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생각없어

아무생각없어 41

바라쿠다 2012. 4. 2. 01:13

" 시장에 가 본지가 언젠지 몰라.. "

경험도 없는 술집을 다니느라, 혼자 사는 살림이래도 엉망이라는 뜻일게다.

미진이가 차려준 식탁에 앉자, 반찬이 부실해 미안한 듯 건너편에 앉아 생선살을 발라준다.

" 신경 쓰지마, 먼저 해준 젓갈도 맛있더라..   그게 밴댕인가.. "

집에 반찬을 해 온걸 모친께서 드시고 밥 한그릇을 뚝딱 비운 기억이 있다.

" 맞아, 수정이년도 맛있다고 더 해 달래더라..   밴댕이를 보면 오빠 생각이 난대나.호호.. "

" 저한테나 밴댕이지, 너도 내가 밴댕이처럼 보이냐.. "

" 솔직이 약간 그런게 있긴 있어, 그래도 쓸데없이 그러진 않더라..   내가 조심하면 되지,뭐.. "

" 니가 그렇게 보면 맞겠지, 하지만 이제와서 바꾸긴 싫어.. "

" 바꾸지 않아도 된다니까, 지금 이대로가 좋아..   남자가 너무 여자한테 알랑거리는 것도 꼴불견이야.. "

어쩌면 미진이도 수정이의 외도로 인해 홀가분 한지도 모르겠다.     그만큼 나와 있는 시간이 많아지리란 짐작을

어렵지 않게 할것이다.

" 수정이는 어때.. "

" 새벽까지 박사장이 안가고 버티는 바람에 늦어진거야..  글쎄, 어찌보면 둘이서 같이 잔것 같기도 하고 또 어떻게

보면 아직 아닌거 같기도 하고 잘 모르겠어..   여하튼 박사장의 몸이 달은건 맞아.. "

둘의 사이가 진척이 되면 수정이를 떨궈내는게 맞지 싶다.      성미가 예의 주시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인숙이까지

내 생활 반경에 들어 왔는데 하나라도 정리를 해야만 한다.

" 확실하면 얘기해 줘, 더 이상 미련 없으니까.. "

" 끝내려구?  수정이가 돈까지 빌려 줬다면서.. "

원래부터 입이 싼 수정이지만 미진이에게 벌써 고해 바친 모양이다.

" 하여간에 그 지지배는 자기가 무슨 팬티를 입었는지도 말할 인간이야.. "

" 내가 대신 갚아줄께, 그 정도는 나도 있어.. "

" 됐어, 내가 알아서 할께..  밴댕이 젓갈이나 만들어 봐, 모친이 좋아하시더라.. "

 

인숙이가 뭘하고 있는지 궁금해서 미진이한테 출근하라고 이르고는 먼저 집을 나섰다.

한참동안 신호음이 울리고서야 핸폰을 받는다.

~ 여보세요.. ~~

얼굴은 볼순 없지만 기운없는 목소리라 걱정이 된다.

" 무슨 일이야, 어디 아프기라도 한거야? "

~ 아냐, 선배..  그냥 좀 생각할게 있어서.. ~~

" 생각은 무슨, 성격이 밝은 사람이 그러니까 이상하잖어.. "

~ 아니라니까..  며칠있다 내가 전화할께.. ~~

도대체가 이해가 안된다.      며칠전만 하더라도 이상한 낌새는 전혀 없던 사람이다.

" 무슨일이 있으면 얘기를 해 줘야지, 내가 섭하게 생각하면 어쩌려구.. "

~ 그런일 아니라니까..  조금만 기다려요, 선배.. ~~

아니라는 소리만 몇번씩이나 하면서, 궁금증을 풀어주지 않는 인숙이에게 더 애가 탄다.

활달한 성격을 지닌 인숙이를 내가 잘못 봤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 그래, 알았어..  나중에 보자.. "

무슨 사정이 있는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자꾸 닥달을 하는 모양새도 그렇기에 대충 전화를 끊을수밖에 없었다.

 

멀쩡한 토요일 오후에 갈곳이 없는지라 '이차선 다리'로 갈수밖에 없었다.

일요일에는 성미와 잠옷을 사러가야 하기에 오늘 저녁에는 성미 집으로 가야 한다.

늦게들 퇴근을 했다고 하더니 새벽까지 먹었던 흔적을 이제서야 치우고 있다.

