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게 장난이 아냐

사는게 장난이 아냐 17

바라쿠다 2012. 10. 29. 11:38

" 음료수 값이 많이 들어가요.. "

아침부터 연희가 볼이 잔뜩 부어있다.    윗층에 있는 연습실에 날마다 음료수를 사다 날라야 했기 때문이다.

하루에 한번씩 연습실에 들러 그들의 하는 양을 지켜봤다.     자기네들끼리 콘티를 짜서 연습을 하고는 했고, 춤연습까지

하면서 목이 탈때마다 냉장고를 열곤 했다.    

구석에 있는 방안에서는 할일없는 엑스트라들이 TV 를 보고 있거나 짜장면을 시켜먹기도 했다.

" 미스최..  그게 다 사무실에 도움이 되는거야.. "

" 인원이 너무 많으니까 그렇죠.. "

확실히 여자들은 눈 앞에 있는것만 따지는 경우가 많다.     멀리 보는 지혜가 부족한 것이다.

" 연기실에도 냉장고를 들여 놔야겠더라, 그 친구들이 밖에 있는 냉장고를 열면서 애들 눈치를 보던데.. "

" 어머, 냉장고를 또 사게요?     그럼, 음료수도 더 사야 할텐데.. "

편히 사무실에 있는게 버릇이 됐는지, 음료수를 사러 왔다갔다 하는게 귀찮다는 말투다.

" 사러 다니기가 힘든 모양이지? "

" 매일 두번씩이나 시장에 가야 하니까.. "

" 그럼, 나 둬..   내가 사올께.. "

" 누가 안 간댔나?    갔다오면 되잖아요.. "

잔뜩 골이 난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난다.    일을 시킨 내가 머쓱할 정도다. 

" 이 봐, 미스최 나랑 같이 가자.. "

미스최의 하는 태도가 다소 답답하긴 하지만, 야단을 치기보다는 조근조근 풀어줘야 하지 싶다.

 

연희와 함께 전자 제품을 파는 가게에 들려, 작은 냉장고와 전기 밥통까지 사서는 배달을 부탁하고 시장으로 향했다.

옆에서 나란히 걷는 연희의 몸매가 이뻐 보인다.     특히 늘씬한 자기 몸매를 과시라도 하듯, 일부러 몸에 꽉 끼는 청바지를

입고 나온 듯 싶은데, 그녀의 의도대로 팽팽하게 엉덩이를 감싼 청바지마저 싱싱해 보인다.

" 어디 가시게요? "

" 또 살게 있어, 따라 와.. " 

여러가지 재료를 파는 도매점에서 종류별로 라면 8박스를 사고, 부루스타와 포장된 김치도 샀다.

역시 시간에 맞춰 배달 해 달라고 이르고는 연희의 손목을 잡아 끌었다.

" 어머.. "

손목을 잡히고 잠시 멈칫하던 연희가, 이내 다소곳하니 뒤를 따른다.

" 점심 먹어야지.. "

시장 입구에 있는 복 집으로 들어가 복지리와 소주를 시켰다.     요 며칠사이 술자리가 잦았었다.

" 해장해야겠어, 속이 안 뚫리네.. "

" 조금씩만 하세요..  그러다가 탈이라도 나면.. "

연희의 상반된 반응을 살피는 것에도, 나름 재미가 붙은 요즈음이다.     

음료를 사다 나르는게 귀찮은 듯 툴툭거리던 연희가,시장안에서 손목을 한번 잡히더니 순한 양이 된 것이다.     

칸막이로 가려진 방으로 들어가, 자리에 앉을때도 한껏 조신을 떤다.     어찌하기 어려운 여자의 본성이다.

" 연희는 술 마시지 마라.. "

" 피 ~ 언제는 미스최라고 부르더니.. "

틈만 나면 거리를 좁히려고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내게 관심을 가져주는건 고맙지만, 사무실 일에 허점이 생길까 봐

걱정이 된다.

" 당근, 사무실에서는 이름을 부르면 안되지..   공과 사는 구별하도록 하자구.. "

" 네..  한잔 따를께요.. "

" 하나 묻자, 음료를 사 나르는게 그렇게 힘드니? "

" 힘든건 아니지만, 비닐 봉투 들고 다니니까 남들 보기가 그래서..   죄송해요, 앞으론 잘 할께요.. "

어엿한 아가씨가 비닐 봉지까지 들고 다니는게 좋은 모양새는 아닐것이다.     그렇지만 그것 역시 일의 연속일수 있다.

