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줌마, 안녕? "
" 오늘은 집에 있네.. "
수경이와 진호를 보고싶어 또 다시 언덕길을 올랐다. 남편인 민수가 모든걸 알아버린 지금 어찌 행동을 해야 할지
조심스럽긴 했지만, 어차피 알게 된 마당에 수경이를 보고픈 마음까지 숨길 필요는 없다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 토요일엔 유아원 안 가.. 아줌마는 바보야.. "
" 그렇구나.. 맞아, 아줌마 머리가 나뻐.호호.. "
" 빨리 애기 내려 줘.. 내가 우유 먹여줄거야.. "
" 그래, 수경이가 애기랑 놀아줘서 고맙구나.. "
우혁이를 방에 내려주자, 짐짓 애를 얼르기까지 하면서 눈을 떼지 못하는 수경이다. 둘이 함께 있는것만 봐도 배가
부른것처럼 뿌둣하다.
" 민수 선배한테서 전화왔더라, 자기가 얘기했어? "
" ....아냐.. 벌써 알고 있더라구.. "
" 만나자고 하던데.. 어떻게 할까? "
남편인 민수가 진호를 불러내 하고싶은 얘기가 무엇일지 궁금하다. 같은 피해자일수도 있는 진호에게, 상처가 될
말이라도 할까 봐 걱정스럽다.
" 하고 싶은대로 해.. 나도 처신하기가 좀 그래.. "
" 괜히 널 보자고 했나 봐, 잘 살고 있는데.. "
워낙에 착한 사람인지라 내 입지가 곤란할까 싶어 안타까워 한다. 그런 그에게 오히려 내가 미안할 지경이다.
" 치영이가 자기를 보고싶대.. 어제 제대했거든.. "
" 그래? 늠름해 졌겠네.. "
" 응.. 많이 어른스러워졌어.. "
" 아줌마.. 애기 우유 안 줘? "
" 아직 먹이면 안돼, 집에서 먹고 왔거든.. 이따 배고프다고 울면 그때 주자, 수경아.. "
" 응, 알았어.. "
우혁이 옆에서 떨어지지 않던 수경이가 점심을 먹고는 졸린 눈을 비비더니 단잠에 빠졌다.
" 내가 수경이를 데리고 떠날까? "
" 왜, 어디로? 난 싫어, 어렵게 수경이를 봤는데 다시 헤어지기 싫다구.. "
한동안 생각에 잠겼던 진호가 불쑥 말을 뱉는다. 잃어 버렸던 자식을 다시 찾은 기분에 내내 애뜻했었는데, 또 다시
수경이를 떠나 보낼순 없다.
" 그럼, 어째.. 계속 이런식으로 만날수도 없고, 민수 선배가 싫어할텐데.. "
" 자기가 왜 그 사람까지 챙기려 들어? 민수 선배는 자기가 없을때 날 훔쳐간 사람이야.. "
자꾸만 발을 빼고자 하는 그의 저의가 미워 견딜수가 없다. 수경이와 날 지켜주지 못한것도 모자라, 도망이나 가려는
그가 미워서 나도 모르게 목소리가 커졌나 보다.
" 누가 그걸 몰라? 그렇지만 우혁이 아빠잖어.. 능력없는 내 대신 널 호강시켜 준 사람이고, 앞으로도 그럴 능력이 있는
사람인데.. "
" 그래서, 무턱대고 발이나 빼겠다고? 아무리 능력이 없어도 그러면 안되지, 능력이란게 그렇게 대단한거니? "
" 그게 현실이야.. 지금 내 능력으로는 너하고 수경이한테 짐만 될 뿐이고.. "
" 바보.. 왜 사람이 욕심이 없어, 자기 여자를 뺏겼는데 화도 안 나? 그리고 살아봐야 알지, 미리부터 뒤로 숨으려고만
하면 어떡해.. "
어떻게든 나와 수경이를 돌보고자 하는 책임감도 없이, 스스로 자기 자신을 못마땅해 하는 진호에게 못내 서운하다.
자기 여자와 자식을 먹여 살리려는 투지는 고사하고, 먼 훗날에 있을지도 모를 원망이 무서워 지레 겁을 먹고있는 그를
이해할수가 없다.
" 널 고생시키기 싫어.. "
그의 마음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저렇듯 자신없어 하는 모습에 한쪽 가슴이 아려온다.
