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가 씻겨 줄까요? "
허름한 순대국 집에서 텅 비어버린 마음의 외로움을 소주로 달래며 서로에게 위안을 주었다.
순대국 집을 나와서도 철수의 팔에 매달린채, 무작정 밤길을 걷다가 모텔의 불빛을 찾아 들어왔다.
" 씻겨 준다구, 나를? "
" 네, 씻겨주고 싶어요.. "
" 동생이 누나를 씻겨준다.호호.. 재밌겠네.. "
객실 침대 앞에 마주서서 입고있던 옷을 하나씩 벗겨 간다. 벗겨지는 몸에 눈길을 주면서 염탐까지 하는 철수의
시선을 즐기는 소연이다.
마지막 남은 팬티마저 끌어내리고, 발을 들어올려 빼 내더니 밑에서 올려다 본다.
" 참, 이뻐요.. "
하는 양이 귀여워 보여, 잠시 쳐다보는 사이에 내 몸을 안아 들더니 욕실로 발걸음을 옮긴다. 검게 그을린 그의 어깨
위에 손을 얹었다.
욕실 중앙에 나를 내려놓은 철수가 변기 뚜껑을 닫더니, 팔을 끌어 그 위에 앉히고는 샤워 타올에 바디샴푸를 묻혀 내
알몸에 비누칠을 시작한다.
내 팔을 들어올리고 겨드랑이까지 구석구석 씻기더니, 종내에는 한쪽 무릎까지 꿇고 앉아 내 발을 그 위에 올리고는
꼼꼼이 씻기운다.
" 철수씨 눈에는 내가 이쁘게 보이나 보지? "
너무도 정성을 다하는 그의 행동이 고마운 살가움으로 다가온다. 잘못된 행실로 인해 시댁에서 지탄을 받아야 마땅한
나로서는, 그의 따뜻한 친절이 다분히 과분하고 부담스럽다.
" 당연하죠, 이쁜 정도가 아니라 사랑스러우니까.. "
" 그러지마.. 그럴 자격이 없는 여자야, 나는.. 바람 나서 쫒겨난 여자가 무에 이쁘다구.. "
" 아뇨, 내 눈엔 한없이 소중하게 보여요.. 내 모든걸 걸고 싶을만큼.. "
" 바보.. 해병대 아저씨가 여자를 보는 눈이 그렇게 형편이 없을꼬.호호.. "
진심을 담은 철수의 말 한마디가 한줄기 햇살마냥 내 심금을 건드린다. 겉으로는 웃고 있었지만, 한없는 자괴감에
빠져있던 나에게 철수의 찬사 한마디는 더 할 나위없는 위로였다.
온통 거품으로 가득한 내 몸에 시원한 물줄기를 뿌리며, 맨손으로 미끄러운 비누거품을 거두어 간다.
" 매일 이렇게 씻어주면 얼마나 좋을까.. "
" 나도 그러고 싶어요, 누님과 같이 있을수 있다면 다 버려도 괜찮을것 같애요.. "
농담만은 아닌듯한 철수의 진심어린 말이 고마우면서도 겁이 난다. 엉뚱한 일이라도 저지를지 모를만큼 철수의 얼굴이
진지해 보였기 때문이다.
" 무슨 말을 못하겠네.. 쓸데없는 소리 그만하고 침대로 데려다 줘.. "
욕실에 들어 올때처럼 자신을 가볍게 안아드는 철수에게 매달려 야릇한 상상을 하는 소연이다.
" 하 ~~~ 아 ~~ 좀만 ~ 더 ~ "
철수의 거센 몸짓으로 인해 머리속이 하얗게 비워져 간다. 그의 몸을 사지로 결박하고 매달려 끝을 향해 달려가는
중이다.
" 아 ~~~ 그 ~래 ~~ 자 ~갸 ~~ 허 ~~~~ 엉 ~~ "
몰려오는 쾌감에 진저리가 쳐 진다. 무릉도원으로 이끌어 준 철수의 머리라도 쓰다듬어 주고 싶었으나, 손끝하나
까딱일 기운조차 남아있지가 않다.
수고했노라고 입이며 이마, 뺨에 입술을 대고 뽀뽀를 해주는 철수의 입김마저 감미롭다.
" 제주도에선 언제까지 근무하는거야.. "
모로 누워 팔을 괴고 나를 바라보는 철수의 얼굴에 미소가 감돈다.
" 2년 정도 남았어요.. 왜요.. "
" 철수한테 가서 살면 어떨까 싶어서.호호.. "
그곳에 가면 아는 사람도 없지 싶었다. 집으로 들어오라던 시아버지의 말이 자꾸 맘에 걸리는 중이다.
" 진짜 ~~ 그럼 좋죠.. "
벌떡 몸을 일으켜 앉아서는 나를 내려다 본다.
