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생(殘生)

잔생 109

바라쿠다 2019. 12. 7. 07:16
~오늘은..~
~시간될거 같애.~
규식과 한차례의 교접이 있은 뒤 일주일이 지났다.
만나 줄 시간이야 많지만 쉽게 허락할순 없는 노릇이다.
국진이와 연락 끊긴지도 일주일이다.
확인할수는 없지만 현재 진행형인 여자가 있지 싶다.
만나고는 싶지만 자존심상 한번 씹혔는데 또 다시 톡 보내기는 싫다.
꿩 대신 닭이라고 아버지뻘인 규식이나 데리고 놀아야지 싶다.
~지금 뭐해..~
~TV.. 어디로 나갈까..~
어차피 한번 주어 진 인생인데 즐길수 있을 때 즐기며 살기로 맘 먹었다.
남들과 달리 남편이란 작자는 반신불구나 다름없는 상황이다.
가족의 생계를 떠 맡아 안마사의 길을 가는 게지만 무시당하기는 싫다.
~아직 퇴근전이야, 그 놈 잘 있는지 궁금해서..~
~순희 톡 보더니 갑자기 커 지네..~
~잘 있는지 보고싶다~
~사진찍어 보낼까..~
~집에 아무도 없어?~
~며느리랑 둘이..~
가장인 남편의 사랑을 받으며 산다고 우쭐대는 며느리 년은 가장 왕재수다.
제 년의 시아버지가 내 가랑이 사이에 머리를 조아리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다.
~뭐해, 며느리..~
~설거지 중..~
~그것도 같이 찍어.~
~OK~
~까툭.. 까툭~
주방 씽크대에서 설거지하는 며느리년의 뒷모습과 규식이의 화 난 그 놈의 사진이 
전송돼 왔다.
원할 때마다 가지고 놀수 있는 장난감으로 만들어야지 싶다.

"뭐 먹을까.."
"국진씨가 정해."
연숙이와 여행을 한지 사흘째다.
남도 쪽 풍광이 그럴듯 한지라 서해고속도로를 타고 경치 좋은 곳마다 차를 세운다.
엊저녁에는 굴비로 유명한 영광에 와 호텔에 묵었다.
"그러지 말랬짜너, 네 인생 네가 주체라니까.."
"ㅋ~ 미안.."
"에구~ 화상덩어리.."
"굴비먹자, 영광인데.."
"속 안 쓰려?"
"국물도 하나 시키지 뭐.."
한때는 내 소속이 되고 싶다던 연숙이다.
섹스 중독에 빠져 허물어 진 인생길을 가지 싶어 그 수렁에서 건져 주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며칠 바람쐬러 가자고 했더니 득달같이 달려 나왔다.
스스로도 잘못 된 길을 가고 있음을 알았기에 날 찾아 왔을게다.
"추워?"
"ㅋ~ 개안어."
"맨 굴비뿐이야, 안 보이네."
"저 골목으로 가 보자."
호텔을 나와 포구 옆 번화가까지 왔건만 아침식사를 할만한 곳이 없다.
족히 백미터 이상 도로 양쪽이 모두 영광굴비를 전시해 놓은 매장들 뿐이다.
쌀쌀해 진 탓인지 연숙이가 팔짱을 끼고 매달린다.
워낙 키가 큰 탓에 파마머리가 뺨에 와 닿아 간지른다.
"굴비 2인분이랑 동태탕도 하나 주세요."
"소주도 시켜.."
"..운전할거자너." 
"술깨면 가자구.."
연숙이의 촉이 맞았음인지 골목 안쪽에 아침식사를 파는 작은 백반집이 있다.
예전이나 도시와 시골이 구분됐지, 요즘은 그런 경계마저 없어졌지 싶다.
60은 돼 보이는 여주인의 입성이 도시 여자들과 별반 다르지 않고 세련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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