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잔두잔 마시며 시간이 흘러감에 성희도, 여진이도 얼추 술기운들이 올랐다.
" 어쭈 ~ 뭐하는 짓들이래.. "
성희가 내 무릎에 앉아 키스를 하고 있는데, 화장실에 다녀 온 여진이가 비아냥 거린다.
" 아, 미안.. "
괜시리 여진이에게 못 볼 꼴을 보인것만 같아, 내 목을 끌어안은 성희의 손을 풀고는 밀어냈다.
" 자기가 왜 미안한데, 방해꾼처럼 버티고 있는 저 년이 미안해야지.. "
" 어머나, 저 년 말하는것 좀 봐.. 언제부터 저렇게 뻔뻔해 졌다니.. "
" 철수씨, 신경쓰지 말고 하던거나 마저 해 줘.. "
다시금 자리에 앉은 여진이를 쏘아 붙이던 성희가, 또 다시 목을 끌어 안고는 입술을 마주쳐 온다.
" 나중에.. 나중에 하자, 여진씨도 있는데.. "
다시한번 성희를 밀쳐내야 했다. 여진이가 지켜보고 있어 영 어색하다.
" 괜찮다니까.. 낚시터에 갔을때도 죄다 훔쳐 본 년이야.. "
" 어머, 너 알면서도 모른척 했단 말이야? "
" 하다가 그만 둘순 없잖어, 이 년아.. "
하기사 마지막 급 피치를 올리던 나도, 당시 여진이와 눈이 마주쳤지만 멈출수는 없었다.
" 에라이 ~ 순 흉악한 년.. 그 짓이 그렇게나 좋디? "
" 그럴땐 니가 못 본척하고 눈을 감았어야지, 말똘말똥 쳐다 보고서는.. "
" 옆에서 난리 부르스를 추는데 모른척 한다는게 말이 되니? "
" 나, 못 참겠어.. "
성희의 손이 사타구니로 들어와 거시기를 쥐고는, 자신의 치마속으로 이끈다.
" 어머.. 저 년이, 아주 대 놓고 지랄이네.. "
" 몰라, 이 년아.. 보든지 말든지.. "
야릇한 흥분이 몰려온다. 내 목을 껴안고 풀무질을 시작한 성희의 어깨 너머로,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하는 여진이의
눈과 마주쳤다.
" 하 ~~ 자 ~갸 ~~ 힘..줘.. "
바로 앞에 있는 여진이를 무시하고 엉덩이를 들썩이는 성희다.
" 아 ~~~ 나 ~몰 ~라 ~~ 하 ~~ 아 ~~ "
나에게 있어 새로운 경험이다. 거듭되는 성희의 요분질에 의자가 삐걱이며 귀를 자극하고, 묘한 눈길이 된 여진이가
대놓고 우리를 쳐다보고 있어 참기가 힘들다.
" 어 ~~ 헝 ~~ 여 ~보 ~~ "
이미 그 끝에 다다른 성희의 입에서 만족스런 비음이 쏟아진다. 그녀의 엉덩이를 쥐어 짜듯 끌어 안았다.
" 하여간에 잘하는 짓들이다.. "
" 밥 장사 하시게요? "
" 그러자네, 그 사람이 음식 솜씨가 괜찮거든.. "
아침 일찍 철수와 같이 가게로 출근한 성희다. 며칠째 가게로 출근중인 철수의 선배 윤식이에게 커피를 타 줬다.
" 많이 힘들텐데.. "
" 나도 걱정은 되는데, 워낙 또순이야.. 어찌나 아끼는지, 생활비가 50 만원도 안 들어.. "
" 어머나.. 어떻게 하길래 그것밖에 안 쓴대요? 우린 두식구 뿐인데도 150 만원이 넘는데.. "
믿기가 힘들다. 철수를 만나기 전에도, 혼자 살면서 쓰는 생활비가 100 만원이 넘게 지출이 됐었다.
어릴적부터 부족함없이 자란덕에 씀씀이가 헤프긴 했지만, 그 정도로 절약이 된다는게 신기하기만 하다.
철수랑 합치게 된 시점에서도, 평소처럼 돈을 써 대다가 통장도 빼앗겨 본 성희다.