" 이리와 봐.. "
애들이 자고 있는 방에서 일어나 작은 방으로 건너갔다.
뒤따라 들어온 진호가 지켜보는 앞에서 바닥에 이불을 깔고는 옷을 벗어 나갔다.
스스로 내 옷을 벗은적이 있었는가 싶다. 마지막 남은 팬티까지 내리고 그와 마주섰다.
" 원래가 진호씨거야.. "
진호에게 용기를 주고 싶었다. 때에 절은 이불위에 몸을 눕히고 그를 올려다 봤다.
" 날 가져.. 이 몸이 진호씨를 원해.. "
잠시 주춤하며 내려다 보던 진호가 허겁지겁 옷을 벗어 제끼더니 엎디어 온다.
대학 다닐때 그의 혀 끝에 유두가 까불려 져 작은 불꽃이 일어 났듯이 지금도 그때의 그 여흥이 지펴진다.
아무리 참으려 해도 젖가슴부터 시작된 그 감흥이, 아랫배로 옮겨지고 몸 전체로 불이 붙어 머리속까지 휘저어 옴에
그저 진호의 머리를 감싸안고 깊은 옹달샘까지 펄펄 덥혀주길 기다리게 된다.
" 그만, 이제 넣어 줘.. "
진호와의 교접에서는 항시 내가 먼저 서두르게 된다. 그만큼 그의 애무에 길들여 져 있기 때문일게다.
그를 안고 있으면 촛농이 녹아 내리듯 온 몸이 나른해 져 저항할 기운마저 빠져 버린다.
위로 올라와 눈 높이를 맞춘 뒤, 따스한 그의 물건이 그 곳으로 스며듦에 또 다른 감각이 꿈틀댄다.
" 그래, 하 ~~ 깊게.. "
그 곳에 익숙한 진호가 서서히 허리를 움직여 감에 차츰 뜨거운 열기가 번져 나간다.
내 몸을 일깨우느라 열심인 진호의 등을 끌어안고 그의 엉덩이에 두 다리를 실었다.
" 자 ~갸 ~ 아우 ~ 아 ~~ "
한번 불이 붙으면 정신을 차리기가 힘들다. 그의 움직임이 빨라지며 온통 그 속을 들쑤셔 헤집는다.
" 어 ~떠 ~케 ~ 아우 ~~ "
짓쳐 들어오는 그의 몸을 사지로 결박하고 매달리고자 했다. 그의 움직임에 따라 난파선 모양 이리저리 흔들린다.
질 속 깊은곳에서 뜨거운 폭발이 일어나고는, 꿀렁대는 그의 물건이 느껴진다.
" 똑같애, 예전하고.. "
" 그랬어? 나도 좋았어.. "
오랫동안 잊고 살았던 선영이의 몸을 안게 되자 예전의 기억이 새삼 떠 오른다.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이 있던 새 학기 어느날, 강당안에 모인 그 많은 인원들 중 유난히 눈에 띄는 선영이를 만났다.
그녀와 첫번째 데이트를 하고는 온 세상이 내 것인양 부러울게 없던 시절이었다.
몇년을 사귄 끝에 선영이가 덜컥 임신을 했고, 결혼 허락을 받기위해 그녀의 집을 찾았다.
하지만 안정된 직업이 없다는 이유로, 석연치 못한 마음이 되어 선영이 집을 나설수 밖에 없었다.
부모의 반대를 견디다 못한 선영이가 집을 나와 동거를 시작했고, 시간이 흘러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이쁜 딸
수경이를 낳았다.
제대로 된 삶을 이뤄 보겠노라며 사랑하는 선영이와 갓 태어난 수경이를 두고 머나먼 중동으로 떠나야 했다.
내전이 한창이던 이라크에서 선영이와의 행복한 재회를 꿈꾸며 열심히 일하던 어느날, 뜻하지 않은 사고로 인해 현지
반군에게 잡히는 영어의 몸이 된지 3년만에 그리던 한국땅으로 돌아올수 있었다.
하지만 그토록 그리던 한국땅은 모든것이 변해 있었다. 나만의 짝이라 믿었던 선영이는 딴 남자의 여자가 되어 있었다.
홀어머니는 복지 시설에 수용되어 근근히 살고 계셨고, 딸 수경이는 이모집에 맡겨져 있었다.
" 뭐, 생각해? "
" 아냐, 아무것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