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생각없어

아무생각없어 38

바라쿠다 2012. 3. 26. 13:25

" 애비야 ~ 내가 어제밤에 큰 돼지한테 물리는 꿈을 꿨구나.. "

'아지트'에서 초희와 미숙이를 상대로 새벽까지 술을 마시고는 집에 들어와 잤다.

술을 마신덕에 늦게까지 잠을 자고는 욕실에서 샤워를 하고 나왔을때 거실에 계시던 모친이 꿈 얘기를 한다.

" 로또라도 사야겠네.후후..  그런데 꿈 얘기를 하면 약발이 떨어진다던데.. "

엊저녁 같이 술을 마신 미숙이가 혹시 대박이 나는 로또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에 실소를 금할수 없다.

그녀들의 얘기중에 그동안 묻어놓은 저축성 펀드가 하늘 높은줄 모르고 연속 히트를 치고 있다고 했기 때문이다.

" 자식들한테는 괜찮은 법이야, 아범이 대신 복권이라도 사라구.. "

" 네, 그럴께요.. "

온종일 심심해 하시는 모친이 얘기거리를 만든건지도 모르겠다.

" 그나저나 먼저번에 온 친구는 요즘에 뜸하네..  웬만하면 받아들이지 그래.. "

미진이가 몇번 반찬거리를 해 왔기에 모친 마음에 들었으리라.

" 글쎄요, 그 친구가 나같은 백수를 믿고 자기 인생을 맡기려나 모르죠.후후.. "

" 무슨 소리야, 아범이 어디가 어때서..  이 집만 하더라도 웬만한 아파트 3채값도 넘는데, 행여 아범이 뭘 해 볼거면

내가 뒷돈을 대 줌세.. "

그저 새로운 며느리라도 볼 욕심에 쌈지돈이라도 내 놓으실 기세다.      하기사 넓은집에 자식과 손녀 하나만 드문드문

드나들 뿐이니 적적하시기도 할 것이다.

" 제가 무슨 사업을 하겠어요, 그동안 없앤 돈이 얼만데..  이젠 그러고 싶지도 않구요.. "

사업을 하겠다고 몇번 실패를 했더니, 뭘 하더라도 겁이 나는게 사실이다.      당분간은 일을 벌리지 않을 생각이다.

" 그래도 남자가 집에만 있으면 못 써, 여자는 남자가 허풍이라도 떨어줘야 든든해 하는 법이야.. "

" 너무 걱정마세요, 항상 이러고 있기야 하겠어요.. "

" 아범 나이도 만만치 않아서 그래, 얼른 자리를 잡고 맘에 드는 여자를 들어 앉혀야지..   먼저번 그 학교 선생인가 하는

여자도 괜찮아 보이던데.. "

여자만 보면 며느리감으로 보이는지, 술에 취해 우리집에서 자고 간 인숙이까지 들먹인다.

 

" 밥 먹었어, 아직 식전이면 나랑 밥이나 먹으러 가자.. "

~ 방금 일어 났어, 배고프면 그냥 집으로 오지..  어딜 가자는거야.. ~~

아직도 잠에 취한 미진이의 목소리지만, 집에 있으면서 무료하던 차에 박사장의 와이프가 떠오른 까닭이다.

" 박사장 고기집에 가서 갈비탕이라도 먹자구.. "

~ 어머, 오빠..  진짜로 그럴려는건 아니지.. ~~

" 일단 배가 고프니까 그쪽으로 나와라.. "

일단 박사장 와이프인 문여진의 동태를 알아보기로 했다.      수정이를 꼬드긴 박사장이 어떤 인물인지 궁금해서다.

집에서 출발하겠노라는 미진이와 통화를 끝내고 시간에 맞춰 택시를 타려고 집을 나섰다.

아파트에 주차되어진 차가 주인의 게으름 때문에 먼지를 뒤집어 쓰고 있다.

" 어머 ~ 어서오세요, 자주 좀 오시지.. "

카운터에 앉아있던 문여진이 일어서며 반긴다.       오늘도 한복 차림으로 치마단을 겹쳐 잡는다.

" 오늘은 이 친구랑 갈비탕이나 먹으려고 왔습니다.. "

행여 매상을 올려주길 바랄지도 몰라 쐐기를 박는 모양새가 돼 버렸다.

" 호호.. 아무려면 어때요, 장마다 꼴뚜기면 떼 돈 벌게요? "

살림집일땐 골방 역할을 했을 작은방으로 손수 안내까지 한다.

단골 손님마냥 직접 갈비탕까지 날라오고는, 미진이의 옆에 앉기까지 하는 문여진이다.

