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 약속장소가 인숙이와 데이트를 했던 라이브 카페다.
안그래도 인숙이한테서 연락이 없던 참이라 더욱 궁금해진다.
무대 오른편 테이블에 여진이와 친구의 모습이 보인다.
" 내가 늦었나, 시간을 맞춘다고 왔는데.. "
" 아냐, 오빠 ~ 우리가 30 분 일찍 만났어.. "
" 안녕하세요.. "
출입구를 등지고 앉았던 친구도 눈인사를 하며 반긴다.
" 네, 반가워요.. 오늘은 더 이쁘시네.후후.. "
할말이 있어서 만나자고 한건지, 단지 술이나 마시자고 부른건지 아직은 판단이 서질 않는다.
" 그렇지, 이쁘지.. 내 친구들 중에서 제일 이쁘긴 해.호호.. "
" 여진이가 그러면 내가 섭섭하지.후후.. 내 눈엔 여진이가 제일 이쁜데.. "
" 에그 ~ 누가 바람둥이 아니랄까봐 듣기 좋은 소리만 골라서 한다니까, 그치 ~ 영희야.. "
" 그래, 니 말이 맞는것 같애.호호.. 냄새가 나, 바람둥이 냄새.. "
뭔가 조금은 이상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자신의 애인을 깍아 내리는 듯한 말투에 감을 잡기가 어렵다.
" 어허 ~ 이 사람이 자기 친구앞에서 바람둥이라니.. "
" 농담이야.호호.. 그런데 요즘은 바람둥이도 능력있는 남자로 쳐 주더라.. "
" 맞아요, 보기도 좋구여.호호.. "
" 칭찬인지, 놀리는건지 워낙 머리가 나뻐서 헷갈리네.. "
친구끼리라 흉금이 없어서인지 큰 피쳐잔이 바닥을 보이고 있다.
" 오늘은 미인들과 술을 마셔서 그런지 술맛이 기가 막히네.후후.. "
서빙하는 젊은이를 불러 피쳐를 주문했다. 무대위에서는 무명가수가 '아직도 못다한 사랑'을 열창하고 있다.
" 오빠가 보기에도 영희가 이쁘지.. "
" 그러네, 보기 드문 매력이 있어.. "
" 구체적으로 어디가 그렇게 매력이 있는거야.호호.. "
" 흠 ~ 처음에 느낀건데 눈이 참 이뻐, 뭔가를 빨아 들인다고 할까.. "
자꾸만 친구를 앞세우려는 의도를 모르겠다.
" 사실은 나하고 제일 친한 친군데, 오빠가 멋있어 보인다고 같이 한잔했으면 좋겠다고 하더라구.. "
" ........... "
" 얘는 ~ 쓸데없는 소리를.. "
" 오빠한테 부탁이 있는데.. "
" 부탁이라니, 무슨.. "
이제서야 본론이 꺼내질듯 싶은 예감이 든다.
" 알다시피 내가 장사하느라고 시간이 없잖어.. 오빠가 심심할까봐 그러는건데, 나 없는 시간에 바람 필 생각말고
차라리 그 시간에 영희랑 데이트나 하라구.. "
조금은 헷갈린다. 친구를 나한테 붙여서 뭘 어쩌자는건지 모르겠다.
" 그게 무슨 소리야, 영희씨랑 데이트를 하라니.. "
" 오빠가 딴 여자랑 바람피지 못하게 내 친구가 감시를 한다는거지,뭐.. 어떻게 오빠같은 바람둥이를 믿냐구.. "
" 그러다 영희씨랑 바람나면 어쩔건데.. "
" 내 친구는 쑥맥이라 그럴일은 없지롱.호호.. 오빠가 아무리 영희한테 대쉬해 봐라, 눈하나 깜빡이나.. "
아무래도 둘이서 무슨 밀약이 있지 싶다. 내가 여진이의 애인도 아닐진대 감시 운운하는건 말도 안된다.
" 글쎄, 자기 얘기를 잘 모르겠네.. "
" 에구 ~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네, 남편한테 일찍 가겠다고 했는데.. 오빠 ~ 나 들어가봐야 돼, 대신 오빠가 영희 좀
집에까지 바래다 줘라.. 내가 나중에 맛있는거 사줄께.. "
나를 언제 봤다고 제 친구를 바래다 주라는건지 모르겠다. 차라리 고양이한테 생선을 맡기지..
울며 겨자먹기로 모른척 내칠수가 없어 영희와 함께 택시를 타고 인덕원 사거리까지 가야 했다.
" 한잔 더 하실래요? "
여지껏 여자가 술 마시자고 한걸 뒤로 뺀적은 없었다. 근처에 있는 먹자골목으로 꺽어 들어갔다.