" 어쩌다 외식이라도 하자고 하면 얼마나 눈치를 주게요.. 얼마나 돈이 많길래 펑펑 써 제끼냐면서, 심지어는 애 군것질도
못하게 한다니까.. 그런데다 쓸 돈은 없다면서, 애한테 부침개를 부쳐 주는걸로 땡이야.. 어찌나 지독한지.."
" 어린애가 가만히 있어요? "
" 지 엄마를 닮아서 그런지, 심하게 보채진 않아요.. 엄마 몰래 내가 사 주긴 해도.후후.. "
철수 역시 공무원을 그만두고 가게를 할때부터, 돈이 지출되는 것에 신경을 많이 쓰곤 했다.
뭘 모르던 시절에는 그런 철수에게 쫀쫀하게 산다고 구박까지 했던 자신이다.
직접 가게에 나와 야채며 과일의 원가와 판매가에 대해, 대충이나마 알게 되고는 새삼 돈의 귀중함을 배웠다.
" 식당은 언제쯤 할건데요.. "
" 며칠 가게터나 알아 봐야지, 뭐.. "
정미 언니를 만나게 되면, 알뜰하게 살아가는 노하우를 전수받아야 겠다는 생각까지 해 본다.
철없는 나도 모자라 몸이 아픈 장모까지 챙기는 철수를 위해, 다소나마 도움이 되고 싶다.
" 그래서.. 나보러 돈을 내라구? "
" 당연하지, 니가 불러 냈잖어.. "
칼국수나 같이 먹자며 여진이가 불러냈다. 철수와 윤식이까지 가게를 지키고 있기에, 안 그래도 무료했던 참이었다.
" 이 년이, 왜 이다지도 못쓰게 변했다니.. "
" 앞으로는 아끼면서 살기로 했어.. 철수씨가 새벽부터 잠도 못자고 설치는데, 니 년 칼국수까지 사 달라고? 어림도
없어, 이 년아.. "
" 어머.. 이 년 보게, 완전히 구두쇠가 됐네.. "
" 싫으면 그냥 가던가.. 뭐땜에 6 천원씩이나 주고 사 먹냐? 집에서 만들어 먹으면 될걸.. "
적은 돈이나마 아껴 볼 심산이다. 혼자서 고생하는 철수에게 자꾸 신경이 쓰인다.
" 어이구 ~ 말을 말아야지.. 알았어 이 년아, 그냥 쳐 먹어.. "
" 오랜만에 친구년이 사 주는 칼국수를 얻어 먹겠네.호호.. "
비록 12,000 밖에 안되는 적은 돈이지만, 그 돈을 아꼈다는 뿌듯함마저 인다.
예전에 엄마가 티끌모아 태산이 된다고, 귀가 닳도록 얘기를 했었다.
외동딸로 태어나 돈이 귀한걸 몰랐지만, 이제사 엄마가 버릇처럼 하던 말씀을 어렴풋이 알 듯도 싶다.
" 저기 최대표 있잖어, 그 사람 회사가 망하게 생겼다네.. "
" 그 인간이 왜.. "
칼국수가 나오자, 앞 접시에 바지락을 건져내던 여진이가 뜻 밖의 소식을 전한다.
" 오빠가 그러는데, 멋대로 용도 변경을 해서 기반 공사를 끝마쳤대.. 그 때문에 시청에서 나와서는, 원래대로 다시 하라고
했나 봐.. 벌금도 엄청 두들겨 맞고, 시행사 자격도 취소가 됐대.. "
그 인간의 꾐에 빠져 철수에게 못할 짓을 시킨 자신이다. 그 때문에 멀쩡하게 정년 퇴직때까지 직장 생활을 할 사람이
엉뚱하게 야채 장사를 하고 있는것이다.
" 아주 쌤통이다.. 왜 이리 칼국수가 맛있다니.호호.. "
속이 후련해 지는 성희다. 못 된 최대표에게 여자로서의 굴욕까지 당했었다.
칼국수를 먹으며 여진이와 수다를 떨고 있는데 핸폰이 울린다.
" 여보세요.. "
~ 접니다, 제수씨.. 큰일 났어요.. ~~
" ..................... "
~ 빨리 오세요, 철수가 많이 다쳤습니다.. ~~
" 거기가, 어딘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