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겨진 남자

숨겨진 남자 22

바라쿠다 2012. 10. 17. 11:59

" 하 ~~ 앙 ~~ 자 ~갸 ~~ 흐 ~~엉~ "

그녀가 끝을 향해 달리고 있다.      한마리 작은 물고기가 뭍에서 파닥 거리듯이, 온 몸을 뒤틀어 대며 힘들어 한다.

짓쳐가는 내 몸짓에 따라 희열에 떠는 그녀가 사랑스럽다.      아래쪽에서 뜨거운 것이 몰려 나온다.

그녀의 몸에 엎디어 끌어안고, 질벽 깊숙한 곳에 모든걸 쏟아 부었다.

" 어 ~~ 헝 ~ 어 ~떠 ~케 ~~ 어 ~~ 엉 ~~ "

내 목을 끌어안고서 매달려 온다.      온통 땀에 젖어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다. 

땀에 젖은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고 그녀의 입술을 찾았다.     입에서 더운 김이 쏟아져 나온다.

" 큰일이야.. "

" 왜요? "

기분좋은 만족 뒤에, 내 눈을 올려다 보던 그녀가 입을 열었다.     

" 보고 싶어질까 봐.. "

" ..................... "

" 욕심내면 안 되는데.. "

쇼파 위에 아무렇게나 구겨진 그녀의 청바지에서 핸폰이 울린다.

" 응..  그래..  아니..  미친 년..  그러길래 조심하랬지..   나도 몰라.. "

벽을 향해 돌아서서 통화를 하던 그녀가 쇼파에 앉더니 생각에 잠긴다.

" 나..  어디 좀 가야 하는데.. "

" 지금? "

" 응..  가 봐야 할것 같애..  준호씨 혼자 여기서 기다리기는 좀 그렇지? "

" 거기가 어딘데요? "

" 성남시..   우리 사무실에 같이 있던 아가씬데, 사장놈이 임신을 시켰거든..   속상하다고 울고불고 난리가 났네.. "

" 그럼, 가 봐야죠.. "

" 자기한테 미안해서.. "

" 같이 갈까요? "

 

그녀와 함께 택시를 타고 성남으로 향했다.     

축구 경기장 앞에 내려 들어선 골목길은, 희미한 보안등 하나가 을씨년스럽게 길을 밝힐 뿐이다.

골목길을 따라 똑같은 모양의 주택들이 늘어서 있다.      골목 끝에 있는 연립주택 입구에서 선희가 멈췄다.

반지하에 있는 현관문이 열리며 젊은 여자의 모습이 나타난다.      그녀를 따라 집안으로 들어섰다.

" 미안해, 언니.. "

아랫배가 많이 불러 보였다.      많이 울었는지, 갸름하고 귀염성 있는 얼굴이 퉁퉁 부어있다.

" 여기 앉아 있어.. "

거실에 있는 쇼파를 가리킨 선희가 그녀와 함께 방으로 들어간다.

가뜩이나 좁은 집안이 어수선하다.      화장실로 보이는 문 앞에는 빨래감으로 보이는 옷들이 어질러 져 있고, 내가 앉아

있는 쇼파도 마찬가지다.     

주방 역시 언제 설거지를 했는지, 씽크대 위에 먹고 난 그릇들이 한가득이다.

" 몰라, 이년아.. "

닫혀진 방문 안에서 선희의 목소리가 조그맣게 들려 온다.      뒤이어 흐느끼는 소리도 이어진다.

그녀들의 얘기가 길어질 듯 싶었다.      다시 한번 집안을 찬찬이 둘러 봤다.

방문 옆 벽에 색실로 수를 놓은 액자가 걸려 있다.      며칠동안 가지고 다니던 도청 마이크를 액자 뒤에 숨기기로 했다.

정희의 남편을 뒤 쫒는다면, 그들의 얘기를 소상히 들을수도 있을것이다.

안방 문이 열리더니 선희와 그녀가 나온다.      유난히 불러온 아랫배 때문에 한손으로 허리를 받치고 있는 그녀다.

