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왕벌

여왕벌 63

바라쿠다 2012. 7. 31. 02:50

" 나쁜 친구는 아닌것 같애.. "

새벽시장에 나가야 되는 정사장은 일찍 집으로 가야 했고, 어느정도 취기가 오른 진희와 태호까지 셋이서 오피스텔로

돌아왔다.

" 누가 뭐라고 그랬나..  같은 남자라고 감싸고 돌기는.. "

수입고기의 폐기처분 명령을 받은 사실에 내내 기분이 언잖었던 진희가 다행히 조금은 누그러진듯 싶다.

그렇게 미워했던 정재윤이 폐기비용을 대신 내겠다고 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이 기회에 같이 일하는 동업자끼리

풀수 있는건 풀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진희와 재윤이 사이를 불안하게 지켜보는 것도 상당한 고충인 것이다.

" 감싸긴, 정사장이 요즘 숙희씨한테도 잘하니까 그렇지..   웬만하면 그 친구를 너그럽게 봐 주면 좋겠구만.. "

" 시끄러 ~ 이 강아지가 점점..   내가 알아서 할테니까 까불지 마..   그건 그렇고, 고태산이 자꾸 추근 댄다며.. "

" 응..  천만원을 줄테니까 다시한번 시작해 보자나..  아주 꼴보기 싫어 죽겠어.. "

" 누가 쫌생이 아니랄까 봐, 그까짓 잔돈푼을 들이 민다니..   우리 심심한데 고태산이 버릇이나 고쳐볼까. 호호.. "

아직도 진희를 대할때면 놀랄때가 한두번이 아니다.       저 자그마한 머리 속에서 기발한 발상이 튀어 나오곤 했다.

" 뭘, 어쩔려구.. "

" 내가 바빠서 시간이 없어, 이제 숙희도 업무 파악이 됐으니까 물건들 수량은 파악해야겠고..  그럴려면 창고에도 수시로

드나 들어야 할텐데, 고태산이 정도는 손아귀에 쥐고 흔들어야지.. "

" 내가 그럴 능력이 되나..   진희라면 몰라도.. "

" 숙희는 너무 답답하더라..   잘난척하는 남자들, 그게 말짱 속빈 강정이라니까.. "

여러번 진희에게서 놀림을 받았지만 억지로 고칠수도 없는 일일게고, 그렇다고 남자를 후리는 기술을 습득한다고

진희처럼 되는것도 아닐것이다.      타고난 자질이 있다면 모르지만 어찌 남자를 내 맘대로 요리를 할수 있단 말인가..

" 그러지 말고 우리 사무실로 부르면 어때.. "

옆에서 지켜보던 태호가 거들고 나선다.      가끔 진희에게 그럴듯 한 조언을 해주곤 했던 태호였다.

" 사무실로.. "

" 응.   사실 직접 하는 섹스보다 몰래 지켜보는 느낌이 더 짜릿한 법이거든.  왜, 그전에 마님이 나한테 한번 써 먹었잖어.. "

" 그러니까 고태산이를 불러놓고 숙희가 섹스하는 모습을 훔쳐보게 하잔 말이지..   그거 재밌겠네. 호호.. "

" ....................... "

" 숙희는 그냥 태호씨가 시키는대로 하면 될거야..   그 방법이 먹힐지도 몰라. 호호.. "

 

" 도대체 지금 시간이 몇시야..   다 큰 여자애가 아직도 집에 들어오지를 않았는데, 태평하게 누워있냐.. "

자정이 다 된 시간인데도 하나밖에 없는 딸아이가  집에 들어오질 않았고, 그나마 핸폰마저 꺼져 있어 통화가 안 된다.

" 나더러 어쩌라구..   머리가 굵은 애를.. "

" 엄마라는 여자가 말 뽄새하고는..   도대체 집에서 뭘 하길래 애 하나를 못 챙겨, 이 팔짜만 늘어진 여편네야 ~ .. "

" 이 지지배가 또 못된 친구들하고 어울려 다니는게 틀림없어..   들어오기만 해봐라, 머리털을 죄다 밀어 버려야지.. "

딸아이보다 와이프가 더 못마땅한 재윤이다.     돌아가신 장인이 소개만 시키지 않았더라도 만날 인연이 아니었다.

나중에 깨달은 것이지만, 어려서부터 밖으로만 나도는 딸을 나한테 떠 맡겨 난잡한 남자관계를 막으려 했던 것이다.

결혼이란걸 하고 나서도 제 멋대로 행동하는 와이프에게 진작에 정이 떨어졌다.      남편을 위해 맛있는걸 챙겨

준다던지, 살뜰하게 가정을 보살피는 주부로서의 역할은 애초부터 없던 여자다.

현관문이 열리더니 딸아이 미정이가 들어선다.     술을 마셨는지 얼굴이 홍조빛이다.

" 너, 이 눔의 지지배..  오늘 너를 그냥 냅두면 내 성을 간다.. "

" 조용히 못해 ~  뭘 잘 했다고 애한테 화부터 내는거야..    일찍 다녀야지, 여자애가 이렇게 늦으면 어떡해.. "

와이프의 표현대로 머리가 굵은 애한테 화부터 내는걸 윽박 질러놓고는, 딸아이의 늦은 이유부터 알고자 했다.