" 어머 ~ 사장님, 며칠만이래요.. 얼굴 잊어 버리겠네.호호.. "

홀 입구에서 걸레질을 하던 수봉이가 제일 먼저 반긴다.

" 수고가 많구나, 밥은 잘 챙겨먹고 다녀.. "

" 그러게..  가게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하지도 않나 봐요, 사장님은.. "

손걸레를 들고 테이블을 닦던 미숙이도 반가운 투정이다.

" 내가 없어도 잘 돌아가는구만, 우리 미숙씨 인기가 하늘을 찌른다며.후후.. "

" 그럼요, 당연하지.. 이 동네 남정네들도 여자를 볼줄 알더라니까.호호.. "

" 어서와, 오빠.. "

방금전에 헤어진 미진이가 시치미를 뗀다.

" 수고가 많다, 수정이는 안보이네.. "

" 걘 요즘에 맨날 늦어, 지 멋대로라니까.. "

" 자기가 사장이랍시고 청소도 안한단 말이야? "

" 그럼, 뻔하잖어..  원래 그런거 신경쓰는 얘도 아닌데,뭐.. "

애시당초 짐작한대로 종업원들 눈밖에 날 위인이다.      장사는 뒷전이고 재미삼아 놀러다니는 중일게다.

" 미숙씨하고 수봉이가 대신 고생이 많겠네, 이제 대충했으면 커피라도 마시자구.. "

언제 가게에서 손을 뗄지 모를 일이지만, 같이 있는 사람들에게 점수를 잃어선 안 된다는게 내 지론이다.

" 미진이야 친구니까 감수를 해야겠지만 미숙씨나 수봉이까지 그럴 필요는 없지..    언제든지 얘기해요, 수정이가

행여 기분 나쁘게 한다면 갈아 엎을테니까.. "

커피를 가져다 놓고 넷이서 둘러 앉자마자 내 입에서 험악한 소리가 나오자 조금은 당황스러운가 보다.

세여자가 모두 내 눈치를 살핀다.     누가 주인인지 분명치 않은 상황에서 수정이를 몰아세우니 더욱 그럴것이다.

" 괜찮어요, 그냥 그러려니 하면 견딜만 해요.. "

" 그래요, 너무 신경쓰지 마세요.. "

의외로 미숙이와 수봉이가 불편을 감수하겠다는 말을 하고있다.

" 내가 두사람을 이곳으로 불렀고 많은 월급은 못 주더라도 재밌게 장사하고 싶었는데, 못된 송아지 때문에 두사람을

볼 면목이 없네..    앞으로도 수정이땜에 무슨일이 생기면 나한테 먼저 얘기를 해줘요, 이참에 정리를 해 버리게.. "

장사도 그런대로 자리를 잡아가는 중이다.     수정이가 계속 이런식이면 미진이에게 넘겨도 무방하다는 생각이다.

어차피 수정이가 하는대로 놔 뒀다간, 자신이 데리고 있는 종업원들에게조차 인정 받기 힘들것이다.

" 내가 중간에서 잘 해볼께, 너무 그러지마.. "

진짜로 내가 화가 났는줄 아는 미진이다.      여린 구석이 있는만큼 불안해서 어쩔줄을 모른다.

" 차라리 미진이 너한테 맡기는게 편하겠다, 원..  무슨 여자가 장사를 애들 소꿉장난하듯이.. "

미숙이와 수봉이의 얼굴에 자신감이 떠 오른다.      모르긴 해도 수정이를 사장으로 알고 대충 넘어갔을 것이다.

수정이가 사장인건 맞지만, 내가 데려온 사람에게까지 안하무인격으로 군다면 참을수는 없는 노릇이다.

" 앞으로도 잘 부탁해, 수정이가 계속 저런식이면 무슨 조치를 취할테니까 너무들 마음쓰지 말고.. "

" 걱정마세요, 우리가 잘 꾸려 나갈께요.. "

미숙이와 수봉이 때문에 당분간은 마음을 놓아도 되지 싶다.

" 그나저나 요즘 들어 민식이가 보이질 않네.. "

" 글쎄, 한번도 못 봤어.. "

궁금해서 술이나 한잔하고 들어갔으면 좋겠는데 만만한 술친구가 보이질 않는다.

이곳에 있어봐야 수정이와 마주치면 내 입에서 험악한 소리가 나오게 될지 몰라 내 스스로 피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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