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춘

회춘 31

바라쿠다 2019. 10. 30. 19:49
"그만 포기하는게 조큿다.."
"무슨 선생이 그러냐, 학생이 좀 부족해도 사랑으로 감싸 줘야지."
아무리 기를 쓰고 가르쳐 본들 애초부터 싹이 노랗다.
손목이나 손가락의 스넵을 따라 부드럽게 그려야 하거늘, 연필을 쥔 손으로 장작개비를
패려 든다.
손목아지가 굵어서인지 꼴난 스케치를 하건만 제 멋대로 들쑥날쑥이다.
섹스에 있어서는 제법 감흥스럽게 강약조절이 되건만 그림솜씨는 영 꽝이다.
"배짱인지 똥고집인지.."
"허~ 배우겠다는 열의가 가득한 제자한테 망발을.."
"얼씨구~ 그 제자땜에 미치겠거덩.."
제 말로는 나랑 연배라 했지만 생긴 풍파로 봐선 서너살 아래가 분명하다.
누나라고 부르는게 쪽팔려 나이를 속이지 싶다.
숫놈들이야 60이 넘어도 기 죽기 싫어 나이를 부풀린다고 한다.
한살이라도 어리게 보이고 싶은 여자와는 정반대의 성향을 가지고 있단다.
주민등록상 나이가 탄로난다면 야무지게 혼내 줄 생각이다.
"ㅋ~ 참으셔.. 그 성격에 미치기까지 하면 감당 못해."
"이게~ 자꾸 긁을래? 또라이가 뭔지 보여 주까~"
"ㅋ~ 시간됐나 보다."
"시간이라니.."
"어제 그 시간, 발악하는.."
"캭~"
도무지 말로는 당해 낼수가 없다.
어린 놈이 느물거리는 수준은 가히 노인네급이다.
"술이나 마시자, 방어가 제철이래."
"ㅋ~ 방어? 갑자기 급 땡기네."

택시를 타고 제자의 단골집에서 큼직한 방어를 골랐다.
두 사람이 먹기엔 다소 큰 편이지만 워낙 맛깔스럽게 보인다.
창호지처럼 얇게 썬 회는 싫어 한다.
모름지기 회란게 지금의 방어처럼 깍두기 형태를 지녀야 씹는 맛이 배가 된다.
어느 횟집을 가도 복어를 빼고는 모두 두텁게 썰어 달라고 한다.
육고기처럼 씹는 맛이 있어야 진정한 회 맛을 느낄수 있기 때문이다.
"민희는 술 마셔도 티가 안 나네."
"티를 안 내?"
"응, 그대로야."
"술꾼 덕목 아니겠어? 몸이 이기지도 못하면서 꽐라되는 거 보기 싫어."
술이란게 적당히 취하면 만사 편안해 지고 느긋해 진다.
섹스 파트너인 동석이가 술친구로도 딱이다.
이런저런 우스개 소리를 꺼내 분위기를 한결 부드럽게 만드는 재주도 갖췄다.
"몸에 맞나 봐, 그렇게 마셔 대는데도 피부가 고와."
"ㅋ~ 고와? 너 오늘 이상하다, 사탕발림까지 하고.."
"ㅋ~ 사탕발림아냐, 진짜 고와."
"됐어 임마, 꼬시지 않아도 벗을테니까.."
사내란게 여자와 몸을 섞게 되면 응당 기본은 해야 한다.
슬슬 몸을 달궈 놓고 정작 본게임에 가서는 무용지물로 변하면 곤란하다.
그런 놈과는 다시는 상종을 안 한다.
실로 오랜만에 쓸만한 물건을 만난 셈이다.
제 속을 드러내지 않는 젊은 놈이기에 불식간에 딴 곳으로 샐 가능성도 있다.
"어이~ 제자.."
"왜 목소리가 노리끼리하게 변하냐, 벌써 취하진 않았을게고.."
"오늘은 니네 집에 가자."
"우리집?"
"그래 임마, 혼자 산다며.. 여친집 신세만 질래?"
무엇을 하는 놈인지 신상파악은 해 놔야 한다.
도망가는 놈에게 매달리는 꼴은 죽어도 아니 하겠지만, 최소한의 동태파악 정도는 
해야지 싶다.
"안돼."
"안돼? 왜? 무슨 이유로.."
"..딸년이 가끔 집에 와."
"딸이라니.. 혼자 산다며.."
"싱글인건 맞아.. 결혼한 딸이 있어."
"무슨 귀신 씨나락 까 먹는 소리를.."
제 나이가 몇인데 결혼한 딸까지 있단 말인가.
아무리 빨리 애를 낳았어도 스물 남짓, 그러면 도대체 딸은 몇살에 결혼했단 말인가.
"딸은 몇살인데.."
"서른 두살이던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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