 기식이를 끌어들인 것이다.
" 쟤 하는거 봐서.호호.. "
" 그건 잘 해? "
" 쬐그만게 못하는 소리가 없어.. 빨리 청소나 해, 손님들 올 시간이야.. "
녀석의 총각 딱지를 떼어주고도, 몇번인가 졸라대는 기식이와 잠자리를 같이 했다. 어떤 감정이 있어서가 아닌 순수하게
그 짓만을 위한 섹스였다.
나름 가르쳐 준대로 쓸만한 느낌을 가져다 주기도 했지만, 제법 실한 물건을 가지고 있는 기식이는 힘도 좋아 밤새 덤벼오기
일쑤였다.
" 우리는 언제 만나는데.. "
" 까불지 마, 정호가 눈치채면 안 돼.. "
" 내가 그까짓 푼돈이나 받자고 왔냐? 보고 싶으니까 왔지.. "
" 앞으로 잘 해.. 너 하는거 봐서 가끔 만나줄께.. "
기식이가 군에 입대할때까지는 데리고 놀 생각이다. 녀석과 하루밤을 홀랑 새우다시피 하게 되면, 며칠간은 그 생각이
없을만큼 제법 테크닉도 많이 늘었다.
내 취향에 맞춰 가르친 탓이겠지만, 담금질 하나는 제법이다.
" 노는날 한잔 하자구.. "
" 알았어, 그때 봐서.. "
" 나, 심심해.. "
~ 이제 곧 끝나, 어디 바람쐬러 갈까? ~~
" 귀찮어, 걍 술이나 사 줘.. "
~ 응, 알았어.. 집 앞에서 핸폰할께.. ~~
할머니가 입원을 한 뒤로는 편의점에 나가지 않던 수진이다. 여고를 졸업하고 이토록 오랜시간 쉬어본 적이 없다.
이사를 해 놓고 집에서 쉬는 동안, 백천이의 보증 서류를 떼 준 그날 하루만 외출했을 뿐이다.
그 동안 윤수와는 핸폰으로만 목소리를 들었을 뿐, 오늘에서야 근 일주일만에 만나게 되는 것이다.
" 할머니~ 나갔다 올께.. "
" 언제 오는데? "
" 좀 늦을거야.. "
집 앞에 윤수가 왔다는 핸폰을 받고는 아파트를 나섰다.
" 밥 안 먹었지? "
" 그러엄~ 자기랑 같이 먹을건데.. "
아파트 현관에서 기다리고 있는 윤수의 승용차에 올랐다.
" 뭐 먹을까.. "
" 아무거나, 그냥 술이 고파.. "
안전벨트를 매 주고는 차를 움직이는 윤수다. 시트를 뒤로 눕히고는 조수석 박스 위에 발을 얹는다.
윤수와 있으면 저절로 맘이 편해지기도 하거니와, 따로 구애를 받을 필요가 없다.
" 이런.. 우리 공주님이 술꾼이 다 됐네.. "
" 누가 이렇게 만들었는데.. 우리 처음 만난 날도 날 꼬실려고 술부터 먹여 놓고.. "
" 그랬나.후후.. 수산시장에 가서 회 먹자 "
" 차 가지고 왔으니까 자기는 조금만 마셔.. "
" 집에 사 가지고 가서 먹으면 어때? "
" 자기네 집? "
" 응.. 아무도 없으니까.. "
" 뭔 집이 이렇게 커? "
" 별거 아냐, 42평.. "
수산시장에서 광어와 우럭을 사서 회를 뜨고는 오징어까지 썰어왔다.
윤수가 주방 식탁에 술상을 차리는 동안 아파트를 둘러 봤는데, 방이 4개였고 주방이며 거실도 넓어 보인다.
" 우리집 두배는 되겠다.. "
" 수진이 집하고 바꿀까? "
" 됐어, 관리비만 해도 엄청 나오겠네.. "
" 다 됐어, 이리와.. "
주방 식탁에 마주 앉아 윤수가 따라 준 술로 건배를 했다. 넓은 집이 썰렁해 보인다.
" 혼자 있긴 좀 그렇겠다.. 아들은 엄마한테 가 있나 봐.. "
" PC방 차려줬어.. 요즘 거기서 잔대.. "
" PC방? 제대로 할것 같지도 않겠던데, 순 날라리같이 생겨서.. "
첫인상부터 마음에 들지 않았던 윤수 아들이다. 어찌보면 그가 고약하게 굴었던 탓에, 보복 심리로 윤수를 만나 친해진
계기가 됐다.
" 그래서 걱정이야.. 하도 졸라대서 차려주긴 했는데, 얼마 안 가 날려 버릴까 봐.. "
" 그런건 내가 해야 잘 할텐데.. "
망나니같은 아들녀석이 그런 장사를 잘 해낼것 같지 않았다. 차라리 적은 돈도 무서워 벌벌 떠는 내가 그 녀석보다는
낫지 싶었다.
" 수진이도 가게 하나 해 볼래? "
" 내가? 어떤거.. "
" 아는 친구 건물에 좋은 자리가 있거든.. 빌딩 안에 작은 공간이 있는데, 거기서 커피같은걸 팔면 잘 되겠더라.. "
" 커피.. 난 아무것도 모르는데, 뭐.. "
" 배워야지.. 바리스타라고 커피 만드는 기술을 가르키는 학원이 있대.. "
" 그래? 좋긴 하겠지만 그때까지 놀순 없잖어.. "
" 한 두달이면 되겠지.. 그때까진 내가 월급 주면 되잖어.. "
" ....좀 생각해 보고.. "
집에서 쉬면서 여러가지 경우를 따져 본 수진이다. 윤수에게 기댄 탓인지는 몰라도, 그전처럼 편의점 알바를 다시 할
생각을 하니 영 내키지가 않는다. 그만큼 알바 수입이 시들해 진 탓이다.
할머니와 둘이 근근히 살때는 그런 푼돈이나마 벌기 위해 악착을 떨었을테지만, 어느덧 그런 일이 우습게 보이는 것이다.
" 뭐든 열심히만 하면 돼, 그때까진 내가 도와줄께.. "
" 응, 알았어.. 술이나 따라 줘, 술잔이 빈지가 언젠데.. "
" 그랬나.후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