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사냥

남자사냥 62

바라쿠다 2012. 7. 28. 17:29

" 언니.. 우리 제주도로 가면 어떨까.. "

" 갑자기 제주도는 무슨.. "

가게문을 열고 연주언니와 마주 앉았다.    철수를 보내고 잠시 생각해 봤지만 복잡한 서울을 떠나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다.

" 거기도 괜찮치 싶어..   아는 사람도 없구.. "

" 하기야 나도 여기가 맘에 들진 않지만, 그게 그렇게 쉽겠니.. "

" 여기보다 집값이 싸다니까 돈이 더 투자 되는것도 아니고, 무엇보다 언니도 돈 벌려고 하는 장사는 아니잖어.. "

" 글쎄, 그건 그렇지만..   난 , 자신이 없는데.. "

" 그냥 저질러 봅시다, 뭘 한들 여기만 못하겠어.. "

어차피 연주언니나 나도 돈을 벌기위해 이 고생을 하는건 아니다.     갑자기 변해버린 환경에 적응을 하는 시간이

필요한 것 뿐이다.

한가지 바램이 있다면 아는 사람을 마주치는게 싫기만 하다.    철수의 얘기를 듣고 흘려 버렸지만, 그곳이라면 새롭게

기분전환을 할수도 있지 싶은 것이다.

" 요즘 널 보면 놀랠때가 많어, 어쩜 그렇게 겁이 없니..   예전의 막내가 아닌것 같애.. "

" 어쩌겠수..   마냥 누가 봐 줄것도 아닌데.. "

연주언니와 제주도로 옮겨갈 의논을 하는중에 핸폰이 울어 댄다.

" 언니가 어쩐일이래.. "

~ 오늘이 지석이 백일이잖어..  정희언니하고 성미도 지금 우리집에 와 있어.. ~~

" 어머 ~ 그랬지 참..   미안해 언니, 가 보지도 못하고.. "

~ 니가 올 형편이 못되는 거야 뻔히 아는거구..   다름이 아니고 명근씨하고 갑용씨가 널 찾는 모양이더라..   성미네

가게에도 찾아왔었고, 영호씨한테도 핸폰을 했다던데.. ~~

" 그냥 모른다고 해줘, 당분간은 만나고 싶지 않아..   내가 이렇게 됐다고 부담주기도 싫고.. "

~ 그래, 알았어..  우리야 니가 시키는대로 해야지..  그건 그렇고 연주언니하고 건강하게 잘 지내기나 했으면 좋겠다.. ~~

" 그래요, 언니..   나중에 또 연락할께..  백일잔치 못가서 정말 미안해.. "

~ 기집애도..  됐다니까, 나중에 한번 모이자.. ~~

명근이와 갑용이를 보고 싶기는 하지만 만날 용기는 없다.      그들과 만나는 시간이 즐겁고 재미는 있었지만, 형편없이

변해버린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긴 싫었기 때문이다.

 

연주언니를 설득한 후에는 제주도로 이사를 가는일이 일사천리로 진행이 됐다.

마침 제주도에 콘도를 가지고 있는 연주언니의 애인 박승우의 도움이 컸다.    당분간은 콘도에서 지낼수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제주도에서 가게를 얻게 되더라도 도움을 주마고 약속까지 했다.

화곡동에 있는 호프집도 쉽게 빠졌다.      워낙 목이 좋은곳에 있는 가게인지라 욕심을 내는 사람들이 많았던 것이다.

연주언니와 제주도에 도착한 첫날은 간단한 식재료들을 사서 냉장고에 집어넣고 대충 청소도 끝냈다.

" 제주도에서 첫날밤인데 그냥 이렇게 방구석에 쳐박혀 있을거니.. "

" 내일부터 가게도 알아보러 다닐려면 피곤할텐데 일찍 자는게 좋잖우.. "

" 얘는..  그건 그거구, 앞으로 일이 잘 풀리게끔 자축이라도 해야 하는거 아니니.. "

" 참, 언니는..  애들도 아니고 무슨 껀수를 못 만들어서 난리니.. "

아무리 활달한 여자라 할지라도 나이가 들면 차분해 지는게 대부분이지만, 연주언니의 끼에 대해선 이미 알고 있듯이

가만히 있지를 못하는 스타일이다.

" 얘, 소연아..   너도 나이 먹어봐. 호호..  왜 그런 노래도 있잖아, 늙어지면 못 노나니. 호호.. "

" 내일 형부도 내려 오신다면서..  그 새를 못참고 놀아나면 형부가 꽤나 좋아하겠수.. "

" 승우씨한테는 당근 비밀이지. 호호.. "

사실 속으로야 소연이도 철수를 만나고 싶었지만 내색을 못했던 것이다.      철수에게 제주도에 도착을 했다고 소식을

전하고는 술이나 한잔 하자고 불러냈다.

 

경치가 좋은 관광지라 그런지 술 마시는 분위기가 형성된 곳은 아니다.      평범한 바닷가의 회집에 마주 앉았다.

" 낮 비행기로 도착했으면 숙소는 정했어요.. "

" 저쪽에 있는 콘도에 있기로 했어.. "

관사에서 숙식을 해결 한다는 철수가 자신의 동료와 함께 나왔다.       나이는 철호보다 한참 위로 보였다.

