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왕벌

여왕벌 51

바라쿠다 2012. 3. 27. 13:36

" 이야 ~ 몰라 보겠네, 무슨 일이래.. "

오피스텔에 들어선 숙희를 본 태호가 제일먼저 자신의 변한 모습을 알아챈다. 

" 옷도 잘 어울리네, 정사장이 사 줬나봐.. "

진희가 보기에도 맘에 드는지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 괜찮다는데 여자는 꾸며야 한다면서 자꾸 입어보라는 바람에.. "

" 그건 맞는 말이야.호호..  장사꾼인줄만 알았더니 제법이네.. "

" 그것봐요, 예전에 숙희씨가 치장을 하고 나갔을때도 고태산이 몸이 달았었다며..  여자들이 조금이라도 더 이쁘게

보이려고 얼마나 노력을 많이 하는데..   숙희씨는 본 바탕이 있는데도 대충 살아서 그래.. "

" 재윤씨가 피부 관리실 회원권도 끊어주고, 넓은 집으로 이사도 가라는데 어째야 할지 모르겠어.. "

" 자기가 불안할게 뭐야, 숙희 돈이 들어가는 것도 아닌데.. "

" 나야 진희가 돌봐주는 덕에 이나마 걱정을 덜었지만 언젠가는 재윤씨를 그냥 놔두지 않을거라면서.. "

진희로 인해 재윤이가 망가진다면 자연스럽게 자신 역시 그의 적이 되는건 자명한 사실이다.

" 별 걱정을 다하네, 그러니까 숙희가 여지껏 어렵게 살아온거야..    정사장이 줄때 그냥 편하게 받도록 해, 명심할건

정사장한테 너무 고맙다는 인상을 주면 안돼..    정사장이 숙희한테 해 주는건 당연한거야, 고마워하지 말고 당연히

받을걸 받는다고 생각하라구.. "

" 그건 마님 말이 맞아요, 숙희씨가 고맙다고 감동이라도 하는 눈치가 보이면 쉬운 여자로 보일 뿐이니까.. "

그들의 말에 공감을 하고 싶지만, 너무 오랜시간 빠듯하게 살아온 숙희로서는 큰 돈을 대하면 초연할수가 없음이다.

어느 누구도 자신에게 물질적으로 편안함을 준 적이 없음에, 재윤이의 마음씀을 받는다는 것이 하루 아침에 당연하게

되기는 어려운게 자신의 결점인지도 모른다.

 

셋이서 얘기를 나누는중에 재윤이가 밝은 얼굴로 들어 선다.

" 정사장, 어서와.후후..  알고 보니 정사장도 멋쟁일세.. "

태호가 정사장을 반기며 뜻모를 멘트를 날리자 숙희의 모습을 보고는 알것 같다는 표정을 짓는 재윤이다.

" 뭘요, 보는 내 눈이 더 호강하면 된거죠.후후.. "

" 그래, 남자는 그렇게 사는거야..  숙희씨가 이렇게 이쁠줄은 예전에 미처 몰랐는걸.. "

" 아이 ~ 왜 그래요, 사람을 앞에 앉혀놓고 놀리는 법이 어딨어.. "

태호와 재윤이가 자신의 변한 모습을 위아래로 훓어보는 바람에 몸둘바를 모르겠다.

" 아냐, 내가 보기에도 이뻐..  진작에 꾸미고 다니라고 했잖어.호호.. "

진희까지 나서서 놀려대는 듯 하지만 이 모든게 싫지만은 않은 기분이다.

" 내일쯤 인삼 수매땜에 풍기쪽으로 1박2일 다녀와야지 싶은데.. "

출장을 가야하기 때문에 내일은 출근하기 어렵겠다는 재윤이다.

" 숙희도 바람이라도 쐴겸 같이 다녀오지 그러니.. "

재윤이의 활동영역을 알아두라는 진희의 뜻으로 들린다.

" 그렇게 자리를 비워도 될까? "

" 어차피 바쁜일도 없는데 어때, 더군다나 재윤씨가 너 보고 싶어서 제대로 일이나 보겠어.호호.. "

" 오늘 회식이나 하자구, 좋은일이 있는데 자축이라도 해야지..  계산은 태호씨가 하는거 알지? "

" 하여간에 우리 마님은 나만 껍데기를 벗기려고 하는지 몰라, 이제는 정사장도 있는데 말이야.. "

" 흥, 싫으면 말구..  오늘 회식에서 빠지든지.. "

" 어허 ~ 누가 싫다고 했나, 말이 그렇다 그거지.. "

" 그러길래 금방 꼬리 내릴걸 왜 진희한테 대들어요, 대들길.호호.. "

진희를 위해서라면 가벼운 농담도 거둬 들일만큼 지극 정성으로 진희만을 보는 해바라기 태호다.

