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

연애 2

바라쿠다 2012. 8. 16. 14:54

며칠이 지난 어느날이다.

한번 본 성희의 얼굴을 잊지 못해, 꿈속에서나마 만나고 싶다는 소망까지 지니게 된 철수다.

최대표의 전화를 받고는 주저없이 약속장소로 나갔다.      그토록 껄끄럽기만 하던 최대표의 연락이 무슨 동아줄인양

반갑기만 했다.

" 바쁜 공무원을 불러내서 미안하네요. 후후.. "

" 웬걸요, 어차피 점심은 먹어야죠.. "

구청 근처에 있는 일식집에 최대표가 미리 와서 자리를 잡고 있었다.

" 그냥 간단하게 회덮밥을 시켰어요, 괜찮겠죠.. "

" 점심이야 아무래도 상관은 없습니다, 다만 최대표님의 부탁을 들어주기가 어려워서..   아시겠지만 내 힘으로 어쩔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서.. " 

먼저번에도 소신을 밝혔지만 다시금 못을 박고 싶었다.    어차피 허가를 내 주기 어려운 일이니만큼, 확실하게 선을

그어놔야 괴롭힘을 당하지 않을것이란 생각이여서다.

" 알고 있어요..   계장님한테 허가를 조르는것도 아니고, 그럴 맘도 없습니다..    계장님 말마따나 덩어리가 큰 사업이다

보니 조급하게 굴면 안된다는 것도 알죠..     오늘은 일 때문이 아니고 동생 때문에 뵙자고 한 겁니다.. "

" 동생분이라면.. "

느닷없이 최성희의 얘기를 꺼내는 바람에 다시금 가슴이 뛰기 시작한다.      그녀의 얘기를 전해 듣는것 만으로, 맥박이

빨라진다.     

스스로 느끼기에도 그녀에게 단단히 빠진것 같아 실소를 금할수가 없다.

" 네, 성희가 그러더군요, 계장님이 착해 보인다고.. "

" .......................... "

" 박과장님한테 얘기 들었어요, 여지껏 총각이시라고.. "

" .......................... "

" 성희는 한번 결혼을 했었죠, 애는 없지만..   차라리 계장님처럼 착실한 남자를 만났어야 했는데.. "

" .......................... "

최대표가 풀어놓는 얘기의 의도를 정확히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가타부타 나설수는 없다.       그렇지만 최대표의 말에

일말의 기대감까지 생겨 마른침을 삼켜야 했다.

" 솔직이 맘에 안 드시죠?  이혼녀라.. "

" 그런건 절대 아닙니다..   다만, 저 역시 내 세울게 없는 사람인지라.. "

맘으로야 최대표의 말이 반가울수 밖에 없어 적극적으로 호응을 하고 싶지만, 더 이상 속내를 보이는 것도 할짓이 아닌듯

싶어 억지로 입술을 깨물어야 했다.

" 이혼한게 큰 허물이 안 된다면 한번 만나 보실래요? "

" 그야, 뭐.. "

 

" 김주사가 어떻게 나올것 같애? "

" 아무래도 혼자서 결정하기에는 무리가 있겠죠, 워낙 큰 건이라.. "

박과장과 국장이 룸싸롱에 앉아 밀담을 나누는 중이다.

" 사람이 너무 빡빡해, 내가 다 책임진다는데 왜 버티는거야.. "

정수리 부근까지 시원하게 머리가 벗겨진 국장이 답답하다는 듯 담배연기를 길게 뿜어댄다.

" 그 친구 입장에서 보면 겁이 날만도 할겝니다.. " 

" 서류가 올라와야 내가 결재를 하지.. "

" 근데, 국장님 괜찮으시겠어요..   만에 하나 잘못되면 국장님부터 내사가 들어올텐데.. "

돈이 아쉬워 국장에게 도움을 받아 해결을 했지만, 겁없이 달려드는 그를 믿어야 한다고 생각하니 속이 새까맣게 타 들어

가는 요즘이다.

도대체가 어디까지 책임을 지겠다는건지 모르지만, 말년에 국장을 잘못 믿었다가 낭패를 볼수도 있는 기로에 있는

박과장이다.

" 그러니까 내가 이러는거 아닌가, 그 까짓 퇴직금만 바라보고 살순 없잖어.. "

" 그래도 확실히 짚고 넘어가야.. "

" 이 봐, 박과장 ~  왜 그렇게 소심해..   설사 잘못되더라도 내가 다 책임진다니까.. "

" 전 아직도 들어갈 돈이 많습니다, 저한테 대충 귀뜸이라도 해 주셔야.. "

딸린 자식이 셋이나 된다.      그 중 두놈이 대학생이라 매년 들어가는 돈이 만만치 않은 것이다.

