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여간 웃기는 년이야.. 아주 지 집인줄 안다니까.. "
엄마를 농장에 모셔다 드리고 집에 왔더니, 여진이가 아파트 입구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가게문까지 닫고 엄마를 위해 애를 써 준 철수와 오랜만에 오붓한 시간을 가지려 했었다.
" 그래서 내가 안주를 가져왔지.. "
여진이 년이 까만 비닐 봉지를 흔들어 보인다.
" 그게 뭔데.. "
" 오징어하고 두부.호호.. 찌게 끓이면 맛있잖어.. "
" 철수씨한테 만들어 달라는거야, 지금? "
" 그럼 어쩌니.. 철수씨가 만든게 맛있는데.호호.. "
" 근데, 이 년이.. 철수씨가 너한테까지 왜 그래야 되는데.. 내가 부려먹는 것도 미안해 죽겠구만.. "
겉으로야 철수에게 툴툴거리곤 했지만 내심 미안해지는 요즘이다. 알아서 챙겨주는 그에게 당연한 듯 만성이 되긴
했어도, 친구년까지 철수를 쉽게 보는것만 같아 기분이 좋을리는 없다.
" 에구 ~ 행여나.. TV 나 보면서 꼼짝도 않는 년이, 헛소리는.. "
" 그만들 싸워.. 어찌 이쁜 여자들 입에서 그리도 쉽게 욕이 나오는지.. "
가뜩이나 철수를 채가려 했던 여진이가 괘씸스러웠다. 그 덕에 철수의 진심을 들여다 본 셈이지만, 친구의 남자를
자기 맘대로 부려 먹으려는 태도가 맘에 들수는 없다.
" 오징어 얼마줬어? "
" 두마리 오천원.. "
" 두부는? "
" 천 오백원.. 왜? "
" 에라이, 이 흉악한 년아.. 겨우 6,500원 내고 저녁에다 술까지.. 순전히 도둑년이라니까.. "
" 야, 이 년아.. 내가 먹어봐야 얼마나 먹는다고, 유세를 떨고 지랄이냐.. 하이고 ~ 서방 없는년 어디 서러워서 살겠나.. "
" 앞으론 돈내고 먹어 이 년아.. "
" 이 년이 그 짓거리 하면서 돈까지 받는다더니, 완전히 돈독이 올랐네.. "
" 엄마도 거기가 좋으니까 그랬겠지.. "
" 그래야 할텐데 걱정이야.. "
아파트 앞에 있는 마트에서 쑥갓하고 유부를 사다가 오징어 찌개를 끓여 식탁위에 올렸다.
서로가 못 잡아 먹어 안달이 난 듯 욕까지 섞어가며 으르렁 대던 그녀들이, 성희 어머니에 대한 얘기로 화제가 옮겨지자
언제 그랬냐는 듯 살갑게 군다.
" 빨리들 와.. "
쇼파에서 노닥거리고 있는 그녀들을 불렀다. 여진이가 냉장고에서 소주부터 꺼내온다.
" 좀 작작마셔.. 공짜라면 그저.. "
" 이제 그만 좀 해, 이 년아.. 이왕 얻어 먹는거 맛있게라도 먹자.. "
" 기집애가 완전히 철판을 깔았다니까.. "
언제 봐도 신기한 그녀들이다. 저렇듯 서로에게 욕을 해 대면서도 친구로 지내고 있으니 말이다.
" 철수씨도 참 불쌍하다, 이런 못된 년이 뭐가 이쁘다고 장모까지 챙기고 있으니.. "
" 그래도 이쁜걸 어쩌누.후후.. "
" 에고 ~ 이제 봤더니, 철수씨 눈도 완전히 해태구만.. "
" 근데 이 년이 또 누구를 모함하고 지랄이래.. 눈이 좋으니까 나같이 이쁜 여자를 찾은거야, 이 년아.. "
" 에고 ~ 또 슬슬 열 받네.. 철수씨 술 한잔 따라 봐.. "
" 니가 따라 마셔, 이 년아.. 자기도 저 년한테 술만 따라 줘 봐, 그냥 집에서 쫒아 낼테니까.. "
" 미안해 여진씨.. 나 쫒겨나기 싫어.후후.. "
" 에이 ~ 더러워서.. 내일부턴 진짜 오지 말아야지.. 둘이서 짝짝꿍이 되설랑, 에고 내 팔짜야.. "
" 철수씨, 뭐 해? 내 잔에는 술 따라야지.. "
" 네, 마님.후후.. "
" 저 년이, 근데.. "
" 호호 ~~ "
" 고마워, 오빠.. "
" 고맙긴.. 당연히 할 일인데.. "
여진이가 술에 취해 곯아 떨어지는 바람에 거실 쇼파에 뉘여야 했다. 오늘만큼은 철수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었는데, 전혀 도움이 안되는 친구년이다.
