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생(殘生)

잔생 108

바라쿠다 2019. 12. 6. 04:53
"소주도 한병 시켜요."
"아~ 술 드시는구나.."
가게문을 닫고 아파트 입구에서 집 주인을 만난 순희다.
이 집에 사는 3년동안 가끔 길에서 마주칠때마다 은근 수작 비슷한 추파를 던지고는
했다.
전세금 문제로 부동산에서 만났을때 역시 그 느낌은 틀리지 않았음을 확인했다.
내 또래의 며느리가 전세금을 이천씩이나 올려 달래기에 난감했는데, 시아버지인 
황규식이 없던 얘기로 하자며 발등의 불을 꺼 준 일이 있었다.
"근데, 무슨 일로.."
"..그냥 불편한 곳은 없나 해서.."
"술 해요?"
"아~ 네.."
요즘 들어 자주 술이 땡긴다.
근 일주일여를 국진이와 똑같은 일과를 되풀이 했다.
옷을 갈아입기 위해 집에 들릴때 빼고는 거의 붙어 지냈다.
~오줌마려..~
오늘 아침에도 톡을 날렸으나 답이 없었다.
오랜만에 집안 일도 챙길겸 귀가중에 밥이나 먹자는 황규식과 마주 한 것이다.
"ㅋ~ 찌릿찌릿하다."
"애주가시네요."
"왜요? 여자는 술마시면 안되나.."
"무슨 천만의 말씀을.."
70은 족히 돼 보이는 황규식의 태도에 은근 흥미가 인다.
잔에 술을 따르고, 건너 편 빈잔이 거슬리기에 의향을 물었더니 몸을 굽히며 두 손으로 
공손하게 술을 받기까지 한다.
"낮밤이 바뀌어서 반주를 해야 잠이 와요."
"저런.. 무슨 일인지 힘드시겠다."
"근데 며느리는 왜 그래요, 시아버지가 계신데.."
"요즘 젊은 사람들 다 그렇죠, 정이 없어요."
전세금 인상액을 조금이라도 줄여 달라고 얘기했다가 매몰차게 거절을 당했다.
요즈음 전세난이 심해 내 놓기만 해도 금방 계약이 된다며 앙칼지게 굴었다.
할수없이 포기하려던 차에 황규식이 지금 가격으로 연장 계약서에 도장을 찍어 줬다.
아버지뻘인 황규식의 행동으로 미루어 내게 마음이 있음을 알게 된 것이다.
"주량은 몇잔이나.."
"아직까지 두병은 거뜬합니다."
"건강하시네.."
"그럼요, 매주 산에 다니는데.."
"어머~ 다리 힘 좋겠다.."
"ㅋ~ 우리처럼 꾸준히 운동하면 지치지도 않아요."
"여친이 좋아하겠다."
이런저런 얘기를 안주삼아 술잔 기울이다 보니, 사적으로는 첫대면인 황규식과 스스럼이 
사라진다.
숫놈들의 심리야 제 분수도 모르고 책임지지 못 할 장담을 서슴치 않는다.
국진이에게 보낸 톡이 씹힌 마당에 황규식의 재롱을 지켜 봄도 재밌지 싶다.
"..여친 없어요."
"왜.. 아직은 팔팔한데.."
"..순희씨만큼 이쁜 여자가 없어서.."
"ㅋ~ 내가 이쁘대.."
"본인 매력 모르시나 보다."
어쩌나 보려고 일부러 반 하대를 해도 감지덕지하는 모습이 싹수는 있어 뵌다. 
"어머~ 매력까지.. 그게 뭔지 궁금하다.."
"터프해 보인다고 할까.. 남자 주눅들게 만드는.."
어쩌면 국진이처럼 마조의 기질이 있는지도 모르겠다.
"하긴.. 말 안듣는 남잔 별로라.."
"난 틀려요, 여자 말이라면 뭐든 따르니까.."
"ㅋ~ 믿어도 되려나?"
"믿으세요, 약속하나는 칼이니까.."
"남친 만들어 볼까나.."
"후회하시지 않도록 할께요."
"말 놔, 친구하기로 했짜너."
"고맙습.. 고마워.."
주량이 두병이라더니, 벌써 취기가 오르는지 눈빛이 게슴츠레하다.

"보고 싶댔지, 거기 앉아."
".........."
집 주인인 황규식과 더불어 모텔까지 왔다.
술이란게 처음 대작하는 만남이건만, 금새 허물없는 사이로 만들어 버린다.
가끔 마주칠때마다마 속살이 궁금하더란다.
~어디가 보고 싶은데..~
~거기..~
~여기가 왜 궁금해..~
~수북하지 싶어서..~
~털 많은 여자 좋아하나 보다.~
~없는것 보다야..~
침대 옆 간이의자에 황규식을 앉게끔 했다.
치마속의 팬티를 내리고는 침대가에 앉아 두 손을 등 뒤에 기댄다.
"잘 봐."
".........."
처음 보는 손님도 흥분시키는건 일도 아닌 순희다.
하물며 속살이 어찌 생겼는지 상상을 했을만큼, 나에게 호감을 가진 노인네를 가지고 
노는 일이야 식은 죽 먹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방바닥을 딛었던 두발을 침대에 올리고는 치마를 걷는다.
속살을 보고 싶다던 황규식이 어찌 반응을 보일런지 궁금스럽다.
"ㅋ~ 텐트쳤네."
"..꿀꺽~"
빤히 가랑이 사이에 눈을 둔 황규식이 침까지 삼킨다.
숫놈의 습성이라면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만큼 해박한 순희다.
반쯤 넋이 나간 표정으로 뚫어져라 응시한다.
"먹어도 돼."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가랑이 사이를 파고 든다.
"천천히.."
목 마른 나그네에게 물 건네는 선심이야 아까울게 없다.
"살살.. 부드럽게.."
70이나 된 노인에게 철자법부터 가르치는 기분이다.
데리고 놀 생각으로 예까지 온 게지만, 기본적인 지식은 습득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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