" 미안해, 아빠..   친구 생일이라.. "

평상시에도 애교가 많아 와이프와 싸움을 할때마다 작은 위안이 되는 딸아이다.     내 옆에 다가와 팔장부터 낀다.

" 그래도 일찍 들어 왔어야지, 핸폰이 꺼져 있으니까 연락도 안되고.. "

" 피이~ 엄마가 무턱대고 욕부터 하니까 그랬지..    친구들이 엄마한테 연락오면 얼마나 싫어하는데.. "

" 근데, 저 지지배가 끝까지.. "

" 어허~  애한테 욕하지 말라니까..     니 엄마는 걱정이 되니까 그런거구..   무슨 술을 먹었길래 냄새가 이렇게

지독하니..   얼른 들어가 씻어라.. "

" 응, 아빠..   메롱 ~ "

지 엄마한테 혀를 내밀고 욕실로 들어가는 미정이다.

 

" 오빠 ~  지금 집이야. 히히.. "

~ 엄마한테 혼나지 않았냐.. ~~

침대에 누워 조금전에 헤어진 제임스와 통화를 하는 중이다.

" 혼나긴..   아빠가 집에 있으면 엄마도 꼼짝 못해.. "

~ 일찍 들어가라니까, 버티더니.. ~~

" 오빠는 참 이상하더라, 나하고 나이 차이도 별로 없는데 노땅들처럼 잔소리나 하구.. "

~ 야, 임마..  넌 아직 애들이야, 못된 송아지가 엉덩이에서 뿔 난다더니.. ~~

" 어리긴..  그래서 날 따 먹었구나. 히히.. " 

처음으로 섹스의 참맛을 알게 해 준 제임스다.      헤어진지 얼마 되지도 않았건만 또 보고 싶은것이다.

~ 하여간에 한마디도 안 지지.. ~~

" 내일 학원 끝나고 갈께.. "

~ 오지마, 요즘 너 때문에 가게일을 못하는 바람에 매상이 엉망이야.. ~~

" 치사하게..  알았어, 토요일은 괜찮지.. "

~ 으이구 ~ 어디서 찰거머리가 나타나서는..  빨리 잠이나 자.. ~~

돌아오는 토요일 저녁에, 어떤 핑계를 대고 집을 빠져 나갈지 곰곰히 궁리를 해 본다.

 

" 무슨 술로 할까.. "

" 고기집인데 당연히 소주가 낫겠죠.. "

개인적인 일로 자꾸 바빠지지만, 정재윤이를 만나 매듭을 져야 할일이 있었다.

" 자네가 이번에 마련해 준 2천만원으로 ' 진숙농산'이 피해를 면했어..   정말 고맙네.. "

" 웬걸요, 내가 회사에 끼친 손해에 비하면 별거 아니죠.. "

" 액수로 따지면야 그렇지, 내가 하고 싶은 얘기는 돈이 아니라 자네 마음가짐을 말하는 거야.. "

" .................... "

겉으로는 영락없는 무지렁이처럼 보이지만, 마음 쓰는걸로 보자면 제법 의리도 있고 경우를 따질줄도 아는 정재윤이다.

" 숙희씨가 정사장땜에 마음 걱정이 많었어..   진희가 자네하고 동업을 제의했지만, 속내는 자네에게 앙금이 남아 있었지..

숙희씨도 그걸 눈치채고 있었기 때문에 처신을 하기가 힘들었을게구..   그러던 차에 자네가 나서서 진희의 마음속에

남겨져 있던 빙산을 조금이나마 녹여 줬던게야.. "

" 그랬겠네요..  왜, 아니겠어요, 그렇게 큰 손해를 입었는데.. "

" 해서 자네에게 묻고 싶은게 있어서 보자고 한걸세..     앞으로 숙희씨와 어떻게 할건가.. "

" ...................... "

아버님이 점차 기력을 잃어감에 따라 회사일에 시간을 많이 뺏길것이다.      재윤이가 숙희와 인연이 된다면 '진숙농산'에

큰 힘을 보태줄수 있으리란 짐작이다.

" 그냥 엔조이로 즐길려고 하는건지, 여차하면 같이 살 마음이 있는가를 묻는걸세.. "

" 마음이야 굴뚝 같죠, 그렇지만 애 엄마가 이혼을 해 줄리도 없는데.. "

" 자네가 뜻만 있다면 방법은 내가 찾아주지..   내가 보기에도 좋은 여자야, 숙희씨..    비록 어쩔수 없어서 고태산이 같은

작자에게 몸이 매이기는 했었지만.. "

" 그렇게만 된다면 평생 형님을 은인으로 모실께요.. "

" 됐어, 그런 마음만으로도 자네를 믿지..    당분간 숙희를 많이 이해하고 도와주게.. "

진희와 숙희의 의견을 묻지도 않고 혼자 내린 결정이다.      생각대로만 된다면 진희나 숙희도 반겨 수긍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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