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

연애 24

바라쿠다 2012. 10. 15. 17:51

~ 오빠.. 어쩌지 ? ~~

" 무슨 일이야? "

월요일 오전이다.     아침부터 산지에서 올라온 야채와 과일들을 가게 구석에 쌓느라고 정신없이 바빴다.

~ 글쎄, 엄마가 어제부터 아무것도 안 드셨대..  어쩜 좋아.. ~~

" 뭣 땜에 그러신대? "

~ 아무래도 어제 농장에 갖다 와서 그런것 같애.. ~~

" 또 가고 싶어서 그런다는거야? "

~ 그게 아니면 딴 이유가 없잖어.. ~~

" 성희는 어쩌면 좋겠어? "

~ 몰라..  괜히 거길 갔나 봐.. ~~

" 지금 집으로 갈테니까, 나갈 준비나 해.. "

발을 동동거릴 성희의 안타까움이 눈에 밟힌다.      어제의 그 농장이 마음에 드는지, 환하게 웃으시던 모친이다.      

파주의 선배한테 핸폰을 해야 했다.      이곳의 사정을 설명하고 그곳으로 가겠노라고 알려 줬다.

가게문을 잠그고, 개인 사정으로 하루를 쉬노라고 유리문에 메모까지 써 붙였다.

성희를 태우고 요양소로 내 달렸다.     영양 상태도 의심스러운데, 생으로 두끼를 굶었다니 걱정이 안 될수가 없다.

" 괜히 오빠 땜에.. "

자유로로 접어들자 속이 타는지 성희가 볼멘 소리를 해 댄다.

요양소에 도착해 부랴부랴 외출증부터 끊고 면회실에서 기다렸다.    

간호원의 안내를 받고 면회실로 나온 모친께서, 성희를 보더니 한가득 반가운 미소마저 짓는다.

주차장에 세워놓은 트럭으로 모시고 갔더니, 스스로 조수석 문을 열기까지 한다.

들떠 있는 모친의 행동으로 미루어, 농장이 그녀에게는 좋은 인상을 심어 줬지 싶다.

 

" 여기가 맘에 드시는 모양일세.. "

" 선배가 보기에도 그렇죠? "

아주머니들이 비닐 하우스 안에서 상추를 뽑고 있었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반색을 하고 달려드는 모친이다.

" 음 ~ 저 양반 얼굴 좀 봐..  참으로 편해 보이잖어.. "

" 여기서 숙식은 어렵겠죠? "

" 아냐..  저 뒷채에서 생활하는 분도 있어, 저 쪽에 바둑무늬 남방 입으신 아주머니 보이지?   여기 작업반장이야.. "

" 성희씨 어때?    여기서 당분간 계시게 하면.. "

" 괜찮을까?    모르는 사람들만 있는데.. "

" 저 분도 외로운 분이라 좋아하실거야.. "

선배가 애로사항을 털어낸 적이 있었다.      다분히 사람손이 많이 필요한 유기농 농장인지라, 인건비 때문에 다소 부담이

된다고 했다.    

성희 모친처럼 나이가 드신 분의 인건비는 부담이 적을것이다.

" 한번 여쭤 봐 주실래요? "

" 그러지, 뭐.. "

선배가 작업 반장이라는 아주머니와 얘기를 나누는 중에, 상추를 한상자 채운 모친에게 종이박스를 새롭게 만들어 드렸다.

" 식사들 하세요.. "

비닐 하우스 안으로 들어선 선배의 부인이 점심시간을 알렸다.

상추를 수확하던 사람들이 주섬주섬 작업하던걸 정리하고는 비닐하우스를 나서기 시작한다.     

안채는 겉에서 보기보다 상당히 넓었다.      현관을 지나 거실에 올라서니 6명이 앉을수 있는 교자상 두개를 나란히 붙여

놨는데도 빈 공간이 많다.        모르긴 해도 근 20명이 앉을수도 있지 싶다.

