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니버스 소통령

소통령 9

바라쿠다 2012. 6. 25. 16:22

" 아가씨, 이건 팬티 값이야.호호.. "

소주를 한잔씩 마시고 난 후, 연숙이가 십만원을 꺼내 금희에게 내민다.

" ............ "

" 받아도 괜찮어, 내 남편이 아가씨 팬티를 뺏었으니 나라도 물어 줘야지.. "

" 금희는 좋겠다, 팬티 한장에 이십만원씩이나.호호.. "

" ...... 그게 무슨.. "

" 동영상이 잘 나왔다고 오빠도 십만원을 줬거든요.호호.. "

의아해 하는 연숙이에게 미진이가 보충 설명을 해주자, 모인 여자들 전부가 배를 잡는다.

" 아하 ~ 아가씨가 욕 본만큼 수입은 되니 다행일세.호호.. "

" 하나도 안 변하셨네요, 오빠는.. "

옆에서 조용히 듣기만 하던 영희가 입을 열었다.

" 안 변하긴, 벌써 50이 다 됐는데.. "

" 주름만 있지, 목소리며 행동이 그때랑 똑같애요.. "

" 좋게 봐주니 고맙네.후후..   그러는 영희도 보기 좋은데, 뭘.. "

예전 기억으로는 늘씬하고 귀염성이 있었던 아가씨였다.       세월이 많이 흐르긴 했지만 고운 자태가 여전해 보인다.

" 우리 오빠를 잘 아시나 봐요.. "

" 근데, 이 분은 누구.. "

나서기 좋아하는 미진이와 연숙이가 서로에 대해 궁금한 눈치다.

" 영훈이 오빠 내꺼에요, 사람 좀 만들어 볼까 해서.. "

또 한번 사고를 치는 미진이다.     내가 나서서 소개를 시키려고 했건만, 그 새를 못 참는다.

" .............. "

" 맞어, 날 불쌍하게 봤는지 구제를 해 준다네.. "

" 그럼 오빠랑 결혼할 분이네, 축하해요.. "

" 고마워요.호호.. "

제 입으로 별 볼일 없는 깡패를 골랐다던 미진이가 으시대는 중이다.

" 어려서부터 오빠 소문은 들었어요, 우리 큰오빠하고 나이가 같아요.. "

" 큰오빠가 내 친군가? "

" 아뇨, 스무살 땐가 오빠 혼자서 흑석동으로 쳐들어 갔다면서요..  그 동네에서는 오빠가 전설이에요.호호.. "

그랬던 기억이 난다.      그때만 해도 되지도 않은 영웅심리를 가지고 살았더랬다.      지금 생각해 보면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시절이었다.

" 포장마차 하신다면서요.. "

그전이나 지금이나 숫기가 없어 보이는 영희다.

" 그렇게 됐어, 먹고는 살아야지.. "

" 구경하고 싶어요, 포장마차.. "

 

일을 해야 하는 금희만 빼고 넷이서 포장마차로 또 한번 자리를 옮겼다.

" 가게가 아담하네요.. "

" 좀 작지.후후..   그래도 밥은 먹고 살어.. "

미희가 술과 안주를 가져오고 미진이가 거드는 시늉을 한다.      미진이를 보는 미희의 표정이 별로다.

" 그때는 변변히 고맙다는 말도 못하고.. "

" 내가 뭘 했다구..  남들이라도 그 정도는 했을거야.. "

" 아녜요..   그때 오빠가 아니었으면, 그 시궁창에서 빠져 나오지 못했을지도 몰라요.. " 

" 별소리를 다하네, 잘 살고 있는것 같아서 오히려 내가 고맙구만.후후.. "

몸에서 풍기는게 여유가 있어 보인다.     그때만 해도 무언가에 쫒기듯 불안해 했었다.      안쓰런 마음에 쪽방을 얻어주고

쌀이며, 용돈을 건네 줬었다.

" 우리 남편도 알아요, 내가 얘기를 해 줘서..   언제 한번 만나보고 싶대요, 은인이라면서.. "

" 무슨, 은인씩이나..   그러지마, 마음만도 고마워.. "

" 사실, 오빠한테 마음이 있었어요..   절 구해주고 방까지 얻어 주셨으니까, 시골집에 동생들 학비도 보태줄수 있었구.. 

몇번이나 오빠를 먼 발치에서 보고는 그냥 돌아 왔어요, 고등학교 졸업장도 없는 내가 오빠한테 짐만 될것 같애서.. "

두어번 찾아와서 만난적이 있었다.      워낙에 말수가 적은 영희였기에, 그저 잘 지내는지만 물어 봤었다.