" 괜히 와이프한테 머리나 쥐어 뜯기는건 아닐까 몰라.. "
" 그럴 일은 없어요, 그 사람이나 나나 서로 마지못해 사는걸요.. "
" 한번 해본 말이야, 서울이 싫어서.. 또 그러고 싶어도 같이 장사하는 언니땜에 안돼.. 내가 없으면 아무것도 못하는
사람이거든, 그 언니.. "
" 제주도에 와서 같이 장사하면 안되나.. "
애들처럼 보채는 철호가 사랑스럽다. 지금의 철수가 무슨 의미인지 확실히는 알수 없지만, 그가 있어 복잡한
심경을 잠시나마 달랠수 있는 것이다.
" 너무 기대는 하지마.. 나도 같이 있고 싶지만 일부러 그러고 싶지는 않어.. "
" 누님이 그쪽으로 오면 힘이 들어도 신이 날텐데.. "
" 철수씨하고 나는 어차피 오래갈 인연은 아니야, 언제까지 만날수 있을지도 모르고.. "
" 그러니까 더 자주 봐야죠, 한번 진지하게 생각해 봐요.. "
도피하는 기분으로 만난 철수에게 마음의 짐까지 안은채 의탁하고 싶진 않다. 아직까진 그럴만한 사이는 아닌 것이다.
" 그나저나 똘똘이 아저씨가 또 일어섰네.호호.. "
어느새 기운을 차렸는지 허벅지를 찌르고 있다. 몸을 일으켜 귀염둥이를 입속에 넣고 오물거렸다.
" 그만해요, 나올것 같으니까.. "
" 그냥해.호호.. 철수께 어떤지 맛 좀 보게.. "
" 에이 ~ 싫어요.. 난 그 속에다 하는게 좋다니까요.. "
" 애들처럼 투정은.. 알았어.. "
철수의 사타구니를 타고앉아 귀염둥이를 쥐고 계곡속으로 이끌었다. 꽃잎 사이를 비집고 뿌듯하게 들어찬다.
천천히 엉덩이를 움직여 질벽안에서 까불도록 흔들어댔다. 자궁 안 쪽까지 찌르는 통에 조금씩 달아오르기
시작한다.
철수의 가슴에 손을 짚고 무아지경으로 감각을 끌어 올리고자 했다. 그 어느것도 생각하기 싫었다.
지석이의 백일이다.
떠들썩하게 광고하기가 싫어서 단촐하게 집안 식구들만 부르기로 했었다.
부모님과 시어머니는 점심만 드시고 각자 집으로 돌아가시고, 저녁에는 같이 운동을 하던 멤버들이 모였다.
연주언니와 소연이만 빠진 술자리다. 영호와 지연이가 음식상을 차리는데 도움을 준다.
" 지연이가 동생 백일상을 차리느라 수고가 많구나.. "
장사하느라고 빠쁜 성미가 가장 늦게 도착을 했다. 정희언니는 일찍부터 와서 주방일을 거들어 주기도 했다.
" 우리엄마 완전히 뻔순이라니까, 공부도 밀렸는데 부려먹기나 하구.. "
" 근데 저 지지배가.. 공부 좀 하라고 그렇게 노래를 해도 지석이 옆에만 붙어 있으면서.. "
" 그만 냅둬라, 얘.. 애가 이렇게 재롱을 떠는데 책이 눈에 들어오겠니.호호.. "
방글거리는 지석이를 안아든 성미가 지연이와 함께 쇼파에 앉는다.
" 이모.. 우리 엄마가 말이지.. 글쎄 삼촌이랑 둘이 있겠다고 이 어린걸 작은방으로 내 쫒았지, 뭐야.. "
" 니가 지석이를 보겠다고 안방에 들락거렸잖어.. "
" 아무리 그렇다고 지석이를 작은방에 두는건 좀 심했다, 그지 언니.. "
" 어쩌겠니, 신혼인걸.호호.. "
뭐든지 조잘대는 지연이 때문에 친구들 앞에서 체면이 말이 아니다.
" 넌 빨리 들어가서 좋아하는 공부나 실컷해야지.. "
" 그저 나만 미워한다니까.. 삼촌 ~ 오늘 나 수학 가르쳐 주는 날인건 알지.. "
한참을 정신없게 굴던 지연이가 영호와 자기 방으로 들어갔다.
" 얼마전에 갑용씨하고 명근씨가 가게로 찾아왔었어.. 소연이 소식좀 알수 없겠냐구.. "
" 소연이가 그쪽에도 연락을 끊은 모양이네, 왜 그랬을까.. "
" 영호씨한테도 핸폰이 왔었다네, 소연이 연락처를 가르쳐 달라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