" 죄송해요.. "

그녀가 나에게 머리를 숙인다.      다시 한번 유심히 그녀를 살필수 있었다.

임신 때문인 듯, 팔이며 다리가 눈에 띄게 부어 보이고 펑퍼짐한 임신복을 입었음에도 부른 배는 확연하다.

" 확실하게 얘기 해..   마누라랑 헤어질수 없다면 꼭꼭 숨어 버리겠다고 하란 말이야.. "

" ...................... "

" 자기야, 일어나..   그만 가자.. "

 

" 술 마시고 싶어.. "

큰 길가로 나와 택시를 기다리던 그녀가 작은 식당을 가르킨다.

" 여기 소주하고 두부김치 하나 주세요.. "

손님이 없어 졸고있던 할머니가 반색을 한다.      테이블이 3 개뿐인 허름한 그 곳 역시 어수선 해 보인다.

" 자기는 안 마셔도 돼.. "

주인 할머니가 깍두기와 소주를 내 오자 자신의 잔에만 술을 따라 마셔 버린다.

" 바보 같은 년..   똑똑한 척은 혼자 다 하더니.. "

" 천천히 마셔요.. "

열을 식히기 위함인지, 안주도 없이 거푸 소주잔을 들이킨다.

" 나쁜 놈.. "

" ...................... "

" 처음엔 그냥 장난이었대.. "

어느 정도 분을 삭힌 그녀가, 지금까지의 경과를 담담히 풀어낸다.

미스홍이 인터넷으로 노름을 하는 회사에 취직을 한게 2 년전이라고 했다.     

고객들의 계좌번호를 받아 입출금을 하는 일과, 그들에게 호객성 메시지를 보내는 일이 전부였단다.

가끔은 사장과 저녁을 먹기도 했는데, 머플러며 액세사리 같은 선물을 안겨주며 호감을 보이기 시작했단다.

나이가 많은 사장이 자신에게 공을 들이는걸 보면서, 까닭 모를 우월감이 생겼다고 한다.

원래부터 조신한 성격은 아니었기에 그와의 잠자리도 별 부담없이 즐기곤 했는데, 언제부턴가 조금씩 정이 들더란다.

자주 만나다 보니, 그만 날짜 계산을 잘못했고 덜컥 임신이 됐다고 했다.

애를 떼고자 했지만, 사장이 무릎까지 꿇으며 자신의 애를 낳아 달라면서 부인과 이혼하겠다고 했단다.

" 나를 많이 따랐어..   얼마나 말렸는데, 바보 같은 년.. "

" 그 사장이 이혼하면 되겠네.. "

" 행여 그러겠어?     미스홍이 어리니까 데리고 논거지.. "

" 부인을 만나라고 해 봐요..    혹시 모르잖어, 이혼을 해 줄지.. "

정희에게 현실을 깨우쳐 주고 싶었다.     자신이 믿고 의지하던 남편의 실체를 보여주고 싶었다.

" 그게 되겠어?     어떤 여자가 남편이 바람 한번 폈다고 이혼을 할까.. "

" 한번인지 열번인지 그건 아무도 모르죠.. "

" 글쎄..   준호가 몰라서 그렇지, 그 인간이 얼마나 야비한데.. "

여지껏 드러난 남편의 행실만 보더라도, 주변 사람들에게 나쁜 인상만 뿌리고 다닌 것으로 보여진다.

그런 사람과 같이 있는 그녀가 불쌍해서 못 견딜 지경이다.     하루라도 빨리 그 구렁텅이에서 건져주고 싶은 마음뿐이다. 

" 그나저나 미안해..  나땜에 잠도 못자고.. "

" 지금부터 자면 되죠.. "

 

'숨겨진 남자' 카테고리의 다른 글

숨겨진 남자 24  (0) 2012.10.19
숨겨진 남자 23  (0) 2012.10.18
숨겨진 남자 21  (0) 2012.10.16
숨겨진 남자 20  (0) 2012.10.15
숨겨진 남자 19  (0) 2012.1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