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무게

삶의 무게 8

바라쿠다 2012. 11. 7. 08:21

" 너무 많이 마셨나 봐.. "

대리기사가 운전해 준 차를 타고는, 호텔까지 오는 내내 윤수의 품에 안겨 있었지만 술이 깨지를 않는다.

" 겉으로는 말짱해 보이는데.. "

룸으로 올라오는 중에도 연신 윤수에게 기대야 했다.   

" 나, 오줌마려.. " 

" 이리 와.. "

화장실에 가기 힘들만큼 다리에 힘이 풀렸기에, 윤수의 부축을 받고서야 변기 위에 앉을수 있었다.

" 됐어, 그만 나가.. "

" 괜찮아, 그냥 해.. "

창피한 소리가 들릴것 같아 나가라고 했는데도, 턱까지 괴고 내 앞에 앉은 윤수가 짖궃어 보인다.

견디기 힘들만큼 방광이 꽉 차 있었기에, 종내 움켜쥐고 있었던 오줌보가 열리면서 시끄러운 소리가 변기를 두드린다.

" 윤수야.. "

" 응? "

" 내가 이뻐? "

" 응.. "

" 어디가? "

" 다.. 후후.. "

혼자만의 공간이어야 할 변기 앞을 지키고 앉아 미소까지 띄고 있는 윤수다.   

그런 윤수를 바라보며 오줌이 나오는 중임에도 불구하고 편한 기분이다.

" 다 했어.. "

" 내가 닦아줄께.. "

벽에 걸린 휴지를 끊어 내더니 가랑이 사이에 손을 넣고는 그곳을 몇번이나 누른다.

" 나, 업어 줘.. "

내 앞에 등을 돌리고 앉은 윤수에게 다시금 업히고 그의 목을 두 팔로 감았다.

 

" 도대체 얼마나 들고 나온거야? "

" 겨우 700밖에 안 돼.. "

제 아빠한테 된 통 당한 후에, 저녁 늦게 집으로 찾아 온 정호다.    

너무 시간이 늦었길래 그냥 자게 내버려 두고는, 아침에 가게로 나와야 했다.

그 간의 사정도 들을겸 가게로 나오라고 핸폰을 한 것이다.     아침 7시에 문을 열어 저녁 11시까지 장사를 해야 했다. 

다방에서 남자 손님과 마주앉은 꼴은 보이기 싫었지만 아들놈과 얘기할 시간이 없었음이다.

" 차는 샀어? "

" 응.. "

" 700짜리 차가 오죽할까.. "

" 내 말이..  2000cc 중고야.. "

" 에그~ 짠돌이..  어차피 하나밖에 없는 자식한테 물려 줄건데, 그렇게 짜게 구는지.. "

자기 말마따나 어릴때부터 고생을 해 온 탓인지, 유별나게 돈에 대한 애착이 많던 애 아빠다.

자그마한 건물도 있고, 충분히 노후를 안락하게 지내도 되지 싶은데 한푼이라도 더 벌어야 한다며 부동산까지 하고 있다.

" 며느리 밥은 얻어 먹겠다면서 차는 못 사주겠다고 저런다니까.. "

" 니 나이가 몇인데 벌써 장가를 가?     아빠한테 PC 방이라도 차려 달라고 그래..   번듯한 직장만 있으면 여자는 저절로

꼬여.. "

" 에이~ 그런데 쳐 박혀 있기 싫단 말이야.. "

" 알바를 두면 되잖어..   너는 어째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른다니.. "

워낙에 받들며 키워서 그런지 끈기도 부족하고 즉흥적이다.     제 뜻대로만 하려는 아들놈을 보고 있노라면, 답답할 때가

많다.

" 그럴까? "

" 그때까지는 잘 보여, 니 아빠 눈밖에 나지 말고.. "

" ................... "

" 어여 가..   손님들 올 시간이야.. "

" 며칠 더 있다 갈래..  지금 가 봐야 욕이나 얻어 먹는다니까.. "

" 그래, 그럼.. "

당분간 아들 녀석의 눈치를 봐야 한다는 생각에 머리가 지끈거리는 미숙이다.

 

" 에게~ 중고잖어.. "

" 그럼, 어쩌냐..  운전 솜씨가 늘때까지 이걸 타라는데.. "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것 같은 미영이를 꼬시기 위해 자가용을 끌고 동해바다를 돌자며 약속까지 했다.

방배동 크럽에서 처음 본 순간 미영이에게 빠져버린 정호는 무슨짓을 해서라도 애인으로 삼고 싶었다.

" 지금 갈래? "

" 설마, 가다가 퍼지는건 아니겠지? "

" 그래도 보기보단 잘 나가.. "

" 갔다가 오늘 안으로 올수 있을까? "

" 일단 가 보자.. "

일이 잘 풀리는것 같아 기분은 좋다.     이 시간을 위해 나름 세밀한 계획까지 세운 터였다.

" 좋은 음악 좀 틀어 봐.. "

조수석을 뒤로 제끼며 멀리 갈 자세까지 잡는다.    그녀의 늘씬한 다리가 눈길을 끈다.

~ 싸구려 커피를 마신다 ~~

미영이가 좋아한다는 인디밴드의 CD까지 준비했다.    저절로 콧바람까지 나는 중이다.

" 근데, 매일 이렇게 놀고 먹을거야?    뭐라도 해야지.. "

" PC방은 어떨까? "

" PC방? "

" 응..  꼰대가 그걸 해 보라네.. "

" 잘만 하면 돈벌이가 된다던데..   내가 알바해 주면 봉급 줄래? "

" 당연하지..   니가 도와준다면야 나야 고맙지.후후.. "

일이 술술 풀리는 느낌이다.     PC방을 차리게 되면 아침부터 하루종일 미영이와 지낼수도 있다.

고속도로도 내 마음을 아는지 시원하게 뚫려 있다.     제한 속도를 훨씬 넘기며 악셀을 밟아대다 멈칫했다.

동해바다에 빨리 도착을 해서는 안되는 것이다.     저녁 늦게 술을 마신 뒤 그곳에서 묵고 올 작전까지 세웠던 것이다.

" 휴게소에 들려서 뭐 좀 먹고 가자.. "

" 배 안 고픈데.. "

" 난, 배고파..   간단하게 먹고 가자구.. " 

" 그래, 그럼.. "

휴게소에 들려서도 일부러 시간을 끌었다.     식당에서 우동을 먹고나서 커피숍까지 들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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