" 여기 이분은 부대 선임하산데, 계급은 나보다 아래지만 나이는 10살이나 많은 형님뻘이에요.. "

" 웬걸요..  우리 중대장님이 나이가 어려서 그렇지, 오히려 저보다 생각이 더 깊은 분이죠.. "

" 어머 ~ 둘이서 짜고 나왔나 보다, 서로 칭찬만 해 주기로. 호호.. "

콘도에서 밋밋하게 잠을 자려다 나와서인지 모처럼 연주언니가 들떠 보인다.

" 제가 한잔씩 올리겠습니다.. "

연주언니와 둘이서 내려왔다고 했기에, 딴에는 부대 동료를 데리고 나온 모양이다.

" 이런 영광이..  해병대 아저씨 술도 다 받아보고. 호호..   운수 대통한 날이네.. "

" 언니도, 참..    그렇게나 심심했우..   그냥 자자고 했으면 큰일날뻔 했구려.. "

" 얘는 그걸 말이라고..  제주도까지 와서 맹숭맹숭 잔다는게 말이나 되니.. "

" 맞습니다, 맞고요..  이런날은 술이 보약이죠. 후후.. "

다행히 부대원도 서글거리는 성격인지 연주언니와 죽이 잘 맞는다.

" 무슨 장사를 할른지는 몰라도 사람이 많이 사는 시내쪽이 좋을텐데.. "

" 글쎄..  먼저처럼 호프집 같은게, 장사하기는 편하지 싶어.. "

여자라고 둘이 있긴 하지만 전혀 경험이 없는터라, 그나마 손 쉬운 호프집이 제격이라 여겼다.

" 장사를 하실거면 이런 회집은 어떠세요, 마침 좋은 자리가 나왔는데.. "

" 우리는 그런 힘든일 못해요, 회를 썰어본 적도 없고.. "

어림도 없는 일이다.    나도 자신이 없지만 철없는 연주언니의 뒤처리까지 해야 할지도 모른다.

" 전혀 어렵지 않아요, 매운탕 끓이는 것도 간단하고..   마침, 제 와이프가 그곳에서 주방일을 도와주고 있거든요.. "

" 괜찮은 생각같은데..  선임하사 사모님께서 음식도 잘하시고, 웬만한 남자들보다 의리도 있는 분이라 자기 일처럼

도와주시지 싶고.. "

" 호프집보다는 회집이 괜찮기는 하겠다, 괜히 생맥주 한잔 팔아주면서 치근덕 거리는 사람들도 없지 싶구.. "

연주언니까지 회집 쪽으로 맘이 기우는듯 하다.     하기사 맥주를 팔면서 짖궃은 손님들에게 시달려 본

연주 언니로서는 그럴법도 할 것이다.       

나 역시 쓸데없이 손님에게 붙임성 있게 굴어야 하는게 내내 못마땅 했었다.

" 며칠 시간을 두고 생각해 봅시다, 형부한테 의논도 하구.. "

 

다소 술이 약한 연주언니가 노래방이라도 가자며 졸랐지만 간신히 진정을 시켜 콘도앞까지 바래다 줬다.

철수와 잠시라도 같이 있고 싶어서 예전처럼 바닷가 백사장에 나란히 앉았다.

" 솔직하게 말해봐요, 내가 보고 싶어서 이곳에 눌러앉을 결심을 한건지. 후후.. "

" 그렇다면 어쩔건데, 와이프랑 이혼하고 날 먹여 살릴거야? "

" 나야 대 환영이지, 그치만 누님이 어디 그럴 사람인가.. "

이곳에 있는동안 철수와 어느 정도는 선을 그어야겠다고 생각을 했다.      지금 시점에 또 다시 사랑놀음 운운할 만큼

마음에 여유가 있는것도 아니다.     

지금껏 방탕하게 살던 인연을 피해 이곳까지 내려 왔는데, 다시금 끈끈한 인연을 만들수는 없는 일이다.

" 알긴 아네. 호호..    철수씨한테는 미안하지만 이곳에 아는 사람이 없어서 내려온거야, 만약에 철수씨가 귀찮게 한다면

다시 올라갈지도 몰라.. "

" 그럴줄 알았어요, 웬지 쫒기는 사람처럼 느낌이 그랬걸랑..   이곳에서 편히 지내길 바래요, 누님이 보고 싶어도 이

악물고 참을테니까.. "

" 에고 ~ 열부 났네. 호호..   그렇게 참다가 고자가 되믄 어쩌누.. "

" 당연히 누님이 데리고 살아야지, 누님 때문에 병이 난건데. 후후.. "

" 철수씨를 떠 맡기 싫어서라도 가끔씩은 이뻐해 줘야겠네. 호호.. "

다행히 말귀를 알아 듣는 철수로 인해 조금은 가벼운 느낌이다.        여지껏 살아온 인생에서 잘못된 점을 고치고 싶다.

아직도 남은 인생은 길고도 멀다.      소중한 내 인생을 쓸데없는 방종으로 끝낼수는 없는 노릇이다.

아들 녀석에게는 분명히 잘못된 엄마였지만, 언젠가는 용서를 빌 날이 올수도 있다는 희망이라도 품고 싶은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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