더군다나 유부녀와 재미를 보다가 그 남편에게 현장을 들켜 버리고 말았다.     

경찰에 신고해서 콩밥을 먹이겠다고 겁을 주는 바람에 생돈 3천만원이나 들여서 해결을 봤다.     그때 그 돈을 마련해 준

것이 바로 국장이다.

김주사처럼 평생을 소신있게 일처리를 해 온 공무원 생활이었다.     남의 여자에게 잠시 눈독을 들였다가 모든것이

뒤죽박죽이 돼 버렸지만 추후의 일이 엄려스러운건 당연한 일일수밖에 없다.      

아끼는 후배까지, 해서는 안 될일에 끼여들게끔 종용하게 된 까닭이다.

" 자네에게 한장은 돌아갈거야, 자네가 김주사를 설득만 해 준다면 더 생각해 줄수도 있고.. "

그래봐야 퇴직금 정도밖에 안되는 액수다.      운이 나빠서 감사에라도 걸리게 된다면, 여지껏 쌓아놓은 이미지에 치명적인

상처를 입고 말것이다.      

집안 식구들은 물론이고 안면이 있는 지인들에게까지 지탄을 받을 짓이다.

 

" 근데, 어려 보여요.. "

" 어리긴..   성희씨하고 여덟살 차이가 나는데.. "

안양 시내에 있는 작은 호텔의 라운지에서 성희와 마주했다.      입구에서 걸어 들어오는 그녀는 단연 돋보였다.

" 처음엔 35살 정도인줄 알았죠, 그냥 맞먹을려고 했는데. 호호.. "

" 나야 좋죠, 맞먹으면..   젊다는데 싫어할 사람 있나요.. "

" 어머~ 정말?   에이~ 속으로 흉 볼거면서.. "

" 어~ 진짠데..   그냥 편하게 하세요.. "

" 그럼..  철수야~  호호..재밌다..   그냥 오빠라고 할께요, 너무 버릇없어 보이는건 싫으니까.. "

통통 튀는 성희의 웃음이 마냥 좋기만 한 철수다.       처음 만난것이나 다름없는데도 붙임성 있는 행동이 이쁘기만 하다.

며칠전 음식점에서 만났을때는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인줄 알았다.      가슴이 두근거려 눈도 제대로 마주치질 못했다.

그랬던 성희가 눈 앞에서 환하게 미소를 짓고 있다.       꿈인지 생시인지 분간이 가지 않을만큼 구름을 탄 기분이다.

" 그냥 편하게 해요, 난 아무래도 좋으니까.. "

마주 앉아서 얘기하는 것조차 믿기지가 않는다.       세상에 저리도 완벽한 여자가 있었는가 싶을 정도다.

아무리 이쁜 영화배우라 할지라도, 성희의 발 뒤꿈치도 따라가지 못할것이다.

" 에이~ 그래도 처음 데이트 하는건데..    앞으로 더 친해 지면, 그 때는 진짜로 맞먹어야지. 호호.. "

" 괜찮아요..   미인은 뭐든지 용서가 된다잖아요. 후후.. "

" 피~ 그렇게 안 봤는데 듣기 좋은 소리도 하시네요..    혹시, 바람둥이 아닌가 몰라.. "

얼굴만 이쁜게 아니라 성격까지 좋아 보인다.      이 나이가 되도록 저토록 편안한 웃음을 보여주는 여자가 있었나 싶다.

" 천만에 말씀이네요..   성희씨를 두고 감히 어찌.. "

모든 세상이 그녀를 중심으로 돌아가는게 당연할만큼 매력적인 성희를 두고, 언감생심 딴 여자가 눈에 들어 올리는 없다.

" 근데, 취미가.. "

" ....? "

" 쉬는날에는 뭐 하시냐구여, 이긍 ~ " 

" 별거 없어요, 성격이 조용한 편이라 밤낚시나 가끔 다니죠.. "

" 어머~ 재밌겠다, 같이 가면 안되나? "

별로 내세울만한 취미가 못 되는지라 우물쭈물 했더니, 의외로 반색을 하는 성희다.

" 밤을 꼬박 새려면 힘들텐데.. "

" 뭐 어때요, 더 낭만 있겠지..    참, 먼저 그 친구랑 같이 가도 되죠? "

" 나야 괜찮지만..   진짜로 가실려구요? "

" 여자가 남자랑 단 둘이 밤을 새는건 그러니까..   걘 나하고 제일 친한친구라 어디든지 함께 가걸랑여.. "

" 처음 볼때랑 많이 틀려요, 성희씨는 그런거 좋아하지 않을줄 알았는데.. "

" 내 첫인상이 어땠는데요.호호.. "

" ..뭐랄까..   하도 도도해서 말 붙이기 어렵다고 할까, 이렇게 털털하신지 몰랐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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