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

연애 3

바라쿠다 2012. 8. 21. 15:06

국장과 어느정도 얘기를 나누고 있을때 최대표가 들어섰다.

" 아이구 ~ 미리 한잔씩들 하시지, 맹숭맹숭하게 뭡니까.. "

" 골머리가 아퍼서 그러죠, 최대표의 일에 브레이크가 걸리게 생겼으니.. "

" 원, 국장님도..   일은 일이고, 술은 술 아니겠어요.. "

방안에 설치된 인터폰을 통해 술과 여자를 부르는 최대표다.

" 그래도 미안해서.. "

이미 최대표측에서 어떤 향응을 받았는지, 그의 눈치만 살피는 국장이다.

" 느긋하게 기다리기로 했습니다, 그 김주사도 그리 나쁜 사람같지는 않던데..

" 에고~ 말도 마세요..   나도 공무원 생활을 오래 했지만 그렇게 꽉 막힌 친구는 처음이니까.. "

두사람이 나누는 얘기를 듣다보면 국장에게 할당된 뇌물의 크기를 알수 있을 것이다.      평생의 천직으로 여기며 살아 온 

직장을 걸고 모험을 하는 마당에, 떨어지는 떡고물만 기다릴수는 없는 일이기도 했다.

" 두고 보십시다, 난 김주사가 반드시 결재를 해 주리라 믿으니까.. "

느긋한 최대표의 입에서 은연중 자신있는 말이 흘러 나온다.     따로 김주사에게 작업을 걸었는지도 모르는 일이다.

" 혹시, 김주사에게 무슨 언질이라도.. "

" 그런건 아니고 감이 좋다고나 할까요.허허.. "

쟁반에 양주를 받쳐 든 웨이터와 아가씨들이 들어선다.

" 손님이 왔으면 술부터 내 올게지, 왜 이리 늦어.. "

" 죄송해요, 회장님..   손님들께서 중요한 말씀을 나누신다길래. 호호.. "

마담인듯한 여자가 최대표의 곁에 앉아 시중을 들기 시작한다.      진작부터 최대표의 단골집인듯 스스럼이 없는 마담이다.

" 니들은 뭐하니, 빨리 손님들 옆에 앉지 못하고.. "

 

연두색 반바지에 흰색 반팔티를 입은 성희가, 친구인 여진이와 함께 간선도로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다.

멀리서 보기에도 늘씬한 몸매가 눈이 부실만큼 아름답다.      곁에 있는 여진이도 짧은 반바지에 반팔티 차림이다.

한적한 도로변에 운동화를 신고 서성이는 두 여자의 모습이 이색적이다.

" 안녕하세요.. "

" 네, 반가워요.. "

조수석 창을 내리고 여진이와 인사를 나누자, 성희가 조수석을 열고 올라탄다.

" 이렇게 입으니까 딴사람 같다.호호.. "

낚시하기 편하게끔 진바지에 티를 입고 나왔더니, 성희가 몸을 옆으로 돌려 위아래를 훓어 본다. 

" 두 분도 시원해 보이네요.후후.. "

" 엉큼하긴..  내 다리 쳐다 보느라 한눈 팔지 말고, 운전이나 신경 쓰세요.. "

짧은 반바지 밑으로 시원스레 뻗은 다리에서 눈을 떼지 못하자, 눈을 흘기는 성희의 모습이 앙증스럽다.

토요일이라 자동차 전용도로에서 시원스레 뚫렸던 길이 춘천가도 입구에 다다르자 차츰 정체가 된다.

" 차 막힐때가 제일 짜증나더라, 빨리 가서 낚시하는거 보고 싶은데. 아 ~웅 ~ "

팔을 머리위로 올리고는 하품까지 하는 성희다.      작은새가 날개짓을 하는양, 움직이는 몸짓마다 사랑스럽다.

" 어차피 밤에 낚시할건데요,뭐..   시간은 넉넉해요.. "

" 어제 늦게까지 못 잤을텐데 잠이라도 좀 자 두지 그러니.. "

뒷좌석에 앉아 말없이 차창밖을 쳐다보던 여진이다.       그리고 보니 여지껏 한마디도 없었던 그녀다.

" 졸립겠네..   시트 젖히고 잠깐이라도 눈 좀 붙여요.. "

" 진짜 그래도 될까..   에라~ 모르겠다, 입 벌리고 잔다고 흉보기 없기. 호호.. "

운동화를 벗고 맨발을 조수석 차창위에 올린 성희가 어느새 잠이 들었는지 가는 숨소리가 들린다.