그동안 그런 태호를 바라보며 얼마나 부러워 했는지 모른다.      아무도 모르게 태호와 재윤이를 비교까지 하게 된다.

 

" 우리 사무실과는 상관없지만 태호씨가 소개해준 업체에서 좋은 조건을 제시받았어, 물론 개인적인 내 소득이지만

너무 기분이 좋아서 축하받고 싶은거야.. "

신사동 먹자골목 끄트머리에 있는 불고기 전문집에서 회식을 하는중이다.

" 축하해, 진희가 부러워.. "

" 나도 축하해요, 앞으로는 더 발전해야죠.. "

무슨일인지 자세히는 몰라도 재윤이와 더불어 축하의 말을 건넸다.

" 축하는 무슨, 내가 다 만들어 준건데 나한테는 고맙다는 칭찬도 안해 주면서.. "

석쇠에 올려진 고기를 뒤집던 태호가 은근히 딴지를 건다.

" 태호씨 ~ 왜그래, 내가 고기값 낼까? "

눈매를 치켜 올려뜬 진희가 태호를 쳐다본다.

" 틀린말은 아니잖어, 마님 잘 되라고 내가 얼마나 공을 들였는데.. "

" 그러니까 나한테 지금 대드는거 맞지, 맘대로 해..  이따가 이뻐 해줄라고 했는데, 오늘은 그냥 집에 들어가야겠네.. "

태호가 가장 싫어하는 말로 겁을 주는 진희다.

" 누가 대들었다구 그래, 그냥 그렇다는거지..  그렇다고 집에 간다고 그러냐, 치사하게.. "

불만을 가지고 있는듯 말은 해도 진희의 잔에 술을 따르고 접시에 안주까지 올려주는 태호다.

" 많이 컸다, 안 만나 준다고 조를때는 언제고, 이제는 아예 나를 가르치려고 하네.. "

둘이서 애들처럼 타투면서도 서로가 아껴줌이 넘쳐 흐른다.       숙희가 부러워하는 진희의 일방적인 승리다.

" 태호씨는 이상하다니까, 진희한테 지는줄 뻔히 알면서도 덤비는걸 보면.호홋 ~ "

" 나중에 혼나더라도 우리 마님한테 대들때가 스릴이 있다고나 할까.흐흐.. "

" 오, 그러셔 ~ 아주 죽어봐야 그런 소리가 안나오지.. "

웃고 떠들며 오랜만에 분위기가 좋아 빈 소주병이 늘어만 간다.

 

" 너무 많이 마셨나 보다, 태호씨 ~ 나 옷 좀 갈아 입혀 줘.. "

기분좋게 회식을 끝내고 오피스텔로 돌아온 진희가 태호에게 시중을 들라고 한다.

재윤이와 거실에 있는동안 태호는 진희의 허리를 부축하고 안방으로 들어갔다.

" 오늘 숙희씨 너무 이쁘더라, 너무 보기 좋았어..   앞으로도 부탁해.후후.. "

" 그야 재윤씨가 이쁘게 봐 주니까 그렇지, 진희한테는 어림도 없어.. "

" 숙희도 속아만 살았나..  그나저나 내일은 지방에 가야하는데 괜찮겠어.. "

" 진희가 다녀 오라니까 같이 가도 되겠지,뭐.. "

" 내일은 일찍 만나자구, 지방에 갈땐 그 옷차림으론 안되고..  뭣이냐, 등산복 같은걸 입고 가야 편하거든.. "

마땅한 옷이 없다고 하자 재윤이가 장만을 해 준단다.        이제는 모든게 재윤이로 인해 바뀌지 싶다.

" 그럼, 오늘은 집에 일찍 들어 가야겠네.. "

" 왜들 그렇게 맹숭하게 앉아 있는거야, 술이라도 한잔 더 하지.. "

홈드레스로 갈아입은 진희와 태호가 거실로 나왔다.

" 재윤씨가 내일 일찍 가야 한다는데.. "

" 그래 ~ 그럼 먼저 들어가, 나는 오늘 태호씨랑 있을거니까.. "

" 그러지, 뭐..  그럼 나 먼저 들어갈께.. "

" 나도 먼저 갈께요, 형님 ~ 너무 무리하지 마세요.흐흐.. "

그네들의 질펀한 놀음을 아는 재윤이가 태호를 놀린다.

" 이봐, 정사장 날 놀릴 생각말고 자네나 숙희씨와 재밌게 지내다 오라구.. "

재윤이가 집 앞까지 차로 바래다 주고는 일찍 데리러 오겠다며 골목길에서 차를 후진시킨다.

좁은 골목길에서 행여 다른차와 접촉사고라도 날까봐 숙희 자신도 모르게 조바심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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