어린 영희가 나를 마음에 두고 있는줄은 꿈에도 몰랐었다.       영희하고는 예닐곱살 차이는 났지 싶다.

" 오빠를 뭐 볼게 있다고 마음까지 준대요..   잘 했어요, 그때 오빠를 잡았으면 여기서 안주나 만들었겠지, 뭐.호호.. "

입이 근질거리는걸 꽤나 참았던 미진이다.      하기야 끌린다고 전부 인연이 되지는 않을것이다.

" 두사람이 잘 어울려 보이네..   오빠를 무서워 하지도 않고, 오빠는 다 받아주고.호호.. "

그 새 미진이와 나를 파악이라도 했다는 듯, 연숙이가 거들고 나선다.

" 무섭긴..  완전히 허당이라니까요, 나나 되니까 구제를 해 주는거지.. "

" 그래, 니말이 맞다..   구제해 줘서 고맙다.후후.. "

포장마차 안으로 욕쟁이 할머니의 딸이 들어서서는 우리들이 있는 테이블로 다가온다.

" 미희한테 들었는데 선배님이 아가씨한테 십만원을 줬다면서요..    엄마가 그런것까지 신세를 지면 안 된다고.. "

편지봉투를 건네주는데 돈이 들었지 싶다.      금희한테 십만원을 준 얘기를 미희한테 전해 듣고 돌려주려고 온 폭이다.

" 괜찮어, 신경쓰지마..   그냥 도로 넣어 둬.. "

" 안돼요, 엄마가 워낙에 정확하게 따지시는 분이라.. "

자신들의 일로 내가 돈을 쓴걸 부담스러워 하는 것이다.    욕쟁이 할머니의 성품이라면 능히 그러고도 남을 일이다.

" 그래, 그럼..   나도 공돈이 생긴것 같으니까 차라리 금희한테 줘야겠구나.. "

" 에고 ~ 아까워라..  내 팬티를 벗어 줄걸.호호.. "

미진이의 농담에 모두가 배꼽을 잡고 웃어 제낀다.      조심성 없는 미진이지만 밉지가 않다.

 

과천에 사시는 어머니를 미진이와 함께 찾았다.

하나밖에 없는 누이가 나 대신 어머니를 모시느라 공무원인 매형을 떠 받들고 산다.

" 반갑구먼, 오느라고 힘들었지.. "

팔순이 된 어른이지만 아직도 정정하다.     온다는 얘기를 누이한테 전해 들으셨는지 만면에 미소가 떠나질 않는다.

" 일단 절부터 받으세요.. "

거실 쇼파에 앉아계신 모친 앞에 서더니 공손하게 큰 절을 올리는 미진이다.

" 절은 무슨..  안하면 어때서.. "

말리는 척은 하지만, 절을 하는 미진이를 자세히 훓어 보신다.     곁에서 지켜보는 누이의 눈도 바쁘게 움직인다.

" 그래, 딸아이가 하나 있다고..   혼자 쓸쓸하겠네.. "

벌써 며느리라도 된 양, 은근히 초희 얘기를 꺼내면서 혹여, 미진이가 자식을 더 낳을지를 정탐중이다.

" 좋은 며느리는 못 됩니다, 오빠나 저나 능력이 있는것도 아니고 둘이 힘을 합쳐서 살아야 하니까요..    저도 오빠를

믿고, 오빠도 저를 평생의 짝이라고 이뻐해 준다면 남들처럼은 살지 싶구요.. "

술먹고 주사를 부리던 미진이가 아니다.      깊은 속내를 감추고 있었던 듯 조리있게 말을 이어간다.

" 저도 홀어머니를 모시고 있어서 당장은 어떤 확답을 드릴수는 없지만, 어머니한테나 누님한테 칭찬받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조금 모자라도 이쁘게 봐 주셨으면 합니다.. "

" 자네도 알겠지만 사람은 진국이야..   자네가 그걸 눈치 챘기에 내 아들을 택했겠지, 이 나이에 무슨 바램이 있겠나..

둘이서만 재밌게 살아주게, 난 신경쓰지 말고.. "

하나밖에 없는 아들놈이 제 구실을 못하고 살았기에 많은 회한이 있을법도 하지만, 한번도 아들 탓을 하는걸 들어보지

못했다.     오히려 40이 넘어가는 아들을 안쓰럽게 바라만 보던 모친이다.

노인네라고 자식에 대한 욕심이 왜 없겠는가 만은, 겉으로 드러내서 아들의 기를 꺽는 일 따위는 없었던 어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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