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생각없어

아무생각없어 26

바라쿠다 2012. 2. 20. 11:37

가슴이 답답한 느낌에 눈을 떳다.

인숙이가 내 가슴에 손을 겹쳐 포개고는 내 눈과 마주한다.     미소를 머금은 그녀가 입술을 내밀어 맞춘다.

" 잠꾸러기..  아까부터 아침밥 해놓고 기다렸는데..  벌써 두번이나 국을 뎁혔단 말이야 ~ "

그리고 보니 오늘이 일요일이었다.      소영이와 외식을 하기로 약속을 한 날이다.      

벌써 3주 전에 약속을 했거만 그동안 '이차선 다리'의 내부공사 때문에 막내딸과의 약속이 오늘까지 미뤄졌다.

가볍게 샤워를 하고 나와 주방으로 갔더니, 앞치마까지 걸친 인숙이가 국을 떠서 식탁에 올려 놓는다.

나름 열심히 준비를 했는지 반찬이 먹기좋게 골고루 놓여있다.     맛깔나는 솜씨인지는 모르겠으나 된장찌개와 무우국,

고사리 나물에 생선까지 있어 그녀의 노력이 마음에는 와 닿는다.

" 선배는 무뚝뚝한 편인가 봐, 맛은 없더라도 수고했다는 말 한마디도 없냐.. 치사빤츄다, 웨 ~ "

일찍부터 서두른 자신의 노고를 인정받고 싶었음이 빗나가자 혀를 길게 빼고 억울해 하는 표정이 귀엽다.

" 앞으로 나랑 있을때는 가능한 옷 입지 말어, 반찬 솜씨가 없으면 내 눈이라도 호강시켜 주든가. 후후.. "

" 선배 ~  변태 아냐, 이 추운날에 옷을 벗고 있으라니.. "

" 맞아, 변태.후후..    각오해, 앞으로는 인숙이도 변태의 길로 빠질거니까.. "

섹스 경험이 적었던 그녀가 자신의 질에서 나는 냄새가 의학적인 문제라고 생각해서 음모까지 밀어버린, 비 상식적인

잘못을 바로 잡아주고 싶다.    

활달한 성격의 그녀가 막혀버린 몸의 기운을 되찾으려면 자주 섹스를 해야 할 것이다.

어제밤만 하더라도 예민한 감각을 가진 그녀의 몸은 내 손이 닿는곳마다 반응을 했더랬다.     

건강한 몸인데도 불구하고 오랫동안 방치가 된 까닭에 혈류의 흐름이 원활치 못했을 것이다.

인숙이의 반응으로 봤을때 오래 지나지 않아, 훨씬 보기좋게 변할수 있는 몸을 가진 여자다.

" 혹시 채찍으로 때리는건 아니지.호호.. "    

식탁에 팔을 괴고 쳐다보는 얼굴에서도 훨씬 밝아진 느낌을 받는다.

" 모르지, 원래 남자들은 다 짐승이니까..    내가 무슨짓을 할지는.후후.. "

 

택시를 집어타고 성미네 집으로 가는중에 핸폰의 진동이 느껴진다.

 ~ 아침식사는 하셨어요.  술 많이 드셨으면 북어국 끓일려고 하는데, 일어나시면 전화주세여.. - 막내딸- ~~

지 엄마가 시켰는지는 모르겠지만 소영이의 붙임성에 기분이 좋은 요즘이다.

 ~ 조금 있으면 도착할거야.  아침은 먹었으니까 번거롭게 차리지 말라고 해라. ~~

다음주에는 계약해 놓은 아파트로 이사를 가야하고 '이차선 다리'에도 자주 들려야 하는데, 새로운 인연까지 만들어져 

당분간은 눈코 뜰새없이 바쁠것 같아 심란스럽다.

집에 들어서니 현관문을 열어준 소영이가 먼저 반긴다.

" 어제밤에 술 많이 안 하셨죠?  아빠 얼굴에서 윤기가 반짝이네.. "

" 술은 무슨, 어디가서 못된 짓이나 했겠지.. "       

도대체가 얼굴이 이쁜것만 빼고는 봐 주기가 힘들다.      딸애가 옆에 있는데도 해야 할 말을 구분하질 못한다.

오히려 어린 소영이가 내 낯빛이 변한걸 감지하고는 안절부절이다.

" 엄마는 또 왜 그래, 엊저녁에 아빠가 언니하고 만난다고 그랬단 말이야.. "

머리도 총명한지라, 금방 거짓말을 꾸며대서는 지 엄마를 질책하는 소영이다.

" 냅둬라, 소영아..  니 엄마 저러는게 어제,오늘일도 아니니까..   좋은 마음으로 소영이하고 외식이나 할려고 왔는데

꼭 저런식으로 판을 깨는 통에 정말 참기 힘드네..    우리끼리 가자, 소영아 ~ "

" 누가 그런걸 알았나, 뭐.    이 지지배야 ~  그런일이 있으면 나한테 얘기를 해 줬어야지.. "

그래도 잘못 했다는 말은 않고 만만한 소영이만 나무란다.      타고난 성격을 조금만 죽이면 좋겠는데..

" 그래, 아빠..  내가 잘못했어, 엄마한테 미리 얘기를 했어야 했는데..  그만 화 푸시고 셋이서 같이 가요. " 

" 넌 어째 딸보다도 입이 가볍냐, 이번에도 소영이 땜에 그냥 넘어가는 줄이나 알어..    우리 막내 딸만 아니면 그냥

칼처럼 짤라 버리겠구만, 에구 ~ 또 속이 울렁거리네.. "

집안 정리를 하고 오후 2시쯤에 집을 나서서는 방배동 언덕에 있는 바다가재 전문집으로 향했다.

