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니버스 소통령

소통령 11

바라쿠다 2012. 8. 7. 13:49

" 여보세요, 누구십니까.. "

~ 여기 경찰청 감사반인데요, 홍경장의 비리를 투서한 김영훈씨가 맞나요.. ~~

" 맞긴 맞소만..   투서 한 사람의 비밀은 지켜 주는걸로 알고 있는데.. "

~ 신고자의 비밀은 보장이 됩니다..   확인차 전화를 드린거구요, 투서에 기록된게 사실인지요.. ~~

" 한치의 거짓이라도 있다면 무고죄가 된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

~ 알겠습니다, 처리 결과에 따라 다시 한번 연락을 드릴겁니다.. ~~

" 그러시죠, 수고하세요.. "

느닷없는 전화를 받고 황당한 기분이다.       홍경장이 경찰 공무원으로서 적절치 못한 짓을 저지르고 다니는걸 사진까지

찍었고, 관내 업소에서 돈을 뜯어 간 사실까지 세세히 밝혔는데 확인 전화가 온 것이다.

그 정도 비리라면 모르긴 해도 곱게 현역으로 지내기는 힘들것이다.

" 누구 전화야? "

" 아무것도 아냐, 신경 쓰지마.. "

" 통화하는게 이상하던데, 뭐..   괜히 남의 일에 끼여들지 말라고 했지.. "

간략하게 결혼식 날짜라도 잡자던 미진이가, 요즘들어 하루종일 집에 죽치고 앉아 참견을 하기 시작한다.

머리 스타일을 바꾸라는둥, 심지어는 속옷 색깔까지 간섭을 하며 지 멋대로 나를 조련시키고 있다.

남들에게 표현을 못해서 그렇지 혼자 사는게 허전하던 참이다.      내심 미진이의 들이댐이 싫지만은 않았던 까닭이다.

처음 만났을때만 해도 그저 생각없이 술주정을 해대는 미진이와 이렇게 인연이 엮이리라곤 생각지 못했다.

어찌 하다보니 불과 육개월만에 스스럼이 없어졌고, 술의 힘을 빌려 몸을 섞게끔까지 됐었다.

차츰 미진이를 남은 인생의 동반자로 저울질을 하기 시작한 시점이다.       술을 마시고 취한것도 이뻐보이고, 제 멋대로 내

갈기는 말투도 참을만하게 됐다.

" 됐고..   그래, 어디서 결혼하자는거야.. "

" 어디 아는 절 없어? "

미진이의 말에 문득 떠오르는 인물이 있다.      곡차라면 눈이 화등잔만하게 커지는 땡중이다.

 

포장마차가 쉬는 일요일 오후에 미진이 친구인 혜영이, 후배 영식이와 땡중까지 합세를 했다.

미진이의 뜻에 따라 결혼식을 하기로 한 김에, 가까운 사람들과 절차를 의논하기 위해서다.

" 형님, 축하드려요.후후..   늦은 나이에 깨가 쏟아지겠수.. "

후배 영식이 놈이 놀리고 있다.      하기야 가정을 꾸리는 따위와는 담을 쌓고 살았으니 그럴법도 하다.

" 시끄러, 임마..   안 그래도 잘하는 짓인지 감이 잡히질 않는데.. "

" 뭐라는 거야, 이 남자가..   불쌍해서 구제를 해 주는줄도 모르고.. "

" 호호...  오빠가 잘못했어..  뭐야, 억지로 도살장에 끌려가는 사람처럼.. "

미진이가 발끈하고 나서자 혜영이까지 재밌어 한다.      앞으로도 조심을 해야 할 말이 많치 싶다.

" 아니, 그런뜻이 아니라..  어색해서 그런다니까..   왜 툭하면 성질을 부리냐.. "

" 성질 안나게 생겼니?   뭐하나 내세울 것도 없는 인간이.. "

" 허어~ 불쌍한 중생이로고..  앞으로 여자의 치마폭에 갇혀 살 팔자로세.. "

자그마한 절의 주지로 있는 땡중까지 염주를 손으로 굴리며 놀려댄다.

" 이런 땡중이..   이럴땐 염불 좀 그만할수 없냐? "

십여년 전에 인연을 맺게 된 스님이다.       우연찮게 술집에서 만났는데, 처음엔 그저 타락한 종교인으로 터부시 했었다.

두어번 같이 술을 마시게 되면서, 무식한 나와는 달리 두루두루 해밝은 지식을 가진 그에게 호감이 생겼다.

술을 곡차라고 부르는 것처럼, 여러가지 생각하는 의식 자체가 틀리기도 했지만 나름 배울게 많은 지기였다.

