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숙이가 허둥지둥 출근을 하고 나서, 간단하게 샤워를 하고는 성미네 집으로 방향을 잡았다.
소영이가 학교에 가고, 국밥집을 열기 전에 잠깐의 쨤이 있을것이다.
아침 먹은 식탁위의 그릇들을 치우던 성미가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에 거실쪽으로 나왔다.
붕대감은 손을 보더니 미루어 짐작을 한 듯 얼굴이 어두워진다.
" 커피나 한잔 줘.. "
싱크대에서 커피를 타는 성미를 식탁에 앉아 바라보게 됐다.
이곳으로 올때는 단단히 야단을 쳐 주리라 마음을 먹었지만, 웬지 그녀의 뒷모습이 짠하게 다가온다.
세상을 보는 눈이나 살아가는 요령이 단순해서, 아니 어쩌면 타고난 팔자가 기구할 뿐이지 그녀 역시 굴곡진 삶을
원해서 지금의 아픔을 겪는건 아닐것이다.
식탁에 커피를 내려놓고는 맞은편 의자에 다소곳이 앉아 내 눈치를 살핀다.
" 다시는 찾아오지 못하게 못을 박았으니까 신경쓰지 않아도 돼. "
" 둘이서 싸운거야.. "
내 손에 감긴 붕대를 보고 주먹 다짐이라도 한줄 아는 모양이다.
" 내가 누구를 때릴 사람이냐? 그냥 겁만 줬어.. "
" 미안해.. "
풀이 죽어 목소리마저 기어들어 가는걸 보니 속에서 울컥하니 무언가가 솟구친다.
" 너도 40 이 넘었어.. 인생이 그렇게 만만하더냐? 너 혼자 몸뚱아리도 아니고 소영이를 봐서라도 매사를 신중하게
살아야지.. 니가 원한다고 세상의 돈이 눈이 멀었다든? 지금처럼 힘들게 일해서 버는게 진짜 니 돈이야.. "
그녀를 처음 만났을때는 얼굴이 이쁘고 통통 튀는 성격이 맘에 들어 남은 생을 같이 하려고 마음을 먹었었다.
그래서 소영이한테까지 잘 하려고 노력을 했고, 두 모녀를 위해 대출까지 받아 장사를 해볼 생각까지 했던 것이다.
졸지에 돈이 많은 남자에게 간다고 했을때, 한 동안은 배신감에 젖어 그녀를 인간 이하로 취급하면서까지, 잊으려고
부단한 노력을 해야 했다.
그녀를 지우기 위해 이년여 동안을 술만 마시며 대책없이 살던중에 내 앞에 다시 나타난 것이다.
감회에 젖어 그녀와 뜨거운 밤을 보내긴 했어도 예전의 감정이 되살아 나지는 않았다. 다만 붙임성 있는 소영이로
인해 두 모녀의 앞날을 챙겨주게 된 것이고, 그렇게 하므로써 내 스스로의 결정에 후회하지 않으려 했다.
이번에 녀석에게 맞아 눈두덩이가 부어 오른 성미를 보고는, 그런 녀석에게 소영이까지 데리고 나를 떠난 성미가
한심해 보이고, 그런 성미를 계속 봐야 하는지 동요가 일어났던게 사실이다.
커피를 타는 그녀의 뒷모습이, 비에 젖어 처마밑으로 날아든 작은새처럼 안쓰러워 보여 갈피를 잡을수가 없다.
집안을 정리하고 장사를 나가는 성미를 따라 국밥집에 들려서는, 성미가 주방에 있는 동안 가게앞을 쓸고 테이블도
행주로 닦으며 도와줬다.
" 보기 좋으시네요.호호.. "
홀에서 일하는 아주머니가 가게안으로 들어서며 아는척을 한다.
주방에서 육수를 끓인 성미가 홀로 나와서는 천원짜리 잔돈을 세서 돈통에 넣는다.
" 좀 일찍 나와라, 언니가 늦으니까 애 아빠가 대신 행주질을 하잖어.. "
" 그러게.. 사장님이 행주를 다 들고.호호.. "
" 괜찮아요, 집에서는 걸레질도 하는데.뭐.후후.. "
괜한 너스레를 떨며 이죽거리자 성미의 얼굴이 조금은 밝아 보인다. 그나저나 눈두덩이가 아직도 아물지를 않았는데,
나까지 손에 붕대를 감고 있으니 행여 일하는 아주머니들에게 폭력 남편으로 비쳐질까봐 염려가 된다.
주방 아주머니까지 오자 장사 준비로 부산해 져 더 이상 가게에 있기도 남새스럽다.
시간이 남아 한숨 자고 싶은데 마땅히 갈곳이 없다.