일요일이라 우리처럼 가족끼리 온 손님들이 많다.      종업원의 안내로 이층 전망있는 방에 앉았다.

종업원이 먹기좋게 손질을 해주자, 소영이가 첫번째로 바른 살을 내 앞에 놓여진 식사라 위에 올린다.

" 맛있게 드세요, 아빠. "

" 그래, 우리 막내 딸도 맛있게 먹어라..   너 때문에 온거니까 니 엄마보다 많이 먹어야 돼. "

" 하여간 꼭 말을 해도..   나한테는 어찌 그렇게 다정하게 못 구는지, 꼭 밴댕이라니까.. "

그냥 져 주면 편할텐데, 부득이 나를 이겨 보겠다고 하는지 모르겠다.     내가 대신 져주고 싶지만 성미의 하는짓을 보면

배가 산으로 올라갈것 같아 불안해서 지켜 볼수가 없다.

" 시끄러~ 건드리지 말고 먹기나 해, 지금 소영이까지 기분이 상할까 봐 참고 있는거야. "

불뚝심이 일어나 한마디 내 뱉고 말았지만, 입이 댓발이나 나와 발라진 가재살을 먹고있는 성미를 보고 있자니 조금은

미안한 마음도 든다.

" 아빠 미안해요, 나 때문에.. "    

제 잘못이 아닌데도 내 마음을 풀어주고자 자신의 탓으로 돌리는 어린것 때문에 마음을 다스려야 했다.

" 미안하다, 조금만 더 참았어야 했는데..    괜시리 너한테까지 걱정을 시켜서..   이제 괜찮으니까 어여 먹어..

당신도 그만 풀고 맛있게 먹어, 내가 원래 밴댕이라 속이 좁잖어..  그러려니 하라구. "

반주로 소주를 시켜 성미에게도 한잔 따라주고는 잔을 부딛치고 건배를 했다.

" 요즘 열심히 사는데 챙겨주지 못해 미안해, 내 능력이 이것밖에 안되는걸 알잖어..  열심히 살다보면 좋은날이 오겠지,

이런게 보통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이야..  지금처럼 열심히 살어, 쓸데없는 욕심은 버리고.. "

" 나도 알아, 다시는 욕심 부리지 않으려고 열심히 하는 중이구..   오빠 마음도 아는데, 나도 모르게 가끔씩 불뚝

성질이 터지네..  미안해, 오빠..  그리고 고마워, 소영이와 날 받아줘서.. "

기어코 외식 나온 자리에서 눈물을 보이는 성미다.     나를 떠나 다른 남자의 품으로 날라갔던 걸 미안해 하는 것이리라.    

성미의 눈물을 본 소영이까지 눈물이 그렁거린다.     괜히 성미의 기분을 달래주는 바람에, 오랜만의 외식자리가

여자들의 심금을 울리는 자리가 돼 버렸다.

 

성미의 성격이 수정이와 비슷해서 지 멋대로이긴 하지만 뒤끝은 별로 없는 편이다.    

나를 대할때도 자신의 기분에 따라 좌지우지 된다.     자기가 좋아하는 쪽으로 욕심을 부리는 편이다.

반면에 미진이와 인숙이는 내 기분을 우선시 하며, 자신의 감정은 뒤로 제쳐 두는 지혜가 있다.

그녀들의 습성이 남자들을 편하게 해주는 줄은 알지만, 연애 할때의 감정과 끌리는 마음과는 별개지 싶다.

편하게 남자를 위해주는 여자와 사는게 낫다고들 하겠지만, 남자마다 좋아하는 스타일은 다르지 않겠는가.

오랜만에 외출을 해서 숙연한 자리가 되긴 했어도, 서로가 서로의 마음을 감싸주고 있었음을 확인할수는 있었다.

집으로 돌아오다가 대형 마트에 들러 매운탕 거리를 사 가지고 왔다.      저녁 찬거리를 미리 장만한 것이다.

" 다음주 일요일에 이사를 해야 하니까 조금씩 짐들을 정리해야지, 소영이도 중요한건 미리 박스에 넣어두고.. "

그렇게 쉬는 일요일 오후도 한가롭지 못했다.      나 역시 내일부터는 바쁜 일정을 보내야 할것이다.

새로 만나 인연이 된 인숙이를 위해 자주 그녀의 집에 들리고 싶다.     아니라고 해도 내 내면 깊은 곳에는 바람끼가

숨쉬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 이사를 어떻게 할건데.. "

주방에서 그릇들을 정리하던 성미가 땀을 흘리며 다가온다.

" 어쩌긴, 포장이사를 해야지.. "

" 그럼, 거기서 다 알아서 해 줄텐데 뭐하러 정리를 해.    그냥 놔둬도 되겠구만.. "

" 맞어, 짐들을 싸 두라는게 아니고 중요한 것만 담으란 얘기야..   장사하느라 힘들테니까 돈이 들어도 그렇게 하자구..

그리고 침대는 버릴테니까 그렇게 알어. "

" 버리긴, 소영이한테 물려주면 되지.. "      

" 소영이한테도 좋은걸 사주고 싶어서 그래, 엄마만 새 침대에서 자면서 맘이 편하겠니.. "

" 누가 그걸 모르나, 조금이라도 절약하자는 얘기지.. "

" 당신말은 알겠는데 이번만큼은 내 말대로 하자구, 내 딸이기도 하니까.. "

" 아빠 ~ 짱이다, 히히.. "       

어느새 곁에 온 소영이의 입이 함지박만 해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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