땡중의 표현대로 속세의 나이가 나보다 세살이나 어리길래 형님이라고 부르라 했더니, 그런 사고를 지닌 내가 한심하다며

비웃기도 했던 스님이다.

" 전생부터 너하고 인연이 있던 보살님이야..   시키는대로 받들고 살어.. "

" 야 ~ 우리 스님 진짜로 맘에 든다.호호..   혹시 스님..  여자에 대해 아세요.. "

자기 편을 들어주는 땡중에게 호감을 보이는 미진이다.      아무리 그래도 처음 만난 스님에게 묻는 질문치고는 조금 야릇한

편이다.

" 그럼, 자식이 둘씩이나 있는데..   그러니까 땡중이라고 부르지.. "

무슨 대처승이라고 했지 싶다.      큰 애가 고등학생이라고도 했다.

" 어허~ 이런 무식한 중생이..   그건 그렇구, 우리 여시주 생일이 2월 9일이라고 했던가..   태어난 시는 어찌 되는고.. "

" 우리 엄마가 새벽에 낳았다고 하던데.. "

" 흠 ~ 묘시생이라..   언제한번 이 중생이랑 같이 오시게나..   나쁜일은 미연에 막아야지.. "

" 그게 무슨 소리냐, 나쁜일이라니.. "

내가 무식하다고 눈 가리고 아웅하는지도 모르지만 여지껏 허튼 소리라고는 들어보지 못했다.

" 니 사주 때문에 액땜을 해야 돼, 내가 직접 막아줄순 없더라도 방법을 가르쳐 줄테니까.. "

" 오빠 때문에 나쁜일이 생길수도 있단 말인가요? "

" 옳치~ 여시주가 빨리 알아 듣네..   피하고 싶어도 피해지는게 아냐, 어차피 두사람은 전생부터 맺어진 인연이거든.. "

다 믿을수야 없겠지만 나쁜일이 생길지도 모른다는데 맘이 편안할수만은 없다.      언뜻 미진이의 얼굴에 그늘이 생긴다.

소박하나마 결혼식을 주관해 달라고 만난 자리에서 원치않는 고민을 안고 말았다.     

 

" 나는 어때요, 이왕이면 나도 좀 봐 주지.. "

옆에서 잠자코 추이를 보던 혜영이가 끼여든다.       누구던지 자신의 미래는 궁금한 법인 모양이다.

" 원래 그런걸 봐주면 안 되거든..  이 중생이 하도 천방지축이라 천기를 누설하는거지.. "

" 에이~  그러지 말고 한번 봐 줘봐요.. "

" 우리 여시주는 볼 필요도 없어..  얼굴에 다 나타나 있잖어, 남자라면 지긋지긋하지? "

" 어머,쪽집게다 ~  어쩜 그렇게 용하대.. "

얼굴만 봐도 그 사람의 여정을 궤뚫어 본다.       실제로도 혜영이는 남자를 멀리하는 경향마저 가졌다.

" 남자도 남자 나름이야..   진작에 나같은 남자를 만났어야지, 아미타불.. "

" 에라이~ 이 땡중아.. "

" 킥 ~~ .. 호호.. 흐흐.. "

땡중의 넉살에 모두가 한참을 웃었다.      어떨때는 한없이 진지 하다가도, 어찌보면 장난기가 가득한 캐릭터다.

" 결혼식 날짜는 좋은날로 짚어 줄테니까 그 전에 한번 같이 다녀가.. "

자신이 주지로 있는 절에 들리라는 말이다.       의도한건 아니더라도 절이나 교회를 멀리했던 나다. 

젊을적에 한두번 다녀보긴 했지만 이상하게 맘이 불편했던 기억이 난다.     그 후론 거의 출입을 하지 않았다.

여지껏 살아오면서 양심에 꺼릴만큼 죄를 진적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교회나 절에 가면 괜히 주눅이 들었던 것이다.

" 형님이 인기가 많아서 손님도 많을텐데.. "

" 쓸데없이 사람들한테 떠벌리지 말어..   특히 후배들이랍시고 어깨에 힘주는 애들은 못오게 해..   그냥 친한사람 몇명만

부를란다.. "

후배 영식이 놈이 오지랖 넓게 설칠까 봐 못을 박아놔야 했다.      그저 조용히 미진이와의 언약식으로 치를 생각이다.

안면이 있는 사람을 모두 불러 부담주는 것도 싫지만, 번잡스러운 예식으로 보여지는 것도 마땅치 않은 까닭이다.

" 이제 일도 그만 해. "

" 무슨 소리야, 결혼식 날짜 잡힐때까지는 일해야지..  한푼이 아쉬운데.. "

혜영이가 혼자 도우미 사무실을 꾸려가는게 걱정이 되는 모양이다.     미진이가 당분간은 일을 하겠노라며 고집을 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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