유기농을 하는 농장이라 그런지, 점심이 차려진 식탁 역시 각종 채소가 올려 져 있었고 구수한 청국장 냄새가 코를 찌른다.

성희가 식사를 챙겨 드린다고, 제 모친 옆에 앉아 쌈까지 싸서 입에 넣어주는 모습이 보기에 좋다.

점심 식사가 끝날때 쯤 주방에서 나온 안주인이, 들통에 담아 온 숭늉을 일꾼들에게 일일이 떠 주고 있다.

" 김사장..  같이 뒷채에 가 보세나.. "

선배를 따라 안채를 나와, 파가 심어져 있는 밭길 사이를 지나 뒷채로 갔다.

지붕을 기와로 올린 뒷채로 들어서니, 가운데 마루를 중심으로 방문이 네개나 된다.

" 보기엔 이래도 흙 벽돌로 벽을 쌓았기 땜에, 여름엔 시원하고 겨울에도 웃풍이 적어.. "

" 방도 깔끔하네요.. "

" 아주머니가 좋아하시더구만, 안 그래도 적적했다고 말이야.. "

" 다행이네요..  적응이 되실지는 몰라도.. "

" 반장이 맘씨가 고운 분이라 괜찮을거야, 나하고 와이프도 수시로 들여다 볼테고.. "

 

하루 일과가 끝나는 저녁까지 농장에서 머물며 모친의 움직임을 지켜봤다.      

" 어머니가 좋아하는 음식이 뭐야? "

" 고기를 좋아하셔..  왜? "

" 여기서 기다려..   고기라도 사 올테니까.. " 

겉으로 보기엔 아무런 이상도 없어보이긴 했지만, 일에 대해 재미를 붙인 모친이 무리를 하지 않을까 염려가 된다.

주변에서 일당을 받고 일하러 온 사람들이 돌아가고, 저녁을 먹기위해 안채에 모였다.

근처에 살고있는 선배의 친형 부부와, 뒷채에서 숙식하는 반장 아주머니까지 저녁상 주위에 모여 앉았다.

" 잘 부탁드려요, 형수님.. "

" 오히려 저희가 고맙죠..   안 그래도 일손이 많이 부족한데.. "

" 나이 60 이면 아직 한창인데, 뭐..   그나저나 새로오신 아주머니 덕에 내 입이 호강하네.. "

차돌백이를 입으로 가져가며, 우리의 대화에 끼여드는 반장 아주머니가 붙임성이 있어 보여 그나마 안심이 된다.

" 저희 어머니 잘 부탁드려요.. "

" 겉으로 보기엔 말짱하구먼, 나이가 먹을수록 움직이는게 좋아.. "

" 아주머니도 말벗이 생겨서 좋다고 하셨으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아요.. "

아직도 불안해 하는 성희에게, 반장 아주머니와 선배의 부인까지 나서서 안심을 시켜 준다.

" 혹시라도 이상한 기미가 보이면 바로 연락주세요.. "

" 이 사람도 걱정은..   염려마, 내가 보기에도 건강하신데, 뭘.. "

선배에게 모친을 맡기면서 다짐이라도 받고 싶었다.      몸이야 건강하지만 본인의 속을 표현하지 못하는 어른이다.

" 따님이 효심이 깊네, 그려..   행복한 어른일세, 나는 피붙이 하나 없는데.. "

성희처럼 조금 불안하기는 했지만, 오히려 이곳에 계시는 것이 본인에게는 좋을듯도 싶다.

일주일에 한번씩은 들리는 곳이고, 쉬는 일요일에는 성희와 함께 와 볼수도 있을것이다.

다시 한번 모친께서 기거할 방을 들여다 보고는, 안주인이 내 준 이불들을 받아 들어 서럽장 위에 올렸다. 

마당에 놓여진 수도가에서 걸레를 빨아서는 대충 방 청소도 했다.

선배 부부와 나란히 서서, 트럭을 향해 손을 흔드는 모친의 모습이 백밀러에 담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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