손톱에 칠해진 노란색 메니큐어처럼 엄지 발톱도 같은색이다.      눈을 감은 성희의 얼굴이 평화로워 보인다. 

" 성희가 그렇게나 이뻐요? "

" ..................... "

룸밀러를 통해 보여지는 여진이의 입가에 미소가 번지고 있다.

" 아까부터 성희를 보는 눈이, 내내 사랑스러워 견딜수 없다는 표정이길래요.호호.. "

" 당근,이쁘죠.후후..    잠든 모습 좀 봐요, 천사가 따로 없다니까.. " 

" 어머~  천사씩이나.호호..   성희는 좋겠네.. "

어느덧 한강이 눈 아래로 보이는 춘천가도에 들어서자, 시야가 트이면서 앞선 차량들이 속도를 높이기 시작한다.

 

춘천댐 근처에 차를 주차시키고 물위에 떠있는 방갈로 낚시터를 하나 빌렸다.

" 밤에 비가 많이 내린다고 했는데.. "

가끔 시간이 날때마다 왔던 곳인지라, 방갈로 주인은 낚시가 시원찮을까 봐 걱정까지 해 준다.

" 먹을거나 넉넉히 준비 해 주세요.. "

낚시꾼들을 운반해 주는 모터보트에 낚시대와 음식을 싣고, 산 그림자가 드리워진 구석진 방갈로에 도착했다.

" 여기 없는게 없네.. "

보트에 싣고온 음식과 술들을 냉장고에 옮기면서, 재밌다는듯 방갈로 구경에 빠진 성희와 여진이다.

" 낚시는 어디서 하죠? "

" 저기 처마 밑에다 낚시대를 펼쳐야죠.. "

" 그럼 빨리 붕어 잡아요, 우린 저녁 준비 할테니까.. "

해가 지기전에 낚시를 하기 위한 준비를 해야 했다.       가져온 낚시대 4 대를 설치했더니 산 너머로 노을이 지기 시작한다.

" 들어 오시래요.. "

여진이가 유리문을 열고 고개를 내민다.      방갈로 안쪽으로 음식상에 술과 술잔을 올려놓고 있는 성희의 모습이 보인다.

안주거리로 시킨 닭도리탕과 밑반찬 몇가지가 전부였지만, 야외로 나온 때문인지 바삐 수저들이 움직인다.

" 성희는 좋겠다, 계장님이 널 천사라고 하더라.호호..

" 계장님이 뭐니, 여기까지 나와서..   그냥 오빠라고 불러.. "

" 어머~ 벌써 그런 사이야? "

오빠라는 말에, 그녀와의 거리가 불식간에 가까워 진것 같아 뿌듯함이 든다.      그녀들의 분위기도 한껏 들떠 보였지만,

가벼운 옷차림으로 마주앉은 그녀들의 늘씬한 몸매까지 감상할수 있어 내심 황홀한 기분이다. 

서로의 비워진 술잔을 채워주며 웃음꽃이 피기 시작했다.       한번 이혼을 했다지만, 구김살없는 성희와 여진이의 상큼스런

몸짓과 말투에 마냥 행복하기만 한 철수다.

" 근데, 진짜 총각이세요? "

" 네, 어쩌다 보니까.. "

여진이의 눈에는 성희와 내가 친해진 것이 신기해 보일런지도 모르겠다.       유독 궁금한 점이 많은 눈치다. 

" 성희가 와이프감으로 맘에 드는건지, 아니면 그냥 남자로서 욕심만 채우려는 심뽀인지 모르겠네.호호.. "

" 지지배가 쓸데없이, 벌써부터 그걸 어찌 아누..    이제 처음 만난건데.. "

" 아뇨, 성희씨만 괜찮다면 평생 아껴주고 싶어요.. "

성희를 처음 만난날부터 온통 그녀에게로 모든 신경이 쏠리던 철수였다.       여진이의 궁금함이 아니더라도 스스로 성희에게

속마음을 내 보이고 싶었다.       속내를 물어 봐 주는 여진이가 고마울 정도다.

" 어머~ 비가 오네.. "

" 그러게..   많이도 쏟아지네.. "

계면쩍음까지 무릅쓰고 속내를 내 비쳤음에도 그녀들의 시선은 창 밖을 향해 있다.      문득 서운해 지는 철수다.

어느덧 창 밖에 시원스레 빗줄기가 쏟아지고 있다.       세상이 빗속에 갇힌듯 주변의 사물들이 보이지 않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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