그토록 모질게 굴었음에도 불구하고, 변함없이 따스하게 감싸 준 철수다. 오늘만 해도 엄마를 위해 바쁘게 움직이며,
내가 할일을 대신해 주는 그가 믿음직스러웠다. 내가 하는것보다, 더 자상하게 엄마를 챙기는 그의 마음씀이 고마웠다.
" 취하는것 같애, 나 먼저 씻을께.. "
" 나도 양치질이나 해야겠다.. "
" 자기야.. 밖에 좀 나가있어, 똥 마려워.. "
소변을 보려고 변기에 앉았는데, 아랫배가 묵직해 져 온다. 거울을 보고 양치질을 하는 그가 있어 불안했다.
" 그냥 해.. "
" 싫어, 냄새난단 말이야.. 빨리.. "
" 그냥 하라니까, 자기는 다 이뻐서 괜찮어.. "
" 진짜 한다.. "
" 하라니까.후후.. "
더 이상 참기도 힘들어 그냥 쏟아내기로 했다. 꾸룩거리던 배가 일순 편안해 진다.
" 내가 닦아줄께.. "
변기의 물을 내리고, 뒤처리를 하기위해 휴지를 말아 끊었더니 철수가 손에 쥔 휴지를 뺏어간다.
이상한 기분도 들었지만, 뒤를 닦아주는 그의 손길이 편안하게 느껴진다.
" 저 년은 아주 곯아 떨어졌네.. "
" 많이 마셨어, 혼자 3병 가까이 마셨을걸.. "
식탁에 다시 앉는걸 본 철수가 주방에서 움직이기 시작했다.
" 나 하고 싶어, 침대로 데려다 줘.. "
" 잠깐 기다려, 이것 좀 대충 치우고.. "
먹던 찌개 뚜껑을 닫고 밑 반찬을 냉장고에 넣는다. 빈 그릇도 설거지 통에 담는다.
철수가 주방에서 움직이는 뒷모습을 바라보며, 그가 안아 들때까지 식탁의자에서 무릎을 감싸안고 기다리기로 했다.
저렇듯 여자가 할일까지 대신하면서 얼굴 한번 찡그린 적이 없는 사람이다. 뒤늦게나마 그의 마음이 와 닿는 중이다.
대충 정리를 끝낸 그가 수도물에 손을 씻더니, 씽긋이 웃으며 나를 안아들고 안방으로 향한다.
" 자기야~ "
" 웬일로 다정하게 부른대? "
침대에 나를 내려놓고는, 자신의 겉 옷을 벗고있는 그가 믿음직스럽게 느껴진다.
" 나, 홍콩 보내줄거지? "
" 오늘 이상하네, 우리 마님이.. "
" 홍콩 보내주면 돈 안 줘도 되는데.. "
" 진짜? 열심히 해야겠다.후후.. "
팬티까지 벗어 던진 그가 내 밑에 다가와 앉더니 옷을 벗겨준다.
" 대신 천천히 해.. "
엉덩이를 들어주고는 겹쳐 오는 그의 눈을 들여다 봤다. 따스한 눈길이다. 그의 몸짓을 기다리며 눈을 감았다.
그의 혀가 마술을 부린다. 내 입에서 떨어져 나간 그의 혀가 귓뿌리며 목덜미에 뜨거운 숨을 토해낸다.
두 손으로 가슴을 움켜쥐기도 하며, 허벅지 안쪽까지 쓰다듬으면서 세포들을 깨우고 있다.
" 자기야.. 거기 먹어 줘.. "
급작스레 몸이 달아 오른다. 빨리 불 타 오르고 싶은 조바심마저 인다.
가장 예민한 곳에 그의 뜨거운 숨결이 와 닿는다. 그의 머리를 끌어 안아야 했다.
예전에는 그의 몸짓을 느긋하게 기다리며 여유를 부리기도 했지만 지금은 정 반대로 그 입장이 바뀌었다.
내 취약한 곳을 이미 모두 궤뚫고서, 약점만을 파고 들며 저 멀리 아늑한 곳으로 이끌어 가곤 한다.
그의 혀가 불을 지피고 있다. 구석구석 헤집으며 내 사고까지 집어 삼키고 있다.
" 아 ~~~ 그 ~만 ~~ 하 ~~ 자 ~갸 ~~ "
밑에서 올라 올 생각조차 않는 그의 머리카락을 쥐어 뜯었다.
" 허 ~~~ 엉 ~~ 빨 ~리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