남는 시간에 수정이나 찾아볼까 하다가 그저 몸뚱아리나 탐낼까 싶어 미진이에게 핸폰을 했다.
" 아직 열두시도 안됐네.. "
핸폰소리에 아침 잠을 깬 듯 졸린 목소리가 수화기를 통해 들린다.
" 깨워서 미안해.. 꼬박 밤을 샜어, 잠 좀 자야겠는데 지금 그리로 가도 되겠어? "
그냥 찾아가도 되겠지만 미진이의 기분이 어떤지는 알아야 할 듯 싶었다.
" 당연하지, 섭섭하게 그런걸 묻고 그러냐.. 빨리와. "
살갑게 맞아주는 모습이 보지 않아도 눈에 선하다. 그녀의 마음씀이 고맙긴 해도 맺기 어려운 인연이라 편할수만은
없는것도 사실이다.
결국은 그녀에게 상처만 준 남자로 기억 되는게 싫은 까닭이다.
" 손이 왜 이래, 무슨일이야? "
번거롭게 해주기 싫었는데 그새 일어나서 준비를 했는지, 잠옷 차림이지만 옅은 화장품 냄새가 난다.
" 그냥 누워있지, 뭐하러 씻었누.. "
" 무슨 일이냐니까, 밤새 경찰서에 있었던거야? "
근심이 가득한 얼굴로 붕대감은 손을 어루만지며 눈물이라도 떨굴 기세다.
" 니 옆에서 조용히 자고 싶었는데.. "
서로가 하고 싶은 말들만 하느라 대화가 엇나간다.
" 어디 좀 봐, 얼마나 다친거야.. 꿰맸어? "
" 들어가자 졸려.. "
그냥 놔두면 언제까지고 현관에서 실랑이를 하지 싶어 그녀의 어깨를 감싸고 안방으로 들어갔다.
침대 앞에서 겉옷을 벗는걸 걱정스레 지켜만 보다 속옷 차림이 되자 그제서야 정신이 드는지 잠옷을 챙겨준다.
길게 누워 잠을 청하려 하자 내 옆구리쪽에 한팔을 침대에 기대고 앉아 내려다 본다.
" 얼른 자자.. "
손을 들어 그녀의 엉덩이께를 토닥여 줬다.
" 그렇게 피곤해? 오랜만에 둘이서만 있는데 얘기라도 하지.. "
애틋한 눈길로 보는 미진이의 표정으로 미루어 모자른 잠을 보충하러 찾아온 내가 잘못임을 알았다.
차라리 집으로 갔으면 숙면을 취했을텐데 이제와서 어쩌겠는가. 모른척 하자니 마음에 걸린다.
" 안하던 짓을 하느라 힘들거야, 수정이 땜에 니가 고생을 사서 하는구나.. "
허리를 안아 당기며 빈말이라도 그녀를 위해 얼러 줄수밨에 없었다.
" 수정이년이 무슨 상관이야, 오빠가 혼자 고생할까봐 나가는거지.. "
내 가슴위로 무너지며 금새 얼굴에 화색이 돌고 목소리마저 비음이 섞인다.
" 니가 볼땐 어때, 앞으로 잘 될것 같으냐? "
그녀의 등을 부드럽게 쓸어주며 한판 어울릴 자세를 취했다.
" 응, 수봉이가 보통이 아니더라.. 새로온 미숙이도 경험이 없다면서 어찌나 손님에게 착착 감기는지 인기가 대단해,
나 같은건 어림도 없어.. 아무리 손님이라도 모르는 남자한테 어쩜 그럴수가 있냐.. "
자신은 모르는 남자한테 그럴수 없다며 은근히 나에게 강조를 하는거겠지만, 내면에 있는걸 표현하느냐 마느냐의
차이일 뿐이다. 아뭏튼 장사가 궤도에 오른것 같아 조금은 안심이 된다.
" 손이 불편하니까 니가 해 줄래? "
붕대 감은 손을 눈앞에 보여주며 왼손으로 그녀의 가슴을 밀어 몸을 세우게 했다.
곱게 눈을 흘기더니 허리춤을 쥐길래, 벗기기 좋게끔 엉덩이를 들어주니 잠옷바지와 팬티까지 한꺼번에 벗겨 내린다.
박스로 된 치마속의 팬티만 벗더니, 우뚝 선 방망이를 계곡속에 감추고는 내려 앉는다.
오랜만에 몸을 섞어서인지 천천히 음미를 하듯 엉덩이를 돌리며 쾌감을 즐기고자 한다.
속전속결로 끝내고 싶어하는 나와 최대한 느낌을 높이려는 그녀의 생각이 상반되어 부딛쳐 갔다.
" 띵 ~ 똥.. 띵 ~ 똥.. "
바깥에서 차임벨 소리가 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