" 근데, 오늘은 두분만 오셨네.. "

" 이 친구가 제일 말이 잘 통하거든요.. "

" 이런 말 물어봐서 실례가 될지는 모르겠는데..  이분이 애인이신가 보다.호호.. "

속에 있는걸 담아두지 못하는 성격이지 싶다.       첫인상도 칼칼하니 만만치는 않게 보였었다.

" 아뇨, 그날 온 친구가 여기 오빠한테 목을 매고 있어요.. "

미진이도 무슨 생각인지 몰라도 장난에 편승하려는 느낌을 준다.

" 그래요 ~ 난 어쩐지 이분이 더 어울려 보이던데.. "

" 에구 ~ 얼마나 바람둥인지 한군데 정착을 못하는 오빠한테 내가 무슨속을 썩을려고 애인을 삼아요.호호.. "

" 어, 너 말 다했냐..  내가 얼마나 일편단심인데, 섭섭하다.후후.. " 

" 얼마나 인기가 많으면 바람둥이 소리까지 들으실까.호호..   하기야 요즘에는 그것도 능력이라던데.. "

갈비탕을 먹고 있으면 비켜주는게 예의일텐데 눙치고 앉아있는 폼이 농을 건네는걸 재밌어 한다.

" 남자란게 다 그렇죠,뭐..   바깥 사장님은 그렇지 않은가 봐요.. "

슬슬 박사장에 대해 신상파악을 해도 되지 싶다.

" 아이구 ~ 말도 마세요..  꼴에 남자라고 그동안 얼마나 속을 썩였는지 책을 써도 몇권은 될걸요.. "

" 그럼, 능력은 있는거네.후후.. "

" 능력이 아니라 눈치가 너무 없어 탈이죠..     남자가 왜 그렇게 눈치가 없는지 어느년한테 목걸이를 사 주고는 카드

명세서가 집으로 날라와서 대판 싸웠다니까요..   애들땜에 그러려니 하고 포기하고 사는줄도 모르고, 에잉 ~ "

무슨 자랑거리라고 미주알고주알 줏어 넘긴다.       자기 얼굴에 침 뱉기인데도 거침이 없다.

" 어머 ~ 사장님 멋쟁이다.호호..  나도 목걸이 받고 싶은데.. "

수정이가 하고 다니는 목걸이의 정체가 드러나자 미진이가 재밌다는듯 내 얼굴을 쳐다본다.

" 그렇게 부러워..  알았어, 내가 목걸이 하나 선물하지.. "

" 에그 ~ 됐네요, 앓느니 죽지..  목걸이 하나 달랑 사주고 새차 뽑아 달라고 하지나 마셔.. "

먼저번에 수정이가 새차를 뽑아준다고 한걸 여지껏 염두에 뒀던 모양이다.

손님이 찾는다고 종업원이 전하자 문여진이 자리에서 일어난다.

" 수정이한테 새 차나 뽑아 달라고 할까? "

문여진이 자리를 비운 틈에 재밌는 생각이 들어 미진이에게 물었다.

" 그러지마, 내가 사줄께..  수정이년이 사 준걸 오빠랑 같이 타고 다니기 싫어.. "

" 박사장은 수정이한테 선물공세를 하고, 수정이는 그 돈으로 나한테 차를 사 준다고 생각하고 싶어서 그래.. "

세사람의 삼각함수가 이뤄 진다면, 조금은 우월감에 맘이 편해질것 같은 생각이 떠오른 것이다.

" 그래도 싫어, 차라리 다른건 몰라도 그 차는 타기 싫어..   그건 그거구, 만약에 수정이가 박사장과 썸씽이 있는게

사실이면 오빠는 어쩔거야.. "

내 생각에는 별다른 감정을 가질 필요조차 없을텐데 미진이의 속내는 틀리지 싶다.

" 정 싫으면 그만두자, 내가 괜히 치사해 질뻔 했네.. "

수정이가 박사장을 만나던 말던 초연해야 했는데, 마음 한구석에 질투라는 감정이 남았던것 같다.

" 어떡할거야, 가게로 갈거야? "

" 아냐, 장사도 제법 자리가 잡혀 가는데 남자가 있으면 손님들이 싫어해.. "

" 또 다른데로 새는건 아니지? "

여자들에게 감시를 받으며 살아가는 인생도 결코 맘에 들질 않는다.

어제 저녁에 인숙이가 좋은일이 있을거라는게 궁금하길래, 만나고 싶어 핸폰을 했더니 선약이 있단다.

누가 됐던지 빈 시간을 채우고 싶었는데 갈데라곤 성미집밖에 없다.

아직 열심히 장사를 할 시간이라 소영이한테 핸폰을 했더니 안그래도 심심하게 집에서 뒹군단다.

국밥집에서 안주로 내놓은 엉덩이찜이, 손님들에게 어느정도 인기가 있는지 알고싶어 가게로 나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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