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술잔이 비었잖어.. "
" 하여간에, 술은 이 지지배가 다 거덜을 낸다니까.. "
여진이에게 입을 삐죽이면서도 냉장고에서 소주를 꺼내는 성희다. 벌써 빈 소주병이 4개나 된다.
" 디지게 치사하게 구네, 내가 먹어야 얼마나 된다구.. 그냥 마시고 죽어야지.. "
" 천천히 마셔, 이 년아.. 내일 엄마한테 가야 돼.. "
" 벌써 한달이 됐나? "
서로가 욕을 섞어가며 잡아 먹을듯 안달이지만, 친구의 깊은속까지 헤아리는 두 사람이다.
" 한달이 뭐야, 저번 달에 못가서 두달째야.. "
" 에구, 너도 힘들겠다.. 노인네 땜에 무슨 고생이니.. "
" .................... "
자존심이 상한다며 친구인 여진이에게는 제 모친이 쓰러진 이유를 가르쳐 주지 않은 성희다.
" 이번에 나도 같이 갈까? "
" 철수씨가 뭐하러.. 차도 없잖어.. "
" 차가 왜 없어, 그래도 얼마나 잘 달리는데.. "
유기농 가게를 차리면서, 가지고 있던 승용차를 팔아 치우고 트럭을 샀던 것이다.
" 그런 똥차를 나보러 타라구? 자기는 나를 그런 짐 차에 태우고 싶냐? "
" 그 차가 얼마나 경제적인데.. 기름값 싸지, 세금 적게 나오지.. "
" 경제적 좋아하네.. 여진아 ~ 이 인간이 말이다, 얼마나 짠돌인지 모르지.. 여지껏 그 흔한 반지 하나 안 사 주더라..
글쎄, 생활비 좀 달라고 했더니 자기가 다 사 오는데 무슨 돈이 필요하냐고 그러는거 있지.."
" 그렇게 짠돌이처럼 사니까 먹고 사는거야.. 그냥 폼이나 잡자고 승용차를 살순 없잖어.. "
규모있게 살림을 꾸려가야 했다. 처음에 성희한테 생활비를 줬더니 그야말로 모래밭에 물 붓기였다.
먹거리도 백화점에서 배달을 시켰고, 툭하면 옷이나 신발이며 화장품까지 사다 날랐다.
결국엔 무턱대고 돈을 써 대는 성희에게 잔소리를 하게 됐고, 말다툼 끝에 내가 살림을 맡기로 한 것이다.
시청을 그만 둔 지금, 퇴직금과 안양에 있는 아파트 한채가 전부인 나로서는 미래를 생각해야 한다.
" 그건 좀 너무했다, 먹고 살기만 한다고 다 는 아니지.. 성희도 들어갈 돈이 있을텐데, 엄마 병원비도 내야 할게고.. "
" 그러니까 병원에도 같이 가 보자는 거지.. 그리고, 내가 왜 돈을 안 줘? 맨날 일수 찍잖어.. "
치사하지만 나 혼자서 당할수는 없다. 혼자서 아끼며 발버둥 치고 있는데 여진이까지 나를 몰아 세우는게 싫다.
" 근데, 저 인간이.. 쓸데없는 소리를.. "
" 일수라니.. 그건 또 무슨 소리냐? "
" 저 인간이 하도 밝혀서 돈 받고 하기로 했잖어, 한번 하는데 5만원씩.. "
어차피 기본적인 생활비는 줘야 했고, 방식이야 우습겠지만 나름 재미도 있다. 결국 우리 둘만 아는 밀약을
여진이까지 알게 된 것이다.
" .....그러니까.. 너무 기가 막혀 말이 안 나오네.. 그 짓 하면서 철수씨한테 돈을 받는다고.. "
" 그렇게 됐어.. 저 인간이 먼저 시작한거야, 자기는 돈 주고 사는 여자가 더 좋다나.. "
" 에라이, 순.. 도대체가 무슨 짓들인지.. "
여진이가 기가 막힌지 우리 둘을 번갈아 보더니, 앞에 놓인 술잔을 들어 입 안에 털어 넣는다.
" 진짜 내일 같이 가려구? "
" 응.. 당신 모친인데 한번 봐야지.. "
소주를 다섯병이나 비우고, 늦게까지 깔깔 거리던 여진이가 집으로 돌아갔다.