사무실이 가야 할 방향을 모르는것 같아 답답하다.    그걸 일깨워 주기 위해서 사무실 밖으러 데려 나온것이다.

" 그걸 탓하는게 아냐..   앞으로 비닐 봉투는 안 들고 다니게 해 줄께.. "

" ..................... "

" 내가 오기전에는 사무실 유지도 어렵다고 들었어..  월세도 사장님 개인 돈으로 냈다든데.. "

" 네.. "

" 지금 오피스텔 월세만 300이고, 연희 월급에다 다른 유지비까지 합치면 천만원 가까이 들어갈거야..   맞아? "

" 네..  얼추 900정도는 있어야죠.. "

그래도 몇년동안 프라임의 경리를 본 덕에, 계산 만큼은 제대로 꿰고 있는듯 싶어 다행스럽다.

회사가 망하던,말던 관심을 두지 않는 직원보다야, 비록 적은 돈이지만 음료수 값이나 전기세가 많이 나간다고 안달을

하는 연희에게 믿음이 가는중이다. 

" 더군다나 사장님하고 내 페이는 아예 없는 셈이고.. "

" ..................... "

" 배기태하고 새로 계약한 이서영을 비롯한 소속 식구들한테서 나올 돈이 700은 되지 싶다..   내 계산이 얼추 맞을거야..

윗 층 연습실에 있는 친구들하고도 계약이 된다면 모르긴 해도 천만원은 훌쩍 넘어갈게고..   그리만 된다면 사무실의

수지 타산도 맞아 떨어질텐데..  어때? "

" 그렇게 되겠죠.. "

프라임에다 내 모든 열정을 쏟아붓고 싶어 시작한 일이다.     같이 보조를 맞춰 내 일을 도와줄 연희가, 내 뜻을 이해하고

따라주기를 바라는 것이다.

" 음료수를 사다 나르는건 푼돈이지만, 그로 인해 프라임의 식구들이 늘어 난다면 그만큼 우리 수익도 늘어나겠지.. "

" ..그거야, 그렇지만.. "

" 연희가 해 줘야 할일이 바로 그거야..  연습생 개그맨이나 엑스트라들을 무시하지 않고 껴안아 줄수 있다면, 그네들이

우리의 밥줄이라는 말이야.. "

" 무슨 말인지 알았어요, 더 신경 쓸께요.. "

" 알아 들었으니 됐다..   술 한잔 더 따라줄래? "

" 네, 실장님.호호.. "

밖으로 데려 나온 보람이 있다.     그나마 말귀를 알아들은 연희가 밝게 웃는걸 보니 당분간 맘을 놓아도 될 것이다.

" 하나만 더 묻자..   연희 너, 학교 다닐때 공부 못했지? "

" 실장님~  못됐어, 또 놀리고.. "

 

새로 산 냉장고와 전기밥솥을 엑스트라 연기자들이 휴식을 취하는 방에 넣어주고 라면과 부르스타, 김치도 전해 줬다.

" 책임자를 뽑았으면 하는데.. "

고태산이 소개해 준 연기자들이 4명이다.    백미경과 이서영이 캐스팅 된 사극에 엑스트라가 많이 필요할듯 싶다.

이네들에게 신뢰를 줄수 있다면, 그 숫자는 금새 늘어날 것이다.     연기를 배우고 싶어 온 사람들도 있겠지만, 대부분

하루 일당을 벌기 위해 대기하는 사람들이 더 많다고 보여진다.

" 짜장면이나 음식을 시켜먹는건 좋은데, 되도록이면 여기서 직접 만들어 잡수세요..   돈도 절약이 될테고..   그래서

책임자가 필요하거든요..   또 촬영 현장에 나갈일이 있으면, 그걸 전달도 해야 하니까.. "

" 우리끼리 의논하겠습니다.. "

" 그렇게 하세요..   혹시 필요한게 있으면 그 사람을 통해서 사무실에 건의도 하시고.. "

" 네, 알겠습니다.. "

그들의 간식거리나마 챙겨 주는건 큰 돈이 들어가는게 아니다.     되도록 불편없이 대기할수 있게끔 해 주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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