" 미안해요, 나 땜에.. "
출출하던 참이라 맥주로 먼저 시작하긴 했지만 갈매기살 집으로 들어가 소주를 시켰다.
" 웬걸요, 당연히 바래다 줘야죠.. "
" 그게 아니라, 사실은 여진이가 사장님하고 한번 사귀어 보라구.. "
이제서야 조금은 감이 잡힌다. 여진이의 속내는 잘 모르겠지만 친구랑 사귀라고 다리를 놔 준것이다.
" 나도 이런 경험은 없는지라.. "
여진이 뿐이 아니고 영희의 속내도 모르면서, 어찌 대처를 해야 맞는지를 생각해 봤지만 뾰족한 방안이 없다.
" 처음부터 알았어요, 여진이가 애인이 있다는게 거짓말일거란걸.. 걔가 화통해 보여도 절대 그럴리가 없거든요.. "
고기를 뒤집으며 그녀의 말을 듣는듯 했지만 속으로는 어떤 행동을 취할지 머리를 굴렸다.
" 여진이가 그러더군요, 나쁜 분은 아니지 싶다고.. 자기보다는 내가 더 어울리겠다면서.. "
그렇다면 영희란 친구는 나와 데이트를 할 작정으로 나왔다는 얘기가 된다.
" 처음 보기에 내가 맘에 들던가요? 쓸만해 보였냐고 묻는겁니다.. "
여진이의 권유로 알고도 나왔다면 어느정도 각오는 하고 있으리라 짐작된다. 이제부터 들이대 볼 작정이다.
" 재밌으시네요.호호.. 솔직이 말하면 차고 넘쳤어요.. "
" 영광이네요.. 그리고 고맙습니다, 못난놈을 이쁘게 봐줘서.. "
여자의 속내를 알았는데 망설일 이유는 없다. 이런 상황에서도 미적거린다면 그야말로 시간낭비가 아니겠는가..
" 역시 바람둥이가 맞아요.호호.. 사람을 기분좋게 하는 재주가 있으니까.. "
영희가 편안하게 웃으며 맞장구를 치는걸 보고는 확신이 생긴다.
" 나.. 집에 가기 싫은데.. "
뜸 들이지 않고 쐐기를 박았다. 이제 그녀의 선택만 기다리면 되는것이다.
아무생각 없이 사는 놈이 가릴게 무엇이던가.. 나에게로 날아온 여자를 그냥 돌려 보낸다면 아마도 지하에 계신
아버지가 땅을 박차고 나와서 호통을 치시리라..
~ 이런 천하에 못난 놈아.. 자고로 외로운 여자는 품어줘야 하느니..~~
너무도 뜨거운 여자였다. 하마터면 그 뜨거움에 내가 데일 정도였다.
먹자골목 근처에 있는 모텔로 가기전에 부끄러움인지, 얼굴이 빨개진채로 말없이 소주를 한병이상 비운 영희였다.
처음만난 남자와 몸을 섞는 과감한 성격은 아닌듯 싶은 그녀는, 술을 마심으로써 용기를 필요로 했는지도 모르겠다.
모텔방에 들어가서는 말없이 침대끝에 어색하게 앉아, 방바닥만 보고 있는 그녀를 놔 둔채로 욕실에서 샤워를 했다.
샤워를 끝내고 나왔는데도 여전히 미동조차 없이 그 상태 그대로다.
한동안을 지켜보다 그녀에게로 다가가 어깨를 감싸고 일으켜 세웠더니 고개를 외로 꼬며 시선을 피한다.
한손으로 그녀의 허리를 안고서 목덜미에 가볍게 입 맞추고, 귓부리를 입에 넣어 잘근거리자 뜨거운 숨을 토해낸다.
쟈켓속 등쪽으로 손을 넣어 내 품으로 당기자, 그녀의 몸이 나에게 밀착되었으나 여전히 시선을 피한채다.
이곳으로 들어오기 전까진 결심을 굳힌듯 한데, 당당하게 부디치지 못하는걸로 봐서는 경험이 적은걸로 짐작된다.
하지만 짧은 인연이 되든, 오래갈 인연이 되든 내 모습을 보여주는게 남자로서 할일이라는 생각이다.
오른손으로 블라우스의 단추를 풀어 그녀의 앞섬을 열어 젖혔다. 브라쟈에 숨겨진 젖가슴 골이 깊은 편이다.
브라쟈 밑으로 손을 넣어 올리자 부드러운 가슴살이 탱탱하니 따뜻하게 전해진다.
그녀를 벽으로 밀어붙이고 눈 앞에 둥실 떠오른 젖가슴을 한웅큼 입속에 삼켰다.
" 하 ~~~ 저 ~기 ~~아 ~~~ "
수줍어 버티던 그녀의 입에서 교성이 배어나오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