" 너무 기대하지 마.. 별로 상태가 안 좋으셔.. "
" 그냥.. 당신 낳아주신 분이니까 궁금해서.. "
" 아직도 거동이 어려워.. "
철수에게 엄마의 구질구질한 모습을 보여줘도 되는건지 걱정이 앞선다. 많은 이해와 포용을 해 주는 그지만, 앞가림도
하기 어려운 엄마의 상태는 나조차 싫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좋은 뜻을 가진 철수를 말릴수도 없다.
" 미리 들었잖어, 내가 흉 볼것도 아니니까 신경쓰지 마.. "
" .................... "
" 아직도 나한테 창피한게 있어? 이제는 다 보여줘도 괜찮치 싶은데.. "
내 마음을 나 자신도 모르겠다. 철수가 편하긴 해도 그에게 모든걸 맡긴다는 확신도 없을 뿐더러, 내가 처한 삶 역시
인정하고 싶지 않는게 문제다.
" 너무 조르지 마.. 내 맘이 시킬때까지 기다려.. "
앞에 놓인 술잔을 입에 털어넣고, 식어버린 대구탕 냄비를 뒤적였다.
" 나한테 숨길 필요가 없단 얘기야.. 성희가 속상해 하는게 뭔지 다 아니까, 나한테 창피할 것도 없고.. 그냥 편하게 있는
그대로 보여줘도 괜찮어.. 자기 멋대로 부려 먹을땐 여전사 같더니만, 이제와서 연약한 여자처럼.. "
이미 내 생활 깊숙이 들어와 있는 철수다. 그의 말마따나 내 모든 허물을 감싸주고 싶어 안달을 하는 사람이다.
" 나, 취했나 봐.. 침대로 데려다 줘.. "
그나마 지친 나를 위로해 주는 철수라도 있기에 견디는 중이다. 그의 품 속이 아늑해 진지, 이미 오래다.
강변북로를 타고 파주 출판단지를 지나 한참을 들어가니 요양소 팻말이 보인다.
승용차가 아니면 타지 않겠다던 그녀가, 화물차 조수석 의자를 뒤로 젖히고는 담요까지 뒤집어 쓰고 조는 중이다.
엊 저녁 여진이가 자신의 집으로 돌아가고도 한참을 그녀와 얘기를 나눴다.
유난히 자신의 아픔을 남에게 보여주기 꺼리는 그녀였기에 그런 그녀를 달래주고 싶었을 뿐이다.
술에 취한 그녀를 침대에 눕히고는, 어질러 진 식탁을 치우고 설거지까지 했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기 위해 성희 곁에 누우려다, 그녀의 늘씬한 다리를 보고는 그만 욕구가 생겼다.
조금 미안하기는 했지만 그녀의 팬티를 벗기고 달려들었다. 한참을 그녀의 계곡에 머리를 묻고 혀 끝으로 탐사를 했다.
" 앙 ~ 자 ~갸 ~~ 졸려 ~ "
설 잠을 깬 그녀가 투정을 부렸으나, 이미 애액이 번져 나온 그 곳의 맛을 음미하고 있었기에 괘념치 않기로 했다.
" 왜 그래.. 이 악마.. "
느낌이 오는지 잠에서 깨어난 그녀가 사지를 움직이며 내 뜻에 동참을 했다.
" 아 ~~ 몰 ~라 ~ 앙~~ 더 ~~ "
기어코 욕심을 채우고서야 그녀를 재웠다.
방안으로 햇빛이 들어와서야 잠에서 깨어났다.
어제 마신 술 때문인지 아침을 차려놓고, 깨울때까지 내쳐 곤한 잠을 자고 있었던 그녀다.
이불을 말고 자는 그녀의 늘씬한 다리가 이불 바깥으로 나와 내 눈을 유혹한다. 이불을 들추고 그녀의 옆에 누워, 가랑이
사이에 손을 집어 넣었다.
" 왜 이래.. 나 피곤해.. "
자신을 건드리는 기척에 한번 몸을 뒤척이더니 실눈이 떠진다.
" 빨리 일어나 벌써 10시야.. "
" 근데, 자기 손이 왜 내 팬티속에 들어와 있는건데.."
" 그야 자기가 이쁘니까 그렇지.후후.. "
내친 김에 그녀의 젖가슴에 머리를 묻고 한웅큼 베어 물었다.
" 돈부터 내야지.. 어제도 공짜로 했잖어.. "
결국 성희한테 10만원을 건네주고 나서야, 그녀를 끌어 안을수 있었다.
아침겸 점심을 먹고 나서야 집을 나섰다. 잠이 부족했는지 이곳까지 오는 내내 졸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